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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송언희
같이 쇼핑하러 갈 예정이었지만 이 해프닝으로 무산되었다.

그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안지영이 말했다.

“은영아, 우리 그냥 퇴사하자.”

고은영은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지금 그만두면 집 대출은 어떡하라고? 매달 400만원씩 들어간단 말이야!”

안지영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그녀는 쿠션을 끌어안고 한참을 정신을 추스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면 너 집 그냥 팔래?”

집 대출이 없으면 퇴사해도 걱정할 것 없었다. 이 사건은 고은영이 퇴사해야 끝날 것 같았다.

조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두 사람 다 살려면 배준우에게서 멀어지는 게 상책이었다!

“그거 산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못 팔아!”

아직 부동산 계약서에 도장도 채 마르지 않았는데 섣불리 집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은영에게는 매달 4백만 원 정도의 대출이 나가고 정작 안지영 본인은 카드를 아버지에게 몰수 당해서 월급 없이는 생활비 충당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두 사람 다 쉽게 퇴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준우를 계속 속이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아니야, 됐다! 우리가 더 조심하는 수밖에!”

한참 생각하던 고은영이 무언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차라리 내가 부서를 옮길까?”

그러자 안지영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너 잊었어? 너는 배 대표가 직접 뽑았어.”

원래 고은영은 경영지원팀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이력서를 확인한 배준우가 그녀를 비서실로 부른 것이었다.

그때 회사 여직원들 중에 배준우가 고은영 외모에 반해서 데려갔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었다.

나중에는 고은영이 일을 열심히 하고 배준우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했기에 소문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배준우가 그녀를 지목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고은영이 자처해서 부서를 옮기겠다고 해도 인사부에서 그걸 받아들여 줄지가 의문이었다.

그 말을 들은 고은영이 다시 기죽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배준우가 아직도 그날 밤 그 여자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만 생각해도 숨이 막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지.”

“그런데 무섭단 말이야!”

고은영이 울먹이며 절규했다.

안지영은 여린 토끼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고은영을 보자 배준우가 뭘 보고 그녀를 지목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군 안 무서워? 그날 일 들키면 너랑 나랑 다 죽어. 그러니 네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결국 아무리 의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고 고은영이 조심해야 한다는 걸로 결론이 났다.

안지영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울고 있는 고은영을 위로했다.

“조금만 참자!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하지만 그 말은 고은영에게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했다.

안지영은 그런 그녀를 어르고 달래서 저녁을 먹이고 방에 들여보내 재웠다.

그리고 다음 날도 안지영이 가기 싫다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회사로 갔다.

출근 시간이라 엘리베이터가 너무 붐벼서 탈 수가 없었다.

고은영은 초조한 기색으로 핸드폰을 살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지각이었다.

배준우는 정확히 출근시간 30분 전에 사무실로 나온다. 고은영은 급한 마음에 결국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지하실에서 올라오던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고은영은 보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다시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 대표님….”

고은영은 이 자리에서 죽고만 싶었다.

배준우는 냉랭한 시선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뒤에 있던 나태웅이 그녀를 불렀다.

“고 비서, 같이 타고 가!”

