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리와 육경서의 팬은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에 걸친 철천지원수이다. 열애설 영상이 폭로되고 양측의 팬은 휴전할까도 생각했지만 어젯밤 그 일이 있고부터 악이 극도로 받쳐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니 휴전은 물 건너간 셈이다. 강유리가 육경서의 스폰서가 아니고, 신주리가 육경서의 신분을 모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거리낌 없이 상대에게 욕을 퍼부었다. 며칠 동안 전쟁이 지속되면서 크고 작은 스케줄이 미나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신주리의 평판이 점점 안 좋아질 때 무방비 상태로 불길한 소식을 접했다. 전에 거절했다가 다시 승낙한 예능 프로가 이미 제작이 끝났기에 인원 교체가 안 된다고 했다. 간략해서 말하면 제작팀이 결정적인 순간에 미나가 배경이 있다고 믿고 견결히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 “주리 씨한테 전해줘요. 이미 제작이 끝난 터라 참 아쉽게 되었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해보죠.”매니저는 피디 말투를 그대로 본받아 비아냥대며 말하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계속해 말했다.“믿을 수 있겠어? 저번에는 우리한테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거절해 버렸어.”상대가 이렇게 확고할 줄 신주리도 예상 못 했다.“피디가 보기보다 얍삽하네.”“그게 하루 이틀이야? 이 몇 해 동안 관계자들만 맨날 띄워주더니 작품은 하는 것마다 엎어지고 팬들도 다 떠나갔잖아. 내 생각인데 난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안 돼. 겉보기에는 그런 것 같아도 너무 체면이 안 서잖아.”매니저가 한참 침묵하더니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하려고?”“내가 알아봤는데 중년 연애 프로그램 라인업이 괜찮았어. 소지석도 출연한대.”제작팀에서 보안 작업을 철저히 했지만 신주리는 어떻게 해서 알아내고 말았다. 나머지 두 명의 남자 게스트도 이력이 만만치 않았다. 한 명은 한의사 가문의 후계자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국내에서 유명한 골동 감별사였다. 그리고 신주리와 함께 출연할 또 한 명의 비밀 게스트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두 프로의
“지석 오빠? 지석 오빠가 왜 거기서 나와요? 여자 친구를 이런 곳에서 찾는다는 게 말이 돼요? 역시 우수한 사람은 전부 솔로야.”“울고 싶어. 지석 오빠가 끝내는 연애할 마음이 들었나 보네. 제가 오빠 짝을 물색해 줄게요.”“나의 남신이여. 지석 오빠가 아까워. 여자 게스트가 어울리지 않아.”“그만해. 괜히 소지석 씨 욕보게 하지 마. 여자 게스트도 다들 우수해.”“맞아. 여자 게스트분들도 아주 우수한 분들이야. 하지만 여자 게스트에 비해 우리 지석 오빠가 나이가 많이 어려. 그렇다면 비밀 여자 게스트가 지석 오빠의 짝인가?”“비밀 여자 게스트 기대 중.”“나만 연상연하 커플을 기대하는 건가?”“그거 알아? 난 벌써 강미영과 고고학자 그 두 사람이 기대돼. 한 사람은 연구에만 몰두하는 학자이고 한 사람은 정계에서 주름잡던 슈퍼우먼인데 명예와 공적을 감추고 은퇴했잖아.”“관심 분야가 너무 많으면 힘들어진다는 거 알아요?”“나와 같은 사람이 있네요. 그런데 강미영 씨가 그거 아니었어요? 왜 이런 프로에 출연하죠?”“프로필 못 봤어요? 강미영 씨는 20여 년간 솔로였고 순수한 정치인이며 두 사람은 부부가 아니래요.”“잠깐만. 반드시 연애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빅보스들의 여행기도 마냥 재밌을 것 같아요.”첫 방송이 되기도 전에 프로그램이 이미 제대로 인기몰이했다. 이 프로는 다른 전통적인 프로와 달리 라이브와 촬영 두 가지 방송 방식을 동시에 사용했다.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한 뒤 쿠키 영상을 편집해 정기적으로 방송하는 프로세스였고 혹시라도 라이브 방송을 못 본 시청자를 위해 준비한 영상이기도 하다. 비록 촬영방송이 있지만 첫 방송 당일 온라인 라이브 방송실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왔고 게스트 출발 시점부터 촬영하기 시작했다.첫 화면은 강씨 가문이었다. 서재 문이 열리면서 한쪽 벽면이 전부 책장으로 장식되었고 학자 냄새가 확 나면서 엄숙하고도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책상 앞에는 정갈한 개량 한복을 입고 비녀로 머리를 틀어
