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제로 그의 질문에 직면하자,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은영은 그 일에 대해 절대 가볍게만 말 할 수는 없다는것을 알아차렸다."저.. 저는…“‘내가 뭐?’ 이 순간 고은영은 당황한 마음에, 안지영의 당부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죽어도 인정하지 않기는 무슨!배준우의 그윽한 두 눈동자 앞에서 그녀는 두려움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네가 뭐!? 말해!”그의 말투는 더욱 차가워졌다.그 위험함으로 인해 고은영은 인정하면 결코 좋은 결말이 없을 거라고 더욱 분명하게 느꼈다. ‘너무 무서워……!’ 고은영은 두려움에 온몸을 덜덜 떨었다."저, 저 나갔어요." "언제?""두 시간 반 뒤에요..•"정확한 시간!"“…….”’정확한 시간.. 아, 정확히 언제 나갔지? 망했다!‘그녀와 안지영은 어떻게든 죽어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배준우가 그녀에게 이렇게 상세하게 물어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정확한 시간까지 확인하니 더 할 말이 없었다. 이제, 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고은영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눈을 글썽글썽하며 배준우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는 그냥 인정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배준우의 위험한 눈빛을 마주치자, 그녀는 또 찌질해졌다!"저는 기억이 안 나요. 시간도 오래됐고, 그리고 그날 밤 저도 술에 취했어요.""그런데 너 혼자 나간 건 기억해?""나가긴 했어요.. 못 믿겠으면 안지영에게 물어보셔도 돼요. 안지영이 저랑 같은 방에 있었어요!"안지영을 말하자, 고은영의 마음은 더욱 당황했다. 그녀는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안지영은 그녀가 연루될까 봐 두려웠다. 만약 배준우가 안지영에게 '시간'을 묻는다면?안지영이 과연 대처할 수 있을까?배준우는 불 같은 눈빛으로 그녀의 당황한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럼 뭐가 두려운 거야?"“…….”설령 이 일이 없더라도 그녀에겐 그는 항상 무서운 존재이다. 그에게 미움을 사는 게 두렵고, 높은 연봉을 잃을까 봐 두렵고, 강성에 못 살게 될까 봐 두려웠
이 순간, 고은영은 깊은 후회를 느꼈다. 그녀는 사람은 함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다시 다짐했다. 사실과 사실이 아닌 거짓이 결합되면, 기억이 혼란되어 다시 주어담을 수가 없다. 배준우의 날카로운 두 눈동자를 마주하고, 그가 무조건 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을 보자, 고은영은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세 번!"나태웅 또한 예민한 사람이어서, 그가 의심하면 반드시 이렇게 정확하게 물을 것이다.’두 시간 정도면.. 세번이 제일 괜찮겠지?‘고은영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은영이 대답하자, 그녀를 보는 배준우의 시선이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고은영은 마음이 무거워졌다.‘망했다! 설마 틀렸나?’ 그가 돌아오기 전에 정말 나 실장과 둘이서 말을 맞췄나?고은영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 지금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몰랐다. 그녀는 진작에 인정할걸 후회했다. 그녀는 배준우를 마주하기만 하면 대처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냥 인정하려 하는 순간, 배준우가 턱을 뿌리쳤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날 내가 네게 목걸이를 줬는데 아직 기억해?""네, 기억해요!""어디 있어?"고은영.“…….”이전에 나태웅이 그 증거물을 달라고 했을 때, 그녀는 지금까지 주지 않았다.배준우가 지금 물어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기숙사에다가 잘 보관해 놨어요."그녀를 보는 배준우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하지만 다행히도 더는 말했다."내일 안지영에게 전부 가져오라고 해."동영상에서 단서를 찾을 수 없었고, 그녀에게 아무것도 물어내지 못하니 그는 여전히 조사하는 걸 포기하지 않아 보였다. 고은영은 얼굴이 사색이 된 채, 그 자리에서 죽고 싶었다.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맞서야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안지영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 않는 이상 절대 인정하지 말라고 했다!그러니 그녀
