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의 주량을 잘 알고 있었기에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이 늙은 여우는 처음부터 그녀를 적대시 했었기에 그가 건네는 술을 그녀는 기어코 마셨다.가끔은 겉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보다 착한 척, 이해하는 척 관용을 베푸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3년 전 사건을 경험한 뒤로 이런 비열한 플레이에 그녀는 면역이 생긴 상태였다.게다가 아까 영상에서도 주스가 나왔었는데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손 사장이 갑자기 미친 듯이 기침을 하더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이 악랄한 년이! 당장 이년 잡아!”네 명의 경호원이 순식간에 룸 안으로 들어와 강유리를 포위했다.강유리는 사람들 틈에서 임천강을 찾아내고 놀란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네가 왜 여기 있어?”임천강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많이 놀랐어? 강유리 네가….”“내가 돈 주면 네가 이 계약을 성사시키기로 이미 약속된 거 아니었어? 지금 나를 배신한 거야?”그녀는 앙칼진 목소리로 따지듯 물었다.임천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석훈도 마찬가지였다.‘저게 무슨 소리지?’원래 의심이 많은 손 사장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폭발했다.“임천강, 지금 양쪽을 왔다갔다 저울질 한 거였어?”임천강은 크게 당황하며 변명했다.“아닙니다! 손 사장님, 저 여자가 헛소리하는 거예요!”하지만 손 사장은 그의 변명을 들어줄 생각 따위 없다는 듯이 경호원에게 손짓했다.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경호원이 깔끔한 동작으로 임천강을 제압했다.물론 손 사장은 강유리를 곱게 풀어줄 마음도 없었다.약효가 서서히 퍼지면서 어지럼증도 심해졌다. 손 사장은 다급히 다음 지시를 내렸다.“준비한 거 먹이고 사내새끼들 불러들여! 사진도 찍고!”임천강을 제압한 경호원의 음산한 시선이 강유리에게 돌아갔다.하석훈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입구 쪽은 문제 없겠죠? 다른 건 상관하지 말고 일단 여기서 나가요!”입구 가까이에 있던 경호원이 그 모습을 보고 입구를 더
하석훈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비서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가 경호원 출신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어마어마한 학력에 격투기와 유도까지 섭렵한 인재였다.유일한 단점이라면 충성도가 너무 과하다는 점이랄까.그가 옆에 있었기에 강유리는 하고 싶은 대로 일을 벌일 수 있었다.물론 임강준이 안으로 박차고 들어온 건 계획에 없던 상황이었다.하석훈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 사장을 바라보며물었다.“그럼 저 인간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강유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이왕 이렇게 온 거, 지장은 찍어야죠.”그녀는 HZ그룹과 협력이 필요했다 손 사장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는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어차피 이번 투자는 그녀의 실력으로 따낸 것이다.그녀가 가진 정보와 녹음파일이 그 증거였다.하석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인주를 들고 손 사장에게 다가갔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강준의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역시 우리 사모님은 남달라.’처음부터 그녀는 원하는 목표가 명확했다.하지만 그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은 강유리는 복수심도 아주 강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그녀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바닥에 쓰러진 임천강에게 다가가더니 퍼렇게 멍이 든 얼굴을 느긋하게 감상했다.그리고 갑자기 발을 들어 가의 손등을 힘껏 밟았다.“악!”처절한 비명소리가 룸을 뒤흔들었다.평소에 훈련으로 단련된 경호원들도 그 모습을 보고 어깨를 움찔했다.강유리는 그의 손등을 지그시 밟고 서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뭐야? 죽은 척했던 거였어? 아직 살아 있네?”임천강은 부들부들 떨며 몸을 일으켰다.“이 미친 년아! 당장 발 치워!”“치워?”강유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여기 왜 나타났는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임천강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그는 고개를 들고 절망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그가 가장 싫어하는 게 여자가 남자의 머리 위에서 남자를 통제하고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마치 하
그녀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덮어두거나 그의 미색에 홀려 놓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육시준이 그날 경찰서에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그때 그는 경찰청장과 함께였다.JK 빌라를 구매할 때, 수많은 제약을 뚫고 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신기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이었다.성신영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거액을 들여 그녀의 옷방을 채워주고 일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고용해서 그녀를 꾸며준 일도 그렇고…모든 정황을 취합해 보면 배후에는 막강한 재력이 있었을 것이다.LK의 방계 가족이라는 신분으로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만약 LK의 수장이라면 가능한 일이었다.모든 게 그토록 자연스러웠다.그리고 DH 제품의 판매를 중단 시킨 일도 그렇다.그때도 의심했었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의혹을 해소시켜 주었다.육경서와 김찬욱이 서로 합의하에 결정했다는 이유까지 나왔다.강유리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껴졌다. 여태 그의 신분도 모르고 부자처럼 굴었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을까?왜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면서 나를 속이려 했지?임천강은 여전히 주절주절 떠들고 있었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발을 들어 그를 힘껏 걷어차 주었다. 그제야 시끄러운 소음이 잦아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임강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인간이 한 말, 사실이죠?”임강준도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예상보다는 괜찮은 그녀의 반응에 중요한 사실만 어필하기로 마음먹었다.“LK의 실질적인 집권자는 대표님이시지요. 아무도 그분의 결정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육 회장님도 마찬가지예요.”말을 마친 그는 무언가 부족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대표님께서 사모님의 편을 들어주는 한, 아무도 감히 사모님을 손가락질하지 못할 겁니다.”강유리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이게 사실이라는 거군요.”임강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입장인가요?”말투가 조금 이상했다.강유리는 그를 지나쳐 밖
