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는 문득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언니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웠던 한지철이라는 사람이 뭔가 불었어요?”“맞아, 증거는 그 사람 손에서 받은 거야. 고한빈도 이번에 결사의 각오로, 성신영을 이용해 너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려고 했지. 그리고 은밀히 재산을 빼돌린 것도 사실이야. 지금 천천히 되돌리고 있어.”“되돌릴 수 있어요?”릴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강유리는 잠시 멈추고 바론을 힐끗 쳐다보았다.“되겠지.”그가 하루빨리 귀국하면 어떤 일은 처리하기 편리해질 것이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바론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나는 토요일에 Y국으로 돌아가.”“...”전에 일정 얘기를 듣지 못 했던 강유리는 갑자기 돌아간다고 하니 좀 놀랐다.“그렇게 빨리요?”딸이 가라고 암시하는 것 같아 좀 서운했던 바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의 먹구름이 조금은 걷혔다.“빠르긴. 여기 충분히 오래 있었어. 며칠 전에 결정하고 너와 상의하려 했는데 네가 너무 바빠서 말을 못 했어.”강유리는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바쁘다는 건 다 거짓말이고, 그를 피하고 싶어서 자꾸 회사에 나갔을 뿐이다.그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의견이 달라 말다툼을 하거나 그가 이유 없이 지극 정성을 보여서 당해낼 수 없었다...그녀가 입을 벌리고 뭔가 말하려는데 바론이 말을 이었다.“시준의 말을 들어 보니 너희가 아직 신혼여행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않았다며? 아니면 Y국으로 올래?”전에는 시국도 그렇고, 두 사람의 관계를 분명히 하지 않아 부녀 사이가 매우 소원했다.강유리가 Y국에 3년 동안 머물렀지만 두 사람은 별로 만나지 않았다.그녀는 오히려 릴리 모녀와 더 자주 만났다.그녀가 Y국으로 신혼여행을 온다면 그는 반드시 일정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그녀가 편하고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줄 것이다.“물론 네가 따로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그쪽으로 준비해 줄 수도 있어. 네가 원한다면, 나는 반드시...”“Y국도 괜찮을 것 같아요.”강유리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고
신하균은 정면을 응시하며 조용히 차를 몰았다.차 안이 너무 조용했는지 그는 가끔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소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창에 기대어 가끔 휴대전화를 보았다. 나무 그림자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차에 비치어 들어와 얼룩덜룩하게 그녀의 작은 얼굴에 떨어졌다.“무슨 생각 해요?”신하균은 낮은 목소리로 예고 없이 입을 열었다.“대표 이사 자리에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릴리도 갑자기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말이 나오자 두 사람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신하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다시 쳐다보더니 눈 밑에서 몇 가닥 어두운 빛이 번쩍였다.정신을 차린 릴리는 머뭇거리며 신하균에게 질문을 던졌다.“고한빈의 일은 하균 씨 알고 계시죠?”“릴리씨 생각은 어때요?”신하균은 무심코 반문했다.“내 생각은 하균 씨 형부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데 이 일을 같이 꾸몄다는 걸 보니 알고 계셨겠죠? 조사 따위는 그냥 의례적인 일인가요?”“릴리 씨는 아마 형부를 잘 모를 거예요. 그는 일을 할 때 사람들에게 완전히 털어놓지 않아요.”“...”릴리는 잠시 침묵했다.‘그러니까 미리 몰랐다는 말이지?’추측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신하균은 다시 말했다.“하지만 우리 친분이 있으니 이런 건 나한테 숨기지 않을 거예요.”랄리는 이 말을 듣자,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그래서 하균 씨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요?”“전적으로는 아니지만 무슨 상관이 있어요?”신하균이 다시 물었다.“그는 하균 씨에게 숨길 게 없다면서요. 왜 또 전적으로 아니라고 하죠? 그럼, 하균 씨는 대체 아시는 거예요, 모르시는 거예요?”릴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릴리 씨 묻고 싶은 것은 제가 아는 것에 대한 어느 부분 말이에요?”그 말에 혼란스러워하는 릴리는 그와 계속 얼버무리고 싶지 않았다.“오늘 밤 우리가 물어본 내용에 대해 고씨 가문의 약점이 우리 형부 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들었