비밀 결혼이라고 하지 않았어?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처음에 회사에서 애매하게 발표해 강성 사람들 모두가 알아 시끄러웠다. 그런데 이젠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됐다니.. 지금 고은영은 마음이 조이는 것뿐이 아니었다.마치 누군가에게 세게 맞은 것처럼 완전히 생각이 멈췄다.지금 그녀는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안지영은 이미 그 혼란스러운 상황을 봤다.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귀띔해줬다. "내가 말해주는데, 배씨 가문은 호랑이 굴이야. 그리고 너희 그 집안…….‘아니야, 여기까지만 말하자…‘안지영은 불안한 말투로 고은영을 대신해 손에 식은땀을 쥐었다.배씨 가문은 무서운 곳이었다!도리대로 말하면, 시골의 집안은 매우 단순해야 맞다.하지만 그녀의 집안 가족 관계는 매우 복잡했다. 의붓아버지는 도박을 좋아하고, 어머니는 남동생에 대한 편애 때문에, 강성으로 시집온 그녀의 언니를 수시로 짓누르고 있는 중이다. 만약 고은영이 더 좋은 데로 시집가는 일을 알게 된다면, 그 피를 빨아먹는 솜씨를 바로 그녀에게 겨누지 않을까?안지영의 귀띔을 듣고, 고은영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배씨 가문과 우리 집은 모두 나랑 상관없어!"그녀는 단지 배준우의 일을 도와줘 결혼식을 하는 것 뿐이지, 그에게 진심은 아니다. 따라서 배씨 가문은 그녀와 상관없었다. 조보은 그 엄마라는 사람과 동생 서정우는 그녀와 더 상관이 없다. 안지영."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람의 탐욕은 무시할 수 없잖아."고은영의 소심함을 생각하면, 안지영은 그녀가 대처하지 못할까 봐 엄청 걱정됐다.배씨 가문은 량천옥의 탐욕 때문에, 배준우의 결혼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조보은은 평생 가난 때문에 두려워했다. 그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둘째 딸이 재벌가에 시집가는 것을 보고도 출세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을까?고은영이 안지영의 뜻을 알아듣자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괴로워 보였다. "난 몰라, 어쨌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그 여자는 자신을
고은지의 세계에서 결혼은, 부모님의 결정이나 중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록 그녀는 지금 어머니의 말을 들은 것을 후회하고 있지만.그러나 그녀는 뼛속 깊이 보수적인 성향이 몸에 배어 있었다.지금 고은영은 결혼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위장 결혼이라는 말까지 하니, 그녀의 인식을 깨뜨렸다. 고은지가 자신에게 속았느냐고 묻는 말을 듣고, 고은지은 곧 머리가 아파져 왔다."아니, 언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지금 어디 있어? 내가 찾아갈게!”고은영이 무슨 말을 해도 고은지의 귀엔 안 들어왔다. 그녀는 지금 너무 걱정됐다."나 정말 괜찮아. 언니, 걱정하지 마.""내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나한테 너를 잘 돌보라고 하셨어......"고은지는 울먹이는 말투로 말했다.할머니라는 말을 듣고, 고은영은 마음이 바늘에 찔린 듯, 가슴이 빼곡하게 아팠다.그녀가 말하기 전, 고은지는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넌 결혼이라는 이렇게 큰일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할머니를 뵐 면목이 있겠어."고은영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위장 결혼이었기 때문에 고은지에게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고은지가 알고 나서 이렇게까지 걱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은영은 인내심을 갖고, 일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배준우는 국제적인 협력 때문에 결혼이 필요했고, 그녀는 잠시 위장 결혼을 했을 뿐이고, 곧 이혼할 것이라고!그러나 고은지는 더욱 걱정됐다."너희 대표님이야? 사기꾼이 아니고?”"정말 사기꾼 아니야!""그래도 안 돼. 너 나중에 이혼하면 재혼인데, 어떻게 좋은 사람한테 시집 가니."고은영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머릿속에는 ‘배준우의 여자와 누가 감히 결혼해?'라는 그 말이 스쳐 지나갔다.설마!설마 이번 위장 결혼이 정말 자신에게 그렇게 많은 폐를 끼치는 걸까!?진작 알았더라면, 그녀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동의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가 주는 밥을
“저와 그 사람은 영감님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고은영은 위장 결혼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방금 언니가 걱정하던 것을 생각하면, 영감님은 더 할거니 꾸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그냥 말하지 말자!’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또 그녀에게 사람을 데려오라고 강요할 것이다.그동안 거짓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고은영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저 그 사람이랑 위장 결혼이에요!"방금 언니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영감님에게 설명했다.말하고 난 후!휴대폰이 조용해졌다.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일 뿐, 영감님은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이혼해, 당장 이혼해.