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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나태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은영은 그와 함께 조사를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했다.

그녀는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

나태웅이 귀찮은 듯이 말했다.

“이제 일하자!”

“네, 나 실장님!”

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태웅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없이 배준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자리로 돌아온 고은영은 업무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휴게실에서 봤던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이러다가 정말 크게 사고 한번 칠 것 같아!’

무슨 중요한 일을 의논하는지 나태웅은 한 시간 뒤에야 배준우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가 나오자 마자 고은영의 업무용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대표 사무실 쪽을 바라보다가 남자의 냉랭한 눈빛과 마주쳤다.

고은영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전화를 받았다.

“네.”

“들어와!”

남자는 간단하게 지시를 내린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

고은영은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을 애써 참으며 다음 회의에 필요한 서류를 챙겨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연 순간, 벌써 풍겨져 나오는 숨막히는 압박감에 그녀의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대표님, 다음 회의에 필요한 자료입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죠.”

말을 마친 그녀는 공손히 서류를 배준우에게 건넸다.

남자는 긴 손가락으로 무심하게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그 무심한 동작에 고은영의 긴장감은 다시 고조되었다.

배준우가 말이 없자 그녀는 점점 더 조여오는 압박감을 느꼈다.

한참이 지난 뒤, 그녀의 등이 축축하게 젖었을 때, 배준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까 뭘 봤지?”

“아니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고은영은 다급히 말했다.

상사 앞에서 당신의 나체를 봤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을 마주했다.

그런데 그의 눈빛에서 냉기가 느껴지지 않는 건 착각일까?

고은영은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재차 말했다.

“정말 아무것도 못봤어요.”

“그래?”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차가워졌다.

고은영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

배준우가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고은영 앞에서는 처음 보여주는 웃음이었지만 그녀는 이 상황이 더 힘들기만 할 뿐이었다.

배준우는 시선을 돌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나가봐!”

“네, 대표님.”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사무실을 나왔다.

배준우는 놀란 토끼 같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고은영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나태웅의 호출이 있었다.

사무실로 갔더니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나 실장님, 찾으셨어요?”

“은영 씨, 여기 와서 이것 좀 확인해 봐. 은영 씨가 호텔에서 확인했던 CCTV 영상이 이게 맞아?”

영상? 영상은 분명 그날 안지영과 같이 전부 삭제했는데?

고은영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나태웅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반응이 없자 나태웅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고 비서?”

“아, 네!”

“영상 좀 확인해 보라니까!”

고은영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안 보겠다고 도망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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