”...”릴리는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약간 황홀하고 불확실했다.그가 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것이 바로 그녀의 이 말을 듣기 위해서 인가?삼촌 조카 농담 안 하겠다는 말?릴리가 넋을 잃고 있을 때 그가 덧붙여 말했다.“다음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렇게 돌려서 말하지 말고 직접 물어봐요.”릴리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제가 직접 물어봤잖아요.”“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데 그쪽에서 답장이 없어요? 그리고 릴리 씨 물어본 것이 아니라 제가 물어본 것이에요.”신하균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직접 물어보면 알려 주실 거예요?”신하균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그건 모르는 거죠.”“봐요, 제가 물어봐도 안 알려주는데 저보고 직접 물어보라고요?”릴리가 눈을 희번덕거렸다.“하지만 릴리 씨 묻지 않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잖아요.”“...”릴리는 눈동자가 번쩍하여 잠시 말이 없었다.이 말은 좀 익숙하다.그녀가 전에 그에게 얘기했던 것이었다.예전에 그녀는 항상 그의 꽁무니를 쫓아다녔고 그의 기분을 지켜보았다. 그의 과묵한 것을 눈치채거나 그녀의 어떤 말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면 아양을 떨며 그를 달래곤 했다. 그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고 묻지 않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하균 씨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경 쓰여요? 릴리가 떠보듯 물었다.“네. 신경이 쓰여요.”몇 초가 지나자 그는 덧붙여 말했다. “릴리 씨가 여동생이라 신경 쓰이는 게 아니예요.”릴리가 입을 딱 벌리고 ‘그럼 뭐 때문인가요?’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삼켜버렸다.짐작한 그 답을 얻을까 봐 두려웠고 또 얻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차 안이 조용했다.두 사람 모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에어컨에서 찬 바람을 내뿜는 희미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어둠을 밟으며 차는 월계만으로 들어가 천천히 주차장에 들어섰다.“내일 몇 시에 회사에 가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신하균은 먼저 입을 열었다.“아, 아니에요 저는
릴리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그를 엘리베이터 밖으로 밀어냈다.“그냥 물어본 거예요.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그런 다음 릴리는 미친 듯이 ‘문 닫기’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 문은 그녀가 서두른다고 해서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다.마침, 문 닫기 전에 그녀는 신하균의 또렷한 대답을 들었다.“릴리 씨.”“...”손가락이 버튼 위에 멈췄다.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릴리는 혼자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문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웃었다.봐봐, 그녀 자신이 가장 이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김솔 그 계집애는 몇 년 더 꾸민다고 해도 그녀를 따라잡지 못하겠지. 헤헤헤...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문제는 그만 생각하고 번거로운 문제는 일단 접어두는 것이 릴리가 줄곧 유지해 온 이념이다.그래서 신하균의 변화가 그녀를 잠시 혼란스럽게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고민하지 않았다.앞으로 대범하게 지내면서 차갑지도 않고 들이대지도 않고 예전 습관을 고치고 툭하면 애매한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말고 점잖게 말하면 된다.토요일 오전.간만에 쉬는 날 릴리는 강유리의 전화에 잠이 깬 다음에 계속 눈을 붙이려는데 또 초인종이 울렸다.릴리는 벌떡 일어나 앉아 초인종 소리를 꾹 참고 귀찮은 얼굴로 문 앞으로 걸어갔다.“그만 눌러. 그만 눌러! 누구야. 이른 아침에!” “...”문을 확 열자 요즘 낯익고 아주 멋진 얼굴이 나타났다.남자는 제복을 입고 있어 터프하고 멋있는 모습이 방금 그녀의 분노를 소리 없이 잠재우게 했다.하여튼 진짜 잘 생겼다...릴리가 그를 훑어볼 때 그도 릴리를 훑어보고 있었다.릴리는 검은색 슬립이 헐렁헐렁하게 걸쳐져 있고 방금 일어나 긴 머리가 어깨에 헝클어져 있었다.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가느다란 목덜미와 쇄골이 보였다.그녀는 맨발에 날씬한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어 가느다란 팔로 문설주를 짚은 채 비스듬히 문에 기대어 있었다. 항상 활력이 넘치던 작은 얼굴에 나른함과 여성스러움이 더해졌고 눈동자는 매혹스럽게 그를 응
