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연두색 원피스를 입고, 굵은 웨이브 머리를 한 여자가 이 곳을 향해 걸어왔다.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고 있는 그녀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도도하게 성신영과 기자들을 지나쳤다.한편, 성신영은 계속해서 인터뷰를 이어 나갔다.“그래서 저는 오늘 언니를 위해 DH의 모든 한정 신상품들을 준비했어요. 과거 스타인 엔터 일에 대한 보답이랄까요. 언니가 기뻐할 걸 생각하니, 참 기쁘네요. 마지막으로 언니와 저를 향한 성원에 항상 너무 감사드려요.”성신영의 말에 현장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주변에 있던 조보희도 성신영의 폭탄발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공개적인 장소에서 강유리를 도발하다니…성신영의 뻔뻔함에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주위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사람들은 하나 둘씩 성신영과 강유리의 관계에 대해 수근거리기 시작하였다.“지금 공개적으로 강유리를 저격한 거야?”“강유리 뿐만 아니라 스타인 엔터도 저격했어.”“참 독한 여자야…”“지금 삼각관계 사건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성신영의 인터뷰는 순식간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이어서 진행할 강유리의 인터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인터뷰 담당자는 서둘러 강유리에게 마이크를 건네려 하였다.사람들은 모두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강유리의 인터뷰를 구경하였다.강유리는 얼떨결에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오늘 단지 추예진을 캐스팅하기 위해 이 곳을 들렸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녀에게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는 그녀를 매우 당황케 만들었다.“안녕하세요, 유리 씨. DH 브랜드에 대해 애정이 깊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요? 이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안녕하세요. 강유리입니다. 지난달에 막 귀국하자 마자 전 여벌 옷을 구매하기 위해 DH 브랜드를 방문했어요. 하지만, 당시 저는 DH의 서비스에 큰 충격을 받았었죠. 사실 확인을 위해 CCTV 영상을 브랜드 본부에게 보내겠습니다.
무대 아래에서 성신영은 분노 섞인 표정으로 강유리를 노려보았다.두 자매로 인해 현장 분위기는 이미 숨이 멎을 정도로 어색해졌고, 담당자는 서둘러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인터뷰를 이어 나갔다……강유리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무대 아래에 있는 연예인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이때, 그녀는 추예진의 자리가 비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서둘러 하석훈에게 물었다.“예진 씨는 어디간거지?”하석훈은 사실 강유리와 성신영 자매에 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계속해서 추예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방금 전 두 분의 인터뷰가 끝나자 마자 바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럼 빨리 따라가야죠! 어서 따라와요.”강유리는 하석훈의 말을 듣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추예진을 쫓아갔다.......임강준은 현장 일을 간단히 처리한 뒤, 인터뷰장에 있었던 일들을 전해 들었다. 그는 서둘러 육시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있었던 상황을 보고하였다.또한, 강유리가 입장할 때 일어난 사건은 그를 매우 긴장케 만들었다.그러나 다행히 육시준은 이 일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지난번 DH 브랜드 일은 아직 처리하지 않은건가?”임강준이 대답하였다. “브랜드에게 충분히 경고를 하였고, 브랜드 측은 곧바로 사모님께 사과를 한 뒤, 옷을 선물로 줬다고 들었습니다.”임강준의 말을 들은 육시준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가 아는 강유리는 복수심이 매우 강하지만, 한번 끝난 일을 다시 들출 사람이 아니다.그렇기에 그는 오늘 강유리의 인터뷰 내용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곧바로 임강준과의 전화를 끊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한편, 강유리는 인터뷰장에서 나와 주차장에서 추예진을 만날 수 있었다.그녀는 급히 추예진을 향해 소리쳤다. “예진 씨, 잠시만요!”추예진은 고개를 돌려 강유리를 바라보았다. “강 사장님?”추예진은 곧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관리를 잘한 탓에 얼굴에 주름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나이를 모르는 사람은
