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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가는 길에 신하균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고 이유도 모른 채 용서해준 것에 대해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릴리의 성격대로라면 신하균을 엄청나게 화나게 할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리고 남자로서 여자와 옴니암니 따지지 않기로 했다.

지나치게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일이라면 릴리와 화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신하균은 그녀를 과소평가했다.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한영숙은 열성스레 릴리를 반기며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방금 왜 도망갔어? 가족끼리 선물이 뭔 대수라고 다시 돌아가기까지 해?”

엄마의 말에 신하균은 흠칫하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뜻이야? 방금 왔다 갔어?”

“하하, 선물이 중요하죠. 당연히 가지러 가야죠.”

릴리는 제 발이 저려 감히 신하균의 눈빛을 마주하지 못하자 듣고 있던 신주리가 한마디 끼어들었다.

“당연하죠. 릴리가 일찍부터 선물을 준비했는데 빈손으로 안 오려고 하죠.”

한영숙은 고개를 돌리더니 신주리를 나무라며 말했다.

“가족끼리 무슨 선물이야.”

릴리는 그제야 이 사람들이 자기가 선물 가지러 돌아간 줄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래. 아까 이 핑계를 댔더라면 좋았을 텐데.’

뒤통수로 꽂히는 싸늘한 시선에 릴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릴리가 트렁크에서 선물을 꺼내는 것을 본 신하균은 이건 그녀가 일찍부터 준비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만일 잊어버리고 다시 집에 갔다가 신하균을 마중하러 왔다면 절대 그 시간에 도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릴리는 신씨네 별장에서 바로 온 게 분명하다.

만일 신씨 가문에서 바로 신하균을 마중하러 갔고 선물도 챙겼는데 잔뜩 미안한 표정이라면 한 가지 일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신하균을 잊어버리고 혼자 갔던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신하균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씰룩였다.

처음 남자 친구 집으로 부모님 뵈러 가면서 남자 친구한테 연락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건 릴리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놈의 계집애가...

“문 앞에 서 있지 말고 빨리 들어와 앉아.”

한영숙의 말이 난처해서 어쩔 바를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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