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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송언희
나태웅이 업무적인 일로 사무실에 방문하면서 고은영은 그제야 그 숨막히는 사무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배준우는 유리창을 통해 자신의 앞에서는 조신하게 행동하던 그녀가 밖에 나가서는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나태웅도 그의 시선을 따라 바깥을 내다보니 고은영이 무언가를 바쁘게 찾고 있었다.

‘고 비서는 여전히 덜렁거리는군.’

고개를 돌린 그는 봉투 하나를 배준우에게 건넸다.

“대표님, 조사해 본 결과, 역시 그날 사모님이 술에 약을 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나태웅이 확인해 보니 캐릭터 모양의 핸드폰 케이스가 보였다. 당연히 배준우의 것은 아니었다.

아까 사무실에 들어왔던 고은영이 부주의로 핸드폰을 두고 나간 것이다.

한참 핸드폰을 찾아 헤매던 고은영은 다시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문앞에 도착하자 배준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그 여자는 찾았어?”

방 문을 노크하려던 고은영은 순간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아직도 그 여자를 찾고 있었나?

곧이어 나태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사모님께서 대표님 결혼을 추진하려고 보낸 여자일 테니 사모님 측근임이 틀림없겠네요.”

“측근이라! 웃기지도 않는군!”

잔뜩 날이 선 배준우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한달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 찾아서 해결해.”

“네, 대표님.”

나태웅의 목소리마저 차가워졌다.

고은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골칫거리가 생겼을 때 그들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다.

만약 그날의 진실이 탄로난다면 자신이 어떤 처참한 처지가 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나태웅이 고은영을 보고 아는체했다.

“고 비서?”

“나 실장님, 오랜만이네요.”

고은영은 곧장 정신을 가다듬고 공손히 인사했다.

하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나태웅은 그녀의 안색을 잠깐 살피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

“고 비서 어디 아파? 안색이 왜 이래?”

“감기기운이 좀 있어서요.”

고은영은 황급히 변명했다.

나태웅은 고개를 끄덕인 뒤, 병원에 가보라는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사무실 문이 열려 있었기에 고은영은 책상 위에 놓인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죄송해요, 대표님. 핸드폰을 놓고 가서요.”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배준우가 재빨리 그녀의 핸드폰을 가로채더니 켜진 핸드폰 화면을 그녀의 앞에 들이밀었다.

“고 비서, 이거 어떻게 설명할 거야?”

안 그래도 좋지 않던 고은영의 안색은 차가운 한마디에 파랗게 질렸다.

핸드폰 화면에는 안지영이 보낸 카톡 문자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아직이야? 왜 이렇게 늦어? 대표님한테 붙잡혔어?]

고은영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

배준우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고 비서, 내가 그렇게 힘든 일 시켰어? 그래서 친구한테 고해성사라도 한 거야?”

잔뜩 날이 선 말투에 고은영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아, 아닙니다, 대표님.”

안 그래도 조금 전 들은 대화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운데 상사 뒷담화하다 들킨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배준우는 빨리 해명해 보라는 듯이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고은영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대표님, 제가 잘못했어요!”

“그래? 고 비서 평소에 일을 열심히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왜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해?”

평소에 배준우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칭찬은 오히려 더 큰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녀가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안지영의 문자가 또 도착했다.

[야, 무슨 일인데? 혹시 대표님한테 들킨 거 아니지?]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은 쪽으로 치닫고 있었다.

고은영의 얼굴에서 핏기가 아예 사라지고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녀는 애써 고개를 들고 어서 대답해 보라는 남자와 시선을 맞추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 쉬는 날에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뭐?”

배준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은영은 손톱에 살갗이 까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애써 정신줄을 잡았다.

“회사랑 무관한 간단한 아르바이트예요. 회사에 그 어떤 불이익도 끼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동영그룹 대표실 비서인 동시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였다.

