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그녀가 두려워하기에 충분했다.예를 들어 학교에서 소심하고 선생님을 두려워하는 것은 실수하고 잘릴까 봐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동영 그룹에서 배준우를 두려워 하는것은 그녀가 강성에서 집을 샀는데 은행에 거액의 대출금을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녀는 실직할까 봐, 배준우에게 미움을 살까 봐, 그리고 강성에서 지내지 못할까 봐, 그녀는 마음속으로 배준우를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거다.하지만 량천옥은 지금 동영 그룹의 마님이니 고은영과 그녀 사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것이다!량천옥이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음흉한 눈으로 고은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너는 권하는 술은 먹지 않고 벌주를 마시겠다는 말로 알아들을 수 밖에 없어.”“량아가씨는 나를 위협할 필요가 없어요.”고은영은 눈꺼풀을 젖히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를 쳐다보았다.량천옥이 그녀의 말끝마다 량아가씨을 듣자니 점점 화가 나 눈 밑의 살기가 더욱 사람을 사로잡았다!눈 앞에 있는 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계집애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냉음하게 말했다. “좋아, 좋았어!너는 능력이 있으면 평생 동안 배씨가문에 들어가지 마라.”“내가 배씨가문에 들어가도 너하고는 관계가 별로 없어요.”배준우 아버지 앞에서 그녀의 험담을 하려고 협박하는 거 아니야!?괜찮아, 어제 갔을 때 그 노인은 이미 그녀에게 충분히 혐오감을 보였어. 아무리 험담을 해도 마찬가지일 거야. 량천오이 화가나서 이를 악물고 갈았다.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다가 차갑게 흥하며 힐을 밟고 떠났다.구두굽이 바닥에 밟는 “똑딱”소리가 나는 힘이 그녀의 마음속의 분노를 충분히 볼 수 있다.량천옥이 하원 별장에서 나왔다.그 자료를 비서의 머리 위에 던지고 화를 내며 물었다. “네가 조사한 건 다 뭐야?”고은영한테 받은 화를 바로 비서에게 풀었다.‘어제 고택에 있을 때 이 계집애가 겁이 너무나서 배씨가 화를 낼 때 배준우의 뒤에 그냥 숨었다는 것을 분명이 봤어.조사에
전화를 끊고 컴퓨터에 있는 CCTV를 보는 배준우는 고은영이 량천옥을 욕한 일을 전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전혀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CCTV 영상은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리도 없고 몹시 조용했다.고은영이 그를 데려간 이후로 아무도 방에 들아가지 않았고 아무도.... 다시 나오지 않았다!끝까지 볼수록 배준우 눈 밑의 빛은 더욱 깊고 어두워졌다.휴대폰을 들고 번호를 하나 누르고 나가자 상대방이 재빨리 받았다. “도련님!”“결혼 소식을 당장 내보내.” 배준우의 눈밑에 서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이 때 하원 별장에서 고은영이 갑자기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고 무의식적으로 몸에 담요를 감쌌다.장 씨 아주머니가 지금 주방에서 갈비찜을 만들어주고 있었다.향긋한 냄새가 풍겨오자 고은영은 군침이 돋았다. 장씨 아주머니가 나와서 언니한테서 가져온 도시락통을 손에 들고 동의를 구하면서 물었다. “아가씨, 이 통에 있는 음식이 싱싱하지 않은데 다 버릴까요?”고은영이 안에 닭고기만 가득 찬 것을 보고는 가슴이 아팠다. “데워서 주세요.버리는 건 너무 낭비에요.”분명히 어제 다 먹어 버려야 되었는데.. 시간이 지체되니 미처 먹을 시간이 없었다.고지은이 월급도 많이 안 받는데 갈 때마다 닭, 오리, 생선을 이렇게 많이 사서 은영을 주었으니 안 먹으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장씨 아주머니는 비록 하원 별장을 청소하는것을 담당하지만 고택 쪽 사람이기도 하여, 요 몇 년 동안 고택에서 주인집의 호사스러움을 보는것에 습관 되었다.하지만 주인집 사람들과 달리 남은 음식도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고은영을 보고는 잠시 경멸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다른 요리는 안 해드리고 이것만 데워드리겠습니다.”“좋아요!”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동영상일 뿐이었고 장 씨 아주머니가 그녀를 경멸하는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배준우가 저녁이 되어야 돌아올 것이
