Share

제20화

Author: 노혜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강유리 씨, 말 조심하십시오!”

“어머, 어머. 이것 보세요. 아까는 이것보다 훨씬 더 무섭게 굴었다니까요. 못 믿으시겠으면 당장 CCTV 영상 확인해 보시던가요!”

강유리가 잔뜩 겁 먹은 얼굴로 변호사를 가리켰다.

방금 전까지 당당한 커리어우먼 같은 이미지였는데 갑자기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듯한 눈빛이라니.

오스카 여우주연상 뺨치는 메소드 연기에 경찰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편, 서장은 육시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LK그룹 육시준 대표가 경찰서에 등장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2차 출근을 한 것도 언짢은데 육시준 대표의 와이프까지 엮여있다니...

“금액이 지나치게 큰 건 사실입니다. CCTV 영상 확인해 보고 정말 협박에 가까운 언행이 있었다면 공갈 혐의는 충분합니다.”

합의서 내용을 확인한 서장이 다시 조심스럽게 육시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속 영장도 발부될 건가요? 협박범이 밖에서 돌아다닌다면 제 와이프가 많이 무서워할 것 같아서요.”

“아, 물론입니다.”

육시준과 경찰 서장의 몇 마디 말로 구치소에 갇히는 사람이 강유리에서 임천강으로 바뀌어버리자 참다 못한 임천강이 벌떡 일어섰다.

“무슨 근거로 날 구속해요. 난 피해자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유강그룹 예비 사위예요. 날 구속하면 유강그룹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경찰서장은 근엄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저희 경찰의 수사는 재벌의 입김 따위로 방해받지 않습니다. 법 앞에서는 그게 누구든 평등한 법이에요. 어서 취조실로 연행해.”

“알겠습니다.”

두 형사의 손에 끌려 취조실로 향하는 변호사는 도대체 왜 갑자기 경찰서장이 나타나게 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겨우 이 정도 사건에 경찰서장이 나서? 말이 안 되잖아...’

하지만 다음 순간, 취조실 밖에 서 있는 임강준을 발견한 변호사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더니 임천강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강유리 씨 남편...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아십니까?”

한편, 마른 하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1화

    그의 말투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강유리는 하고 싶었던 질문을 다시 삼켜야 했다.깊은 밤, 차 안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강유리는 두리번거리며 차의 내부 구조를 관찰했다. 그녀의 차와 아주 흡사했는데 차창으로 고개를 돌리자 준수한 남자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육시준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강유리는 상대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왜 날 그렇게 보지?”육시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잠시 머물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누가 먼저 시작했어?”강유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되물었다.“알면서 왜 물어?”그녀가 사람 머리를 책상에 박아 놓고 때렸다는 걸 알면서 이런 질문을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CCTV는 완전하지 않아. 누군가 일부러 편집한 것 같아.”강유리는 눈을 깜빡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강그룹 그 늙은이들이 육경서를 위한답시고 참 많은 걸 신경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의 깊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를 마주보자 강유리는 갑자기 이런 말이 생각났다.“넌 나 육시준의 아내야… 그러니까 다른 남자랑 자꾸 엮이지 마….”어젯밤 술 취한 그가 그녀를 안고 했던 말이었다.여자는 예쁜 눈동자를 깜빡이다가 작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먼저 때렸어.”남자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일부러 사고 친 거 아니고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왔어.”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계속 말했다.“그 과정에서 이간질을 좀 하긴 했지만… 난 원래 예쁘고 똑똑하고 매력적이잖아? 그 쓰레기가 쉽게 넘어오더라고!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너랑 결혼하기로 했으니 다른 남자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게!”“바람둥이라면 더더욱 피해야지. 나 사람 보는 안목 있어. 이제 다시는 속지 않을 거야.”그녀는 주먹을 꼭 쥐고 의지를 불태웠다.육시준은 그제야 그녀가 뭘 말하려는지 알아차렸다.‘그러니까 정실 자리는 영원히 변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2화