원칙적으로 회사에서는 원활한 업무진행을 위해 쉬는 날 아르바이트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일이 까발려지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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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9화

    나태현이 의사를 따라 나갔다. 그러자 지신혜가 바로 간호사들을 향해 화를 냈다.“이 쓸데없는 것들! 한 달이나 걸린다고? 나 일주일 뒤면 약혼인 거 몰라?”약혼식에 입을 드레스도 다 준비되었는데, 한 달이나 기다리라고 하다니.지신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량천옥을 향한 증오가 극에 다다랐다.긴호사는 갑자기 화를 내는 지신혜를 보고 깜짝 놀라서 주사기를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그런 간호사를 보면서 지신혜는 더욱 화가 났다.“당장 전문가를 불러와! 일주일 내에 낫게 만들란 말이야!”“네 다리는 골절이야. 일주일 만에 어떻게 나아?”량천옥이 병실에 나타나서 비웃는 표정으로 지신혜를 쳐다보았다.지신혜는 그런 량천옥을 보고 더욱 화가 났다.량천옥이 들어와서 간호사에게 얘기했다.“지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니 먼저 나가 계세요. 진정하게요.”“네.”간호사는 량천옥의 말에 구원이라도 받은 듯 도망쳤다.지신혜는 량천옥의 표정을 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하지만 지신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일부러 그런 거지.”지신혜가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량천옥은 담담하게 듣다가 차갑게 대답했다.“네가 지씨 가문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나태현이랑 약혼한다고 이렇게 나대는 것 같은데...”“...”량천옥이 사실을 얘기하자 지신혜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지신혜는 사생아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왔다.지신혜가 쓰고 먹는 것은 다 사생아들보다 못한 것이었다.량천옥이 지신혜 앞에 와서 귓가에 속삭였다.“누가 너한테 은지를 괴롭혀도 된다고 했지? 천박한 년 같으니라고. 이번에는 경고로 끝나지만 다음에는 아니야.”“당신...”“기억해. 고은지는 량천옥의 딸이야. 나태현과 약혼한다고 해서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은지를 괴롭히려면 먼저 량천옥, 나부터 밟고 넘어가야 할 거야.”“...”량천옥의 말은 차갑고도 딱딱했다.그 순간 지신혜는 량천옥이 소문과 똑같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니까 오늘 본 그 여자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8화

    “그 말은...”“혼자 있고 싶어.”정록담은 그렇게 말하는 량천옥이 걱정되었다.“돌아가.”량천옥이 강조하면서 얘기했다.정록담은 뭐라 얘기하고 싶었지만 량천옥의 결연한 말투에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다.정록담이 가자 량천옥은 바로 운전대를 잡았다.그리고 먼저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나태현이 그 여자를 데리고 어디로 간 건지 알아봐.”“네.”전화를 끊은 량천옥의 머릿속에는 고은지의 상처뿐이었다.그 장면이 마치 비수처럼 량천옥의 심장에 박혀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서홍 클럽으로 갔습니다.”“그래, 그리고 고은지가 어디 사는지도 알아봐 줘.”고은지는 고은영과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량천옥은 고은지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전화를 끊은 량천옥의 머릿속에는 연약한 척하는 지신혜의 모습으로 가득했다.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뻗쳐올랐다....저녁 열 시.두 사람은 서홍 클럽에서 세 시간가량 있다가 나왔다. 천략 그룹 앞에서 지신혜는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하지만 지금은 아주 밝게 웃고 있었다. 그건 나태현 덕분일 것이다.그 모습을 보면서 량천옥은 화가 끓어올랐다.나태현이 지신혜를 위해 차 문을 연 순간, 량천옥이 두 사람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피할 시간도 없었다.차량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지신혜는 이미 차에 발을 걸친 상태였다.량천옥의 차가 달려오는 순간, 나태현은 본능적으로 지신혜를 끌어내렸다.하지만 량천옥의 속도가 더 빨랐다.지신혜는 그 충격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발목은 아까의 충돌로 완전히 골절되었다.량천옥은 떠나지 않고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을 보더니 전혀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머? 다쳤어? 정말 미안해. 나도 실수로 그런 거야. 미안해.”나태현은 량천옥을 보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량천옥!”“얼른 경찰에 신고해. 구급차도 불러야지. 내 책임이니까 피해보상은 완벽하게 해줄게.”“당신 이거 살인 미수예요!”“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7화

