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리, 육시준 모두 생각과 다른 말을 뱉자니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고 두 사람의 대화는 어색하게 끝나버렸다.“크흠, 그건 그렇고... DH 쪽에 cctv 영상 보냈다면서? 고마워. 그리고 성신영 앞에서 내 편 들어준 것도 고맙고.”“미안. 내가 더 빨리 제대로 처리했어야 하는 건데.”“그게 왜 당신 탓이야. 그쪽에서 이렇게까지 나올 줄 알았나?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게!”이미 계획을 다 세워둔 강유리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육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이번 사건은 온전히 DH 직원의 건방짐으로 인해 벌어진 일. 하지만 대헌그룹 김대헌 회장의 체면을 봐서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게 좋겠다 싶어 강유리의 명의로 영상을 보낸 것이었다.이쪽의 성의를 고맙게 여겨 대헌 쪽에서 깔끔하게 사과를 하고 강유리의 마음이 풀린다면 더 이상 따지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면...‘지금까지 친분을 뒤엎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따지고 들어야겠지.’강유리가 육시준의 무릎 위에 앉은 채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분위기는 점점 더 애매해졌다.따뜻한 분위기의 조명이 육시준의 조각 같은 이목구비 라인을 더 반짝이게 만드는데다 서로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 강유리의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큼, 새삼스럽지만 참... 잘생겼단 말이야.’강유리가 조심스럽게 그를 훑어보던 그때, 책상 위에 놓인 물컵을 바라보던 육시준이 피식 웃었다.“이젠 믹스커피 타주는 것도 귀찮나 보지? 겨우 깡 생수?”애매한 분위기가 담긴 목소리에 강유리의 가슴은 더 빠르게 콩닥이기 시작했다.“그... 그건 내가 마시려고 가지고 온 건데?”“하, 그러니까 날 위해서 물 한 잔도 안 따라오셨다?”“큼...”‘현모양처 노릇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 평생 이어가지 못할 바에야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서로에게 낫지 않겠어?’“내 모든게 다 당신 건데 뭘 그렇게 따져...”강유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물컵을 건넸다.“모든게 다 내 거라고?”의미심장한 목소리. 이 남
다음 날.오랜만에 늦잠을 깨운 건 전화벨 소리였다.부스스 눈을 뜬 강유리가 대충 수락키를 누르고 수화기 저편에서는 상담원 특유의 친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강유리 씨, 안녕하세요. DH패션 본부 담당직원입니다. 저희 측 실수 때문에 불쾌함을 느끼셨다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의 의미로 저희 사측에서 VIP 회원카드 혜택에 대해 설명해 드리려 하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아직 잠이 덜 깬 강유리가 웅얼댔다.“회원카드요?”“네.”그리고 저쪽에서는 강유리가 이 제안에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했는지 시키지도 않은 소개 멘트를 이어가고...강유리의 표정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이게 DH가 제안하는 최종 솔루션인가요?”따발총처럼 쏟아내는 말에 머리가 지끈거릴 무렵, 강유리가 문득 물었다.아직 잠이 덜 깬터라 목소리에 힘이 축 빠져서인지 직원은 더 강한 태도로 나갔다.“네. 저희 측에서 해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입니다.”‘이것들이 아침부터 짜증 나게...’눈을 질끈 감은 강유리가 화를 꾹꾹 누른다.“그러니까 공식적인 사과는 못 하시겠다?”“죄송합니다. 저희 측 실수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보상은 이 정도로 밖에 못 해드릴 것 같습니다.”“제가 공개 사과를 원한다면요?”“...”저쪽에서도 당황한 듯 한참을 침묵하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강유리 고객님, 저희 DH 패션의 직원들은 전부 전문적인 교육을 거치고 현장에 투입됩니다. 몇 분뿐인 영상만으로 100% 저희 측 잘못이라 확신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강유리 고객님이야말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저희 DH패션을 비하하신 탓에 지금 저희 측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도 되는 상황이라 이 말씀입니다.”친절하지만 강경한 게다가 은근한 협박까지 담겨있는 말투였다.“하, 제 말은 패션쇼장에 있는 사람들만 들었고 CCTV 영상도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귀사 측에만 전송했습니다. 그런데 손실이라뇨? 정말 손실을 입는 게 뭔지 보여드릴까요?”이 마지막으로 강유리는 바로 전화를