    소안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렇게 불만을 토로해서 걱정되어 말했더니 벌써 결정했다고?“너 신중하게 생각해! 내가 들어봐도 그 남자 절대 일반인은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 속고 또 나보고 밤중에 술 마시러 나오라고 하지 말고!”“낯선 남자가 각자 원하는 바가 있어서 서로 손을 잡은 거잖아. 육시준은 내 돈을 노리고 결혼한다고 똑똑히 말했어. 어차피 감정이 없는 결혼인데 누가 누굴 속이겠어?”소안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탄식하듯 말했다.“그런 것까지 다 생각했구나!”강유리는 몸에 묻은 거품을 씻어내고 여유롭게 끈나시 슬립을 입었다.“남자는 책과도 같아. 천천히 읽어야 재밌는 거지. 안 그래?”소안영이 혀를 차며 말했다.“남자 손도 못 잡은 너한테서 그런 말 들으니까 이상하다. 그래서 뭘 읽어냈는데?”강유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일단 표지는 예뻐.”소안영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설마? 겨우 표지만 읽었어? 신혼밤에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야?”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반박했다.“설마.”“그래?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한 건가? 느낌이 어땠어? 겉모습이 뛰어난 그 남자가 널 실망시키지는 않았겠지?”수화기 너머로 변태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강유리는 얘기를 잘못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둘이 아무 일도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그러면 소안영은 또 그녀에게 강한 척만 하는 바보라고 놀려댈 게 뻔했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욕실 문을 열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끝내줬어. 오늘도 계속해야지….”하지만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강유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강유리는 살짝 당황한 듯한 육시준의 눈빛을 읽었다. 아마 그도 그냥 잠만 잤을 뿐인데 자신이 이런 식으로 친구에게 떠벌릴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강유리는 다급히 핸드폰을 끄려고 했지만 실수로 스피커 버튼을 눌러 버렸다.“세상에나! 진짜 잤어? 그 사람 대단하다! 아니 외모가 얼마나 뛰어나기에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3화

    그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의 하얗고 긴 다리를 바라보다가 전등을 꺼버렸다.침실에 어둠이 찾아왔다.옆자리 매트리스가 살짝 흔들리자 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육시준 쪽으로 돌아누웠다.두 사람의 피부가 얇은 천만 사이에 두고 밀착되자 서로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어젯밤 어떻게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는지 강유리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쑥스럽지는 않았다.하지만 오늘 밤은 서로가 다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다.23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성과 같은 침대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같이 누워 있는 상황. 게다가 아까 그런 도발적인 말까지 했으니….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다.두근.두근.고요한 밤이라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하지만 그렇게 바짝 긴장한 상태로 한참을 기다려도 옆자리에 누운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쳇, 남자는 다 사기꾼이라더니! 오늘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어?’그녀는 자기만 기대했다는 생각에 조금 화가 났다.쑥스러움과 긴장감에서 분노와 실망으로 바뀐 강유리는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제야 옆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육시준이 그녀를 향해 돌아눕자 탄탄한 가슴에 얼굴이 닿았다.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제야 강유리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며 물었다.“왜?”졸다가 이제야 옆에 여자가 있다는 걸 알아챈 건가?남자의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뽀뽀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거친 키스가 이어졌다.강유리는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졌다.여자의 작은 손은 저도 모르게 남자의 가슴으로 가 있었다.뜨거운 온도가 손끝에서 느껴졌다.“너….”“우리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어.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지.”육시준은 양팔로 그녀의 옆자리를 짚고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뜨거운 불이 치솟고 있었다.축 가라앉은 중저음 톤의 목소리에서 뜨거운 욕망이 느껴졌다.강유리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었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4화

    “저긴 LK그룹 소유잖아. 다 아는 사실인데 정말 몰랐어?”육시준은 뭔가 알아내려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그녀가 지금도 자신의 신분을 모른다는 걸 믿지 않았다.3년 전에 그가 귀국했을 때, 그녀 역시 비슷한 시간에 귀국했기에 소문을 못 들었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육경서가 유강으로 갔고 어젯밤 일도 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 느꼈을까?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걸까?강유리는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물었다.“그 남자만 좋아한다는 갑부?”육시준은 당황한 표정을 금할 수 없었다.“아쉽네!”그 갑부의 손에서 건물을 빼앗아 온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였다.강유리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침실로 갔다. 마치 오랜 기대가 무너진 것처럼 쓸쓸하고 처량한 뒷모습이었다.육시준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 있었다.왜 그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남자를 좋아하거나 그 방면에 문제가 있다는 게 전부인 걸까?강유리는 다시 침실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그렇게 단잠을 자던 그녀는 전화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수화기 너머로 성홍주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너 대신 기소 포기 각서 썼어. 천강이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했으니까 경찰서에 있었던 일도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자경원 아파트는 네 엄마 거니까 양도하기 싫은 거 이해해. 하지만 신영이랑 천강이 곧 결혼하는데 신혼집을 군림 별장에 구매하기로 했거든? 돈이 좀 부족하니 결혼선물이라고 생각하고 120억 입금해.”“네 남편 육가 놈이라며? 그러면 돈도 많을 텐데 그 정도 돈은 줄 수 있겠지?”사실 마지막 말이 성홍주의 목적이었다.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들은 그는 크게 분노하며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경찰서에서는 사람을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보호자 신분으로 출석해서 강유리 대신 합의하고 겨우 임천강을 경찰서에서 데리고 나왔다.그런데 임천강이 한 말이 충격이었다.한국 재계 순위 1위, LK그룹 대표가 강유리의 남편이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5화