배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일하는 사람 좀 내보내. 다음에 또 잘못 안배하면 너도 같이 꺼지는거야.”말을 마치고 배준우는 전화를 끊었다.그가 핸드폰을 식탁에 세게 던져 깜짝 놀란 고은영은 입에 있던 고기가 나올 뻔 했다.언니의 요리는 줄곧 맛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 마치 나무을 씹는 것 같았다!높은 월급은 역시 받는 과정이 힘들구나!그녀는 지금 완전히 배준우를 볼 용기가 없었다. 자신의 눈빛 하나에 자신에게 직접 불을 붙일까봐 무서웠다.장 씨 아주머니는 즉시 비서의 전화를 받곤 놀라서 한쪽으로 뛰어가서 말했다. “라 선생님.”전화기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장 씨 아주머니는 계속 사과를 했다.그리고 배준우를 더 이상 보기가 두려워 재 빨리 떠났다!곧 아파트에는 배준우와 고은영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고은영은 머리 전체를 그릇 뒤에 숨고 싶었다. 배준우가 그녀가 떠는 모습을 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만 먹어!”‘이 겁쟁이도 량천옥이 배항준에게 가서 일러바칠 가치가 있다니 량천옥은 창피하지도 않나.’고은영이 배준우한테 이렇게 소리치니 계속 먹을 용기가 안 났다.전전긍긍하며 배준우를 쳐다보자 그 눈빛은 쥐가 고양이를 보는 것처럼 경계하고 있는듯 했다. 그는 그녀를 언제라도 잡아먹을 것 같았다!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여 한 모금 피워서 말했다. “오늘 량천옥이 널 찾아왔어?”이 여자에 대해 말하자 그의 말투의 온도는 얼음같이 차가워졌다.“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였다.“뭐라고 했어?”배준우는 계속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고은영은 배준우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저에게 수표를 주며 여길 떠나라고 했습니다.”“어떻게 대답했는데?”고은영의 가슴이 꽉 조였다!‘어떻게 대답했냐고? 당연히 그녀에게 좋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지. 그런데 대표님이 지금 이렇게 물어보는 건 대체 무슨 뜻이지?’고은영이 조금 헷
자신의 집을 말하자, 고은영은 마음속으로 아주 뿌듯했다.오래 동안 찐빵을 먹으며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작년에 샀고 지난달에 키를 받았어요."지금은 빨리 돈을 벌어 인테리어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배준우는 그녀가 앳된 얼굴로 자신의 집에 대해 말하는 모습이 마치 눈에 빛이 생긴 것 같았다.그녀가 자기 집을 얼마나 애착하는지 알 수 있었다.어쩐지 이렇게 겁이 많은 그녀가 바로 앞에서 량천옥한테 대든것이 이해된듯 했다. 배준우의 길쭉한 손가락뼈가 리드미컬하게 식탁을 두드리자, 고은영의 마음은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의 말투는 시종일관 너무 심오해서 사람으로 하여금 알 수 없게 한다.특히 그 동영상은 계속 그녀의 양심을 찌르게 했다!대체 물어볼 거야 말 거야?’그냥 좀 시원하게 묻고, 일찍 일을 끝내는 게 좋지 않나?‘고은영의 마음속이 현재 얼마나 괴로운지 아무도 알 수 없을것이다!배준우는 그녀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뭘 걱정하는 거야?""네? 아닌데요!”고은영은 갑자기 머리를 들었다.그러나 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그녀는 바로 고개를 떨구고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배준우."너 내가 무서워?“반문하는 말투였지만, 그는 고은영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확신했다.고은영의 마음은 더욱 쿵쾅거렸다.배준우는 그녀의 반박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양심에 찔리는 일을 한 사람은 시도때도 없이 뜨끔할 거야. 너 나에게 무슨 죄를 지은 거야?"그의 질문은 의미심장했다.고은영은 묻고 있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비록 배준우는 가벼운 말투로 말했지만, 그녀는 영혼의 고문인 것 같이 느꼈다.숨이, 점점 숨이 막힌다……!심호흡을 몇 번해도, 가슴의 답답함을 누를 수 없었고, 등에서도 땀줄기가 흘렀다.고은영."저는, 아, 아니에요!"몹시 창백한 얼굴로 부정했고, 마음 또한 몹시 찔렸다.말이 끝나자, 맞은편에 있던 배준우는 낮게 웃었다."정
그러나 실제로 그의 질문에 직면하자,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은영은 그 일에 대해 절대 가볍게만 말 할 수는 없다는것을 알아차렸다."저.. 저는…“‘내가 뭐?’ 이 순간 고은영은 당황한 마음에, 안지영의 당부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죽어도 인정하지 않기는 무슨!배준우의 그윽한 두 눈동자 앞에서 그녀는 두려움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네가 뭐!? 말해!”그의 말투는 더욱 차가워졌다.그 위험함으로 인해 고은영은 인정하면 결코 좋은 결말이 없을 거라고 더욱 분명하게 느꼈다. ‘너무 무서워……!’ 고은영은 두려움에 온몸을 덜덜 떨었다."저, 저 나갔어요." "언제?""두 시간 반 뒤에요..•"정확한 시간!"“…….”’정확한 시간.. 아, 정확히 언제 나갔지? 망했다!‘그녀와 안지영은 어떻게든 죽어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배준우가 그녀에게 이렇게 상세하게 물어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정확한 시간까지 확인하니 더 할 말이 없었다. 이제, 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고은영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눈을 글썽글썽하며 배준우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는 그냥 인정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배준우의 위험한 눈빛을 마주치자, 그녀는 또 찌질해졌다!"저는 기억이 안 나요. 시간도 오래됐고, 그리고 그날 밤 저도 술에 취했어요.""그런데 너 혼자 나간 건 기억해?""나가긴 했어요.. 못 믿겠으면 안지영에게 물어보셔도 돼요. 안지영이 저랑 같은 방에 있었어요!"안지영을 말하자, 고은영의 마음은 더욱 당황했다. 그녀는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안지영은 그녀가 연루될까 봐 두려웠다. 만약 배준우가 안지영에게 '시간'을 묻는다면?안지영이 과연 대처할 수 있을까?배준우는 불 같은 눈빛으로 그녀의 당황한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럼 뭐가 두려운 거야?"“…….”설령 이 일이 없더라도 그녀에겐 그는 항상 무서운 존재이다. 그에게 미움을 사는 게 두렵고, 높은 연봉을 잃을까 봐 두렵고, 강성에 못 살게 될까 봐 두려웠
