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영과 고은영이 고민에 잠긴 사이, 고은영의 휴대폰이 울렸다. 배준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배 대표님."고은영이 긴장한 얼굴로 안지영을 보더니 뒤돌아서서 전화를 받았다.안지영은 금세 예의바른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고은영을 보며 입을 삐죽였다. 그녀는 고은영이 계속 연기를 잘 이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자신의 가업도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야?""회사 앞에 있습니다.""그럼 거기서 기다려."배준우는 그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배 대표?"안지영이 묻자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전의 일을 겪은 뒤로 고은영은 어떻게 배준우를 마주해야 할지 더욱 갈피를 잡지 못했다.먼저 잘못을 인정해야 할까? 아니면 계속 이렇게 그를 속여야 하는 걸까?고은영은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이제 나 실장이 배 대표한테 무슨 얘기를 해도 너 잘 둘러대야 해."안지영이 고은영에게 당부했다."나 실장이 배 대표님한테 뭐라고 할 것 같아?""네가 나 실장이 의심하기 시작했다며. 의심하고 있으니 당연히 자기가 생각하는 걸 얘기하겠지."안지영의 말을 들은 고은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럼 나…""다 털어놓겠다는 말은 하지 마. 너가 그 사실을 인정해 버리면, 그때 나 너랑 절교할 거야."안지영이 고은영의 말을 끊고 말했다.지금 그녀는 고은영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까 봐 걱정되었다.지금 그녀는 배준우의 와이프였기에 그는 고은영을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정말 사실을 알게 된다면, 모든 화살을 안 씨 집안에 돌릴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안지영은 더더욱 고은영이 인정하게 할 수 없었다."나 이제 더 이상 배 대표님 못 속일 것 같아.""일단 계속 속여. 나 실장이 네가 배 대표님을 덮치는 걸 본 것도 아니잖아. 나 실장이 이상한 소리하고 다니면 확 고소해 버리면 돼."안지영이 다시 고은영의 손을 잡고 말했다."배 대표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는 너도 잘 알잖아. 우리 안 씨 집안
그런데 이렇게 직접 데리러 올 줄이야. 이것을 고은영의 복이라고 해야 할지 죄라고 해야 할지…배준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본 고은영은 다시 긴장되었다."배 대표님."고은영이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배준우가 가까이 다가온 순간, 고은영은 그의 몸을 감싼 술 냄새를 맡게 되었다.그리고 자신이 뭘 하러 왔던 건가 하고 잠시 생각하다 동영상의 복구 상황을 보러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하지만 고은영이 대답하기 전, 회사를 나서던 나 실장이 배준우를 발견하곤 그에게 다가왔다."오늘 디카 씨를 만나신 겁니까?""응."배준우의 대답을 들은 나 실장이 고은영을 바라보다 다시 배준우에게 물었다."기성훈 씨랑 진재한 씨가 방금 다녀갔는데 올라가서 동영상 확인해 보시겠습니까?"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심장이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안색도 덩달아 창백해졌다.방금 그녀는 나 실장에게 배준우가 그날 구토를 심하게 해 2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준우가 직접 그 동영상을 확인한다면 자신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 못 할 리가 없었다.고은영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상황에 머리가 새하얘졌다."복구된 거야?""아니요. 아직 2시간밖에 복구시키지 못했습니다.""나한테 보내."고은영은 두 사람의 말을 들으니 눈앞이 캄캄해졌다.배준우가 정말 그 동영상을 확인할 생각을 하고 있다니."네, 알겠습니다."나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은영을 힐끔 바라봤다. 고은영은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가자."그때 배준우가 고은영에게 말했다.고은영은 어쩔 수 없이 배준우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나 실장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구토를 2시간이나 했다니? 그리고 고은영이 그런 배준우를 2시간 동안 돌봤다고!?…고은영은 나 실장을 보다 그 웃음을 보곤 얼른 고개를 돌려버렸다.나 실장의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하