    그는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를 위로했다.“신영아, 미안해. 어젯밤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 오해하지 마.”성신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때는 어떻게든 육경서와 계약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 그게 아니었으면 그런 성격파탄자를 내가 왜 만나!”그는 그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성신영은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고 서럽게 울었다.사실 어젯밤 이성을 되찾은 뒤에는 그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임천강은 사실 강유리가 곧 유강 엔터를 되살릴 수도 있다고 암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질투에 이성을 잃은 그녀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고 그 말이 그냥 듣기 싫었다.강유리는 화려한 이목구비를 소유하고 있었다.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미모였다. 그리고 능력도 좋아서 유강 엔터를 맡게 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사람들은 모두가 그녀를 칭찬했다.성신영은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신분부터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그녀를 질투했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를 질투했으며 남자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녀의 매력을 질투했다.“사실 처음부터 언니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그녀가 훌쩍이며 물었다.“그럴 리 가! 넌 강유리보다 착하고 온순하잖아. 난 네가 대단한 사람이기를 바라지 않아. 내가 어차피 너 지켜줄 테니까.”임천강은 그녀가 울기만 하자 가슴이 아파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 위로했다.“여자가 아무리 대단해도 어차피 우리 결혼식을 준비해 줘야 할 입장이잖아. 장인어른이 그러셨어. 그 여자한테 결혼 선물로 큰 거 하나 받겠다고. 우린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게 될 거고 모두가 우릴 부러워할 거야.”성신영이 원했던 말이었다.그녀는 이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심정을 추스르고 이렇게 물었다.“하지만 언니한테 그렇게 큰 돈이 있을까?”임천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사실 그녀가 돈이 없다고 하면 차라리 편할 것 같았다.그렇다는 건 어젯밤 변호사가 사람을 잘못 봤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그가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6화

    120억을 결혼선물로 내놓으라니.정말 강도가 따로 없었다.그리고 새신랑과 같이 밥 먹으러 오라니….강유리는 호박죽을 숟가락으로 저으며 생각에 잠겼다.그녀를 아무리 쥐어짜도 돈이 나오지 않으니 주의를 그녀의 남편에게 돌린 것 같았다.떠오르는 스타 성신영과 대영그룹 막내아들이 약혼한 다는 소식은 조용히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었다.연예계도 떠들썩했다.성신영은 예쁜 외모에 훌륭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약혼자가 재력가 집안이라니 더욱 주목을 끌었다.그것에 비하면 강유리가 거의 무너져 가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소식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토요일 저녁.성홍주는 본가에 친척과 지인들을 초대했다.강유리는 집에서 여유롭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성홍주의 비서가 사전에 연락해서 약속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강유리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라인을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어차피 갈 생각이면 지각은 하지 말자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물론 결혼 선물도 준비했다.화장을 마치고 나오자 소파에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왜 벌써 왔어?”최근 같이 생활하면서 그녀는 육시준의 출퇴근 시간을 대략 파악하게 되었다.그는 아침 아홉 시에 나가서 저녁 여섯 시에 집에 돌아온다.늦게 돌아올 때는 있지만 일찍 들어올 때는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퇴근 시간 전에 집에 돌아왔다.육시준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몸매를 강조한 검은색 이브닝 드레스에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 작고 청초한 얼굴. 동작 하나하나가 우아하고 매혹적이었다.“같이 본가에 가야지.”남자가 담담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강유리는 그제야 그가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늠름하고 준수한 모습이었다.“같이 가려고?”강유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연한 거 아니야? 원래 나랑 같이 가려던 거 아니었어?”“그럴 것까지는 없는데?”그녀는 어차피 약혼식 깽판 부리러 가는데 짐짝은 필요 없었다.하지만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7화