이 순간, 고은영은 깊은 후회를 느꼈다. 그녀는 사람은 함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다시 다짐했다. 사실과 사실이 아닌 거짓이 결합되면, 기억이 혼란되어 다시 주어담을 수가 없다. 배준우의 날카로운 두 눈동자를 마주하고, 그가 무조건 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을 보자, 고은영은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세 번!"나태웅 또한 예민한 사람이어서, 그가 의심하면 반드시 이렇게 정확하게 물을 것이다.’두 시간 정도면.. 세번이 제일 괜찮겠지?‘고은영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은영이 대답하자, 그녀를 보는 배준우의 시선이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고은영은 마음이 무거워졌다.‘망했다! 설마 틀렸나?’ 그가 돌아오기 전에 정말 나 실장과 둘이서 말을 맞췄나?고은영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 지금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몰랐다. 그녀는 진작에 인정할걸 후회했다. 그녀는 배준우를 마주하기만 하면 대처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냥 인정하려 하는 순간, 배준우가 턱을 뿌리쳤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날 내가 네게 목걸이를 줬는데 아직 기억해?""네, 기억해요!""어디 있어?"고은영.“…….”이전에 나태웅이 그 증거물을 달라고 했을 때, 그녀는 지금까지 주지 않았다.배준우가 지금 물어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기숙사에다가 잘 보관해 놨어요."그녀를 보는 배준우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하지만 다행히도 더는 말했다."내일 안지영에게 전부 가져오라고 해."동영상에서 단서를 찾을 수 없었고, 그녀에게 아무것도 물어내지 못하니 그는 여전히 조사하는 걸 포기하지 않아 보였다. 고은영은 얼굴이 사색이 된 채, 그 자리에서 죽고 싶었다.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맞서야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안지영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 않는 이상 절대 인정하지 말라고 했다!그러니 그녀
비밀 결혼이라고 하지 않았어?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처음에 회사에서 애매하게 발표해 강성 사람들 모두가 알아 시끄러웠다. 그런데 이젠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됐다니.. 지금 고은영은 마음이 조이는 것뿐이 아니었다.마치 누군가에게 세게 맞은 것처럼 완전히 생각이 멈췄다.지금 그녀는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안지영은 이미 그 혼란스러운 상황을 봤다.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귀띔해줬다. "내가 말해주는데, 배씨 가문은 호랑이 굴이야. 그리고 너희 그 집안…….‘아니야, 여기까지만 말하자…‘안지영은 불안한 말투로 고은영을 대신해 손에 식은땀을 쥐었다.배씨 가문은 무서운 곳이었다!도리대로 말하면, 시골의 집안은 매우 단순해야 맞다.하지만 그녀의 집안 가족 관계는 매우 복잡했다. 의붓아버지는 도박을 좋아하고, 어머니는 남동생에 대한 편애 때문에, 강성으로 시집온 그녀의 언니를 수시로 짓누르고 있는 중이다. 만약 고은영이 더 좋은 데로 시집가는 일을 알게 된다면, 그 피를 빨아먹는 솜씨를 바로 그녀에게 겨누지 않을까?안지영의 귀띔을 듣고, 고은영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배씨 가문과 우리 집은 모두 나랑 상관없어!"그녀는 단지 배준우의 일을 도와줘 결혼식을 하는 것 뿐이지, 그에게 진심은 아니다. 따라서 배씨 가문은 그녀와 상관없었다. 조보은 그 엄마라는 사람과 동생 서정우는 그녀와 더 상관이 없다. 안지영."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람의 탐욕은 무시할 수 없잖아."고은영의 소심함을 생각하면, 안지영은 그녀가 대처하지 못할까 봐 엄청 걱정됐다.배씨 가문은 량천옥의 탐욕 때문에, 배준우의 결혼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조보은은 평생 가난 때문에 두려워했다. 그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둘째 딸이 재벌가에 시집가는 것을 보고도 출세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을까?고은영이 안지영의 뜻을 알아듣자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괴로워 보였다. "난 몰라, 어쨌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그 여자는 자신을
