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니 머리 꼭대기로 기어오르려는 거잖아?사실 신주리는 물러터져서가 아니라 배경으로 얻은 것이 영원히 자기 두 손으로 얻은 것보다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여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전에 저와 약속하셨잖아요. 먼저 제 스스로 처리하고 나서 정말 해결이 안 되면 엄마, 아빠한테 구조 요청하겠다고요. 그러면 그때 도와주시기로 하셨잖아요.”“그런데 지금...”“엄마. 제가 알아서 할게요.”신주리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강경했다. 릴리도 신주리를 거들어 한마디 덧붙였다.“주리 언니가 알아서 할 거예요. 엄마.”불만이 잔뜩 하던 한영숙의 표정이 릴리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점차 부드러워지더니 이내 환히 웃어 보였다. 릴리의 무턱대고 절친의 말을 따르던 버릇때문에 입밖으로 말을 뱉고나서야 이상함을 감지했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했다.“제가...”“알았어. 준비하고 내려와서 밥 먹어. 엄마가 주방에 삼계탕 끓이라고 했어. 먹고 오후에는 나와 함께 쇼핑하러 가.”한영숙은 재빨리 말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혹시라도 릴리가 “엄마”라는 말을 회수할까 봐 딸의 스캔들도 관심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신주리를 바라보는 릴리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예비 시어머니가 확실히 열정적이었다. “고마워. 릴리야. 네가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더라면 내가 얼마나 더 잔소리를 들어야 할지 몰라.”신주리는 진심으로 릴리에게 고마워했다. ‘그렇다면야...’“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릴리가 묻자 신주리는 주먹을 움켜주면서 말했다.“실력에 비하면 배경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육경서 그 자식한테 보여줘야겠어.. 그리고 지금 당장 헤어졌다고 공식 입장 발표하고 연애 예능에 출연할 거야.”“언니 진정해. 그렇다고 이렇게 급히 이별할 건...”릴리는 온 힘을 다해 신주리를 다독이며 이해득실을 설명해 줬고 절대 섣부르게 행동하지 못하게 말렸다.신주리도 말뿐이었고 이별 통보를 할 거면 벌써 했지 지금까지 꾸물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선 미나가 사진을 삭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신주리를 탓하는 사람이 없었으나 그녀는 아주 좋지 않은 시점에 열애설을 승인했다. 이런 망할!육경서는 급히 신주리의 번호를 찾아 전화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싸늘한 안내음만 들려왔다.‘혹시 차단했나?’깊게 한숨을 들이쉰 육경서는 바로 매니저에게 연락해 빨리 신주리에게 전화해 실시간 검색을 보라고 알려주라고 말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어이없는 듯 말했다.“내가 그걸 못 봤을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전화 안 했을 것 같아? 형 때문에 나까지 차단됐잖아.”신주리가 육경서와 다투기만 하면 수신 거부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매니저까지 싹 다 막아버렸다.“주리 누나가 글 올린 시간대를 봐서는 오늘 새벽에나 잠이 들었을 것이고 아직 깨지 않았을 것 같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 봐. 누나의 성격대로라면 절대 이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야.”제일 큰 가능성이라면 신주리가 여론을 보고 화가 나 육경서에게 전화해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는 바로 신씨 가문 아가씨의 신분을 보여줄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철천지원수로서 절대 서로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고 어떤 일에서도 절대 지려 하지 않았다. 육경서는 한참 동안 침묵하고 액정을 바라보더니 댓글에 달린 악플이 눈에 거슬렸다.육경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아는 매니저는 위안하며 말했다.“형, 절대 함부로 하면 안 돼. 형이 지금 주리 누나를 대신해 나서면 일이 더 꼬일 수가 있어. 팬들이 주리 누나가 형을 꼬드겨서 대신 해명하게 했다고 하지 않겠어?...”열애설이 터지고 나서 신주리가 줄곧 입장 발표를 하지 않으니 사람들의 눈에는 육경서가 현재 열세에 처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뛰쳐나와 해명하면 도리어 일을 망칠 수 있었다.“꼬드기긴 누굴 꼬드겨?”육경서가 갑자기 불같이 화내면서 매니저를 반박했다. 매니저는 어이없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타협하며 말했다.“그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과하면 되지?”육경서는 꼬박 밤을 새웠지만 전혀 졸리지 않았고 온 오전