나태웅은 고은영이 배준우를 어려워하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같이 일한 시간도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배준우만 보면 벌벌 떠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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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현이 직접 얘기한 거야.”“...”나태현이 직접 얘기한 것이라니.그렇다면 아마 진실일 것이다.희주가 정말 죽었다는 것이다!고은영은 심장이 아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고은영의 심장을 꽉 조이는 것만 같았다.힘겹게 입을 연 고은영이 물었다.“직... 직접 자기 입으로 얘기한 거예요?”목소리는 점점 낮아져서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어떻게 해야지? 언니한테는 뭐라고 해야지?’고은지가 머리를 굴렸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고은지를 그렇게 잘 따르던 아이가 결국 어린 나이에 죽게 되었다.두 사람은 서로의 전부이고 세상이었다.하지만 결국 고희주는 고은지를 만나지 못하고 절망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배준영은 고은영의 울먹임을 듣고 한숨을 내쉬더니 얘기했다.“지금 데리러 갈게.”고은영이 핸드폰을 툭 떨어뜨렸다. 희주가 죽었다니...이제 어찌해야 하는가...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결국 벽에 기대어 쭈그리고 앉았다.간호인이 물을 떠 오다가 창백한 표정의 고은영을 보고 얼른 다가갔다.“사모님,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쉿.”간호인이 뭐라고 더 얘기하려고 할 때 고은영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지금 이 순간에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간호인은 그런 고은영을 보고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왜 그러세요? 의사를 부를까요?”고은영은 고개를 젓고 대답했다.“괜찮아요, 그냥 혼자 내버려 두면 나아질 거예요.”고은영은 그저 혼자 있고 싶었다.고은지에게 걸려온 전화는 장난 전화라고 생각했지만 배준우가 알아 온 정보도 같은 내용이니...고은영은 이제 희주가 죽었다는 사실을 정말 믿게 되었다.그 작고 어린아이가 죽다니...간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러면 필요하실 때 부르세요. 전 먼저 물을 가져다드릴게요.”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고희주로 가득했다.왜 그때 고은지에게 그렇게 많은 일들을 비밀로 했었을까.만약 고은지에게 바로 알려주었다면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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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현의 태도에 집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도련님, 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나태현이 차갑게 되물었다.“그렇게까지?”“어르신이 그 아이를 안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아시잖습니까.”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한 생각은 다를 것이다.집사의 그 한마디가 마치 나태현의 신경을 건드린 것 같았다.나태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집사는 들려오는 기계음 소리를 들으면서 굳은 표정으로 나태범을 쳐다보았다.“큰 도련님이 전화를 끊으셨습니다.”“아이는?”나태범이 조급해하면서 물었다.집사는 고개를 저었다.“희주 아가씨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으셨습니다.”나태범은 너무 걱정되어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되었고 량천옥은 대체 왜 갑자기 미친 것일까.량천옥은 지금 단단히 미쳐있었다.“다시 전화 걸어! 지금 당장 돌아오라고 해!”나태범이 조급해하면서 얘기했다.나태현을 해외에 두는 것이 마음 놓이지 않았다.량천옥은 그야말로 미친년이었다. 이성을 잃은 량천옥은 다 같이 죽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상대를 무조건 죽일 것이다.배항준이 계속 량천옥을 어르고 달랜 덕분에 량천옥은 요즘 잠잠하게 지냈다.하지만 량천옥의 본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니다.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이윽고 집사가 다시 나태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나태현은 받지 않았다.계속해서 전화를 걸어도 받는 사람은 없었다.“큰 도련님이 전화를 받지 않으십니다.”“그럼 그 주변 사람한테 전화해!”“네, 네!”집사는 나태현이 조급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당연한 일이었다.량천옥이 나태현을 정말 죽이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나태현이 낙하산을 쓸 줄 몰랐다면 아마 정말 죽었을 것이다.량천옥과 한곳에 있는 것도 하나의 위험이었다.집사는 나태현 주변 사람에게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나태범은 여전히 마음을 다잡을 수 없어서 거실에서 이리저리 오갔다....고은영은 고은지 옆을 계속 지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8화