고은지의 세계에서 결혼은, 부모님의 결정이나 중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록 그녀는 지금 어머니의 말을 들은 것을 후회하고 있지만.그러나 그녀는 뼛속 깊이 보수적인 성향이 몸에 배어 있었다.지금 고은영은 결혼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위장 결혼이라는 말까지 하니, 그녀의 인식을 깨뜨렸다. 고은지가 자신에게 속았느냐고 묻는 말을 듣고, 고은지은 곧 머리가 아파져 왔다."아니, 언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지금 어디 있어? 내가 찾아갈게!”고은영이 무슨 말을 해도 고은지의 귀엔 안 들어왔다. 그녀는 지금 너무 걱정됐다."나 정말 괜찮아. 언니, 걱정하지 마.""내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나한테 너를 잘 돌보라고 하셨어......"고은지는 울먹이는 말투로 말했다.할머니라는 말을 듣고, 고은영은 마음이 바늘에 찔린 듯, 가슴이 빼곡하게 아팠다.그녀가 말하기 전, 고은지는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넌 결혼이라는 이렇게 큰일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할머니를 뵐 면목이 있겠어."고은영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위장 결혼이었기 때문에 고은지에게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고은지가 알고 나서 이렇게까지 걱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은영은 인내심을 갖고, 일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배준우는 국제적인 협력 때문에 결혼이 필요했고, 그녀는 잠시 위장 결혼을 했을 뿐이고, 곧 이혼할 것이라고!그러나 고은지는 더욱 걱정됐다."너희 대표님이야? 사기꾼이 아니고?”"정말 사기꾼 아니야!""그래도 안 돼. 너 나중에 이혼하면 재혼인데, 어떻게 좋은 사람한테 시집 가니."고은영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머릿속에는 ‘배준우의 여자와 누가 감히 결혼해?'라는 그 말이 스쳐 지나갔다.설마!설마 이번 위장 결혼이 정말 자신에게 그렇게 많은 폐를 끼치는 걸까!?진작 알았더라면, 그녀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동의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가 주는 밥을
나태현은 고은영을 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뒤에 서 있던 배준우가 얘기했다.“이따가 전문가들이 와서 아이를 데려갈 거예요. 고은지는 무조건 순응하게 될 거예요.”아이를 데려간다는 말에 고은영은 멍해져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가 또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먼저 전화를 걸어봐.”말을 마친 나태현은 자리를 떴다.고은영이 얼른 배준우 옆으로 와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나태현 씨가 희주를 데려가겠대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래.”“하지만 지신혜 씨랑...”곧 결혼할 사람이 희주를 데려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고은지도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았다.배준우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보아하니 서재에서 나태현과 꽤 복잡한 얘기를 나눈 모양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지금 당장 고은지를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아.”“일이 그렇게 복잡해요?”“량천옥의 일을 고은지에게 알려줘.”배준우가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마음은 무거워졌다.명문가의 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고은영이지만 심상치 않은 표정의 배준우를 보면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나태현이 희주 아빠라는 것도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모든 것을 알려주라는 뜻이다.“전부 다 알려주라고요?”“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는 바로 량천옥에게 복수라는 거야.”그러니 지금 고은지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고은지는 지금 량천옥을 죽도록 미워하고 있으니까.하지만 량천옥이 한 짓은 다 고은영에게 복수하려고 한 짓이었다. 그때의 량천옥은 자기의 이익에 눈이 멀어 하면 안 될 짓을 저질렀다.고은영은 나태현과 고은지 사이의 거래를 듣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나태현 씨가 량천옥 씨에게 복수해 준다는 말이에요?”“응.”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머리가 멍해졌다.고은지가 량천옥을 증오한 나머지 나태현과 거래를 하고 량천옥에게 복수하려 한다면 고은영은 이해했을