“축하드립니다.”차가운 목소리에 강유리가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당신을 저희 쪽으로 스카우트하고 싶은데요.”하지만 추예진은 어딘가 비웃음이 섞여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스타인 엔터 소속입니다. 전체 각본을 맡을 정도로 나름 잘 나가고 있고요. 그런데 제가 왜... 삼류 각본 작업을 맡아야 하는 거죠?”“가 을 표절했다는 소문은 들으셨죠?”“네. 원작 표절에 대해선 제가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리고 설령 촬영이 중단된다 해도 웹드라마 각본 작업에 참여할 생각은 없습니다.”“...”너무나도 단호한 말에 강유리는 힘이 쫙 풀리는 기분이었다.이제 조금만 더 가면 스타인 본사 건물에 도착하게 된다. 이대로 추예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강유리는 이를 악물었다.‘그래. 쪽 팔린 김에 끝까지 가보지 뭐.’날카로운 말에 상처받은 마음을 겨우 다스린 강유리가 추예진의 팔목을 꼭 끌어안았다.“이모~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더 고민해 봐. 응?”갑작스러운 태도 전환에 당황한 추예진의 차량은 큰 S자를 그리며 흔들거리다 겨우 다시 중심을 잡았다.하지만 그때 마침 신호등이 바뀌고 추예진은 다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관성에 의해 하마터면 핸들에 머리까지 박을 뻔하자 추예진의 차가운 얼굴에 드디어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강유리!”“이제 강유리 대표가 아니라 강유리로 봐주는 거야?”“하.”자기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여전히 뻔뻔한 강유리의 모습에 추예진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그녀는 어색하게 팔을 돌리며 어떻게든 강유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했지만... 강유리는 그녀의 팔을 더 꼭 끌어안았다.“이모! 한 번만... 한 번만 고민 좀 해줘. 나 이렇게 당하곤 억울해서 못 살아.”그녀의 말에 강유리에게 잡힌 팔이 살짝 움찔거렸다.강유리와 추예진. 비록 모녀처럼 친한 사이였으나 강유리는 본체 성격이 차가워 그녀 앞에서 아양은커녕 살
이에 강유리의 표정은 오히려 더 밝아졌다.“뭐야? 지금 질투하는 거야?”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고개를 홱 돌린 모습, 육시준이 삐질 때와 비슷한 얼굴이었으니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하, 질투? 내가 왜?”비록 추예진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평소의 시니컬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목소리는 훨씬 누그러진 지 오래였다.역시, 가끔은 세게 나가는 것보다 유한 방법이 더 잘 먹힐 때도 있구나를 되뇌이며 강유리는 해명을 이어갔다.“나도 스타인에 있는 내 사람들 다 데리고 오고 싶지. 하지만 나한테도 시간이라는 게 필요해. 신주리는... 마음의 문이 촬영을 앞두고 있잖아. 어떻게든 여자 조연 배우 구색은 맞춰야 할 거 아니야.”긴 말을 늘여놓는 강유리의 요지는 단 하나, 적당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였다.이에 추예진이 그녀를 흘겨보았다.“그러니까 지금이 날 너희 회사로 스카우트해 갈 기회라 이 말이야?”“그게 아니라...”강유리가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추예진은 다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사고 터졌을 때는 연락 한 번 없다가. 이제 좀 급해졌나 보지? 내 생각을 다 해주는 걸 보면?”“이모한테 혼날까 봐 그런 거지...”이때 날카로운 클락센 소리가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강유리와 추예진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신호등이 바뀌었던 것이다.차 안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강유리도 거의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애초에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걸 잘하는 타입도 아니고 자기 약한 면까지 드러내며 애교까지 부렸는데 꿈쩍도 하지 않으니 더 이상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힘이 쭉 빠졌다.“시나리오나 보여줘.”차량이 건물 앞에 멈춰서고 추예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갑작스러운 희소식에 강유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정말?”핸들에 손을 얹은 채 뭔가를 생각하던 추예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내가 널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어. 내가 총각본을 맡았다는 기사 아직 안 터졌잖아. 다 널 위해서였다는 거 모르겠니