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영감님, 저...""배씨 가문이 어떤 곳인데, 네가 감히 거기에 가서 어떤 안 좋은 꼴을 당하려고 그래!"고은영의 남편이 배씨 가문이라는 것을 알고, 정 영감은 더욱 화가 나 가슴이 떨렸다.그의 격동한 감정을 느끼고, 고은영은 그가 통화 중 바로 쓰러질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지금 선생님이 그녀보고 이혼하라고 하니, 고은영은 더욱 고달프기 그지없었다."이 일은 영감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복잡하지 않아요. 일이 해결되면 바로 이혼할 거예요.""무조건 지금 이혼해. 네가 말하기 곤란하면 내가 직접 그 녀석을 찾아가 말할 거야!"영감님은 씩씩거리며 말했다.고은영“........”망했다. 상황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영감님, 그러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정말 잘 처리할 수 있어요..!"고은영이 불쌍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몰랐던 건 정 영감 앞에서 그녀는 다 자라지 않는 애기라는 것이다. 또한 그녀가 동영에 취직하여 출근하고 월급도 많이 받고 있으니, 영감님은 그녀가 할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 장래성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었다.그녀가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그녀가 가야 할 인생의 길로 돌아오게 하려 했다.하지만 인생의 중점에서 이렇게 큰 차질이
진 씨 아주머니는 그녀가 기어코 외출하려 하고, 또 배준우에게 전화하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너무 걱정이됐다.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제가 같이 갈도 될까요?"고은영이 가진 신분은 말할 것도 없고, 신분이 없다고 해도 진 씨 아주머니는 그녀가 이렇게 혼자 나가는 것이 걱정됐다.진 씨 아주머니의 고집을 보고,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저와 함께 가요."선생님 쪽에 그녀는 더는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녀와 배준우의 사이는 원래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였는데, 결혼이 폭로되면서 이렇게 혼란스러워진 것이다.만약 배준우가 진 씨 아주머니 때문에 선생님을 알게 된다면, 그녀 역시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그렇게 고은영은 진 씨 아주머니와 함께 외출했다. 하지만 진 씨 아주머니는 옷을 갈아입을 때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배준우는 회의실에서 회의하고 있었고, 나태웅은 전화를 받은 후, 문을 두드리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정유비였다. 하지만 나태웅은 정유비에게 나가라고 하지 않고, 바로 배준우의 곁으로 갔다.그의 귀에 대고 두 마디 속삭였고,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고은영이 어디로 갔는데?""진 씨 아주머니가 그것까진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꼭 외출해야 한다고만 했습니다. 아주머니가 걱정돼서 대표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진 씨 아주머니는?"배준우의 말투는 더 차가워졌다."같이 갔습니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같이 갔으면 됐다. 이 계집애가, 그렇게 심하게 다쳐 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니, 조금도 안심할 수 없어.’화를 내고 있는 중, 휴대폰이 회의 탁자 위에서 '윙윙' 하고 울렸다.배준우는 번호를 보았는데, 낯선 번호였다. 나태웅은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잠시 나가라고 눈짓을 보냈다.배준우는 이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배 도련님, 안녕하세요. 저는 정설호 어르신의 집사입니다."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배준우는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정 거장님 말씀
두 사람 모두 강성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평소에 서로가 관련되는 일은 아예 없었다. 이 통화는 아마 처음으로 어르신과 접선한 것일거다. 배준우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이 피운 뒤 말했다."너 나랑 가보자"나태웅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고은영은 이미 설림에 도착했고, 진 씨 아주머니는 집사가 차를 마시러 데려갔다.오늘 햇빛이 아주 좋았다. 대나무 숲을 뚫고 돌 탁자의 바둑판 위에 뿌려져 따뜻했다.고은영은 손에 사포를 들고 공작 부조 공예를 다듬고 있었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숨이 가빠질 정도로 조여왔다…….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1인 대국 영감 때문에 분위기는 너무 삭막했다.……!그녀가 노인에 대해 아는 바로는, 이렇게 조용할 때 일수록 큰일이 일어난 거이다. 예전에 그녀가 매번 부조 공예를 하면서 변형할 때마다, 영감은 바로 지금처럼 평온했고, 그리고는……."탁!"