전화를 끊은 강유리는 지금까지 낯선 번호로만 떠있던 조보희의 번호를 “찡찡이”라고 저장해 주었다.그래도 조보희와 통화를 하고 나니 DH 측의 무례한 태도 때문에 언짢아진 기분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기분이었다.어쩌면 육시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조보희처럼 눈치가 무딘 사람에게는 돌직구를 날리는 게 더 좋을지도. 게다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조보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니 굳이 나쁘게 지낼 이유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약 20분 뒤,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레드 스포츠카가 JL빌라에 들어섰다.그리고 차에서 내린 조보희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보물 보자에 여자 희, 보물처럼 귀한 여자아이라는 이름답게 조보희는 평생 호의호식하면서 살아왔지만 별장이라 해도 될만큼 화려한 저택 앞에서 서니 지금까지 자신이 누려왔던 부가 하찮게 느껴질 정도였다.게다가 커다란 정원을 채운 고가의 식물들, 곳곳에 고급스러운 취향이 묻어나는 우아한 인테리어까지...별천지가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어 한참을 둘러보고 있던 그때, 홈웨어 차림의 강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야, 강유리! 너희 남편 설마... LK그룹 대표야?”“그런 거 아니야...”“이 펜트하우스, LK그룹 대표 소유잖아.”“그게...”강유리는 최대한 간결한 말로 어떻게 이 집을 사게 되었는지 설명했지만 조보희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조보희가 또 한 마디 덧붙이려 했지만 강유리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이번 일 이대로 넘어가도 괜찮겠어? 복수든 반격이든 뭐든 하고 싶지 않아? DH가 너한테 공개적으로 사과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하지만 조보희는 핸드백을 소파에 휙 던져버리곤 입을 삐죽 내밀었다.“에이전시 쪽에서는 나더러 좀 쉬래. 너, 나 가지고 또 무슨 장난질 칠 거면 관두는 게 좋을 거야.”‘도대체 집까지 왜 부른 거야. 자기가 얼마나 잘 사나 자랑하려고? 참나, 앞으로 거지라고 놀리진 못하겠네.’이때 아주머니가 다가왔다.“사모님, 아침 준비 다 됐습니다.”좀 더
“거짓말!”조보희가 고개를 홱 돌렸다.“네가 아무 꿍꿍이도 없이 날 도울 리가 없잖아! 날 집까지 불러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 분명 뭔가 있어.”예전이었다면 순진하게 옳다구나 싶어 강유리를 전적으로 믿었겠지만 몇 번이나 당하고 나니 조보희가 아무리 단순하다 해도 의심부터 들 수밖에 없었다.그녀를 향한 의심 가득한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유리 역시 어깨를 으쓱했다.“믿든지 말든지.”하지만 그녀의 태도에 조보희는 더 기가 막혔다.‘하, 이제 나 같은 거 속이는 데는 거짓말도 필요없다는 거야?’눈이 터져라 강유리를 노려보았지만 상대가 가만히 있으니 조보희 기세도 한풀 꺾이고...한참을 꾸물거리던 그녀가 문득 물었다.“그런데... 왜 날 도와주는 거야? 성신영 그 계집애 대신 나한테 복수해야 하는 거 아니야?”“내가 왜?”“학교 다닐 때... 너 맨날 그랬잖아! 동생 괴롭힌다고 나한테 맨날 뭐라고 했으면서!”“...”조보희의 말에 쉴새 없이 움직이던 강유리의 젓가락이 멈칫했다.처음 집에 왔을 때의 성신영은 결코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워낙 조용하고 낯을 가려 파티에서도 한창 구석에만 박혀있는 것이 일상이었고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성신영이 죽을만큼 싫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한테까지 괴롭힘을 받는 걸 두고 볼 순 없었다.‘이복동생이라도... 내 동생은 나만 괴롭힐 수 있어.’그래서 사람들이 성신영에게 비아냥거릴 때마다 항상 앞에 나섰던 강유리였다.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면 막역한 친자매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원만하게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이 맞는 말이었나 보다.3년 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스캔들, 강유리가 하마터면 구속까지 될 뻔했던 사건은 완벽한 성신영의 함정이었다.비록 인생에 빨간줄 긋는 것은 막았지만 좁다면 좁은 이 바닥에서 강유리는 어느새 오만방자하고 방탕한 내놓은 자식이 되어있었고 성신영은 착하고 사랑스러운 딸 아이가 되어있