    참 미련한 여자였다.다른 여자들은 어떻게든 그와 엮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녀는 자꾸만 그를 밀어냈다.오늘은 그의 부모님이 귀국하는 날이었다. 두 분은 귀국하면서 오늘 본가에 밥 먹으러 오라고 지시했다.강유리는 약혼식에 참석한다고 나갔으니 그도 어쩔 수 없이 혼자 본가로 향했다.검은색 벤틀리가 정통식 저택의 정원에 들어섰다.집안으로 들어선 육시준은 육경서가 과장된 표정으로 형수가 돈도 많고 젊은 사업가이며 예쁜데 속물도 아니라며 자랑하는 소리를 들었다.육경서는 그를 보자 놀라서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형은 왜 왔어?”육시준은 먼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뒤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밥 먹으러 왔지.”육경서는 어색한 표정으로 입만 뻐금거렸다.육시준의 어머니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네가 밥을 왜 먹어? 네 마누라 오늘 그 불쾌한 파티에 갔다는데 넌 밥이 넘어가니? 잠깐만, 경서 너 이 자식 우리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지?”부모님이 돌아오자마자 육경서는 대박 사건이라며 육시준의 결혼 소식을 부모님께 전했다.부모님은 신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그들은 능력, 배경 이런 거 다 떠나서 정상적인 여자면 된다고 했다.하지만 그날 그 사건이 있은 뒤로 육시준은 여자와의 모든 접촉을 차단했다.곧 서른이 되어 가는 아들이 연애도 못해서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 희소식이 들려온 것이다.육경서는 두 손 들고 장담했다.“제 말 사실이에요! 처음 만나고 이튿날 바로 혼인신고 했고 바로 독립해서 나갔어요!”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육시준이 음산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육경서는 다급히 말을 돌렸다.“걱정하지 마. 누군지 얘기는 안 했어. 공개하고 싶을 때 공개해! 아니다, 그냥 형수님이 공개하고 싶을 때 공개해!”부모님은 두 형제의 대화를 들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황당하기도 했다.“우릴 능가하는 대단한 집안이야? 왜 공개하기 싫대?”아버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아들에게 물었다. 사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8화

    한편, 성가네.성신영은 약혼식은 꼭 본가에서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자기가 이 집의 아가씨라는 신분을 강조하기 좋은 곳이었다. 파티에는 상류사회 인사들과 연예계에서 사이가 각별한 친구들만 초대했다.물론 이렇게 화려한 약혼식에 언론 매체가 빠질 수 없었다.강유리는 10분 늦게 도착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메뉴가 이미 올라온 뒤였다.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기에 그녀는 알아서 구석진 곳을 찾아 음식을 먹었다.“언니는 왜 혼자 있어? 형부는?”이때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조용한 식사를 방해하고 들어왔다.고개를 돌리자 임천강의 팔짱을 끼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성신영이 보였다. 하얀색 A라인 드레스에 우아함을 강조하려고 목선을 드러냈지만 얼굴은 약간 부어 있었다.지난번 클럽에서 그녀는 약혼식장에 멍든 얼굴로 나오게 하려고 일부러 더 세게 때렸다.그래도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워낙 실력이 좋은지 멍은 완벽히 가려졌고 전체적으로 핑크톤을 많이 써서 사랑스러움을 강조했다.성신영은 강유리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갑자기 얼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솔직히 강유리의 화려한 아름다움에 비해 자신은 미운 오리새끼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짓밟힌 자존감은 참을 수 없는 질투와 분노로 바뀌었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강유리에게 물었다.“언니,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못 알아보겠어?”강유리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며칠 안 본 사이에 더 못생겨졌네.”성신영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그녀는 애써 분노를 수습하고 서러운 눈빛으로 임천강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임천강은 강유리에게서 취한 듯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주며 언성을 높였다.“오빠!”임천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을 다독이며 강유리에게 물었다.“유리야, 장인어른은 네 남편도 같이 데려오라고 하셨다던데 왜 혼자 왔어?”그는 인상을 쓰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강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되