    량천옥이 손을 놓자 고은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량천옥은 고개를 돌려 멀어져가는 고은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파했다.량천옥이 떠나려던 순간, 나태현이 입구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나태현을 본 량천옥은 바로 나태현을 향해 걸어갔다.나태현은 량천옥을 보고 미간을 확 찌푸렸다. 량천옥은 나태현 뒤에 서 있는 지신혜를 보자마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강 알아냈다.“쯧쯧, 지씨 가문의 아가씨라서 선을 지킬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네.”량천옥을 본 지신혜는 숨도 쉬지 못했다.“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찾아오다니. 지씨 가문에서 그렇게 가르쳤나 보지?”천락 그룹의 사람들도 퇴근해서 나오는 중이었다.회사 앞에서 이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으니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지켜보았다.하지만 그 주인공이 나태현이라는 것을 보고는 다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러갔다.그저 나태현 옆에 있는 지신혜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지신혜는 그 눈빛에 표정이 굳어버렸다.“태현 씨.”억울한 표정으로 나태현의 팔을 그러안았다.그러자 량천옥은 멸시의 시선을 보냈다.“요즘 사람들이 이렇게 개방적이라는 걸 까먹을 뻔했네.”“태현 씨!”지신혜는 나태현의 팔을 더욱 세게 그러안았다.지씨 가문의 딸로서, 이런 취급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상대가 량천옥이다보니, 지신혜는 나설 엄두도 내지 못했다.“먼저 차에 있어.”지신혜는 량천옥을 보면서 눈을 부릅떴다.모든 사람들은 량천옥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량천옥은 강성의 미친개였으니까 말이다.사업이 성공한 남자들은 량천옥을 더욱 경계했다.여자에게 홀린 남자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다들 봐왔으니까 말이다.얼마나 많은 사모님들이 량천옥 때문에 마음 아파했는가.지신혜는 량천옥과 싸울 담이 없었기에 얼른 차에 올라탔다.나태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량천옥을 쳐다보았다.“은지 손의 상처, 네가 한 거야? 아니면 지신혜가 한 거야.”량천옥의 말투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6화

    이현은 계속 해외에 있었다. 연구 때문에 계속 돌아오지 못했는데 겨우 연구를 끝낸 후 돌아오자마자 바로 익산으로 갔다.이현의 마음속에는 고은지와 고은영이 어렵게 살던 모습이 계속 남아있었다.“동생은 잘 지내?”고은지의 삶은 너무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이현은 먼저 고은영에 대해서 물었다.고은영을 떠올린 고은지는 마음이 편해져서 대답했다.“은영이는 잘 지내고 있어.”“그래?”이현은 약간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이현이 기억하는 고은영은 겁이 많은 아이라서 고은지의 보살핌이 필요했다.고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배씨 가문 며느리가 되었거든. 배준우 씨랑 결혼했어.”“배준우?”이현은 깜짝 놀랐다.고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없다는 이현을 보면서 물었다.“아는 사람이야?”“당연하지.”배준우가 유학할 때, 그들은 항상 함께였다. 아는 사이일 뿐만이 아니라 아주 친했다.고은지는 깜짝 놀랐다.“이런 우연이 있다니.”“배준우와 결혼하다니. 좋네.”이현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배준우는 주견이 뚜렷한 사람이다. 그러니 아무리 배준우의 부모라고 해도 배준우의 일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다.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배준우 씨도 은영이한테 잘해주니까.”그 덕분에 고은지는 마음 놓고 배준우에게 고은영을 맡길 수가 있었다.배준우가 고은영에게 잘해준다는 말을 들은 이현은 마음이 놓였다.고은지의 일도 묻고 싶었지만 조금 전 고은지의 표정을 떠올린 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계속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은지는 그제야 이현이 왜 중학교 이후부터 익산에 오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유학 때문에 계속 해외에만 있었으니까 말이다.대화를 나누면서 이현이 원래 강성에서 자랐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헤어질 때 이현은 명함을 고은지에게 건네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했다.그리고 또 좋은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은지는 법적으로 아이를 데려오지 못한다고 알려주었다.고은지는 이미 계획이 있었다....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5화

    점심. 한 레스토랑에서.고은지는 오랜만에 이현과 만났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고은지는 레스토랑에 들어서자마자 이현을 알아볼 수 있었다.이현도 고은지를 알아보았다.너무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약간 어색함을 느꼈다.고은지는 웃으면서 말했다.“몇 년이 지나도 넌 계속 그대로네.”“넌 조금 변한 것 같아.”이현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고은지에게 물을 따라주었다.“고마워.”고은지가 잔을 들었다.이현은 고은지의 오른손에 붕대가 감겨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굳어서 물었다.“네 손, 무슨 일이야.”“조금 다쳤어. 지금은 괜찮아.”고은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답했다.마치 아까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이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슨 일을 하는데 손을 다친 거야?”“그냥 평범한 비서 업무야. 칼날을 폐기 처리하다가 다친 거야.”“네가 왜 폐기 처리를 하는데.”“그대로 버리면 다른 사람이 다치니까.”“결국 네가 다쳤잖아.”이현은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이윽고 말을 이었다.“넌 여전히 어릴 때랑 다른 바가 없네. 본인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생각해 주잖아.”“...”그 말을 들은 고은지는 컵을 들고 있던 왼손을 바르르 떨었다.중학교 전까지만 해도 이현은 여름 방학마다 익산시에 와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었다.익산시는 몹시 가난한 곳이었다.잘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이현은 고은지와 고은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동생은?”이현이 물었다.사실 이현은 전에 익산시에 가서 고은지와 고은영을 찾으러 갔다.하지만 마을의 사람들은 고은지와 고은영이 강성에 갔다고 했다.그리고 조보은이 잘 못 지낸다고 얘기했다.이현은 조보은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묻지 않았다. 그저 고은지와 고은영이 강성에 있다는 것을 듣고 바로 강성에 온 것이다.“결혼했어.”“결혼했다고?”“응. 나도 결혼했다가 이혼했어.”고은지가 말했다.“...”고은지가 결혼했다가 이혼했다는 말을 들은 이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4화