    고은영은 그런 고은지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언니...”“희주가 죽었대...”“아니, 희주는 살아있어! 날 믿어줘! 희주는 분명 살아있을 거야!”고은영이 계속해서 위로했다.하지만 고은영도 자기가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나태현과 량천옥이 동시에 해외로 나갔다는 건 좋지 않은 징조가 확실하니까 말이다....고은지의 세상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그리고 나씨 가문도 마찬가지였다.나태웅은 아직도 나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장선명과 안지영의 결혼 소식이 퍼져도, 안지영이 나태웅을 고소하겠다는 소식이 퍼져도 나태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리고 이 시점에 나태현이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그 소식을 들은 나태범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태현은 지금 어디 있어!”집사가 나태범을 부축해주었다.“도련님은 그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을 뿐입니다. 괜찮습니다.”괜찮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태범은 걱정이 되었다.“대체 왜 그렇게 된 거야. 량천옥의 짓이야?”나태범은 량천옥의 등장을 썩 반기지 않았다.안 그래도 걱정하고 있었는데... 걱정하던 일이 하나둘 벌어지고 있었다.량천옥은 착한 사람이 아니다. 완전히 미친 사람이었다.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량천옥 씨가 한 겁니다.”나태범은 그 소식을 듣고 표정이 바로 굳어버렸다.“이 사람이... 점점 담이 커져서 미친 거 아니야?”나태범이 고함을 질렀다.이윽고 그는 무슨 생각을 떠올리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집사를 쳐다보았다.집사는 나태범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저었다.“큰 도련님이 무슨 정보를 막아버려서 저희도 희주 아가씨의 소식을 모릅니다.”나태범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나태현이 아이를 해외로 빼돌린 후, 나태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소식도 들은 것이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나태현의 자식이니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그럼 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그 아이가...”거기까지 얘기한 나태범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7화

    그런 고은지를 본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침대 맡에 온 고은영이 고은지의 손을 잡았다.“언니.”고은지의 손을 잡은 순간 고은영은 고은지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거의 시체라고 느낄 정도였다.고은영의 목소리를 들은 고은지는 공허한 눈으로 고은영을 보면서 멍한 시선을 보냈다.그런 고은지를 보면서 고은영은 걱정되기만 했다.“대체 무슨 일이야?”“은영아.”고은지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힘없고 나른했다.“은영아...”그 공허한 목소리에 고은영은 더욱 걱정되어 고은지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알려줘. 대체 무슨 일이야?”“희주가 죽었대... 희주가...”고은지는 거기까지 말하고 숨이 막혀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고은영은 희주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약간 멍해 있더니 온몸이 굳어버렸다.“뭐라고?”고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물었다.“은영아... 희주가 죽었대... 나태현 때문이야...”“그럴 리가... 어디서 들은 거야?”고은영이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물었다.고은영은 너무 놀라서 목소리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은지의 말은 전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고은지가 핸드폰을 고은영에게 넘겨주었다.최근 기록 중 첫번째 전화번호는 해외의 전화였다. 고은영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이거 설마 량천옥 씨의 전화번호야? 그 사람이 알려준 거야?”이건 R국의 전화번호다.고은지는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아니야. 모르는 사람이었어...”량천옥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고은영은 창백해진 고은지의 얼굴을 보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조급해하지 마. 오해일 수도 있잖아. 내가 준우 씨한테 알아보라고 할게.”“희주가 죽었대. 이제는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이 없대...”“...”배준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고은영은 고은지의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아니, 그건...”“은영아... 희주가 죽었어. 나태현 때문에.”“...”정말 죽은 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6화

    고은지는 희주가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온몸의 피가 빠르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발목이 부러진 것도 잊은 채 고은지가 병상에서 내려와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한 걸음 내디딘 순간 극심한 고통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아무것도 못 하는 본인을 보면서 고은지는 절망스럽게 비명을 질렀다.“희주야! 고희주...”고통 속의 절규에 다른 병실의 사람들까지 깜짝 놀랐다.량천옥이 부른 간호인은 고은지의 목소리를 듣고 얼른 달려왔다.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고은지를 보면서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아가씨,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 뭐 하시려고요? 무슨 일 있으면 저를 부르시지, 왜...”그렇게 말하면서 간호인은 고은지를 부축하며 의사를 불렀다.고은지는 고통 속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간호인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희주... 희주...”희주의 이름만 되뇌던 고은지는 간호인의 품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놀란 간호인은 얼른 밖으로 가 의사를 불러왔다....고은영은 원래 란완 리조트로 가려고 했다.배준우도 일단 기성훈더러 별장에 대해 조사를 더 하라고 했다.하지만 란완 리조트에 도착하기도 전에 고은영은 고은지 간호인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간호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고은지 씨가 쓰러지셨어요.”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손이 달달 떨려왔다.“네? 갑자기 왜 쓰러진 거예요?”고은영은 고은지가 가슴 쪽이 답답하다고 한 것이 떠올랐다.설마 정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그 생각에 고은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곧 갈게요! 일단 의사 선생님을 불러줘요.”“의사 선생님도 이미 왔어요.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사모님께 전화드린 거예요.”“네, 알겠어요.”고은영은 떨리는 손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배준우를 보면서 얘기했다.“언니가 쓰러졌어요. 병원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5화