릴리는 입을 삐죽거리고 고개를 돌리며 갑자기 얼어붙었다. 엘리베이터 반대편 문 건너편 옆쪽 복도에서 남자는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벽에 기대어 그녀의 작은 몸짓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릴리는 어설프게 눈을 피하며 천천히 몸을 곧게 세워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아직 안 가셨어요?”“실망 많이 하셨나요?”남자는 검은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릴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태연하게 답했다.“괜찮아요.”신하균은 그녀의 심술궂은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놀리지 않고 손목을 들어 올려 보며 말했다.“세수하고 옷 갈아입는데 10분이면 충분해요?”“당연히 부족하죠. 10분이면 되는 여자를 본 적이 있어요? 화장도 해야 하는데요.”“늦겠네요.”“걱정 마세요. 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아버지께서도 안 가실 거예요.”“...”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중요한 거는 바론 공작은 오늘 공식적인 일이 있어서 지체할 수 없다.그는 몇 초 동안 그녀를 쳐다보더니 어쩔 수 없이 낮은 목소리로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릴리 씨는 작별 인사를 하지만 저는 당번이에요. 말 잘 듣고 가는 길에 화장해도 괜찮을까요?”“...”그녀는 몇 초 동안 침묵했다가 다시 쾅 하고 차갑게 문을 닫았다.방에서 여자아이는 문에 기대어 얇은 눈썹이 찌푸려졌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말 잘 들어요?”“왜 그의 말을 들어야 하죠?”릴리는 손을 들어 뜨거워지는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곧장 옷방으로 향했다.그렇게 차려입고 그런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 정말 반칙이었다.10분 후.방문이 다시 열리더니 여자아이는 하얀 원피스로 갈아입고 검은 구두를 신었다. 머리 꼭대기에서 올림머리를 묶고 날씬하고 하얀 목을 드러냈다.민낯이지만 젊고 아름다우며 마치 캠퍼스를 떠난 대학생인 것 같았다.엊그제 직업 분장을 하고 어른인 척하는 것과는 달리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신하균의 시선은 그녀에게 향해 몇 초 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그녀는 그를 일깨워 말했다.“가시죠. 늦으면 두렵지 않으
신하균의 목소리는 원래도 듣기 좋은데 낮게 깔았을 때는 더욱 섹시하다.그는 허리를 굽혀 릴리 가까이 다가왔다. 남성 특유의 침략적인 기운 때문에 릴리는 몸이 떨리고 다리가 약간 나른해 났다.“여기서 어떻게 해요? 아니, 제 뜻은...”“음, 여기는 확실히 할 수 없겠네요.”신하균은 눈동자가 더 깊어지고 입술은 릴리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 귓가에 닿았다. “그럼 시간과 장소를 정하시고 제가 거기에 맞춰드릴까요?”얼굴 바로 옆의 따뜻하고 있을 듯 말 듯 한 감촉이 전율처럼 온몸 흘러 릴리는 제자리에 굳었다.그가 허리를 굽히자 릴리의 시선은 오히려 밝아졌다.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비친 릴리는 원피스를 입고 양손은 가방끈을 꼭 쥐고 벽에 바짝 기대어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하지만 신하균은 정장 차림에 한 손으로 엘리베이터 벽을 받치고 릴리를 품에 안은 듯해 보였다. 릴리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날렵한 옆선이 드러났다.치맛자락과 바지가 뒤엉키고 가냘픔과 터프함이 어우르며 미묘한 케미를 선사했다.음, 왠지 미성년자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띵-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릴리는 무척이나 반가웠다.릴리는 후딱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밀친 후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밖으로 달려 나갔다.차에 도착할 때까지도 릴리는 심장이 두근거렸다.릴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심호흡하며 마음을 추스르려고 했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입을 쳤다.‘이놈의 입이 방정이지.’‘앞으로는 진지하게 대하고 썸같은 대화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잖아!’‘이건 이미 썸을 넘어섰는데!’텅 빈 품속을 바라보는 신하균의 깊은 눈동자에는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전 남친이 열 명도 넘게 있는 계집애는 얼마나 대담한가 했더니 겨우 이 정도였다...가는 길 내내 릴리는 말없이 핸드폰만 쳐다봤다.왠지 부자연스러웠다.오히려 신하균이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덤덤한 얼굴이었다.그들이 은하타운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는 낯선 차량들이 대거 주차되어 있었다. 온통 흰색 바탕의 번호판을 단 검은색 지프차로