하원 별장에 두 사람을 데려다준 기사는 곧바로 별장을 떠났다.고은영은 기사에게 자신을 숙소로 데려가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배준우의 뒷모습을 보니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집으로 들어간 뒤, 배준우가 고은영을 힐끔 바라봤다."네 짐은 언제 옮길거야?""정말 여기에서 지내라고요?"고은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녀는 이 집으로 들어와 사는 그런 짓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긴 시간 동안 배준우와 얼굴을 맞대고 있다가는 언젠가 참지 못하고 그날 밤의 일을 털어놓을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 고은영의 말을 들은 배준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럼 내일 옮길게요."그 모습을 본 고은영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배준우는 그제서야 외투를 벗어 휴대폰과 함께 소파 위로 던지곤 방으로 들어갔다.고은영은 현관에 서서 가슴을 쓸어내렸다.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배준우와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머지않아 배준우가 나오더니 고은영에게 옷 한 벌을 쥐어줬다.고은영은 멍청한 얼굴로 배준우를 바라봤다."샤워 안 해?"배준우가 답답하다는 듯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아.. 당연히 해야죠."고은영은 샤워에 특별한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어렸을 때 농촌의 여름은 물이 부족해 식수를 보장하기도 어려웠기에 몸을 씻는 물은 사치와도 같았다.하지만 고은영은 적은 물로도 꼭 샤워를 하고 자야 하는 타입이다.그렇게 고은영은 자신만의 특별한 샤워 방법을 장악했고 생수 한 병으로도 샤워를 마칠 수 있을 지경에 도달했다.그랬기에 어제 저녁 이곳에서 대충 잠만 잔 그녀는 오늘도 씻지 않았다가는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곳에는 고은영의 옷이 없었다. 방금 그녀는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배준우가 지금 그녀에게 건넨 옷은 남자의 옷이었다."여자 옷은 없으니까 이거라도 대충 입어."배준우가 고은영에게 옷을 쥐여주며 말했다."네."고은영이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대충 입으라는 배준우의 말이 마음에
쾅 하고 닫히는 요란스러운 문소리에 배준우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곤 화장실 쪽을 바라봤다.고은영은 화장실 안에서 날뛰는 심장을 부여잡았다."무슨 일이야?"그때, 밖에서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긴장되었다.하지만 결국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대표님.. 여기에 수건이 없어서요."순간,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고은영은 혀라도 깨물고 싶었다.그녀가 덤벙거리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배준우는 지금쯤 그녀가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걸로 생각할지도 모른다.결국 배준우가 새로운 수건 하나를 들고 다시 화장실로 다가갔다."문 열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이 그제야 문을 살짝 열곤 하얗고 작은 손을 내밀었다."감사합니다."배준우는 평소 키 크고 날씬한 고은영만 봐왔던지라 통통한 그녀의 손을 보며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그리고 그녀는 농촌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고은영은 추위에 몸을 떨며 얼른 물기를 닦아냈다.그리고 배준우가 준 옷을 보니 바로 그의 셔츠와 바지였다. 셔츠의 차가운 촉감에 고은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화장실에서 나온 고은영의 입술은 추위에 약간 핏기를 잃었다.배준우는 그 소리를 듣고 고은영에게 눈길을 돌렸다.고은영이 키가 컸던 덕분에 배준우의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길게 늘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지는 많이 큰 듯했다."추워?"창백한 그녀의 입술을 본 배준우가 물었다."네."집안에는 보일러를 틀어 충분히 따뜻했지만, 고은영은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보일러를 튼 집안에서도 니트를 입고 있을 정도였다. "이리 와."고은영은 무표정한 배준우를 보며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그녀가 배준우에게 가까이 왔을 무렵, 배준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씻었는데도 손이 이렇게 차가워?""다 씻고 안에 좀 오래 있어서요."게다가 배준우가 준 옷은 따뜻하지도 않았다."안에 재밌는 거라도 있나 봐?"배준우
