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신주리가 릴리의 뒤통수를 쥐어박으며 말했다.“정신 차려. 계집애야. 우리 엄마야. 네 예비 시어머니라고.”“아.”릴리는 뒤통수를 부여잡으며 억울한 듯 말했다.“왜 때려?”설마 릴리가 한영숙을 못 알아봤을까 봐?단지 남의 집에서 늦잠을 자버렸다는 사실에 너무 부끄러워 화제를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절친이 되어서 어떻게 이다지도 케미가 안 맞단 말인가?기사를 보고 급히 달려온 한영숙은 문을 열자마자 인형 같은 아가씨가 침대에 앉아 순진한 눈빛으로 멍하니 있고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포동포동한 얼굴은 너무나 귀여워 꽉 깨물어주고 싶었다.그런데 저놈의 딸년이 지금 무슨 짓을 했단 말이지?“신주리! 너 힘이 남아돌아? 뒤통수를 그렇게 쳐서 머리가 나빠지면 어떡해?”한창 달게 자고 있을 때 불쑥 들어온 불청객 때문에 잔뜩 귀찮아하던 신주리는 엄마의 고함에 번쩍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가에 서 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침대 곁으로 다가와 릴리의 머리를 품에 안고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많이 아프지? 내가 쓰담쓰담해줄게. 이제부터 이런 폭력범과 한방에서 자지 마. 네 방 새로 준비해 줄게.”릴리는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한영숙의 따뜻한 품에 안기니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포근했다. 한 대 맞은 대가로 이런 대우를 받는다면 몇 번 더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릴리는 팔로 한영숙의 허리를 감으며 애교를 부렸다.“아니에요. 하나도 안 아파요. 주리 언니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전 이미 습관 됐어요.”신주리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릴리의 연기를 지켜보며 말했다.“엄마. 릴리한테 속으면 안 돼요. 얘가 그렇게 연약하지 않아요.”“릴리가 연약하지 않으면 네가 연약해? 방금 릴리가 때렸어? 전부터 우리 가문의 유전자가 안 좋다고 내가 말했지? 너도 그렇고 네 오빠도 그렇고 다 똑같아.”여기까지 말한 한영숙은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쿠션을 집어 신주리에게로 던지고는 다시 릴리를 달래며 말했다.“불쌍한 내 새끼. 나중에 신
“그 유미나가 대체 누구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유씨 가문은 없었는데 그 아이와 육경서가 사이가 좋아? 글 올린 거로 봐서는 육경서와 친한 사이인 것 같던데.”“친한 건 친한 거고 그렇다고 함부로 널 모함해서야 되겠어? 어떤 사람의 팬은 뭐야? 비꼬는 거야?”“너도 그래. 공식 입장을 언제 발표하면 안 돼서 하필 그 시간에 했어? 내가 네 친엄마라서 망정이지 아니면 나도 네가 딴마음이 있다고 의심할 뻔했어.”신주리의 열혈 팬으로서 한영숙은 아주 진지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릴리와 신주리가 가지런히 앉아 핸드폰으로 실시간 검색을 보는 표정이 판에 박은 듯했고 신주리가 먼저 입을 열더니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날 우리를 미행한 사생팬이 내 팬이었어.”“뭐라고? 무슨 사생팬? 도대체 무슨 일이야?”한영숙이 다급하게 묻자 릴리도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신주리를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며 물었다. “언니와 경서 오빠가 사생팬을 만났어? 두 사람을 미행해 JL빌리지에서 이 사진을 찍은 거야?”한영숙은 그 말을 듣고 다가서서 핸드폰의 사진을 보더니 말했다.“이게 사생팬이야? 그러길래 아무 말이나 지껄여대지.”신주리 팬이라면 신주리와 강유리가 절친인 것을 다 아는 사실인데 어떻게 강유리가 육경서의 스폰서라고 모함할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신주리 팬이 요 며칠 육경서 팬에게 너무 조롱당한 나머지 명예를 회복할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고 자기 연예인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이번에는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그런데 그 여자가 어떻게 육씨 가문의 가족사진을 가지고 있지? 어디서 났을까?”한영숙은 미간을 찌푸리며 핵심적인 문제를 물었다.그러자 신주리의 얼굴빛이 순간 차가워지면서 말했다.“육경서의 가족사진인데 어디서 났겠어요?”한영숙이 아무 말도 없자 릴리는 저도 모르게 육경서를 거들며 말했다.“아닐 거야. 경서 오빠가 비록 총명하지는 못해도 이런 여자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아. 딱 보면 유미나가 어