바둑알이 바둑판 위에 세게 내동댕이쳐졌다.고은영은 깜짝 놀라 몸이 얼어붙었고, 손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빠각~!’ 소리가 들리더니, 공작 머리의 볏 한쪽이 닳아 떨어졌다!고은영은 차가운 숨을 들이켰고, 머릿속에는 '윙'하는 소리가 들렸다.‘망했어, 영감은 연마하는 순서가 틀리는 걸 제일 싫어하시는데!’그녀는 호되게 혼낼 줄 알았다!하지만 영감님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고, 앞에 놓인 차를 들고는 급히 한 모금 마셨다.고은영이 무의식적으로 손에 사포를 움켜쥐고 두 눈을 꼭 감고 빌었다. "영감님 제가 잘못했어요!"배준우를 화나게 한 경험으로 볼 때, 그녀는 역시 서둘러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알맞았다.영감님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뭘 잘못했어?"‘잘못..? 내가 잘못한거..?’사실은 모두 배준우의 잘못이다. 자기가 분명히 비밀 결혼이라 말했으면서, 고은영 몰래 세상에 퍼뜨리고, 지금 온 세상이 다 알게 되었다. 은영은 단지 그 속에 연루되었다. 고은영이 입술을 떨었다."저, 저, 저는 자신을 이렇게 헛되
아무리 봐도 아무 배경도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강성에서 내로라하는 정 어르신과 관계가 있는 거지?생각하는 사이, 집사가 이미 그들 앞에 와서 공손하게 말했다."배 도련님, 어르신이 들어라고 하십니다."배준우는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고은영의 머리는 이미 백지상태 였고, 그녀는 그냥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싶었다.선생님이 그녀를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배준우까지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영감님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가서 비둘기 삶아, 육질은 좀 흐물흐물하게."“네, 네."고은영은 얼른 일어나서 손에 들고 있던 사포를 던져버리고, 배준우의 어두운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도망치듯 뛰어갔다.두 걸음 뛰자, 그녀는 발등에 통증이 느껴져, 바로 냉기를 들이켰다!영감님의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계집애가 조심성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다쳤으면 천천히 가!”"네, 알겠어요!"고은영은 억울하게 대답했다.그리고 가능한 한 빠른 걸음으로 대나무 숲을 빠져나왔다.배준우는 그녀가 감히 마주할 수 없어 도망치는 모습을 보니, 눈동자가 조금 더 어두워졌다.‘돌아가서 다시 결판을 낼 거야…….’고은영은 절뚝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대나무 숲을 빠져나왔고, 심장이 아직도 쿵쾅쿵쾅 뛰었다.대나무 숲 뒤, 숨어 조심스럽게 멀지 않은 곳의 돌 탁자 밑을 보았다.배준우는 이미 그녀가 방금 앉았던 돌의자에 앉아 있었다.고은영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그의 준수하고 매서운 모습에서 불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영감님은 그를 보며 눈을 부릅뜨고 성을 냈다!그녀는, 자신이 오늘 정말 망했다고 생각했다!‘돌아가면 무조건 직장을 잃게 될 거야…….’"작은 아가씨, 작은 아가씨?"어느새 그녀 뒤에 서 있었는지, 고은영은 집사가 여러 번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강 아저씨 저를 부르셨나요?""어르신이 아가씨에게 비둘기를 삶으라고 하십니다.""난 할 줄 모르는데!"이때 고은영은 방금 영감님이
결국 진호영이 다가가서 말했다.“할머니, 지금 이 장소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진윤과 진정훈이 오늘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오지 않은 이유도 명백했다.진성택이 두 사람을 너무 크게 실망시켰기 때문이다.진유경은 진호영이 진윤과 진정훈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면서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호영 오빠, 진윤 오빠랑 정훈 오빠한테 연락해주면 안 돼요? 적어도 아버지 보내드리는 길은 보고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은영이도요... 아버지는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잖아요.”“그만 떠들어.”진유경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호영이 싸늘하게 얘기했다.다른 건 몰라도 이 상황에서 고은영의 얘기를 꺼내다니.진호영은 진유경에게서 이례 없는 메스꺼움을 느꼈다.진유경은 진호영의 반응에 멍해졌다.하지만 사람들의 화제는 이미 고은영으로 넘어가 버렸다.다들 고은영을 불효녀라고, 은혜도 모르는 매정한 여자라고 욕했다.진호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진유경을 노려보며 얘기했다.“너 때문에 은영이는 집에 돌아오지도 못했어.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다고?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한 거야? 네 눈은 장식이야?”예뻐한 적이 있었나?한 번도 없었다.진성택이 고은영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줬다면 고은영이 진씨 가문 문턱을 넘어보지 못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아니, 그게 아니라...”