강미영은 상당히 곤혹스러웠지만 당황하지는 않았고 우아함이 뼛속까지 새겨진지라 미소 짓는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잠깐만 카메라 꺼주실래요? 제 딸과 사적인 얘기를 할 게 있어서요.”스태프는 어찌할 바를 몰라 릴리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매를 맞을지 안 보이는 곳에서 맞을지 중에서 과감하게 후자를 선택했다.“카메라 꺼주세요. 엄마, 딱 10분이에요. 오래 걸리면 계약금 배상...”뒷말을 맺기도 전에 한 손이 뻗어와 카메라 렌즈를 냉정하게 막아버렸다.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관객들이 의아했다.‘방송 사고인가?’방금 미영 언니의 표정을 보니 우아함 속에 살기가 묻어있었고 라이브 방송이 제대로 진행될지 내심 걱정되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에피소드 때문인지 몰라도 강미영 쪽의 라이브 채널의 관객수가 갑자기 증가하였고 다들 흥미진진해 지켜봤다. 아무리 화가 나도 강미영은 약속을 칼같이 지켰고 정확히 10분 뒤에 라이브는 다시 진행되었으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여인은 여전히 우아하고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챙겨갈 물건을 정리할게요.”말이 끝나자 카메라맨이 얼른 카메라를 메고 강미영을 따라 2층에 있는 드레스 룸으로 올라갔다. 별장 내부는 화려함 속에 정교함이 들어있고 값비싼 벽화와 장식품으로 장식되어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차게 했다. 부자의 생활이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드레스 룸은 매우 컸고 정연했으며 카메라가 훑고 간 곳마다 온통 브랜드 제품이었다...“내가 보기에는 미영 언니 채널이 전 게스트 중에서 제일 리얼이건 같아. 짐 싸는 것부터 시작하잖아.”“살짝 궁금한데 방금 릴리 공주가 혹시 두들겨 맞은 건 아니겠지? 하하하.”“그럴 수 있어. 지금 아무 소리도 없잖아.”“대본 아니야? 돈 자랑 제대로 하네. 어이가 없어.”“권력 중심에서 일했었고 지금은 대기업 대표직을 맡고 있는 딸에 재벌 조카사위를 둔 사람이 돈 자랑할 게 뭐가 있어?”
평소에는 다들 떠받들려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걸려고 하지 않았다...강미영이 들어오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고도 대범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강미영이라고 합니다.”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겉치레로 인사를 건네고 나서는 다시 침묵에 빠졌다. 소지석도 이런 자리는 처음인지라 센터에 앉은 것이 불편한지 존재감을 감추려 애쓰더니 강미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미영 누나. 오랜만이네요.”“지석아. 네가 여기 웬일이야?”강미영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자 소지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요즘 스케줄이 많지 않고 유리가 힐링하는 프로라고 하더라고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바람도 좀 쐴까 해서요.”그 말에 강미영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여행 프로라고? 릴리가 나한테는 연애 예능프로라고 했어.”그러자 소지석이 눈꼬리를 끌어올리며 되물었다.“그래요?”두 사람이 서로 엇갈린 견해를 가지자 자연히 다른 사람들의 이목도 집중시켰다. 예를 들어 소지석의 옆에 앉은 과묵한 남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다들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 제 조카딸은 저한테 야외탐험 프로라고 알려줬어요. 게스트들과 함께 깊은 산골에 들어가서 약초도 채집하고 관객들에게 약초 지식을 널리 전파해야 한다고 했어요.”남자 말이 끝나자 그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한테 네 번째 답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 프로는 보물찾기 예능프로라고 했어요.”“보물찾기요?”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맞아요. 저는 골동품 감별사예요. 제 학생이 말하기를 이 프로는 정부에서 제작한 골동품을 감별하고 복구하는 그런 프로라고 했어요.”촬영장 내부가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고 다들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댓글에 온통 ‘하하하’로 도배되면서 관객들이 게스트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이 프로는