바로 날아 온 답장에 릴리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물음표 세 개를 발송했다.‘그래. 너 잘 났어.’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릴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두 사람이 피 터지게 싸우다 한사람이 먼저 머리 숙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육경서는 릴리가 보낸 3개의 물음표를 한참 노려보다가 더 이상 답이 없자 눈살을 찌푸리며 입력창에 문자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 1초도 안 지나 전화가 걸려 왔고 이름을 보니 오매불망 기다리던 신주리이었다. 육경서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바로 소파에서 뛰어 일어나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방안을 몇 바퀴 돌았다.그렇게 당장 수락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몇초 기다렸다가 수락 버튼을 누르고는 갓 잠에서 깬 것처럼 느릿느릿 말했다.“여보세요...”‘여보세요.’의 ‘요’가 끝나기도 전에 건너편에서 욕설이 날아왔다.“육경서 나쁜 자식, 너 그래 잘났어. 네가 네 팬한테 나를 돈밖에 모르는 허영심에 빠진 나쁜 년으로 몰아넣으라고 했지? 육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그렇게 대단해? 너 딱 기다려. 내가 널 가만히 두면 육씨로 성을 갈 거야. 나는 절대 누구처럼 신분을 폭로해 권력으로 여론을 진압하지 않아...”육경서는 저도 모르게 반박하고 설명하려 했지만 마지막 말을 듣고는 이내 사색에 빠졌다. ‘어? 신분을 폭로하지 않겠다고? 날 가만히 두면 육씨로 성을 갈겠다고?’“혹시 다시 나와 만날 뜻이 있다는 거야?”육경서가 강압적으로 신주리의 말을 끊고는 천박한 말투로 말했다.“다시 만나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해. 너한테 기회를 줄 수 있어. 하지만 이제부터 절대 너한테 양보하지 않을 거고 네가 오라고 해도 바로 달려가지도 않을 거며 연기 합은 맞춰줄 수 있어. 그리고 네가 하라는 대로만 할 수 있지만 너 다시는 키스신 못 찍어. 내가 예전의 내가 아니야. 가짜 남자 친구 따위로 날 옭아맬 생각 하지 마. 내가 지금 엄청나게 영리해졌어...”“육경서.”신주리가 긴 한숨을 내쉬고 나서 목소
신주리와 육경서의 팬은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에 걸친 철천지원수이다. 열애설 영상이 폭로되고 양측의 팬은 휴전할까도 생각했지만 어젯밤 그 일이 있고부터 악이 극도로 받쳐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니 휴전은 물 건너간 셈이다. 강유리가 육경서의 스폰서가 아니고, 신주리가 육경서의 신분을 모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거리낌 없이 상대에게 욕을 퍼부었다. 며칠 동안 전쟁이 지속되면서 크고 작은 스케줄이 미나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신주리의 평판이 점점 안 좋아질 때 무방비 상태로 불길한 소식을 접했다. 전에 거절했다가 다시 승낙한 예능 프로가 이미 제작이 끝났기에 인원 교체가 안 된다고 했다. 간략해서 말하면 제작팀이 결정적인 순간에 미나가 배경이 있다고 믿고 견결히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 “주리 씨한테 전해줘요. 이미 제작이 끝난 터라 참 아쉽게 되었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해보죠.”매니저는 피디 말투를 그대로 본받아 비아냥대며 말하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계속해 말했다.“믿을 수 있겠어? 저번에는 우리한테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거절해 버렸어.”상대가 이렇게 확고할 줄 신주리도 예상 못 했다.“피디가 보기보다 얍삽하네.”“그게 하루 이틀이야? 이 몇 해 동안 관계자들만 맨날 띄워주더니 작품은 하는 것마다 엎어지고 팬들도 다 떠나갔잖아. 내 생각인데 난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안 돼. 겉보기에는 그런 것 같아도 너무 체면이 안 서잖아.”매니저가 한참 침묵하더니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하려고?”“내가 알아봤는데 중년 연애 프로그램 라인업이 괜찮았어. 소지석도 출연한대.”제작팀에서 보안 작업을 철저히 했지만 신주리는 어떻게 해서 알아내고 말았다. 나머지 두 명의 남자 게스트도 이력이 만만치 않았다. 한 명은 한의사 가문의 후계자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국내에서 유명한 골동 감별사였다. 그리고 신주리와 함께 출연할 또 한 명의 비밀 게스트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두 프로의