“아버지는 남은 주식을 모두 너한테 남겨줬어. 하지만 친딸인 은영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 그런데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하셨다고?”진호영이 모든 것을 까밝히자 진유경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호영 오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진유경은 더욱 크게 울먹이면서 눈물을 흘렸다.진유경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진호영은 진유경의 편이었는데 지금은 왜...‘이게 다 고은영 때문이야! 대체 무슨 수로 꼬드겼기에 오빠들이 다 고은영의 편을 들어주는 거냐고!’“왜 이러냐고? 우리 어머니가 은영이에게 남겨준
이윽고 고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호영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고은영이 진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진호영과 고은영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진호영은 보통 직접 찾아와서 문제를 얘기하는 편이기에 전화를 잘 걸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진호영이 전화를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고은영은 잘 알고 있었다.진윤에게 전화하자마자 또 고은영에게 전화하다니.고은영이 전화를 받기도 전에 진윤이 고은영의 전화를 빼앗아갔다.“오빠...”진윤은 바로 전화를 꺼버렸다.“꺼버리면 어떡해요. 혹시 언니가 전화라도 하면...”“걱정하지 마. 네 언니는 너한테 연락하지 않을 거야.”“...”그렇다고 해도 마음대로 핸드폰을 꺼버리는 건 좀...게다가 고은지가 정말 무슨 일이 생겨서 고은영을 찾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진윤은 자연스럽게 고은영의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돌려주지 않았다.“오빠.”“오늘은 나한테 집중해.”그 말투는 아주 강압적이었다.“...”마치 그동안 진윤에게 신경 써주지 않아 삐진 것만 같았다.하지만 고은영도 어쩔 수 없었다.고희주와 고은지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니까 말이다.사실 고은영도 알고 있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고희주의 일 때문에 고은지는 언제든지 화를 낼 수 있었다.“그래요.”“...”“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너한테 뭘 좀 사주려고.”“...”사준다고?고은영은 진윤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진성택이 죽었다.장례식에 안 가는 건 이해가 되지만 굳이 고은영을 데리고 나와 쇼핑을 하는 목적은 뭘까.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그때 윤설의 전화가 걸려왔다.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다정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그런 진윤을 보면서 고은영은 진윤이 참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진윤과 비교하면 나태현은 정신병이 틀림없었다....진성택은 오늘 화장하게 된다.김영희, 진유경과 진호영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진윤과 진정훈은 결국
숨을 깊게 내쉰 나태현이 얘기했다.“량천옥이 나씨 가문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 지금...”“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죠.”배준우가 나태현의 말을 끊었다.그때 나씨 가문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었다. 게다가 량천옥을 죽이려는 사람도 있었다.나태현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갔고 나태현의 어머니도 그 시기에 돌아갔다.그 모든 모순의 시작은 량천옥이었다.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씨 가문은 여전히 량천옥과 원한이 있었다.다들 그저 그 원함을 꾹 참고 있었는데 고은지가 나타났다.량천옥의 딸이면서 나태현의 딸 엄마인 고은지 때문에 나씨 가문과 량천옥의 전쟁이 다시금 시작되었다.“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요.”우정과 사랑 중에서 배준우는 당연히 사랑이었다.게다가 이번 일에는 나씨 가문에서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았다.또 나태현이 회사의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보니 프로젝트가 위험했다.나태현은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소리를 들은 배준우는 핸드폰을 소파에 툭 던졌다....다른 한편.고은영과 진윤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진윤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나씨 가문과 엮인 프로젝트를 모두 엎어버리라고 명령했다.옆에 있는 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걱정했다. 