    배준우도 같은 것을 의심하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량천옥과 나태현이 해외에서 갑자기 싸우는 게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게다가 아주 심하게 싸우고 있었다.량천옥은 정말 나태현을 죽일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나태현의 헬기가 터졌어. 나태현이 낙하산을 탈 줄 몰랐다면 이미 죽었을 거야.”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표정이 창백해졌다.“그러니까 이미 서로 죽고 죽일 정도가 되었다는 거예요?”“맞아. 량천옥은 나태현을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어.”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량천옥이 이렇게까지 안달이 난 거라면, 도대체 무슨 원인일까.량천옥은 본인의 사람을 끔찍이 아꼈다. 전에 배준우를 공격한 것도 다 배윤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배다른 형제였다. 량천옥은 배윤의 친엄마로서 모든 일에서 배윤의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배항준은 유씨 가문에 의지하지 않았던가.유청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청이 일궈낸 것들은 다 배준우의 것이 된다.배항준은 량천옥 때문에 그렇게 차가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배준우는 그런 배항준을 증오했다. 그래서 량천옥이 유씨 가문의 좋은 점을 누릴 수 없게 만들었다.그 싸움에서 배준우는 승리했다.하지만 량천옥과 나태현 중,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그럼 희주 상황은 도대체 어떤데요?”고은영이 조급해하면서 물었다.두 사람 중 누가 이길 것인지는 궁금하지 않았다.그저 희주가 살아있는지가 궁금했다.만약 희주가 죽는다면 고은지는 미쳐버릴 것이다.“아직은 잘 몰라.”“그럼 나태현 씨한테 전화하는 건요? 가능해요?”“이미 전화를 여러 번 해봤는데 받지 않고 있어.”연락도 안 되니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고은영은 머리가 아팠다.지금 당장 해외로 날아가고 싶었다.하지만 배준우가 얘기했다.“그 별장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어. 기성훈도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나태현의 사람이 막아서 들어갈 수가 없었대.”그러니 고은영이 지금 해외로 나간다고 해도 고희주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그 누구도 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4화

    진호영은 개의치 않고 몸을 돌리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진유경은 그런 진호영을 보면서 얼른 말렸다.“여긴 병원이에요, 흡연은 안 돼요.”“흡연은 안 되고, 너처럼 울고불고 난리 치는 건 되고?”“...”진호영의 말을 들은 진유경은 표정이 창백해졌다.연약한 척하는 것은 맞지만 진호영이 거침없이 얘기하니 그 말이 비수가 되어 진유경의 마음을 긁었다.마치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설마 고은영이 무슨 말을 한 건가? 그 년이...’진유경은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가 왜 매번 진유경의 삶을 방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평온하던 삶은 고은영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됐어. 그만해. 남자가 돼서 여자랑 싸워서 좋을 게 뭐가 있어.”진정훈이 얘기했다.진정훈은 진유경이 이렇게까지 난감해지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진유경이 얼마나 교활한 사람인지 알기에 이러다가 또다시 진호영을 홀릴까 봐 걱정이었다.하지만 진유경은 진정훈이 자기를 위해서 얘기하는 것인 줄 알았다.그래서 바로 목표를 바꿔 억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정훈 오빠...”그 나긋하고 느끼한 말에 진정훈의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그 순간 짜증이 확 몰려왔다.진호영도 마찬가지였다.고은영이 아까 한 얘기를 잊을 수가 없었다.도대체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면서 컸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건지......다른 한편. 고은영은 진씨 가문의 일에 완전히 신경을 꺼버렸다. 진씨 가문의 일은 고은영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게다가 고은지를 들먹이며 당당해 하던 진호영을 떠올리니 화가 더욱 치밀었다.“아까까지만 해도 회의 중이었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날 데리러 온 거예요?”진씨 가문의 일을 잊을 겸, 고은지가 배준우에게 물었다.예감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것만 같았다.배준우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고은영을 쳐다보았다.그러자 고은영은 심장이 더욱 빨리 뛰었다.“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량천옥과 나태현이 해외에서 싸우고 있어.”“그, 그게 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3화