“지석 오빠? 지석 오빠가 왜 거기서 나와요? 여자 친구를 이런 곳에서 찾는다는 게 말이 돼요? 역시 우수한 사람은 전부 솔로야.”“울고 싶어. 지석 오빠가 끝내는 연애할 마음이 들었나 보네. 제가 오빠 짝을 물색해 줄게요.”“나의 남신이여. 지석 오빠가 아까워. 여자 게스트가 어울리지 않아.”“그만해. 괜히 소지석 씨 욕보게 하지 마. 여자 게스트도 다들 우수해.”“맞아. 여자 게스트분들도 아주 우수한 분들이야. 하지만 여자 게스트에 비해 우리 지석 오빠가 나이가 많이 어려. 그렇다면 비밀 여자 게스트가 지석 오빠의 짝인가?”“비밀 여자 게스트 기대 중.”“나만 연상연하 커플을 기대하는 건가?”“그거 알아? 난 벌써 강미영과 고고학자 그 두 사람이 기대돼. 한 사람은 연구에만 몰두하는 학자이고 한 사람은 정계에서 주름잡던 슈퍼우먼인데 명예와 공적을 감추고 은퇴했잖아.”“관심 분야가 너무 많으면 힘들어진다는 거 알아요?”“나와 같은 사람이 있네요. 그런데 강미영 씨가 그거 아니었어요? 왜 이런 프로에 출연하죠?”“프로필 못 봤어요? 강미영 씨는 20여 년간 솔로였고 순수한 정치인이며 두 사람은 부부가 아니래요.”“잠깐만. 반드시 연애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빅보스들의 여행기도 마냥 재밌을 것 같아요.”첫 방송이 되기도 전에 프로그램이 이미 제대로 인기몰이했다. 이 프로는 다른 전통적인 프로와 달리 라이브와 촬영 두 가지 방송 방식을 동시에 사용했다.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한 뒤 쿠키 영상을 편집해 정기적으로 방송하는 프로세스였고 혹시라도 라이브 방송을 못 본 시청자를 위해 준비한 영상이기도 하다. 비록 촬영방송이 있지만 첫 방송 당일 온라인 라이브 방송실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왔고 게스트 출발 시점부터 촬영하기 시작했다.첫 화면은 강씨 가문이었다. 서재 문이 열리면서 한쪽 벽면이 전부 책장으로 장식되었고 학자 냄새가 확 나면서 엄숙하고도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책상 앞에는 정갈한 개량 한복을 입고 비녀로 머리를 틀어
강미영은 상당히 곤혹스러웠지만 당황하지는 않았고 우아함이 뼛속까지 새겨진지라 미소 짓는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잠깐만 카메라 꺼주실래요? 제 딸과 사적인 얘기를 할 게 있어서요.”스태프는 어찌할 바를 몰라 릴리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매를 맞을지 안 보이는 곳에서 맞을지 중에서 과감하게 후자를 선택했다.“카메라 꺼주세요. 엄마, 딱 10분이에요. 오래 걸리면 계약금 배상...”뒷말을 맺기도 전에 한 손이 뻗어와 카메라 렌즈를 냉정하게 막아버렸다.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관객들이 의아했다.‘방송 사고인가?’방금 미영 언니의 표정을 보니 우아함 속에 살기가 묻어있었고 라이브 방송이 제대로 진행될지 내심 걱정되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에피소드 때문인지 몰라도 강미영 쪽의 라이브 채널의 관객수가 갑자기 증가하였고 다들 흥미진진해 지켜봤다. 아무리 화가 나도 강미영은 약속을 칼같이 지켰고 정확히 10분 뒤에 라이브는 다시 진행되었으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여인은 여전히 우아하고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챙겨갈 물건을 정리할게요.”말이 끝나자 카메라맨이 얼른 카메라를 메고 강미영을 따라 2층에 있는 드레스 룸으로 올라갔다. 별장 내부는 화려함 속에 정교함이 들어있고 값비싼 벽화와 장식품으로 장식되어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차게 했다. 부자의 생활이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드레스 룸은 매우 컸고 정연했으며 카메라가 훑고 간 곳마다 온통 브랜드 제품이었다...“내가 보기에는 미영 언니 채널이 전 게스트 중에서 제일 리얼이건 같아. 짐 싸는 것부터 시작하잖아.”“살짝 궁금한데 방금 릴리 공주가 혹시 두들겨 맞은 건 아니겠지? 하하하.”“그럴 수 있어. 지금 아무 소리도 없잖아.”“대본 아니야? 돈 자랑 제대로 하네. 어이가 없어.”“권력 중심에서 일했었고 지금은 대기업 대표직을 맡고 있는 딸에 재벌 조카사위를 둔 사람이 돈 자랑할 게 뭐가 있어?”