강유리는 결국 파티 홀로 가지 않았다.각종 정보들을 취합해 봤을 때, 육시준이 LK의 수장이라는 가설은 거의 사실인 것 같았다.그녀가 소문에 둔감해서가 아니라 그가 일부러 신분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이제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차분한 표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나와 곧장 주차장으로 갔다.그곳에 롤스로이스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차의 양측은 비워져 있었다. 모든 게 조보희가 말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들어맞았다. 강유리는 조롱당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조보희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돈이 많은 사람은 항상 신중하고 주변을 경계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던 말. 그녀는 항상 이익을 위해 움직였으니 그가 자신을 경계했다고 해도 할 말은 없었다.하지만 어찌ㅠ됐건 기분이 아주 나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녀는 차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분풀이로 힘껏 걷어차 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귓가에서 조보희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미쳤어? 저거 그분 차잖아! 차에 흠집이라도 냈다가 어떻게 배상하려고 그래?”조보희는 립스틱을 차에 놓고 와서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온 것이었다.마침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롤스로이스를 발로 걷어차려는 강유리를 목격했다.“나 돈 많아. 이까짓 거도 배상 못할 것 같아?”강유리는 잔뜩 화가 나서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조보희가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그런데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강유리는 그 차를 힘껏 노려보았다. 조보희는 한참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모자와 선글라스를 꺼내 그녀에게 주며 말했다.“차고 싶으면 차. 내가 망보고 있을게!”강유리가 한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아니고 곳곳에 CCTV와 블랙박스가 있는데 들키지 않을 리가!하지만 굳이 사고 쳐서 비싼 돈 물어줄 필요는 없었다.“면허증 있지?”조보희가 기죽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10
옆에서 육경민이 발끈하며 눈을 부릅떴다.‘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여기서 내가 왜 나와!’그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육시준에게 말했다.“곧 시작인데 다들 안 나가세요? 형, 형수님은 아직이야?”물론 갑자기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한 소심한 복수였다.가만히 있던 육경서가 이죽거리며 말했다.“그래서 넌 파트너 정했어? 오늘은 누구 데려올 거야? 설마 애인들이 몰려와서 다투는 일은 없겠지?”“무슨 말을 그렇게 해!”“내가 왜?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네가 하도 밖에서 씨를 뿌리고 다녀서 삼촌이랑 숙모가 얼마나 걱정하시는지 알아?”육경서는 단 몇 마디로 육경민과 그의 가족들의 기를 확 눌렀다.할아버지한테는 찍소리 못하지만 그렇다고 친척들까지 날뛰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그들이 아웅다웅하는 사이, 육시준의 경호원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와서 그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남자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하니 파티에서 내 이름 좀 빼줘.”말을 마친 그는 휑하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사람들은 궁금한 얼굴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육시준이 이렇게 긴장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고 그의 직속 경호원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 생겼기에?육청수 어르신만 똥 씹은 표정으로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무례한 자식!”그는 지팡이로 땅을 두드려대며 불만을 표했다.“오늘 같은 날에 이 무슨 추태야! 경원이가 이번 파티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데! 이번에 얼굴 드러낸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이렇게 간단히 취소할 문제냐고!”그룹 내에서 육시준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졌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존재감이 적었던 육경원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도 너무 형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겠죠. 어차피 우리 가족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파티도 아니었잖아요.”이번 파티 주최자인 육경원은 인맥을 넓히기 위해 많은 기업인들