배준우가 다시 침대에서 일어난 시각은 아홉 시 반이었다.아침 일찍 정신을 차렸던 고은영은 배준우 때문에 체력을 소진하여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안아 들어 품에 안고 물었다.“나랑 같이 회사에 가볼래?”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배준우는 여전히 쌩쌩했다.하루만 떨어져 있어도 안 되니까 말이다.고은영이 투정하듯 얘기했다.“안 갈래요. 흥.”고은영은 정말 피곤했다. 회사에 가면 배준우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 고은영은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안돼, 무조건 가야 해.”“싫은데...”“내가 옷 갈아입혀 줄게.”고은영의 거절은 거절한 채, 배준우는 고은영을 도와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배준우가 옷을 갈아입혀 줄 때 고은영은 입을 비죽 내밀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으면서 말했다.“많이 힘들어?”“정말 엄청 힘들어요.”“어제 그렇게 오래 잤으면서.”“오늘 몇 시간 동안이나 했는지 생각해 봐요!”고은영은 약간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배준우는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나 고은영을 괴롭혔다. 그러니 체력이 닳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삐진 고은영의 모습을 보면서 배준우는 가볍게 웃었다.두 사람이 내려가고 있을 때, 주방의 고용인은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고은지가 아침을 먹고 떠난 것 같았다.고은영이 집사를 보면서 물었다.“언니는 이미 나간 거예요?”집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네. 고은지 씨는 오늘부터 출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그리고?”“나태현 씨가 이따가 오겠다고 하셨습니다.”고은지가 천락 그룹에 출근하러 간 상황에 나태현이 란완 리조트를 찾아온다고?고은영과 배준우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두 사람은 아직도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출근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그런데 나태현이...“무슨 일인지 몰라요?”고은영이 물었다.“일이 너무 많아서 아직 물어보지 못했어. 이따가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먼저 주무십쇼. 도련님 일로 걱정하지 마세요.”“시간이 지나서 좀 얌전해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야.”나태웅을 말하는 것이었다.나태범이 가장 걱정하는 건 바로 나태웅이었다. 얌전히 있을 때는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뿌듯했는데,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서 나태범까지 골치 아플 정도니까 말이다....소란스러웠던 밤이 지났다.나태웅은 나태범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자꾸만 자리를 뜨려하는 나태웅을 보며 나태범의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 그리고 억지로 거실에 앉아있게 했다....고은영은 어젯밤 킹덤 타운에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지영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일어났어? 어제 소란이 있었다며? 좀 더 자지 그랬어.”고은영이 물었다.안지영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잠결에 깨난 것 같지는 않았다. 일찍 일어난 게 분명하다.“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서 잘 수가 있어야지!”나태웅 때문에 일상이 방해받은 기분이었다.나태웅이 차라리 제 발로 걸어서 감옥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다면 안지영도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어젯밤 크게 싸운 거야?”“배준우 씨가 안 알려줬어?”“그냥 싸웠다고만 말하던데...”너무 졸려서 다른 건 제대로 듣지 못했다.하지만 싸웠다는 것을 들었기에 깨자마자 안지영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배준우를 떠올린 안지영은 또 화가 나서 얘기했다.“네 남편 완전 어이없어!”“응?”“나태웅을 도와주러 왔단 말이야! 선명 씨랑도 친구면서, 결국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는 거잖아!”안지영이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어제 배준우가 오지 않았다면 일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배준우는 나태웅의 편만 들어주지 않았던가.“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니라,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거야.”안지영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혀를 찼다.“약한 사람이라고? 동정심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 그럼 나태웅이 뭐 약한