진윤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고은영이 진윤의 손을 잡았다.“오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나씨 가문이 밉긴 하지만 진윤의 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진윤이 계약을 많이 해지할수록 진윤에게 영향이 더 클 테니까 말이다.진윤은 본인을 걱정해주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부드러운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진윤이 얘기했다.“다 필요 없는 것들이야. 나태현은 지금 당장 귀국해야 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머릿속에는 병원에 있는 고은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은지는 나태현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눈치채고 얘기했다.“지금 나태현과 량천옥이 해외에서 서로 죽이고 난리가 났어. 만
화가 난 나태범을 보면서 집사는 안절부절못했다.“지금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생각하던 집사가 말을 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쪽도 걱정해야 합니다.”“진씨 가문? 거기는 왜.”나태현과 량천옥이 싸우는 것만으로도 나태범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이러다가는 정말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다.게다가 배씨 가문에서 계약까지 해지했지...이러다가는 그룹이 파산될지도 몰랐다.“배준우 씨 아내가 진윤 씨와 진정훈 씨의 친여동생입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 다 그 고은지 씨의 동생을 위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나태범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저 진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성택이 친딸보다 양딸을 더욱 아낀다는 것까지 말이다.배준우가 고은영과 결혼할 때 강성의 사람들은 배준우가 많이 아깝다고 생각했다.일반적인 신분으로는 배준우의 옆에 설 수 없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은영이 진짜 진씨 가문의 친딸이었다.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이튿날 아침.고은영이 아침을 다 먹자마자 진윤이 도착했다.그리고 조카를 위한 선물도 가득 가져왔다.고용인들이 진윤이 가져온 물건을 보관해주었다.약간 붉어진 고은영의 눈가를 보면서, 진윤이 배준우한테 물었다.“어젯밤 계속 운 거예요?”배준우도 머리가 약간 아팠다.“제대로 자지 못했어요.”진윤이 다가가서 고은영을 마주 보더니 고은영이 입고 있는 귀여운 잠옷으로 눈을 돌렸다.배준우는 정말 딸을 키우는 것처럼 고은영을 보호해주는 것만 같았다.고은영은 원래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배준우와 함께 있을 때면 아주 작아보였다.“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 하자.”“정말 나가야 해요?”고은영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진윤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은 병원에 가서 고은지를 보고 싶었다.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진작 알아차렸다는 듯이 얘기했다.“병원 쪽에는 내가 사람들을 깔아놨어. 무슨 일 없을 거야. 가자.”진윤의 말을 들은
하지만 진윤이 내일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는 것의 목적을 떠올리면 고은영은 어쩔 수 없었다.“당연한 거 아닌가요?”진윤이 당당하게 얘기한 후 전화를 끊었다.배준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더니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이미 다 들었지?”“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성택은 사망했다.진정훈은 고은영이 장례식에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하지만 진윤은 장례식에 가지 말고 나가서 쇼핑하자고 했다.그것도 웃으면서 말이다.“넌 어떻게 하고 싶어?”“안 가도 돼요?”고은영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웃으면서 쇼핑해야 한다니. 고은영에게 있어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배준우도 짐작하고 있었다.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배준우가 얘기했다.“아마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쇼핑이 최종 목적이 아닐 거야.”“위로하는 거예요?”진윤은 배준우더러 고은영을 잘 위로해주라고 했다.“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네 큰형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하는 말이야. 단순하게 쇼핑하는 게 목적일 리 없어.”배준우가 확신하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배준우는 허락하는 고은영을 보면서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다 지나갈 거야.”