Latest chapter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15화

    그러자 서진태가 머뭇거리며 난처한 듯 말했다.“필요하면 나한테 얘기해.”신주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육경서가 이내 알아차리고 물었다.“비매품인가요?”“이건 우리 한의학연구원에서 자체로 사용하는 물품이라 대외로 판매하지 않아요.”“그렇군요.”신주리는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경쾌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고마워요. 제가 필요하면 이모한테 대신 부탁할게요.”강미영이 고개를 숙이고 팔에 찬 모기퇴치 팔찌를 연구하다가 신주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저한테 서 선생님 연락처가 없어요.”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당당하게 말했다. 방송을 정주행한 신주리는 현재 국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솔직히 소지석은 별로 가망이 없어 보였고 그의 후배라는 신분을 당분간 바꾸기 힘들것으로 보였다.서진태는 외모며 사람 됨됨이도 아주 괜찮았고 1부 때 신주리를 위해 한약도 달여준 적이 있었다. 서진태는 신주리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어색하게 기침을 짓더니 쭈뼛거리며 말했다.“뭐 그래도 돼.”“다들 지석 오빠 표정을 봤어요?”“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눈빛은 숨길 수가 없어요.”“주리야. 소지석은 육경서의 롤모델인데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아아아. 주리와 키다리 아저씨와의 만남. 내가 찜해놓은 커플인데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다들 봤어요? 위층 글쓴이 같은 사람을 바보라고 칭해요.”“...”다들 강미영, 소지석과 서진태 세 사람의 관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소수의 사람은 서진태가 판매 목적으로 출연했다고 했던 댓글러들을 혼내주고 있었다.“방금 서 선생님이 장사하러 왔다고 했던 사람들 다들 나와서 대신 팔아줄지 그래요?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재주가 있으면 저 제품들을 구해오기만 해요.”그러자 조금 전까지 비아냥대던 사람들이 사라진 듯 조용해졌다.육경서는 어두운 표정의 소지석과 해맑게 강미영과 서진태를 엮어주려는 신주리를 번갈아 바라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한참 뒤 그는 고개를 돌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14화

    다들 마지막 한마디 말에 설득당했고 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육경서와 신주리가 금방 아침을 먹고 출발했으니 배고플 리가 없고 두 사람은 그저 이 어색한 분위기를 완화하고 싶었던 모양이다.그리고 만일 그들의 제의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면 제작팀에서 먼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침 식사가 거의 끝나 갈 무렵에 한지원이 부랴부랴 도착했다.“정말 정말 미안해요. 어제 밤새워서 그림 원고를 그렸더니 늦잠을 자버렸어요. 프로그램 진행에 영향 준 건 아니죠? 정말 미안해요.”한지원이 바람처럼 달려오며 말했다.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미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많이 늦지 않았어. 아침은?”한지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아침을 잘 챙겨 먹지 않아요. 더욱이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더 못 먹겠더라고요.”그러면서 잠깐 머뭇거리더니 방금 차 안에서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카메라맨이 부탁했던 말이 기억나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혹시 절 기다리고 계신 건 아니죠?”그러자 육경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걱정하지 말아요.”육경서의 말에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일 함께 아침을 먹으려고 남은 게스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면 엄청나게 미안했을 것이다. 그제야 댓글 창에서 육경서가 제의를 잘했다고 연신 감탄했다.“저만 그런가요? 지각은 매우 예의 없는 행동 아닌가요? 이튿날 촬영이 있다는 걸 알면서 왜 밤샘 작업을 해요?”“자기만의 고유의 사고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추측하지 말아요. 예술인들에게 영감이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그리고 언젠가는 죽기 마련인데 지금 왜 살고 있어요?”“맞아요. 제가 지원 언니 채널에 들러서 오는 길인데 캐리어는 이미 준비해 놓았고 아침에 화장도 못 하고 나왔어요. 최선을 다했어요.”“맞아요. 제가 더 일찍부터 채널에 있었는데 제작팀에서 갖은 방법을 다 해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아서 하마터면 경찰에 신고할 뻔했다니까요.”“이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닌 것 같지만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13화

    댓글 창은 여전히 시끄러웠으나 유달리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아침을 먹고 나니 신주리는 육경서가 전처럼 얄밉지 않았고 이미 시간을 많이 지체했기에 화장도 하지 않은 채 허둥대며 캐리어를 정리했다. 카메라맨들은 허가를 받기 전에 절대 여자 연예인의 드레스룸에 함부로 진입하지 않기에 먼발치에서 그림자만 찍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똑똑히 들려왔다.“이거 가져가야 해. 요즘 기온이 내려갔어. 교외나 산속은 여기보다 더 추워!”“이것도 두어 개 더 챙겨서 가지고 가.”“모기 퇴치제와 일용품은 따로 챙기지 않아도 돼. 내가 많이 가져왔어.”“이건 뭐야? 이건 어떻게 입는 거야?”“꺼져.”앞에는 육경서의 잔소리였고 마지막 한마디는 신주리가 참다못해 터져 나온 축객령이었다. 육경서는 울상이 되어 신주리 말대로 드레스룸에서 꺼져버렸고 누구도 그가 무엇 때문에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알 수 없었다.댓글 창이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되었고 신주리 팬과 커플 팬들의 활약이 대단했다.육경서 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입을 닫아걸고 눈치만 보고 있는 중이었다.그들은 질척대는 오빠의 모습을 더는 눈 뜨고 볼 수 없어 입을 닫는 것이 상책이었고 더욱이 입만 열었다 하면 신주리 팬들의 조롱이 이어졌다...10분 뒤 신주리가 준비를 마쳤는지 커다란 캐리어를 두 개나 끌고 나왔고 첫 번째보다 훨씬 준비를 많이 한 듯싶었다. 2부는 야외촬영이라 예상 밖의 일이 많이 발생할 수 있기에 되도록 만전의 준비를 해야했다. 제작팀은 두 개의 캐리어와 백팩을 보더니 뭐라고 말하려 하다가 끝내는 입을 다물더니 별장에 집합한 뒤 다시 의논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집합했던 JL빌리지의 별장에 도착해보니 두 사람이 이미 지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순서로 도착했고 그들보다 더 늦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은 강미영과 소지석 둘뿐이었다.“이모, 지석이 형, 일찍 오셨네요.”육경서가 바보같이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소파에 기대어 책을 읽던 강미영이 그들이 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12화