강미영이 들어오면서부터 심수정의 시선은 그녀의 몸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보기에는 강미영이 온화하고 상냥해 보였지만 한 번도 자기한테 눈길을 주지 않았다.심수정은 강미영이 자기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릴리가 비록 승낙했지만 줄곧 강미영과 연락이 닿지 않기에 무슨 태도인지 알 수 없었다...“전 강미영 씨를 만나러 왔어요.”심수정은 강미영의 방향을 바라보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그 한마디 말은 전체 촬영장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여자 게스트의 표정이 더없이 다채로워지더니 이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들어있어 종잡을 수 없었고 채널에도 댓글이 난무했다.“지원 언니 표정이 정확히 지금 나의 표정이야.”“심 여사 표정하고 말투가 너무 멋져.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르겠어.”“호기심이 많으면 다쳐.”“무슨 상관이야? 자기 딸이 상대방의 딸한테 괴롭힘을 받았는데 수정 언니가 가만있을 수 있겠어? 이건 명백한 도발이야.”“위층 댓글러 진정해요. 아무 말이나 해서 심씨 가문에 피해주면 안 돼요.”심수정의 말에 강미영은 미동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전혀 당황하지 않은 침착한 모습은 마치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아 내심 탄복했다. 심수정은 이내 입을 열고 설명했다.“제가 강미영 씨를 좋게 보고 있고 함께 식사라도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요. 이렇게 만났으니 이제 기회가 있겠죠?”그러자 강미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요.”“다들 아는 사이세요?”태도가 냉랭한 고고학자가 입을 열자 과묵하게 앉아 있던 한의학자가 싸늘하게 말했다.“저는 몰라요.”그러자 한지원이 조용히 말했다.“저는 아는데 저분들은 저를 모르실 거예요.”그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강미영에게로 집중했다.그녀가 도착하고부터 촬영장 분위기가 차츰 풀렸으니 혹시 제작팀이 강미영 중심으로 게스트를 섭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면서 다들 지인인 줄로 알았다.
피디도 게스트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요해가 없이 등 떠밀려 출연하게 되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제 두 명의 비밀 게스트가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귀띔해 줬다. 피디 말에 유일하게 이 프로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했던 한지원이 갑자기 생각났는지 말했다. “맞아요. 두 명의 게스트는 연예인이고 서프라이즈라고 했어요. 혹시 미영 언니는 누군지 알아요?”강미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몰라요.”“그럼 다른 분들은 혹시 아세요?”한지원이 묻자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소지석이 웃으며 말했다.“미영 누나가 모른다면 우리는 누군지 더 모르죠.”한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이렇게 대놓고 말해도 되는지 싶었다. 관객들도 게스트들의 진솔함에 놀랐다.“소지석 씨 너무 솔직하시다. 그리고 미영 언니 표정이 너무 재밌어. 깜빡하고 확인 못 해서 아쉽다는 그런 표정이었어. 하하하.”“소지석 씨와 유리 언니가 친하다고 하지 않았나?”“소지석 씨가 진짜로 유리 언니한테 속아 놀러 온 거네.”“게스트들이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속아서 출연했다는 자체가 이미 서프라이즈인데 두 명의 비밀 게스트는 누구일까? 너무 기대된다.”일정을 상의하려면 모든 게스트가 전부 도착해야 했기에 제작팀은 일부러 비밀 게스트를 맨 나중에 출연하도록 안배했다. 그 시간 JL빌리지 대문 앞. 밴 두 대가 앞뒤로 나란히 도착했고 별장 문 앞에는 이미 카메라맨이 준비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밴 문이 열리더니 가녀린 모습의 아가씨 한 명이 내렸고 타이트한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살짝 볼륨이 있는 긴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고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밀어 올려 스트일리시하면서도 여유로워 보였다. “뭐야? 신주리야?”“세상에, 열애를 인정한 지 얼마 됐다고 연애 예능에 출연한다고?”“미친 거 아니야? 연예인인데 이 프로가 무슨 컨셉인지 모른다고 하면 나는 절대 믿을 수 없어.”“이건 뭐 당당하게 당나귀를 타고