“나씨 가문 쪽은...”거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고개를 들고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고희주의 일로 마음 아팠지만 배준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고은영에게 짧게 키스한 배준우가 이어서 얘기했다.“나씨 가문과 협업하는 프로젝트 두 개가 있었는데 이미 계약을 해지했어.”“주주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고은영이 걱정하면서 물었다.“그 두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다들 발을 빼는 분위기야. 아마도 량천옥 씨가 한 일 같은데.”그래서 배준우도 큰 문제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지나간 일에 대해 배준우는 뭐라고 할 수 없
진정훈이 전화를 건 것은 진정훈에게도 계획이 있어서였다.“진유경을 조심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진유경에게 남긴 주식이 있는데 꼭 되찾아올 겁니다.”진유경이라...진정훈은 진유경이 왜 계속 고은영을 끌어내리려는지 깨달았다.그건 바로 진유경이 아직 자기 위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니 이제라도 제대로 알게 해줘야 했다.배준우는 진정훈의 말을 알아듣고 얘기했다.“네. 알겠습니다.”“장례식은 와도 되고 안 와도 괜찮다고 전해줘요.”“네.”진정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은영의 뜻을 존중해주었다.하지만 장례식에 고은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릴 것이 뻔했다.“장례식은 언제입니까.”“이틀 뒤입니다.”“알겠습니다.”이틀 뒤라니. 생각보다 장례를 서두르는 모습에 배준우는 약간 의아했다.진정훈은 그저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그래서 그동안 배준우가 고은영을 잘 지켜줄 수 있도록 전화를 건 것이다....진정훈과의 통화를 마치고 배준우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데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이번에는 진정훈이 아닌 진윤이 걸어온 전화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영원히 고은영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처럼 고은영을 꼭 안고 있었다.“여보세요.”배준우는 진윤을 존경하는 편이었다.진윤은 정말 가문의 도움 없이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다.“은영이는요? 연락이 안 돼서.”“기분이 안 좋아요. 무슨 일이죠?”“왜 기분이 안 좋은 거죠?”“고은지 씨한테 일이 좀 생겨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고은지의 상황을 전해 들은 진윤은 머리가 아팠다.지금 고은영에게는 모든 일이 설상가상이었다.“내일 오전 아홉 시에 내가 데리러 간다고 전해줘요.”“내일이요?”“네.”진윤이 대답했다.배준우는 진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진윤은 모든 사람들에게 진씨 가문이 얼마나 엉망인지 광고할 셈이었다.진윤이 진성택의 장례식에도 나서지 않고 친여동생인 고은영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다닌다면...“어디로 갈 겁
그 처참한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진호영과 진정훈은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았다.두 사람이 달려가 보니 병실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다. 김영희는 눈물을 흘리면서 진성택을 껴안고 있었고 진유경도 진성택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침대 위의 진성택은 이미 눈을 감았다.의사와 간호사들도 두 사람의 소리를 듣고 얼른 달려왔다.5분 후. 의사는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안타깝게도 환자분은 이미 숨을 거두셨습니다.”“아버지... 제발 눈 좀 떠봐요! 이대로 가지 마요! 안 돼요!”진유경이 눈물범벅으로 얘기했다.김영희도 눈물을 훔치면서 얘기했다.“성택아, 이렇게 우리를 두고 가면 어떡하니! 나와 유경이는 어떻게 해...”“그러게요, 아버지. 저랑 할머니는 아버지뿐이에요. 제발 가지 마요. 눈 좀 떠보세요.”두 사람은 그렇게 울면서 밖을 흘깃거렸다.진호영이 다가가려고 할 때 진정훈이 진호영의 손목을 잡았다.진호영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진정훈을 쳐다보았다.진성택의 사망에 진호영도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하지만 진정훈의 얼굴에는 슬픔보다도 짜증이 더욱 많았다.진성택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하지만 김영희와 진유경의 뻔한 연기를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혔다.진성택은 진유경을 평생 아껴왔지만 진정훈에게 있어서 진유경은 아무것도 아니다.진호영은 그런 진정훈을 보고 약간 정신을 차렸다. 진호영은 증오심이 가득 묻은 두 눈으로 진유경을 쳐다보았다.진유경이 눈물을 흘리는 건 진성택의 죽음 때문이 아니다.진성택의 죽음으로 인해 전에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진성택은 죽기 직전까지도 진유경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있었다. 진유경이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하지만 결국 아무도 진유경을 받아주지 않았다.진유경은 양딸인 데다가 진윤과 진정훈에게서 호감을 사지 못했기에 다른 가문에서는 진유경과 혼사를 맺고 싶지 않아 했다.유일하게 진유경을 받아들이는 허씨 가문은 진유경이 싫어했다.이젠 진