    나태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지훈을 쳐다보았다.이지훈은 그 눈빛을 마주하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차가운 한기가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꾹 참고 이어서 얘기했다.“고은지 씨는 그래도 대표님 아이의 엄마입니다.”고은지는 량천옥의 딸이기는 하나 그건 고은지가 선택한 일이 아니다.니테현이 고은지를 싫어한다고 해도, 고희주를 싫어한다고 해도 이런 과분한 짓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그래서 마음 아파?”나태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지훈은 그 생각에 온몸이 굳어버렸다.“그 누구라도 고은지 씨의 모습을 보면 동정심이 생길 겁니다.”이지훈의 말이 맞았다.천락 그룹에서는 고은지를 우습게 보는 사람이 없었다.고은지와 고희주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은지가 조영수와 결혼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했을 때, 고은지를 우습게 보던 사람들이 있었다.하지만 그 아이의 아버지가 나태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아무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이지훈의 말이 맞았다.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은지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다.나태현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동정한다고? 하하하... 고은지가 동정이 필요한 사람인가?”고은지는 량천옥의 딸이다.량천옥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그런 량천옥의 딸이 동정을 얻고 산다니. 웃기지도 않은 소리다.이지훈은 비꼬는 듯한 나태현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나태현은 고은지가 량천옥의 딸이라는 사실을 싫어했다.만약 고은지가 량천옥의 딸이 아니었다면 나태현은 고희주를 빼앗아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고은지 씨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량천옥 씨의 사랑을 받아온 것도 아닌데 지금은 량천옥 씨 때문에 복수의 대상이 되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됩니다.”이지훈은 결국 참지 못하고 모든 것을 얘기했다.량천옥은 나쁜 여자다. 강성에서도 유명한 나쁜 여자다.죄는 량천옥이 짓고 벌은 고은지가 갚는다.이건 누가 봐도 불공평한 일이었다.“모든 일이 공평할 수는 없지만 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3화

    고은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뒤로 숨기고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가서 처리하면 됩니다.”“아까 피를 얼마나 흘린 건지 알아요?”이지훈이 진지하게 얘기했다.고은지는 손이 아픈지도 몰랐다.그저 심장이 몹시 아픈 것만 같았다.유리가 손바닥을 파고들던 고통이 심장에서 느껴지고 있었다.결국 이지훈은 고은지를 데리고 내려갔다.이지훈의 생각이 맞았다. 고은지의 상처는 아주 심했다. 이지훈이 고은지의 손바닥을 보려고 손을 폈을 때, 고은지는 아파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겨우 손을 다 펴자, 상처 안에 작은 유리 조각들이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이지훈 같은 남자도 그 상처를 보고 놀라서 몸이 약간 굳을 정도였다.이지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병원에 가서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처 안에 박힌 유리 조각들을 다 빼내야죠.”얼마나 많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괜찮아요.”“...”이지훈이 뭐라 하기도 전에 고은지는 주먹을 폈다. 아까는 아파서 바들바들 떨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것만 같았다.이윽고 고은지는 손톱으로 그 유리 조각들을 빼냈다.전문가가 아닌 데다, 아무렇게 처리하고 있으니 상처가 더더욱 커지고 깊어졌다.피도 더욱 많이 났다.“이건...”이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하지만 고은지는 무표정으로 구급상자에서 솜을 꺼내 피를 대충 닦았다.“이러면 안 돼요. 유리 조각이 안에 있으면 어떡합니까.”이지훈이 물었다.이번 일은 지신혜가 선을 넘은 것이다. 천락 그룹에 찾아와 고은지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말이다.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으면서 이러는 것을 보니 결혼하게 되면 얼마나 심해질지 몰랐다.이지훈은 속으로 화를 내면서 생각했다.고은지는 손가락으로 상처를 꾹 눌렀다.멎었던 피가 또 흘러내렸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지훈이 놀라서 고은지의 손목을 잡아챘다.본인이 어떻게 병원에서 퇴원한 것인지 잊은 건가? 이 피가 얼마나 소중한 건지 잊은 건가?“만져봤는데, 안에 남은 유리 조각은 없어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2화