말로는 꿍얼대면서도 뭔가 아쉬운 듯 조보희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뭔데. 뭐 또 할 말 있어?”하지만 다른 뭔가에 정신이 팔린 조보희는 그녀의 짜증 섞인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듯했다.‘저건... 데이오 신상이잖아. 전 세계에 10벌밖에 없다는 드레스... 내가 구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매진이던데... 여기에 있을 줄이야.’“저 원피스 나한테 잘 어울릴 거 같은데?”“...”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던 강유리의 시야에 핑크색 원피스가 들어왔다.‘하, 핑키한 게 조보희 스타일에 어울리긴 하네.’“에휴, 챙겨서 가.”“오케이.”강유리의 마음이 바뀔까 걱정됐던 건지 후다닥 원피스를 챙긴 조보희가 타다닥 옷방을 나섰다.물론... 잠시 후 피팅을 해보고 나선 사이즈가 안 맞는 걸 발견하고 절망감에 잠겼지만 말이다.‘허, 저 계집애 왜 이렇게 말랐어. 짜증 나. 오늘부터 폭풍 다이어트다.’그 뒤로도 조보희는 강유리의 옷방에서 한참을 기웃댔고 이왕 부른 김에 빈 손으로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아 액세서리와 가방까지 골라주었다.자기 마음에 꼭 드는 러블리 스타일로 코디를 마친 조보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다 흰색 하이힐로 눈길을 돌렸다.“이 구두는...”“야, 네가 무슨 신데렐라 언니니? 우리 두 사람 사이즈 안 맞잖아. 억지로 구겨넣지 말고 그냥 포기해.”‘쳇, 한 치수 정도는 괜찮은데... 됐다. 이 정도 후려갔으면 만족해야지 뭐.’그러면서도 옷방을 쭉 둘러보던 조보희가 벽 위에 달린 버튼을 꾹 눌렀다.스르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나타나고 깜짝 놀란 조보희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다시 앞으로 다가갔다.“하, 엘리베이터를 뭐 이렇게 숨겨뒀대? 누가 보면 지하실이라도 있는 줄 알겠어?”‘그러게... 나도 몰랐어...’“그런데 왜 옷방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거야? 어디로 통하는 건데?”조보희가 손가락으로 앞쪽을 콕콕 찔렀다.“남편 서재로 통하는 것 같은데. 그냥 가만히 있어.”“참나, 안 들어가! 그럼 지하는? 아, LK그룹
하지만 아주머니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으니...그녀가 모시는 사모님은 결코 순진하고 친절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괜찮아요. 그 동안 제가 했던 짓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죠 뭐.”“보상이요?”“네.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어렸을 때 쟤를 좀 괴롭혔던 것 같아요, 제가.”‘아, 그런 거였나?’그리고 그녀도 모르는 사이 옷방에 생긴 엘리베이터 버튼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할 새도 없이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하석훈에게서 걸려온 전화.역시 라이벌 브랜드답게 데이오 쪽에서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전화를 끊고 보니 그녀가 데이오 쪽에 보냈던 CCTV 영상이 어느새 SNS에서 일파만파 퍼지고 있었다.“정말 DH 직원이라고? 표정 왜 저러냐?”“조작 아니야?”“데이오 측에서 유출한 건데 조작은 아닐 듯. 조작이면 바로 소송감이잖아.”“그런데 어느 재벌집 사모님이지? 도대체 한 번에 옷을 몇 벌 사는 거야...”한편 LK그룹.역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시준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LK 소유 모든 백화점에 오늘 부로 DH 브랜드는 전부 철수시키라고 해.”“김 회장님과 친분도 있으신데 이렇게 바로 결정을 내리시는 건 좀 이르지 않을까요?”임강준이 의아한 듯 물었다.“그 알량한 친분마저 없었으면 진작 이렇게 했을 거야.”“알겠습니다.”한편, LK그룹의 공식 성명은 어떻게든 발버둥치려던 DH에게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DH본부 회의실.김 회장의 손자, 김찬욱 대표가 기획안을 던져버렸다.“영상, 어제 우리 측에 먼저 보냈다면서. 하루 종일 연구한 솔루션이 겨우 이겁니까?”“저희도 그쪽에서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LK 쪽에서 뭐가 모자라서 VIP 카드 한 장에 넘어갑니까? 다들 정신 안 차려요!”김찬욱의 불호령에 다들 고개를 푹 숙였다.‘LK그룹 쪽 사람인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했죠...’두 눈을 질끈 감은 김찬욱이 물었다.“사고 친 직원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안하린 씨는 대표님 사촌누