릴리는 코가 찡하고 목이 메었다. 입을 삐죽이고 눈물이 나려던 참에 바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가 함부로 행동하여 네 언니한테 폐를 끼친다면 나는 네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다.”“...”넘쳐흐를 것 같던 눈물이 일 초 만에 쏙 들어갔다.릴리는 앞에 서 있는 엄숙한 늙은 남자를 쳐다보다가 뒤에 서 있던 강유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친 딸이라 이거죠? 벌써부터 차별 대우예요? 좋아요, 좋아...”“손가락질하지 마라. 황실 의례는 괜히 배웠느냐?"바론은 언짢은 듯 목소리를 낮추었다.릴리는 손가락을 거두고 손을 움켜쥔 채 억울해했지만 말하지 않았다.릴리의 억울함에 비해 강유리는 두 사람의 이런 케미가 은근 부러웠다.어쩌면 릴리가 그녀보다 더 관대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 사이가 더 친밀해서인지 강유리는 그들이 더욱 친 부녀처럼 느껴졌다.커다랗고 따뜻한 손이 강유리의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 강유리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깊고 부드러운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이쪽 일이 잘 처리되면 우리도 Y국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자.”강유리는 미소를 지었다. 육시준은 그녀가 바론이 떠나는 게 아쉬워서 그런 표정을 지은 줄 아는 것 같다. “괜찮아. 급할 것 없어. 더 자세히 계획을 세우고 가도 돼.”강유리는 덤덤한 말투로 무심코 답했다.“원래는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사소한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겼어.”“괜찮아. 나도 마침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 결혼식의 홍보 효과가 좋아서 드레스 예약주문도 많이 들어왔고 신작도 준비해야 되...”육시준이 말을 하자 바론은 생각을 접고 귀를 쫑긋 세우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화제의 흐름이 날짜를 잡고 Y국으로 가는 것일 줄 알았는데 왜 신작 얘기가 나왔는지 바론은 이해가 안 갔다.딸은 사업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3년 전에도 그랬는지라 바론은 잘 알고 있다.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바빠야 한다니. 게다가 언제까지 바쁠지도 모른다.“너희들은 일
릴리는 어깨를 으쓱하고 물었다. “필요 없으신데 왜 언니한테 화를 내세요?”“...”“입은 말하라고 있는거예요. 소통하시라고요. 언니와 형부가 가능한 빨리 가길 원하시면 말하면 되잖아요. 말하지 않으면 그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혼자서 화만 내시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육시준 그놈은 알고 있어! 그는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는 거라고!”바론은 울분을 터뜨렸고 결국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인정했다.릴리는 끝까지 당돌하게 말했다. “그럴 만합니다! 요 며칠 언니가 아버지를 신경 쓰던가요? 아버지가 처음 이곳에 도착한 날 점심시간에 상냥하게 대꾸 한 번 했을 뿐이죠.”“...”정말이다.그 후 그들은 말만 하면 다퉜다.릴리와 강미연이 없자 그들은 점점 더 사이가 나빠졌다.‘게다가 육시준 그 녀석은 불 난 집에 부채질이나 하고!’‘아오, 열받아!’“그때 언니가 왜 상냥한 표정을 지었는지 아십니까? 아버지가 태도가 단정하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고치겠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릴리는 계속 말했다.바론은 눈썹을 찡그렸다. “사과도 하고 잘해주기까지 했는데 그럼 된 것 아니냐?”“무슨 소리세요? 사과하면 반드시 용서받는다고 누가 말했어요? 정말 변화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잘해 줘도 소용이 없죠.”이 말은 귀에 익는다. 강미연도 여러 번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너무 독단적으로 굴지 말고 항상 강유리와 맞서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잘해줘도 유리는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눈빛이 부자연스러워졌다. 바론은 갑자기 알 것 같았다. 육시준이 왜 그에게 말대꾸를 했는지. 릴리와 같이 그가 속마음을 말할 수 있도록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예를 들면 아까처럼 말이다. 속으로는 깨달음을 얻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릴리에게 되물었다.“어린애가 뭘 안다고 날 가르치려 드는 거야?”“...”릴리는 바론의 표정을 보고 그가 이해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저 억지를 부리는 것 뿐이다. 릴리는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