    하지만 지신혜의 힘은 너무 셌다.지신혜가 힘을 더 주자 상처가 더욱 깊어졌다.“그래서, 그 옆자리를 노려보겠다는 거야? 네까짓 게?”나태현은 핸드폰을 챙기지 않아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윽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이지훈도 약을 들고 돌아왔다.나태현의 뒤에 서 있던 이지훈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서 얼른 다가갔다.“지신혜 씨, 오셨군요.”이지훈이 입을 열자 팽팽했던 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졌다.지신혜는 사무실 입구 쪽에 서 있는 나태현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발을 치워버렸다.“태현 씨, 왔어요? 아까 어디 갔던 거예요.”말투도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고은지를 대하던 태도와는 180도 달랐다.나태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지신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바닥에서 일어서는 고은지를 쳐다보았다.손의 상처는 아주 심해서 피가 카펫에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이지훈이 얼른 고은지의 곁으로 왔다.“얼른 지혈부터 해요.”고은지는 차가운 표정으로 지신혜를 쳐다보았다.그리고 또 나태현을 바라보았다.나태현은 지신혜를 향해 부드럽게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올 거면 온다고 먼저 얘기라도 하지. 저 여자가 널 괴롭힌 거야?”“상사의 약혼녀를 향한 존중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말투도 차갑고요.”지신혜가 억울한 듯 얘기했다.지신혜는 아버지가 데려오는 사생아들이 본인을 깔보거나 존중하지 않을 때마다 화를 잔뜩 냈었다.그래서 지신혜는 위아래가 없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했다.이 여자는 지신혜가 나태현의 약혼녀인 것을 알면서도 그런 태도로 지신혜를 대했으니, 이런 벌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그 말을 들은 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런 사람은 혼을 내야지.”그 말을 들은 이지훈과 고은지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이지훈은 붕대와 소독약을 찾아서 고은지에게 건네주었다. 고은지는 고맙다고 하면서 약을 받았다.고은지가 사무실을 나가려고 할 때, 나태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사과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1화

    사무실의 문을 열자 아까보다 더욱 난장판이 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이지훈은 고은지의 뒤에 서서 얘기했다.“대표님은 방금 나가셨습니다. 청소부를 부를까요?”“괜찮습니다.”고은지는 무표정으로 대답했다.이윽고 사무실에 들어가 바닥에 널브러진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이지훈은 그런 고은지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태현의 곁을 오랜 시간 지킨 만큼, 이지훈은 나태현을 잘 알고 있었다. 이지훈이 아는 나태현은 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고은지가 고희주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학교에서의 일만 보면 알 수 있다.그런데 지금 나태현이 고희주를 빼돌렸으니 고은지는 나태현이 하라는 일을 그대로 할 수밖에 없다.“아...”이지훈이 생각에 빠져있을 때, 고은지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유리 조각에 손을 베인 것 같았다.이지훈은 바로 달려가서 물었다.“무슨 일이죠? 다쳤어요?”고은지는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약을 가져오라고 할게요.”말을 마친 이지훈은 사무실에서 나가 구급상자를 찾으러 갔다.이지훈이 떠나자마자 사무실에는 불청객이 들이닥쳤다.바로 지신혜였다.고은지가 나태현 사무실 소파에 앉아 휴지를 뽑고 있는 것을 본 지신혜가 차갑게 물었다.“뭐 하는 거야?”피를 닦던 고은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윽고 고개를 돌리지 지신혜가 차가운 눈으로 고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지씨 가문은 강성에서 유명한 가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씨 가문 사람들은 항상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지신혜가 다가가서 물었다.“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물었잖아.”고은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간을 찌푸린 채 손가락을 보았다.지신혜도 고은지의 시선을 따라 손가락을 감싼 휴지에서 피가 스며 나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모습에 지신혜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비웃었다.“하, 정말 천박한 수단이네. 그 정도로 돈이 필요해?”지신혜는 눈앞의 사람이 고은지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그저 이 여자가 젊은 비서들처럼 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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