    소문을 듣고 달려온 육경서 팬들이 자기 아이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자 사처에서 빈정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어머머, 육 도련님같이 대단한 분이 하찮은 우리 주리를 좋아해 주신다고 하니 더없는 영광이죠. 신씨 가문에서 알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딸내미가 드디어 육씨 가문의 덕을 볼 수 있게 된 거잖아요.”신주리의 신씨 가문 아가씨 신분이 폭로되고 나서부터 팬들의 태도도 전과 다르게 강경해졌다. 신주리 팬들은 육경서 팬들이 나타나자마자 귀족이니 왕자이니 하면서 빈정댔고 육경서 팬들은 찍소리 못하고 바로 꼬리를 내려버렸다.‘전에 한두 마디 욕한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역시 재벌 2세는 무서운 존재였고 신주리는 일부러 신분을 감추고 일반인인척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에 비해 육경서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이고 재벌 2세 중에서 제일 맑은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댓글 창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일 때 문이 벌컥 열렸고 신주리는 촬영팀이 도착한 걸 알았지만 방금 잠에서 깼기에 옷을 갈아입느라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육경서의 예쁜 반달눈을 마주하자 신주리는 댓글 창의 댓글과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내가 잘못 본 거 아닌가?’그러더니 이내 쾅 하고 문을 차갑게 닫아버렸다. 육경서와 카메라 감독은 멍하니 서로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댓글: 하하하하, 역시 우리 주리야.카메라가 한창 문 앞을 찍고 있었고 한참 지나도 아무 반응이 없자 참다못한 육경서가 다시 노크하려 할 때 문이 재차 열렸다. 육경서는 신주리가 다시 문을 닫아버릴까 봐 그녀를 헤집고 쏜살같이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아침부터 대체 뭘 숨겨놨기에 못 들어오게 하는 거야?”신주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육경서를 힘껏 노려보았다.그러자 댓글 창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오더니 역시 육경서답게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댄다고 놀려댔다. 육경서 팬들은 그 모습이 너무 창피해 잠적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육경서가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11화

    “뭐가 문제야? 유리 신분은 이미 공개된 비밀이니까 내가 지시만 하면 서류는 아무 문제가 없어.”바론 공작이 대수롭지 않게 손을 저으며 말하자 육경서가 물었다.“그럼 저는요?”“육 서방 서류가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자네가 협조하기만 한다면...”“협조 못 해요.”육시준이 바로 대답하자 바론 공작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면서 나한테 왜 물었어? 이럴 거면 귀국할 거라고 얘기하면 되 것을 남을 것처럼 쓸데없는 말을 한바탕 물었어?’“하지만 전 유리 의견을 존중해요. 유리가 남고 싶다면 저도 함께 남을 것이고 비행기는 이미 준비됐으니 싫다고 하면 바로 출발할 수 있어요.”바론 공작은 말문이 막혀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그래서 자네가 지금 내가 유리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거야?”육시준은 그걸 이제야 알겠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말은 그렇지 않았다.“그런 뜻은 없어요.”바론 공작은 육시준을 힘껏 노려보더니 귀찮은지 가버렸다.‘이 자식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안 들어. 유리 앞에서 갖은 자상한 척을 다 하더니 나만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어. 기다려 봐. 내가 유리를 설득해서 이곳에 남게 하면 널 데릴사위로 맞아들일 거야.’시간이 훌쩍 지나 제2부가 시작되었다.이 동안에 육경서는 그날에 있었던 불쾌한 일을 잊어버린 듯이 여전히 신주리의 주위를 맴돌며 갖은 비위를 맞춰갔다.육경서는 녹화 날 댓바람부터 캐리어를 준비해 신주리의 아파트에 도착했고 카메라 감독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좋은 아침이에요.”한 무리 사람이 돌처럼 굳어버리더니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었다.육경서는 그런 사람들을 뒤로한 채 앞장서서 문을 노크하자 그걸 본 카메라 감독은 신속하게 카메라 초점을 그에게로 맞추며 입을 열었다.“경서 씨 여긴 무슨 일이에요? 오늘 녹화하는 날인 걸 잊지 않았죠?”“알아요.”육경서가 대충 대답하자 카메라 감독이 물었다.“그럼 경서 씨 카메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10화