평소에는 다들 떠받들려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걸려고 하지 않았다...강미영이 들어오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고도 대범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강미영이라고 합니다.”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겉치레로 인사를 건네고 나서는 다시 침묵에 빠졌다. 소지석도 이런 자리는 처음인지라 센터에 앉은 것이 불편한지 존재감을 감추려 애쓰더니 강미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미영 누나. 오랜만이네요.”“지석아. 네가 여기 웬일이야?”강미영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자 소지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요즘 스케줄이 많지 않고 유리가 힐링하는 프로라고 하더라고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바람도 좀 쐴까 해서요.”그 말에 강미영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여행 프로라고? 릴리가 나한테는 연애 예능프로라고 했어.”그러자 소지석이 눈꼬리를 끌어올리며 되물었다.“그래요?”두 사람이 서로 엇갈린 견해를 가지자 자연히 다른 사람들의 이목도 집중시켰다. 예를 들어 소지석의 옆에 앉은 과묵한 남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다들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 제 조카딸은 저한테 야외탐험 프로라고 알려줬어요. 게스트들과 함께 깊은 산골에 들어가서 약초도 채집하고 관객들에게 약초 지식을 널리 전파해야 한다고 했어요.”남자 말이 끝나자 그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한테 네 번째 답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 프로는 보물찾기 예능프로라고 했어요.”“보물찾기요?”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맞아요. 저는 골동품 감별사예요. 제 학생이 말하기를 이 프로는 정부에서 제작한 골동품을 감별하고 복구하는 그런 프로라고 했어요.”촬영장 내부가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고 다들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댓글에 온통 ‘하하하’로 도배되면서 관객들이 게스트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이 프로는
강미영이 들어오면서부터 심수정의 시선은 그녀의 몸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보기에는 강미영이 온화하고 상냥해 보였지만 한 번도 자기한테 눈길을 주지 않았다.심수정은 강미영이 자기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릴리가 비록 승낙했지만 줄곧 강미영과 연락이 닿지 않기에 무슨 태도인지 알 수 없었다...“전 강미영 씨를 만나러 왔어요.”심수정은 강미영의 방향을 바라보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그 한마디 말은 전체 촬영장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여자 게스트의 표정이 더없이 다채로워지더니 이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들어있어 종잡을 수 없었고 채널에도 댓글이 난무했다.“지원 언니 표정이 정확히 지금 나의 표정이야.”“심 여사 표정하고 말투가 너무 멋져.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르겠어.”“호기심이 많으면 다쳐.”“무슨 상관이야? 자기 딸이 상대방의 딸한테 괴롭힘을 받았는데 수정 언니가 가만있을 수 있겠어? 이건 명백한 도발이야.”“위층 댓글러 진정해요. 아무 말이나 해서 심씨 가문에 피해주면 안 돼요.”심수정의 말에 강미영은 미동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전혀 당황하지 않은 침착한 모습은 마치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아 내심 탄복했다. 심수정은 이내 입을 열고 설명했다.“제가 강미영 씨를 좋게 보고 있고 함께 식사라도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요. 이렇게 만났으니 이제 기회가 있겠죠?”그러자 강미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요.”“다들 아는 사이세요?”태도가 냉랭한 고고학자가 입을 열자 과묵하게 앉아 있던 한의학자가 싸늘하게 말했다.“저는 몰라요.”그러자 한지원이 조용히 말했다.“저는 아는데 저분들은 저를 모르실 거예요.”그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강미영에게로 집중했다.그녀가 도착하고부터 촬영장 분위기가 차츰 풀렸으니 혹시 제작팀이 강미영 중심으로 게스트를 섭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면서 다들 지인인 줄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