가만히 있으니 머리 꼭대기로 기어오르려는 거잖아?사실 신주리는 물러터져서가 아니라 배경으로 얻은 것이 영원히 자기 두 손으로 얻은 것보다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여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전에 저와 약속하셨잖아요. 먼저 제 스스로 처리하고 나서 정말 해결이 안 되면 엄마, 아빠한테 구조 요청하겠다고요. 그러면 그때 도와주시기로 하셨잖아요.”“그런데 지금...”“엄마. 제가 알아서 할게요.”신주리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강경했다. 릴리도 신주리를 거들어 한마디 덧붙였다.“주리 언니가 알아서 할 거예요. 엄마.”불만이 잔뜩 하던 한영숙의 표정이 릴리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점차 부드러워지더니 이내 환히 웃어 보였다. 릴리의 무턱대고 절친의 말을 따르던 버릇때문에 입밖으로 말을 뱉고나서야 이상함을 감지했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했다.“제가...”“알았어. 준비하고 내려와서 밥 먹어. 엄마가 주방에 삼계탕 끓이라고 했어. 먹고 오후에는 나와 함께 쇼핑하러 가.”한영숙은 재빨리 말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혹시라도 릴리가 “엄마”라는 말을 회수할까 봐 딸의 스캔들도 관심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신주리를 바라보는 릴리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예비 시어머니가 확실히 열정적이었다. “고마워. 릴리야. 네가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더라면 내가 얼마나 더 잔소리를 들어야 할지 몰라.”신주리는 진심으로 릴리에게 고마워했다. ‘그렇다면야...’“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릴리가 묻자 신주리는 주먹을 움켜주면서 말했다.“실력에 비하면 배경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육경서 그 자식한테 보여줘야겠어.. 그리고 지금 당장 헤어졌다고 공식 입장 발표하고 연애 예능에 출연할 거야.”“언니 진정해. 그렇다고 이렇게 급히 이별할 건...”릴리는 온 힘을 다해 신주리를 다독이며 이해득실을 설명해 줬고 절대 섣부르게 행동하지 못하게 말렸다.신주리도 말뿐이었고 이별 통보를 할 거면 벌써 했지 지금까지 꾸물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선 미나가 사진을 삭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신주리를 탓하는 사람이 없었으나 그녀는 아주 좋지 않은 시점에 열애설을 승인했다. 이런 망할!육경서는 급히 신주리의 번호를 찾아 전화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싸늘한 안내음만 들려왔다.‘혹시 차단했나?’깊게 한숨을 들이쉰 육경서는 바로 매니저에게 연락해 빨리 신주리에게 전화해 실시간 검색을 보라고 알려주라고 말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어이없는 듯 말했다.“내가 그걸 못 봤을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전화 안 했을 것 같아? 형 때문에 나까지 차단됐잖아.”신주리가 육경서와 다투기만 하면 수신 거부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매니저까지 싹 다 막아버렸다.“주리 누나가 글 올린 시간대를 봐서는 오늘 새벽에나 잠이 들었을 것이고 아직 깨지 않았을 것 같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 봐. 누나의 성격대로라면 절대 이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야.”제일 큰 가능성이라면 신주리가 여론을 보고 화가 나 육경서에게 전화해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는 바로 신씨 가문 아가씨의 신분을 보여줄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철천지원수로서 절대 서로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고 어떤 일에서도 절대 지려 하지 않았다. 육경서는 한참 동안 침묵하고 액정을 바라보더니 댓글에 달린 악플이 눈에 거슬렸다.육경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아는 매니저는 위안하며 말했다.“형, 절대 함부로 하면 안 돼. 형이 지금 주리 누나를 대신해 나서면 일이 더 꼬일 수가 있어. 팬들이 주리 누나가 형을 꼬드겨서 대신 해명하게 했다고 하지 않겠어?...”열애설이 터지고 나서 신주리가 줄곧 입장 발표를 하지 않으니 사람들의 눈에는 육경서가 현재 열세에 처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뛰쳐나와 해명하면 도리어 일을 망칠 수 있었다.“꼬드기긴 누굴 꼬드겨?”육경서가 갑자기 불같이 화내면서 매니저를 반박했다. 매니저는 어이없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타협하며 말했다.“그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과하면 되지?”육경서는 꼬박 밤을 새웠지만 전혀 졸리지 않았고 온 오전