    문이 쾅 하고 닫히면서 하마터면 바론 공작의 코에 부딪힐뻔하자 그는 화가 나 펄쩍 뛰었다.‘역시 딸내미는 시집가면 남이야. 자기 남편밖에 몰라. 열받아.’강유리 심부름을 다녀왔던 도우미는 무슨 일인지 살짝 예상했지만 굳게 닫힌 문을 보고 다시 험상궂은 바론 공작을 보더니 비밀을 배속으로 삼켜버리면서 말했다.“부부 사이 일이겠죠. 공작 어르신은 잠깐 기다렸다가...”“대디 걸이라고 누가 그랬어? 저 아이가 부부 사이의 일을 나한테 말해줄 것 같아? 이럴 때면 아비를 문밖에 버려두고 말이야. 사기꾼 같은 계집애.”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바론 공작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강유리는 너무 흥분돼 정신이 나갔는지 육시준을 방안으로 끌어들인 뒤 화장실에 숨어 뒤에 감춘 물건을 보여줬다. 빨간 두 줄이 눈앞에 나타나자 육시준은 멍하니 서 있었고 표정은 변함없지만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육시준은 가까스로 흥분을 억제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이게 뭐야? 그래서 결과가 뭐야?”“이게 뭔지 몰라? 두 줄이잖아. 나 임신했어. 이번에는 진짜야.”강유리가 활짝 웃으며 감격해 말했다. 육시준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테스트 시제를 받아 쥔 손이 살짝 떨리는 것으로 봐서 담담한 척했을 뿐이다. 그는 선명하게 찍힌 빨간 두 줄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사용 설명서를 읽어보더니 한참 뒤에야 하늘이 무너져도 끄덕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표정이 무너지면서 웃음꽃이 만발했다.“그렇다면...”“당신 아빠가 되었어.”강유리는 이런 육시준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참지 못하고 재차 설명해 줬다. 다음 순간 강유리의 발이 허공에 뜨더니 육시준이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고 천정이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귓가에는 흥분으로 가득한 남자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아빠가 됐어. 드디어 아빠가 됐어. 내가 이럴 줄 알았어.”강유리는 머릿속이 죽통이 되는 것 같아 작은 손으로 그의 팔뚝을 마구 흔들며 말했다.“진정. 진정. 정숙.”이 순간에 무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9화

    강유리가 잠깐 멍하더니 살짝 고개를 쳐들며 물었다.“왜?”그러자 육시준은 강유리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자기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남은 일정은 별로 끌리지 않아.”강유리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솔직히 요 며칠은 주로 집에서 바론 공작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남은 일정에 대해 강유리도 별로 흥미가 없었다.그리고 예측하는 것이 있기에 그 일정을 소화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강유리는 육시준이 눈치챘는지를 모르기에 머리로 그의 가슴팍을 가볍게 비비더니 온화하게 물었다.“여보, 내가 요 며칠 라이브에 정신이 팔려서 당신한테 신경 못 썼어.”“맞아. 그래서 어떻게 보상할 거야?”육시준이 대수롭지 않게 묻자 강유리는 고개를 들고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보통 때라면 착한 육시준이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이해한다고 했을 텐데 보상을 요구했다.“부부 사이에 보상을 얘기하면 서운하지.”강유리는 작은 손을 내저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육시준은 그런 강유리한테 속지 않고 강경하게 말했다. “저번에 내가 긴급회의를 했다고 나한테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어? 그때는 왜 내가 서운해할 거란 생각을 안 했어?”‘이득 앞에서 못 본 체하는 건 바보가 아닌가?’하지만 강유리는 절대 육시준이 쉽게 이득을 보게 하지 않을 것이다.“좋아. 보상해 줄게. 내가 그렇게 억지 부리는 사람이 아니야. 방금 전의 제의 들어줄게.”그 말에 육시준은 미묘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바라봤다.‘방금 제기한 요구라면 혹시 앞당겨서 귀국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육시준은 이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고 항상 다른 사람을 계략에 빠뜨리던 그지만 강유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앞당겨 귀국하자고 한 건 사실 진짜로 귀국하자는 것이 아니고 강유리가 요즘 회사 일과 다른 일에 너무 정신이 팔려 자기한테 소홀한 것 같아 귀띔해 주려 했던 것인데 그녀가 바보인 척하며 그의 제의에 찬성했다. 강유리는 육시준의 놀란 표정을 보고 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8화