코를 훌쩍인 강유리가 차가운 얼굴로 추예진의 품에서 벗어났다.“그래? 흠, 그럼 허락한 거다? 비서한테 얘기해서 시나리오 보낼 테니까 잘 읽어봐. 이틀 안에 답 주고.”“...”방금 전까지 온갖 불쌍한 척은 다 할 때는 언제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강유리의 모습에 추예진은 몰래 이를 갈았다.‘내가 이 계집애를 그냥...’그렇게 성공적인 협상을 마치고 추예진은 스타인 엔터 건물로 들어가고 강유리는 하석훈이 그녀를 데리러 오길 기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잠시 후, 그녀 앞에 나타난 건 하석훈이 아닌 익숙한 레드 마샬라티였다.차에서 내린 성신영이 득달같이 달려왔다.“강유리! 너 뭐야? 여긴 왜 또 온 건데. 또 천강 오빠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이게 미쳤나. 미친개가 따로 없네.’ “미쳤어? 이쪽 거리가 다 임천강 거야?”같잖다는 표정으로 눈을 흘기는 강유리의 모습에 성신영은 잔뜩 경계의 날을 세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패션쇼장에서 있었던 악몽이 다시 떠오르며 성신영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강유리, 넌 뭐가 그렇게 잘 났는데.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는 듯한 그 눈빛 정말 마음에 안 들어. 그래놓고 내가 원하는 건 다 빼앗아가버리잖아.”강유리를 한참 동안 죽어라 노려보던 성신영이 피식 웃더니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그 드라마 때문에 온 거지? 네가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린 이 드라마 끝까지 진행할 거야. 정 못 참겠으면 소송이라도 걸어보든지. 뭐, 그럴 여력이 있을진 모르겠지만.”말을 하면 할 수록 성신영은 점점 의기양양해져갔다.“유강엔터... 투자자들도 다 발 빼고 있다면서? 회사가 간당간당하니까 우리 드라마 걸고 넘어지겠다는 거지? 죽을 날만 받아둔 영감 하나 무서워서 우리가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어?”강유리의 약점만을 콕콕 찌르는 날카로운 말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의연했다.귀국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면 화를 내고 슬퍼했을지도 모르겠다. 성홍주의 편애, 임천강의
하지만 성신영이 히스테리를 부리든 말든 강유리는 단호하게 돌아섰다.“거기 서!”비록 꼴 사납게 넘어지긴 했지만 육체적인 충격 덕분에 성신영 역시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아니야. 아까 인터뷰 분위기가 안 좋긴 했지만... 유강엔터와 뭘 하겠다는 말은 없었어. 어디서 허세야...’“강유리, 네가 뱉은 말 다 책임질 자신있어? DH를 끌어들이겠다고? 누구 마음대로? 그쪽에서 그렇게 해준대?”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아하게 일어선 성신영이 옆에 서 있는 육시준을 훑어보았다.“형부, 다른 건 몰라도 얼굴 하나는 참 괜찮단 말이야. 언니가 좋아할만 해. 그런데... 형부가 3년 전 일을 알아도 그렇게 네 편을 들어줄까?”성유리의 말에 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눈썹을 치켜세웠다.“형부, 엔터 사업이라곤 전에 손도 안 대본 언니가 이쪽으로 왜 그렇게 인맥이 많은지 궁금하지 않아요? 아, 3년 전에... 남자 때문에 철창살이까지 할 뻔했던 건 아세요? 그래서 3년 동안 도피유학 떠났던 거잖아요.”“성신영!”3년 전 일을 언급하니 강유리도 표정이 어두워졌다.“아, 형부 아직 모르셨구나. 아, 나도 참 입이 방정이라니까.”가식적인 미소를 지운 성신영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경고했다.“강유리, 내 사진... 유출하기만 해봐. 나 혼자는 안 죽어. 내가 자폭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때 그 일 다 까밝힐 거니까 각오해.”노골적인 협박에 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육시준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 시선 따위 이제 신경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당연하게도 육시준의 눈치를 살피는 자신의 모습에 강유리 본인도 놀라웠다.한편, 시종 차가운 표정으로 가만히 있던 육시준이 뜬금없이 한 마디 내뱉었다.“그 드레스... 눈에 익네요.”드레스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성신영이 피식 웃었다.“이거 DH 시즌 신상인데요.”“저번 달에 JH 빌라로 이사오고 나서 드레스룸 전체를DH 브랜드로 꾸미셨죠?”“네.”“제 기억이 맞다면 그날 브랜드 측에 연락하고 나서 관계자가 30분도 안 돼