고은영은 점점 정신을 잃어가는 배준우를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배 대표님, 안 돼요!"고은영이 힘껏 배준우를 뿌리치고 그의 품속에서 뛰쳐 나왔다.취해있던 배준우도 그녀의 행동에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그의 눈을 차지했던 다정함이 사라지고 차가움만이 남았다.고은영은 그런 배준우를 보다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배 대표님."고은영의 목소리에 배준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자자."자자는 말을 들은 고은영은 또다시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서 자라는 말씀이신지…"그녀는 방금 전의 상황에 놀라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했다.배준우는 멍청한 고은영의 질문을 들으니 답답해졌다. 그리고 놀란 듯한 모습의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어디에서 자고 싶은데?""저는 여기 말고 숙소로 돌아가서 자고 싶습니다."고은영이 다급하게 말하자 배준우가 순식간에 웃음을 거두었다.고은영은 긴 시간 동안 배준우의 곁을 지키며 업무상에서의 실수 때문에 늘 그를 무서워했다.하지만 배준우는 그녀가 자신을 이렇게 무서워할 줄은 몰랐다."그럼 어제 잤던 방에서 자."고은영은 그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방금 전, 그녀는 배준우의 몸에서 이성을 잃은 짐승의 모습을 보아냈다.그녀는 그가 무서웠다. 그저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하지만 차가운 배준우의 눈빛을 마주하니 아무 말도 감히 하지 못했다.결국 고은영은 두려움을 참아가며 어젯밤 잠을 청했던 방으로 갔다.하지만 그녀가 금방 몸을 돌렸을 때, 배준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고은영."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흠칫 몸을 떨었다.배준우가 후회하면 어떡하지?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방을 나서려고 했다.배준우는 황급히 도망가려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하지만 결국 그녀를 더 이상 놀리지 않기로 했다."일찍 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고은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방을 나섰다.배준우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고은영의 모습을
"그래도 찾을 수 있어."고은영이 더욱 차가워진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가 보기엔 서정우가 일을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안지영의 말처럼 쓸데없이 눈만 높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이제 막 실습을 시작한 주제에 서정우는 월급이 200만 원이 되는 일만 찾아 다니지만, 그 어느 회사에서도 그만한 돈을 주고 실습생을 찾지 않는다. 서정우는 고은영의 말을 듣고 있자니 조금 짜증이 났다."나도 열심히 찾고 있다고..! 누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만 닦달하더라.""누가 닦달했다고 그래! 네가 아무것도 안 하고 누가 네 입에 밥만 넣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잖아."서정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이 발끈했다. 그녀의 가정은 부유한 가정이 아니었기에 공부만 잘해도 창창한 미래를 펼칠 준비를 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정우는 지금 가장 기본적인 것도 잘 배우지 못한 듯했다.서정우는 단호한 고은영의 태도를 보곤 다시 꼬리를 내렸다."누나, 나 일 찾고 있잖아. 일하기 시작하면, 이제 누나들한테 돈 달라는 소리 안 할게. 내가 지금 밖에서 친구들이랑 밥 먹고 있어서 그래. 내가 사주겠다고 했는데 이따 돈이 없으면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누나가 한 번만 도와줘."어쩐지 다급하게 전화를 했더라니, 돈도 없으면서 체면만 죽어라 세우기는.고은영은 서정우의 이런 면이 가장 싫었다. 무슨 일을 하든 아무 계획도 없는 것. 그랬기에 짜증 난 말투로 그에게 말 한마디를 던졌다."돈 없어!""아니, 누나…"서정우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은영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곤 화가 나서 휴대폰을 옆으로 집어 던졌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조보은을 탓하기 시작했다. 돈도 없으면서 이런 철 없는 아들을 키워냈으니 말이다.서정우는 고은영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고은영은 받지 않았다.그랬기에 다시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정우의 말을 들은 고은지가 다시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전화를 받은 고은영이 한숨을 쉬었다."언니, 자꾸 그렇게 서정우 봐주지 마.""내가 봐주는