    육경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욕이라도 할까 봐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 형수를 욕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강유리의 뒤끝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더욱 두려운 건 육시준이었다. 화를 못 이겨 육경서는 핸드폰을 소파에 집어 던지고 미친 듯이 머리카락을 헤집더니 바닥에 있는 쿠션과 인형을 발로 차버리고는 다시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발길에 채워 저 먼 곳에 불쌍하게 누워있는 인형을 한참이나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내 주워서는 원래 자리에 예쁘게 놓아줬다. 이건 주리가 선물한 것이기에 절대 이 아이한테 화풀이를 해서는 안 된다. 육경서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형수가 한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기에 강유리가 주리를 설득해 화해하지 못하게 한 것이고 두 사람이 절친이기에 그녀를 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이렇게 좋은 절친이 있으니 주리는 절대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육경서가 남도 아니고, 아아아아악!강유리가 빨리 도망치라고 했기에 주리가 육경서를 냉랭하게 대한 것이고 전혀 기회를 줄 뜻이 없었으며 오해를 풀고 나서도 화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고 이 사실을 받아들인단 말인가?육경서는 털썩 주저앉아 오랫동안 생각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절대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철없고 진지하지 못한 게 생리적 결함도 아닌데 고치면 되잖아.’육경서는 반드시 주리에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녀가 다시 자기를 신임할 수 있게끔 하리라고 결심했다.다른 한편 강유리는 전화를 끊고 나서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육경서가 절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모든 심리 변화와 최종 결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강유리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의식 간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깜짝 놀라 흠칫했다. 언제 들어왔는지 육시준이 팔짱을 끼고 베란다 옆 수납장에 기대어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언제 왔어? 부르지 그랬어. 깜짝 놀랐잖아.”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7화

    강유리는 육경서의 목적을 잘 알고 있었고 아마 여론 뒤에 또 모순이 생긴 모양이다. 솔직히 강유리는 두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긴 하지만 육경서가 아직 철들지 못했고 반평생을 도련님으로 살아왔기에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당연히 자기 앞에 놓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조금만 모순이 생기거나 좌절을 겪으면 의심하고 심지어 포기해 버리기에 이대로 지속된다면 두 사람 모두 힘들어질 것이고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할 것이다.강유리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도련님한테 비밀을 알려드릴게요.”육경서는 전혀 감흥이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비밀이요?”육경서는 주리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에 흥미가 없었지만 형수 말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주리가 처음 육씨 가문에 왔을 때 어머님이 사실 두 사람을 좋게 보지 않았어요.”강유리가 진지하게 말하자 육경서는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터져버렸다.“이게 다 형수님 탓이잖아요. 엄마. 아빠 앞에서 제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이상한 소리를 해서 남의 집 귀한 딸을 제가 해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그러자 강유리는 담담하게 말했다.“이게 왜 이상한 소리예요? 도련님이 저한테 직접 말했잖아요.”“형수님, 미안해요. 지나간 일은 지나가게 해줘요.”“도련님이 얘기를 먼저 꺼냈어요.”강유리가 느릿느릿 말하더니 이내 덧붙여 말했다.“제가 이 말을 하려는 건 어머님 태도 때문에 주리가 그날 기분이 상당히 잡쳐있었어요.”육경서는 이해가 안 가는지 되물었다.“왜요?”강유리는 어이가 없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도련님 생각에는요?”“주리가 승벽심이 강하고 어디를 가든 항상 주목받던 사람인데 어르신들의 사랑을 못 받으니 서운해서 그러지 않았을까요?”육경서 말에 강유리는 조용히 눈을 흘겼다.‘여태까지 솔로인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미련 곰탱이 같으니라고.’오랜 침묵 끝에 육경서가 눈치를 챈 것인지 아니면 자신감이 붙은 건지 담대하게 예측했다.“혹시 저를 위해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