바로 날아 온 답장에 릴리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물음표 세 개를 발송했다.‘그래. 너 잘 났어.’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릴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두 사람이 피 터지게 싸우다 한사람이 먼저 머리 숙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육경서는 릴리가 보낸 3개의 물음표를 한참 노려보다가 더 이상 답이 없자 눈살을 찌푸리며 입력창에 문자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 1초도 안 지나 전화가 걸려 왔고 이름을 보니 오매불망 기다리던 신주리이었다. 육경서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바로 소파에서 뛰어 일어나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방안을 몇 바퀴 돌았다.그렇게 당장 수락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몇초 기다렸다가 수락 버튼을 누르고는 갓 잠에서 깬 것처럼 느릿느릿 말했다.“여보세요...”‘여보세요.’의 ‘요’가 끝나기도 전에 건너편에서 욕설이 날아왔다.“육경서 나쁜 자식, 너 그래 잘났어. 네가 네 팬한테 나를 돈밖에 모르는 허영심에 빠진 나쁜 년으로 몰아넣으라고 했지? 육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그렇게 대단해? 너 딱 기다려. 내가 널 가만히 두면 육씨로 성을 갈 거야. 나는 절대 누구처럼 신분을 폭로해 권력으로 여론을 진압하지 않아...”육경서는 저도 모르게 반박하고 설명하려 했지만 마지막 말을 듣고는 이내 사색에 빠졌다. ‘어? 신분을 폭로하지 않겠다고? 날 가만히 두면 육씨로 성을 갈겠다고?’“혹시 다시 나와 만날 뜻이 있다는 거야?”육경서가 강압적으로 신주리의 말을 끊고는 천박한 말투로 말했다.“다시 만나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해. 너한테 기회를 줄 수 있어. 하지만 이제부터 절대 너한테 양보하지 않을 거고 네가 오라고 해도 바로 달려가지도 않을 거며 연기 합은 맞춰줄 수 있어. 그리고 네가 하라는 대로만 할 수 있지만 너 다시는 키스신 못 찍어. 내가 예전의 내가 아니야. 가짜 남자 친구 따위로 날 옭아맬 생각 하지 마. 내가 지금 엄청나게 영리해졌어...”“육경서.”신주리가 긴 한숨을 내쉬고 나서 목소
신주리와 육경서의 팬은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에 걸친 철천지원수이다. 열애설 영상이 폭로되고 양측의 팬은 휴전할까도 생각했지만 어젯밤 그 일이 있고부터 악이 극도로 받쳐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니 휴전은 물 건너간 셈이다. 강유리가 육경서의 스폰서가 아니고, 신주리가 육경서의 신분을 모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거리낌 없이 상대에게 욕을 퍼부었다. 며칠 동안 전쟁이 지속되면서 크고 작은 스케줄이 미나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신주리의 평판이 점점 안 좋아질 때 무방비 상태로 불길한 소식을 접했다. 전에 거절했다가 다시 승낙한 예능 프로가 이미 제작이 끝났기에 인원 교체가 안 된다고 했다. 간략해서 말하면 제작팀이 결정적인 순간에 미나가 배경이 있다고 믿고 견결히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 “주리 씨한테 전해줘요. 이미 제작이 끝난 터라 참 아쉽게 되었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해보죠.”매니저는 피디 말투를 그대로 본받아 비아냥대며 말하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계속해 말했다.“믿을 수 있겠어? 저번에는 우리한테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거절해 버렸어.”상대가 이렇게 확고할 줄 신주리도 예상 못 했다.“피디가 보기보다 얍삽하네.”“그게 하루 이틀이야? 이 몇 해 동안 관계자들만 맨날 띄워주더니 작품은 하는 것마다 엎어지고 팬들도 다 떠나갔잖아. 내 생각인데 난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안 돼. 겉보기에는 그런 것 같아도 너무 체면이 안 서잖아.”매니저가 한참 침묵하더니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하려고?”“내가 알아봤는데 중년 연애 프로그램 라인업이 괜찮았어. 소지석도 출연한대.”제작팀에서 보안 작업을 철저히 했지만 신주리는 어떻게 해서 알아내고 말았다. 나머지 두 명의 남자 게스트도 이력이 만만치 않았다. 한 명은 한의사 가문의 후계자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국내에서 유명한 골동 감별사였다. 그리고 신주리와 함께 출연할 또 한 명의 비밀 게스트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두 프로의