    진호영은 어떻게 진성택을 찾아온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진성택은 이미 응급실로 가서 응급조치를 받고 있었다.김영희와 진유경, 진정훈은 다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진윤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전에도 진윤은 진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기든지 상관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도 오지 않다니.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진유경은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딘가 불쌍하게 보이기도 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다.”김영희는 속이 탔지만 진유경을 위로하면서 얘기했다.“할머니, 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시면 어떡해요.”“그럴 일 없을 거다.”김영희는 진유경을 품에 안고 다독이면서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진유경은 김영희의 품에 안겨서 차가운 표정으로 본인을 바라보는 진정훈을 발견했다.“아버지는 은영이를 보고 싶어 할 텐데... 은영이한테 연락해서 아버지를 보러 오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그 얘기는 왜 꺼내는 거야. 그 양심 없는 년은 오지 않을 거다.”진유경이 고은영을 언급하자 김영희는 짜증을 내면서 얘기했다.웃어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사람을 왜 신경 쓰냔 말인가.진유경이 이 얘기를 꺼낸 건 진정훈에게 들려주려고 한 것이다.진호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리고 평소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진유경을 보면서 얘기했다.“왜 굳이 은영이 얘기까지 꺼내면서 자리에 없는 사람을 들먹이는 거야.”“...”“...”진호영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얘기하자 김영희와 진유경은 약간 놀라서 굳어버렸다. 옆에 있던 진정훈도 놀라서 멍하니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이 상황이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진유경이었다.고은영을 데려온 후 세 오빠 중에서 가장 진유경을 아껴준 건 진호영이다.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설마 진호영도 고은영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건가?그 생각에 진유경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김영희의 품에서 벗어난 진유경은 억울한 표정으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오빠, 왜 그래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2화

    “맞아. 하지만 내 말에 틀린 거라도 있어?”진호영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얘기했다.원래도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표정을 확 찡그린 채로 얘기하고 있었다.그 질문에 고은영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네, 맞아요. 은지 언니는 나랑 혈연관계가 없죠. 그럼 진유경은요? 진유경은 오빠랑 혈연관계가 있어요? 없어도 진유경을 아주 끔찍이 아끼잖아요.”“그건...”고은영의 말을 들은 진호영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리고 바로 반박했다.“그거랑 이건 다른 거잖아!”“왜 다르다고 생각해요? 내가 친딸이라는 것을 알고 진씨 가문에서 진유경의 자리가 사라질까 봐 얼마나 걱정했겠어요.”“...”“진유경은 그렇게 끔찍이 아끼더니... 나한테는 왜 그러는 거예요?”“고은영!”진호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얼른 고은영의 입을 틀어막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리고 그런 진호영을 보면서 고은영은 차갑게 웃었다.“똑같은 거예요. 은지 언니는 나한테 가족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사람이에요.”“...”“진성택 씨와 은지 언니 중에서 고르라면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은지 언니를 고를 거예요!”고은영은 숨김없이 모든 감정을 털어내면서 얘기했다.진씨 가문의 사람처럼 고은영에게 미안해하면서 진유경을 챙겨주는 그런 배신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입양한 딸이 그렇게 귀하면 왜 친딸을 다시 찾으려고 한 걸까.고은영의 말을 들은 진호영은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리고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어떻게 그렇게 비교할 수 있어! 그리고 이번에는 네 아버지의 일이잖아!”“하, 착각한 거 아니에요? 진성택 씨의 딸은 진유경 한 사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그 말을 들은 진호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고은영은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이때 진호영이 고은영의 팔을 잡고 물었다.“지금 와서 그게 중요해?”“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적합성 검사를 하고 신장을 떼어주는 일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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