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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하원 별장에 두 사람을 데려다준 기사는 곧바로 별장을 떠났다.

고은영은 기사에게 자신을 숙소로 데려가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배준우의 뒷모습을 보니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집으로 들어간 뒤, 배준우가 고은영을 힐끔 바라봤다.

"네 짐은 언제 옮길거야?"

"정말 여기에서 지내라고요?"

고은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녀는 이 집으로 들어와 사는 그런 짓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배준우와 얼굴을 맞대고 있다가는 언젠가 참지 못하고 그날 밤의 일을 털어놓을까 봐 걱정되었다.

하지만 고은영의 말을 들은 배준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럼 내일 옮길게요."

그 모습을 본 고은영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준우는 그제서야 외투를 벗어 휴대폰과 함께 소파 위로 던지곤 방으로 들어갔다.

고은영은 현관에 서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배준우와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머지않아 배준우가 나오더니 고은영에게 옷 한 벌을 쥐어줬다.

고은영은 멍청한 얼굴로 배준우를 바라봤다.

"샤워 안 해?"

배준우가 답답하다는 듯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

"아.. 당연히 해야죠."

고은영은 샤워에 특별한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 농촌의 여름은 물이 부족해 식수를 보장하기도 어려웠기에 몸을 씻는 물은 사치와도 같았다.

하지만 고은영은 적은 물로도 꼭 샤워를 하고 자야 하는 타입이다.

그렇게 고은영은 자신만의 특별한 샤워 방법을 장악했고 생수 한 병으로도 샤워를 마칠 수 있을 지경에 도달했다.

그랬기에 어제 저녁 이곳에서 대충 잠만 잔 그녀는 오늘도 씻지 않았다가는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고은영의 옷이 없었다. 방금 그녀는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배준우가 지금 그녀에게 건넨 옷은 남자의 옷이었다.

"여자 옷은 없으니까 이거라도 대충 입어."

배준우가 고은영에게 옷을 쥐여주며 말했다.

"네."

고은영이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대충 입으라는 배준우의 말이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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