“지석 오빠? 지석 오빠가 왜 거기서 나와요? 여자 친구를 이런 곳에서 찾는다는 게 말이 돼요? 역시 우수한 사람은 전부 솔로야.”“울고 싶어. 지석 오빠가 끝내는 연애할 마음이 들었나 보네. 제가 오빠 짝을 물색해 줄게요.”“나의 남신이여. 지석 오빠가 아까워. 여자 게스트가 어울리지 않아.”“그만해. 괜히 소지석 씨 욕보게 하지 마. 여자 게스트도 다들 우수해.”“맞아. 여자 게스트분들도 아주 우수한 분들이야. 하지만 여자 게스트에 비해 우리 지석 오빠가 나이가 많이 어려. 그렇다면 비밀 여자 게스트가 지석 오빠의 짝인가?”“비밀 여자 게스트 기대 중.”“나만 연상연하 커플을 기대하는 건가?”“그거 알아? 난 벌써 강미영과 고고학자 그 두 사람이 기대돼. 한 사람은 연구에만 몰두하는 학자이고 한 사람은 정계에서 주름잡던 슈퍼우먼인데 명예와 공적을 감추고 은퇴했잖아.”“관심 분야가 너무 많으면 힘들어진다는 거 알아요?”“나와 같은 사람이 있네요. 그런데 강미영 씨가 그거 아니었어요? 왜 이런 프로에 출연하죠?”“프로필 못 봤어요? 강미영 씨는 20여 년간 솔로였고 순수한 정치인이며 두 사람은 부부가 아니래요.”“잠깐만. 반드시 연애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빅보스들의 여행기도 마냥 재밌을 것 같아요.”첫 방송이 되기도 전에 프로그램이 이미 제대로 인기몰이했다. 이 프로는 다른 전통적인 프로와 달리 라이브와 촬영 두 가지 방송 방식을 동시에 사용했다.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한 뒤 쿠키 영상을 편집해 정기적으로 방송하는 프로세스였고 혹시라도 라이브 방송을 못 본 시청자를 위해 준비한 영상이기도 하다. 비록 촬영방송이 있지만 첫 방송 당일 온라인 라이브 방송실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왔고 게스트 출발 시점부터 촬영하기 시작했다.첫 화면은 강씨 가문이었다. 서재 문이 열리면서 한쪽 벽면이 전부 책장으로 장식되었고 학자 냄새가 확 나면서 엄숙하고도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책상 앞에는 정갈한 개량 한복을 입고 비녀로 머리를 틀어
강미영은 상당히 곤혹스러웠지만 당황하지는 않았고 우아함이 뼛속까지 새겨진지라 미소 짓는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잠깐만 카메라 꺼주실래요? 제 딸과 사적인 얘기를 할 게 있어서요.”스태프는 어찌할 바를 몰라 릴리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매를 맞을지 안 보이는 곳에서 맞을지 중에서 과감하게 후자를 선택했다.“카메라 꺼주세요. 엄마, 딱 10분이에요. 오래 걸리면 계약금 배상...”뒷말을 맺기도 전에 한 손이 뻗어와 카메라 렌즈를 냉정하게 막아버렸다.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관객들이 의아했다.‘방송 사고인가?’방금 미영 언니의 표정을 보니 우아함 속에 살기가 묻어있었고 라이브 방송이 제대로 진행될지 내심 걱정되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에피소드 때문인지 몰라도 강미영 쪽의 라이브 채널의 관객수가 갑자기 증가하였고 다들 흥미진진해 지켜봤다. 아무리 화가 나도 강미영은 약속을 칼같이 지켰고 정확히 10분 뒤에 라이브는 다시 진행되었으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여인은 여전히 우아하고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챙겨갈 물건을 정리할게요.”말이 끝나자 카메라맨이 얼른 카메라를 메고 강미영을 따라 2층에 있는 드레스 룸으로 올라갔다. 별장 내부는 화려함 속에 정교함이 들어있고 값비싼 벽화와 장식품으로 장식되어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차게 했다. 부자의 생활이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드레스 룸은 매우 컸고 정연했으며 카메라가 훑고 간 곳마다 온통 브랜드 제품이었다...“내가 보기에는 미영 언니 채널이 전 게스트 중에서 제일 리얼이건 같아. 짐 싸는 것부터 시작하잖아.”“살짝 궁금한데 방금 릴리 공주가 혹시 두들겨 맞은 건 아니겠지? 하하하.”“그럴 수 있어. 지금 아무 소리도 없잖아.”“대본 아니야? 돈 자랑 제대로 하네. 어이가 없어.”“권력 중심에서 일했었고 지금은 대기업 대표직을 맡고 있는 딸에 재벌 조카사위를 둔 사람이 돈 자랑할 게 뭐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