자고 일어나니 온 몸이 피곤하기만 했다.젠장, 어떻게 그런 꿈을 꿀수 있을까?어쩌면 그날 밤 호텔에 있던 여자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면 역시 달라지네!배준우은 난청에서의 그날 밤을 생각하며 그 여자를 찾아 토막내고 싶었다.주방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고은영은 터무니 없이 몸서리를 쳤다가 ‘에취’하고 재채기를 했다.‘윙윙! ’탁자 위에서 휴대폰이 진동 하고있다.고은지의 전화인것을 보고 나서 고은영은 “언니”라고 받았다.“너 어젯밤에 서정우한테 4만원만 줬어?”“밥 한 끼면 충분해!”고은영은 냉담하게 말했다.그는 능력도 없는데 맏형이 되고 싶어해 혼 좀 나야돼!돌발 사건은 해결 해줬지만 그런 아슬아슬한 느낌은 일생동안 있을수 없게 될것이다.고은지가 또 조보은이 골칫거리를 만들수 있다는 잔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뜻밖에도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해 말했다.“그만이면 충분하긴해. 이제 우리도 그에게 혼을 좀 내줘야겠어.”어젯밤에 자기가 돈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감히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탕 먹고 마시다니.한밤중에 돈을 빌리려고 전화를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고은지의 이 말을 듣고 고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고은지의 무분별한 타협이었다.잠시 생각해보니 고은영은 “그녀는 어떻게 됬어? 심각한가?”라고 물었다.그녀,조보은!지금까지만 해도 고은영은 그 해에 조보은이 매정하게 자신을 할머니 마당에 내동댕이쳤다는 것만 생각하면그 장면, 그녀는 아직도 잊지 못해 그 때부터 그는 다시는 조보은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조보은을 말하지 않으면 괜찮은데 , 말하기 시작하자 고은지는 숨결마저 세지게 되였다.전화 그쪽의 이상함을 느낀 고은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야?”“그녀는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전혀 아프지 않아!”“뭐?”“아픈 사람은 서호준이야!”고은지는 화를 내며 말했다.서정우의 아버지 서호준이 아프다고? 아들이 못되서 전 남편의 딸을 찾아 병원비를 낸다고?아마도 조보은만
자세히 보니 그녀의 발등에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다.배준우은 그것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멍청하네!”고은영은 얇은 입술을 꽉 깨물며 더욱 애처로워졌다.그것은 배준우가 부엌 문 앞에 말없이 서서 그녀를 이렇게 놀라게 했기 때문인데또 그녀가 멍청하다고 욕하니...배준우의 마음 속에서는 고은영은 항상 어리석었고 그가 무엇을 하든 쉽게 문제에 빠지는 편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은 그녀가 하는 일이 항상 걱정 되어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물집이 잡혔어."배준우는 잠시 보고 말했다.펄펄 끓는 국물이 발등에 부었으니 심하게 데였지!고은영은 발등에 잡힌 여러 물집을 바라보며 말없이 입을 삐죽거리며 더욱 억울해졌다.배준우는 구급상자를 가져와서 찾았는데 화상 연고가 없는 것을 발견하자 개인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의사는 그에게 먼저 얼음찜질을 하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품에 안고 소파로 돌아와서 앉았다.눈물이 글썽글썽한 고은영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울고 싶어?”고은영은 코물을 닦더니 눈 밑의 억울함은 더욱 짙어졌다.“우는 결과는 알아?”배준우의 차가운 말투에 고은영이 순간 겁이 났지만 꾹 참았다.배준우는 우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여직원이 울었다는 이유로 부서 전체를 해고하는 일벌백계한 수단은 회사 전체가 다 알고 있는 것이다.고은영은 고개를 숙여서 말했다. “울지 않겠습니다!”울 용기가 없는거지!배준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냉장고로 가서 아이스팩을 꺼내 몸을 굽혀 그녀의 발등에 붙였다.이때야 배준우는 고은영이 키는 크지만 발이 매우 작다는 것을 발견했다.신발은 230mm만 신어야 할 것 같은데?날씬해 보이지만 발가락이 둥글고 균형이 잡히고....고은영은 자신에게 아이스팩을 붙이고 있는 배준우을 바라보며 조금 쑥스러워 피하고 싶었다. “나혼자 할 수 있어요.”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아이스팩을 건넸다.급히 달려온 개인 의사는 고은영의 발등이 이렇게 데인 것을 보고 재빠르게 응급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