가장 화가 났던 건 나태범의 태도였다.아버지로서 아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주지는 못할지언정, 참여하는 모습이라니.나태범이 나태웅을 많이 아낀다는 것은 잘 알지만 선을 넘는 모습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 화가 난 나태현은 바로 자리를 떠나가 버렸다.결국 나태웅과 나태범만 자리에 남았다. 나태범은 화가 나서 앞에 놓인 찻잔을 던져버렸다.“이 쓸모없는 놈!”나태웅은 날아오는 찻잔을 피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찻물이 뜨겁지 않았다는 것이다. 찻잔은 그대로 굴러 나태웅의 품에 떨어졌다.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태범이 이어서 얘기했다.“내가 얘기했지. 안지영은 결국 돌아올 거라고!”“더 늦으면 안 됩니다!”나태웅이 결국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나태범은 화가 치솟아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그렇다고 킹덤 타운에 가?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는 건 실책이야.”“장선명도 우리 가문에서 사람을 때린 적이 있잖습니까.”그 말인즉슨, 장선명도 한 짓을 나태웅이 못할 리 없다는 뜻이었다.“그거랑은 다르지. 장선명은 곧 약혼녀를 잃을 거야. 그러니 우리가 너그럽게 이해해 줘야지.”“...”‘너그럽다는 단어를 이런 일에 쓰는 게 맞나?’나태범은 아주 당연한 듯이 얘기했다. 나태웅은 호흡이 가빠져 나태범을 쳐다보았다.나태범은 심호흡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됐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진정 좀 하고. 또다시 이상한 수작 부렸다가는 안지영이 우리 가문에 시집오지 못하게 만들 테니까 말이다!”당근을 줬으면 채찍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아무리 사랑하는 막내아들이라고 해도 혼낼 때는 따끔하게 혼을 내야 했다.“어르신.”집사가 다가와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태범을 부축해 주었다.“저 자식은 오늘 저 의자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해.”“...”“...”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건지 벌을 서라는 건지 모를 말이었다.하지만 벌이라고 해도 꽤 나은 편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사당에 가서 온종일 꿇어앉아 있어야 할 것이다.“그동
“진이훈!”“네, 대표님.”“거기 서서 뭐 해! 얼른 돕지 않고!”나태웅이 고함을 질렀다.겨우 한숨을 돌렸던 진이훈은 그런 나태웅의 말을 듣고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았다.‘나도 같이 죽자는 건가... 아무리 상사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진이훈은 죽고 싶지 않았다....나태웅은 결국 강제로 끌려 들어갔다.새벽 두 시. 나태범은 실크 잠옷을 입고 얼굴을 찡그린 채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단잠을 방해한 녀석이 썩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나태범은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체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야?”동영 그룹에서 사람이 되어 온 줄 알았더니만, 지금 보니 사람이 덜 된 것이 분ㅁ여하다.16살 때보다 더 세게 반항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때도 나태웅을 진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나태범의 사람들은 나태웅을 끌고 들어와 의자에 억지로 앉혔다. 의자에 앉는 순간 나태웅은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더더욱 화가 났다.“내가 오늘 너한테 한 말을 다 잊은 거야?”“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 있어요. 방법을 대서 거기서 나오게 해야해요.”“...”“...”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보듯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뿐만이 아니었다.나태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나태웅이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음을 잘 알아낼 수 있었다.동영 그룹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변한 것 하나 없었다.“너 이 자식, 안지영이 킹덤 타운에 산다고 해서 킹덤 타운에 쳐들어가 그런 짓을 벌여?”그렇게 말하면서도 나태범은 가슴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꼈다.나태웅이 드디어 조바심을 내니까 말이다.“이유가 부족한가요?”“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아버지!”옆에 있던 나태현이 언성을 높였다.나태범과 나태현의 시선이 부딪쳤다. 나태현의 눈빛은 차갑고 진지했고 나태범의 시선은 어쩔 수 없다는 것 같았다.나태현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프로젝트 두