고은영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을 때 진정훈과 진호영이 돌아왔다.두 사람은 고은영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은영아, 뭐라고 하셨어?”진정훈이 먼저 물었다. 진호영은 어두워진 고은영의 표정을 보면서 감히 물을 수 없었다.고은영은 진정훈을 보고 또다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지금 고은영의 표정은 진호영이 고은영을 끌고 올 때보다 더욱 어두웠다.“나한테 진유경을 부탁한다고 하셨어.”“...”“...”두 사람은 고은영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버렸다. 진정훈은 싸늘한 눈으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중요한 얘기라는 게, 저런 거였어?”고은영에게 진유경을 맡기는 것. 그게 죽기 직전에 하고 싶은 말이었다니.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 진호영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진호영은 고은영을 보면서 얘기했다.“미안해. 난 아버지가 그런 일로 널 부를 줄 몰랐어.”고은영은 진호영의 사과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진정훈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그리고 진유경에게 주식을 남겨주었으니 진유경의 주식을 정훈 오빠한테 빼앗기지 않게 챙겨주라고 했어.”“...”“...”두 사람은 또 그대로 얼어붙었다.정말 진유경 때문에 고은영을 부른 것이었다니.도대체 얼마나 진유경을 아끼기에 죽기 직전에도 친딸을 불러 양딸을 맡기려 하는 것인지, 두 사람은 알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먼저 갈게.”“그래. 잘 가.”진정훈이 고개를 저으면서 얘기했다.고은영은 그대로 떠났다.진씨 가문에 아무 기대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공허하고 적적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진호영은 떠나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다.진정훈이 진호영을 보면서 말했다.“이제야 안 거야?”“난 전혀 몰랐어... 아버지가 진유경의 일로 은영이를 부른 걸 알았다면 은영이를 불러오지 않았을 거야.”진호영은 정말 후회했다.진호영은 그저 고은영이 진성택의 친딸이니까... 친딸에게 해줄 말이 있을 줄 알고 데려온 것인데.결국 진성택은 모든 것을 진유경에게
거기까지 들은 고은영의 표정은 잿빛이 되었다.진성택도 그걸 알아차리고 잠시 말을 끊었다.그리고 어두워진 고은영의 눈을 보면서 이어서 얘기했다.“나도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다만. 하지만 은영아, 난 정말 유경이가 걱정돼. 그러니 네가 유경이를 잘 챙겨줘. 그럴 수 있지?”진성택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고은영을 되찾아온 다음부터 진성택은 고은영 앞에서 진유경을 잘 챙겨주라는 말을 했다.죽기 전까지도 말이다.“나한테 부탁하는 거예요, 준우 씨한테 부탁하는 거예요?”그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전에 김영희가 진유경을 데리고 배준우를 찾아왔을 때도 고은영은 그저 묵묵히 참았다.하지만 진성택이 또 이런 말을 꺼내다니.뭘 어떻게 챙겨주라는 건지.고은영이 무슨 능력으로 챙겨주라는 건지.“은영아, 그게 아니라...”진성택이 말을 더듬었다.고은영은 손을 빼내고 얘기했다.“뭐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게 진유경이 걱정되면 데려가면 되잖아요. 죽어서도 계속 돌봐주면 되겠네요.”“...”고은영의 말을 들은 진성택은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내 말을 오해한 것 같은데... 배준우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 아니야.”“...”“전에 정훈이 뭐라고 해서 네 엄마가 남겨준 주식을 너와 유경이한테 나눠줬잖아. 정훈이가 유경이 몫을 빼앗아가지 않게 잘 좀 챙겨줘.”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화가 끓어올랐다.죽기 직전까지도, 진성택은 진유경을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고은영은 그 정도로 마음 약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아무리 고은영이 나약해 보이고 연약해 보여도 마음만은 단단한 사람이었다.“제가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리고 정훈 오빠가 진유경의 주식을 빼앗을까 봐 걱정하시는데... 그건 원래 진유경 몫이 아니었어요. 결국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진성택이 진유경에게 주식을 남겨뒀을 줄은 몰랐다.진정훈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고은영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은영아, 잠깐만...”진성택은 밖으로 나가려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