너무 놀라 휘둥그레진 그녀의 눈빛을 따라 카메라가 이동하더니 멋진 남성의 얼굴이 관객 앞에 나타나자 댓글 창이 아수라장이었다.“뭐야? 육경서야?”“이게 무슨 일이야?”“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연애 프로에서 열애를 인정한 두 남녀가 만났으니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이건 제작팀 의도야? 아니면 두 사람이 짜고 치는 거야?”“어머, 육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잖아요? 열애 인정하고 바로 여자 꼬시러 왔어요?”“이렇게 떳떳하게 당나귀를 타고 말을 찾아도 돼요? 체면이고 뭐고 상관없 나봐요?”“신주리 팬들 그만해. 신주리가 왔는데 우리 오빠가 왜 못 와?”댓글 창도 난리이지만 현장 분위기도 장난이 아니었다. 육경서도 신주리를 보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더니 먼저 물었다.“너 왜 여기에 있어?”“네가 왔는데 나는 왜 못 와?”신주리가 고개를 하늘 높이 쳐들고 카메라가 켜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쌀쌀맞게 말하자 방금 전까지 당황해하던 육경서는 이내 침착하게 받아쳤다.“네가 왔는데 내가 오면 또 어때?”“마음대로 해. 나와 무슨 상관이야?”“당연히 너와 상관이 없지. 우리가...”“경서 형.”차에 있던 매니저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았고 두 철천지원수가 만났으니 사태가 커지기 전에 적절한 선에서 제재를 시켜야 했다. ‘제기랄, 이건 라이브 방송이라고.’신주리 매니저도 얼굴빛이 사색이 되면서 육경서 매니저가 제지했기에 다행이지 아니면 무슨 큰일이 일어날지 상상이 안 되었다. 매니저는 어렵게 신주리의 시선을 끌어온 뒤 두 손을 합장해 제발 부탁한다는 사인을 보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적어도 이렇게 빨리 사생활을 폭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니?’그렇게 되면 이 프로는 여기서 막을 내려야 한다. 두 사람의 매니저는 무슨 상황인지 잘 알고 있지만 소속사로부터 절대 폭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를 받았다. 두 매니저도 두 사람이 만나면 티격태격하리라고 예상했지만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거리낌 없이 다
“너와 경서가 전에...”“네. 저희 사귀는 거 맞아요. 릴리가 저보고 밖에 다니면서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해서요.”신주리도 관객들이 호기심에 차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강미영의 화제에 따라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강미영이 다시 물었다.“그래서 너도 이 프로가 여행 예능이라고 생각한 거야?”신주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여행 플러스 연애 예능이란 걸 알고 왔어요. 여행할 겸 이모 연애도 봐 드리려고요.”강미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고 말하려는데 신주리가 계속해 말했다.“너도라고 하셨죠? 그럼 릴리가 이모한테 여행 프로라고 속였어요?”그러자 강미영이 말했다.“그런 건 아닌데 지석은 그렇게 알고 있더라고.”“괜찮아. 요즘 한가하기도 하고 해서 휴식하는 셈 치지 뭐.”신주리가 소지석을 향해 가여운 눈빛을 보내자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만일 이곳에서 인연을 만나면 더 좋고.”신주리가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말했다.“좋은 인연을 찾기 바라요.”신주리의 말이 끝나자 강미영은 화제를 이어 육경서에게 물었다.“그럼 경서 넌? 넌 뭐 하러 왔어?”강미영의 말에 신주리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자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는 육경서의 시선과 마주쳤다.“보긴 뭘 봐?”신주리가 갑자기 빽하고 소리 지르자 육경서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왜 이렇게 난폭해? 내가 뭘 보던 너와 무슨 상관이야?”그러자 신주리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훔쳐본 게 자랑이야?”“신주리...”“그만해. 안 본 지 꽤 됐는데 너희 두 사람은 왜 변한 것이 없어?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잡아먹으려고 안달이야.”강미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육경서가 ‘쳇’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릴리 그 계집애가 저보고 출연하라고 했어요. 저보고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겸 놀다 오라고 했어요.”강미영 덕분에 관객들은 그제야 상황을 알 수 있었고 댓글도 온통 그런 글들이었다.“이제 보니 모든 것이 우리 릴리 공주님의 계획이었어. 아침에 한바탕 두들겨 맞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