순간, 잠시나마 요행을 바랐던 안하린의 기대감이 와장창 부숴졌다.한편, JL빌라 성신영의 집.반복하여 CCTV 영상을 확인하는 성신영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 비록 클라이언트의 얼굴에는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지만 그녀가 강유리의 그림자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설마 형부 말이 사실이었던 거야? 이 옷들... 정말 강유리가 버린 거라고? 하, 그리고... 저긴 우리 빌라 펜트하우스잖아. 저긴 LK그룹 대표 소유 아니었어? 강유리가 왜 저기 있는 건데! 설마... 남편이 LK그룹 쪽 사람인 건가?’성신영이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강유리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아는데 LK그룹 오너가에서 강유리를 며느리로 들일 리가 없잖아!”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에 그녀는 바로 임천강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하지만 무심만 연결음만 울릴 뿐, 받는 이는 없었다.한편, 스타인 엔터도 비상상황에 접어들었다. 표절논란을 겨우 누른 게 며칠 전인데 이번엔 유명 작가 추예진이 직접 가 을 표절했으며 본인은 각색에 참여할 것이라고 SNS에 발표했기 때문이었다.이에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다.“전에도 표절논란 있지 않았나?”“유강엔터... 듣보잡이네. 그래서 당했나 보다.”“역시 갓예진님! 작가로서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원작을 존중하는 모습, 멋지십니다!”“듣보잡이라니. 유강엔터는 강유리가 운영하는 회사잖아.”“강유리도 불쌍하다. 자기가 업어키운 남자한테 배신당한 거잖아.”“누가 누굴 업어키워. 임천강은 강유리한테 딱히 마음도 없는 모양이더구만.”“애초에 도 임천강, 강유리 두 사람이 서로 자기가 제작하겠네 난리를 피우지 않았나? 뭐, 인과응보 이런 건가?”댓글을 확인하던 임천강의 얼굴이 빠각 일그러졌다.‘강유리...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괜히 심쿵해 제작에 참여하고 싶은 척 날 속여서 더 큰 자본을 들이게 만들고... 이제
“이번에는 빨리 움직이셨네요.”저번에 신주리를 스카우트했을 때도 제대로 된 마중 인사도 없어 구멍가게 엔터회사는 이래서 안 된다고 말했던 게 바로 며칠 전 일이었으니 강유리가 이런 반응을 보일만도 했다.“아... 사실 저 항상 빠른 사람이었습니다. 전에는 이 능력을 발휘할 곳이 없었을 뿐이죠.”‘가식적인 인간.’아부 가득한 미소를 짓는 여한영을 무시한 강유리가 사무실로 들어오고 하석훈이 그 뒤를 따랐다.“LK그룹 소유의 모든 백화점에서 DH 패션 브랜드 제품 전부 철수시켰답니다.”“LK그룹에서요?”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단순히 DH와 선을 그으려는 건 아닌 것 같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사무실 의자를 빙빙 돌리며 잠깐 고민하던 강유리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저희는 이만 이 일에서 손 떼죠.”표절논란에 DH 갑질까지. 강유리를 비롯한 유강엔터는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 여기에 LK그룹 유명세에 한발 더 얹는다면 분명 더 큰 화제를 끌 수 있을 것이다.뭐 강유리야 마다할 게 없는 일이었지만 육시준에게 민폐가 될까 봐 걱정이 앞서서였다.한편, 사무실까지 따라 들어왔던 여 본부장이 눈을 반짝였다.“잠깐만요. LK요? 이번 일에 LK도 연관이 있는 겁니다.”“아니요.”강유리와 하석훈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니 여 본부장은 왠지 소외감이 드는 기분이었다.하석훈이 나간 뒤에도 사무실을 서성이던 여 본부장이 씨익 웃어보였다.“유리야...”“왜요. 또 무슨 말을 하시려고 이렇게 징그럽게 구실까?”순간, 육시준도, 추예진도 왜 애교를 부리는 그녀를 그런 경악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스타인 엔터도 이번 일로 출혈이 클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거기 있는 네 사람들 전부 끌어오는 게 어때? 또 누구, 누구 있어? 미리 준비는 해둬야 할 거 아니야.”정말 기록이라도 하려는 건지 여 본부장은 태블릿까지 들었지만 강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없는데요? 주린이랑 추예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