현란한 등불이 춤을 춘다. 서울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강남의 한 클럽, 소안영의 아지트였다.룸에 도착한 강유리는 말없이 술만 들이켰다. 지난번 임천강이 바람을 피웠다 들켰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그녀는 조보희에게 시선을 돌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쟤 왜 저래?”조보희도 작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실연당한 것 같은데?”“결혼까지 했는데 실연은 무슨.”“남편이 바람난 게 아닐까?”소안영은 재빨리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물론 꽤 신빙성 있는 추측이기는 하지만 강유리가 있는 자리에서 얘기할 문제는 아니었다.지난번에 남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한 강유리는 하루아침에 초고속으로 결혼했다.이번에 만약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또 무슨 이상행동을 보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들이 걱정에 잠겨 있을 때, 강유리가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 내 남편이 억만장자래.”소안영이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 그래? 그건 몰랐네.”그녀는 친구가 술 취했다고 생각하고 조보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조보희가 굉장히 흥분한 얼굴로 다급히 말했다.“드디어 인정한 거야? 역시, 내 눈은 못 속여! 그런데 아까 왜 남편 차를 발로 차려고 했어?”“차를 발로 차? 저 깍쟁이가? 수리비 엄청 나올 텐데!”소안영이 끼어들었다.“게다가 그것도 억만장자가 타고 다니는 롤스로이스였어.”소안영이 놀라며 물었다.“그 새로 나온 한정판?”조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강유리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너희는 다 알고 있었어?”소안영과 조보희가 입을 다물었다.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그녀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걸까?“너희는 내가 아주 속물이라 돈만 보면 막 흥분하는 사람 같지?”강유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애잔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두 친구는 아무 대답도 줄 수 없었다.무슨 그런 당연한 말씀을!소안영은 친구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지난번에 임천강이 바람을 피웠을 때랑은 반응이 조금 달랐다.그때 강
“그 인간이 먼저 나 좋다고 그랬단 말이야…”강유리는 다시 그날을 떠올렸다.그러고 보니 고백은 장경호가 먼저 했고 꽃도 장경호가 선물한 것이었다. 그때 그녀는 당연히 육시준이 시켜서 그랬다고 생각했다.오늘 그 차를 보고 든 생각은 그들의 첫 만남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좋아한다는 색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게 빈틈이 없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는 한 번도 제 입으로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었다.“넌 그 사람 좋아해?”소안영이 물었다.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발끈했다.“그럴 리 없잖아!”소안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럼 아무 문제 없잖아. 너희 둘 다 비슷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어. 계약 부부는 서로의 이익만 챙기면 되는 거야.”강유리는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과거의 그녀도 그런 마음이었다.그런데 점점 무언가 변화하고 있는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강유리는 굳은 표정으로 다시 술을 들이켜고 말했다.“가게에 새로 온 괜찮은 남자 직원 있어?”옆에서 듣고 있던 조보희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말했다.“그… 그건 좀… 난 아직 모솔이라고. 복근만 멀리서 구경해도 되지 않아?”소안영은 한심하다는 듯이 둘을 쳐다보았다.그녀가 가은 강유리는 말만 세게 했지 속은 순진한 친구였다. 소안영은 직원들을 호출해서 선수 열 명을 룸으로 들여보냈다.조보희는 쑥스럽게 소안영의 등 뒤에 숨어서 눈을 반짝이며 그들의 얼굴을 감상했다.그러던 그녀의 미소가 점점 기괴하게 변했다.“솔직히 나 선수하는 애들 역겹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생긴 사람들인 줄은 몰랐어.”마치 아이돌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이게 부자 사모님의 즐거움이란 걸까?“당연하지. 얘네가 우리 가게 매출을 거의 올려준다고 봐도…”“어째 다들 이렇게 비실비실해? 좀 남자다운 애는 없어?”강유리가 싸늘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소안영은 친구를 힘껏 흘겨보며 물었다.“그래서 원하는 스타일이 뭐야?”강유리가 선수들을 둘려보며 말했다
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멍하니 서 있는 선수들을 훑었다.소안영은 놀라서 뒤로 뒷걸음질 쳤다.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집사람?설마 이 사람이 강유리 남편이자 LK의 수장이라고?사실 친구 걱정보다 이 가게가 더 걱정이었다.눈치 빠른 조보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해명했다.“유리는 아무도 지목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얘들이 남편보다 못하다고 핀잔을 줬죠.”소안영도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리고 선수 부르자고 한 건 유리가 아니라 우리예요.”육시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요? 임 비서, 피어싱에서 가장 괜찮은 선수 애들 물색해서 조보희 씨랑 소안영 씨 집에 보내. 이건 내 마음이에요.”소안영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피어싱은 LK 그룹 산하의 유흥업소였다. 그녀가 운영하는 클럽에 비해 규모가 상당했으며 선수를 뽑는 기준도 굉장히 엄격했다.솔직히 피어싱의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서 데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꾼 적도 있었다.하지만 집에 보내라니!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임강준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은 강유리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처참히 부서졌다.이미 취기가 오른 강유리가 육시준의 셔츠 단추를 벗기고 있었다. 단추가 손에 잘 안 잡히자 그녀는 짜증스럽게 셔츠를 잡아당기고 손을 허리춤으로 집어넣었다.조금 전까지 우아한 기품을 자랑하던 육시준 대표는 순식간에 흐트러진 모습이 되었다.두 사람은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육시준이 그녀를 번쩍 들더니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숨 막히게 하는 존재가 사라지자 두 사람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소안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아니지! 저 사람이 강유리 남편이라는 증거도 없잖아?”조보희가 말했다.“그렇지. 우리 아까 너무 쫄보 같은 모습만 보인 거 아니야?”이때, 클럽 매니저가 급급히 안으로 들어왔다.“사장님, LK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소안영은 할 말을 잃었다.육시준이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