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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신명진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마누라가 못 가게 하기 때문이다.

예비 며느리가 주량이 괜찮고 같은 상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오늘 간만에 기분 좋게 한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맞죠? 나도 우리 릴리가 술을 못 마신다고 들었는데 네 아빠가 기어코 아니라고 하시잖아. 술병 치워버려.”

한명숙이 덩달아 말하자 신명진은 작은 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오래전부터 소장해 온 거야. 나도 아까워서 안 마셨는데...”

그 말에 릴리의 눈이 반짝이면서 시선을 술병에 고정했지만 귓가에서 또다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틀 전에 위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마시면 안 돼.”

릴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어떻게 알아요?”

사실 릴리는 그날 위가 아픈 것이 아니라 생리 때문에 배가 아팠다.

그리고 더욱 의아했던 것은 양율이 1초 전까지만 해도 무뚝뚝한 얼굴로 사업 보고하더니 30분도 안 돼 릴리에게 위약을 건네주었다.

‘누가 생리통에 위약을 먹는단 말인가?’

상남자라 이해는 되지만 고맙다고 아무 약이나 먹을 수는 없었다.

릴리는 그때 예쁜 여비서를 한 명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상남자는 양율이 아니라 곁에 앉은 이분이었다.

“쳇, 하균 씨가 우리 회사에 간첩을 심어놨어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릴리의 목소리를 들어서는 그녀의 기분을 알 수 없었지만 신하균은 당당하게 말했다.

“간첩이라고 하긴 그렇고 저번에 자기가 사고 난 뒤로부터 양 비서와 연락을 자주 할 뿐이야.”

릴리는 눈을 깜빡이며 신하균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치 빠르게 귀를 갖다 댔다.

그러자 릴리의 느릿느릿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위가 아팠던 것이 아니라 복통이었어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자 릴리는 웃으며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는 귓속말로 뭐라 했는지 신하균은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 정색해 앉아 있었다.

표정은 여전히 냉랭했고 엄숙했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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