‘하여간 말이 안 통해요.’강유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육시준에게 또 물었다.“그런데 당신이 여긴 무슨 일이야? 뭐 근처에 볼일이라도 있었나 봐?”“너 데리러 온 거야.”하지만 다음 순간, 옆통수가 따뜻해질 정도로 느껴지는 은근한 시선에 육시준은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아이쿠, 가뜩이나 자뻑모드신데 이런 말까지 하면 더 난리나겠네.’역시나 그의 말에 강유리의 미소는 더 밝아졌다.어젯밤 흘러가듯 했던 말을 기억하다니.강유리가 육시준의 손을 덥석 잡고 그는 어색하게 손길을 피해 핸들을 잡았지만 강유리는 포기란 없다는 듯 그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만 좀 해. 운전 중이잖아.”“쳇, 저번에는 운전 중에도 잡게 내버려뒀으면서?”어떻게든 오른손을 끌어낸 강유리는 손깍지까지 끼곤 어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아까... 성신영이 한 말들...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내 말 믿어줄 수 있어?”“믿어.”“...”너무나도 확고한 말투에 오히려 강유리는 당황스러웠다.“왜? 아니, 이렇게 쉽게 믿는다고?”‘전 남친한테 그렇게나 질투심을 느끼는 남자가... 이 경우에는 바로 믿는다고? 난 또 한동안 힘들게 설득해야 하는 건가 걱정했더니...’“첫날밤 긴장한 꼴을 보면... 딱히 남자 후리고 다닌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서.”담담하지만 어딘가 모를 장난기가 담겨있는 육시준의 목소리에 얼굴이 확 달아오른 강유리는 잡고 있던 깍지를 후다닥 풀었다.“그럼 당신은? 여자 몇 명이나 만나봤는데?”이에 이번엔 육시준이 다시 그녀의 손을 지긋이 잡았다.“뭘 꼭 여러 명 만나 봐야 하나? 요즘엔 여러 가지 자료들도 있고...”“하!”‘여러 가지 자료?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프로젝트 시장 조사라도 하는 줄 알겠어? 저렇게 점잖은 목소리로... 못 하는 말이 없어...’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지만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그녀의 마음도 점점 안정이 되어갔다.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기사를 확인해 보니 조보희의
조보희가 온갖 악을 쓰던 그때, 라이브 채널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녀에 관해 이런 저런 나쁜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녀는 모기 같은 목소리로 위로를 건네며 라이브 방송은 잠깐 쉬는 게 어떠냐며 제안하고 했다.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한 조보희는 수락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저쪽 말을 듣지도 않고 다짜고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알겠어! 당분간 라방 안 하면 될 거 아니야! 너까지 짜증 나게 이럴 거야!”“...”이에 한동안 정적이 일고 한참 뒤에야 매니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게요, 언니... 대표님이 물으셔서요. 정말 강유리 대표님과 사이가 안 좋으신 건가요?”저번, 조보희가 병원에서 켠 라방이 반응이 좋아 매니저는 강유리와 브이로그식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게 어떠냐며 제안했었지만 강유리와 안 친하다고 단칼에 거절했었다.그래서 그쪽에 관한 얘기는 끝난 건 줄 알았는데 또 왜...“언니?”“사이 안 좋아! 내가 걔랑 같은 화면에 나올 일은 없으니까 대표 그 자식한테 꿈 깨라고 전해!”조보희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근데... 방금 전에 강유리 대표가 SNS에 언니를 두둔하는 글을 올렸는데... 진짜 사이 안 좋으신 거 맞아요?”대중의 조롱을 받는 사람의 편을 든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 막역한 사이에서도 망설여질만한데 강유리가...?“지금 SNS 확인 좀 해보세요.”조보희가 귀를 의심하며 휴대폰을 켜고 역시나 강유리의 포스팅을 공유한 링크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결과물이 어떠하든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정성이 담긴 작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아니란 이유로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건 멈춰주세요. 그리고 제가 볼 땐 나름 귀엽던데요.”사람들은 강유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며 그녀의 편을 들어댔지만 조보희는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걔도 분명 날 비웃고 있을 텐데 왜? 도대체 왜...?’하지만 의아함보다 왠지 모르는 흥분감이 그녀의 심장을 콩닥거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