나태웅이 킹덤 타운으로 돌아가려 하자 나태현은 화가 나서 나태웅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너 이 새끼 그만할 때도 됐잖아!”‘어쩌다가 이런 놈을 친동생으로 둬서...’“난 킹덤 타운에 갈 거야. 지금 당장! 얼른 운전해!”나태현은 화가 치밀어올라 숨도 가빠졌다.앞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는 나태웅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백미러를 통해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나태현은 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진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화가 난 나머지 충동적인 결정을 내렸다.“그래, 가버려!”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았다.차에는 나태웅과 운전기사만이 남았다.나태웅이 차갑게 말했다.“운전해.”운전기사는 그 말을 들으면서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운전기사는 나태웅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오늘 밤 일 때문에 나태현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갔을 때 두 사람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나태웅과 장선명 다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지금 다시 킹덤 타운에 돌아가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싸울 것이다.게다가 나태웅이 계속 부르는 그 안지영이라는 사람도 장선명의 편을 드는 것 같던데.어느새 진이훈의 차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진이훈을 본 운전기사는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기뻐했다. 나태현의 명령도 잊은 채 바로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차에서 내린 진이훈은 운전기사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발견했다.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태웅에게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오늘은 여기서 묵으실 겁니까?”진이훈은 나태웅이 이곳에서 묵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었다.지금 나태웅의 상태를 보아하니 진이훈이 운전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게다가 화가 잔뜩 난 상태니 곱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나태웅은 천천히 눈을 떴다.어두운 공간 속에서 나태웅의 두 눈은 위험하게 반짝였다. 밖에 서 있던 진이훈은 싸늘한 눈동자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나태웅이 차갑게 얘기했다.“킹덤 타운으로 간다.”“...”그 말을 들
역시나 사업가의 딸이라 그런지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안지영은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은 모양이다.나태웅이 이 사실을 안다면... 더욱 큰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다시 또 이곳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난장판은 두 개의 프로젝트 덕분에 끝이 났다.배준우가 떠난 후 장선명은 안지영을 품에 꽉 안은채 물었다.“어떻게 프로젝트 두 개에 본인을 팔 수 있어?”“사실 백서면 충분했는데, 덕분에 서탑까지 가져오게 됐네요.”안지영이 애교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서 나태현이 처음에 서탑을 얘기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지만 백서를 언급하자 바로 허락한 것이다.백서의 프로젝트는 안열이 자주 얘기하던 것이다. 안지영은 백서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장선명은 여전히 불만스러웠다.“네가 승낙하지 않았으면 나태현이 더 얹어줬을 수도 있잖아.”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재력을 과시하길 좋아한다.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도 있었는데...장선명의 불평을 들으면서 안지영은 이마를 짚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요. 우리가 더 승낙하지 않았다면 그냥 나태웅을 버리고 갔을걸요?”“...”장선명은 나태현이 그런 냉혈한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안지영은 나씨 가문의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다. 나태현이라면 자기 동생을 버리고도 남을 것이다.장선명 눈가에 생긴 상처를 보면서 안지영은 속으로 나태웅에게 욕설을 가득 퍼부었다.‘정말 미친놈 아니야?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떄리다니.’...나태웅은 나태현에게 끌려 나가서 차에 앉았다.그러면서도 화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현은 동생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나씨 가문에 도착한 후 나태현이 입을 열었다.“직접 가서 회장님께 얘기 드려.”두 프로젝트는 나태웅 때문에 넘기게 된 것이다.사실 나태현은 킹덤 타운에 가기
분위기는 차갑기만 했다.장선명의 태도는 아주 결연했다. 나태웅이 오늘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킹덤 타운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배준우는 안지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그만하자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안지영은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했다.안지영은 이미 나태웅 때문에 화가 극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런 나태웅을 위해 장선명을 말리라고? 왜? 안지영의 태도는 장선명과 같았다.그런 안지영의 태도를 본 배준우는 나태웅에게로 시선을 돌려 눈치를 주었다.나태웅도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이를 꽉 깨물었다.모든사람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나태현이 장선명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러면 서탑의 프로젝트를 너한테 줄게.”장선명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내가 약혼녀를 팔아넘길 사람으로 보여요?”“...”“백서의 프로젝트도.”“내가...”장선명은 화가 났다.하지만 장선명이 화를 쏟아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장선명의 손을 잡아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장선명은 어리둥절해져서 안지영을 쳐다보았다.“그래요. 호탕해서 좋네요. 받아들일게요.”“안지영!”장선명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제 가세요.”“...”장선명은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장선명은 그깟 돈에 안지영을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지영은 흔쾌히 자신을 팔아넘겼다.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의 허락을 받은 나태현과 배준우는 다 한숨을 돌렸다.나태현이 일어서서 나태웅을 향해 얘기했다.“가자.”하지만 나태웅은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안지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차가운 눈빛은 안지영을 난도질하는 것만 같았다.그런 나태웅을 본 나태현은 얼른 일어나 나태웅을 끌어갔다.“가자니까.”이러고 있다가는 더 큰 일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나태웅은 나태현에게 거의 끌려 나가면서도 끝까지 안지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안지영이 왜 허락하는 거지? 왜 장선명 대신 결정하는 거지? 안지영이 장선명의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자
급한 일이기는 하지만 배준우는 일단 품속의 고은영부터 다독였다.이렇게 귀엽고 포근한 아내를 두고 집을 나서야 한다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웅은 다른 남자의 여자를 넘보고 있으니. 이런 기분을 모르겠지.’배준우는 나태웅이 안지영과의 사이를 제대로 처리 못 해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제 나태웅과 안지영의 사이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졌다. 그러니 이렇게 애를 써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배준우는 나태웅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먼저 자. 난 늦게 돌아올 거니까.”“지영이 일 때문이에요?”고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응,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나태웅이 킹덤 타운에 갔대. 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서 장선명과 동거 중이거든.”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대충 알 것 같았다.안지영을 향한 나태웅의 집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이런 상황에 놓인 안지영을 떠올린 고은영이 얘기했다.“나도 같이 갈게요.”“그러지 마. 같이 가 봤자 싸우는 모습만 보고 올 텐데.”“...”고은영은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장선명과 안지영은 다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다.거기에 궁지에 몰린 나태웅까지 더해지면...“그래요. 그럼 난 안 갈게요.”고은영이 대답했다.고은영은 약간 맥이 빠졌다.고은지는 오늘 이미 천락 그룹에 출근했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배준우가 킹덤 타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열두 시 반이었다.거실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었는데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나태현은 이미 도착해있었다.거실의 분위기는 북극보다도 춥고 무거웠다.장선명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입가에 피가 묻어있었다.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 옆에 앉아 있었다.나태웅은 다른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얼굴에도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