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하고 닫히는 요란스러운 문소리에 배준우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곤 화장실 쪽을 바라봤다.고은영은 화장실 안에서 날뛰는 심장을 부여잡았다."무슨 일이야?"그때, 밖에서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긴장되었다.하지만 결국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대표님.. 여기에 수건이 없어서요."순간,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고은영은 혀라도 깨물고 싶었다.그녀가 덤벙거리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배준우는 지금쯤 그녀가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걸로 생각할지도 모른다.결국 배준우가 새로운 수건 하나를 들고 다시 화장실로 다가갔다."문 열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이 그제야 문을 살짝 열곤 하얗고 작은 손을 내밀었다."감사합니다."배준우는 평소 키 크고 날씬한 고은영만 봐왔던지라 통통한 그녀의 손을 보며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그리고 그녀는 농촌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고은영은 추위에 몸을 떨며 얼른 물기를 닦아냈다.그리고 배준우가 준 옷을 보니 바로 그의 셔츠와 바지였다. 셔츠의 차가운 촉감에 고은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화장실에서 나온 고은영의 입술은 추위에 약간 핏기를 잃었다.배준우는 그 소리를 듣고 고은영에게 눈길을 돌렸다.고은영이 키가 컸던 덕분에 배준우의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길게 늘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지는 많이 큰 듯했다."추워?"창백한 그녀의 입술을 본 배준우가 물었다."네."집안에는 보일러를 틀어 충분히 따뜻했지만, 고은영은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보일러를 튼 집안에서도 니트를 입고 있을 정도였다. "이리 와."고은영은 무표정한 배준우를 보며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그녀가 배준우에게 가까이 왔을 무렵, 배준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씻었는데도 손이 이렇게 차가워?""다 씻고 안에 좀 오래 있어서요."게다가 배준우가 준 옷은 따뜻하지도 않았다."안에 재밌는 거라도 있나 봐?"배준우
고은영은 점점 정신을 잃어가는 배준우를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배 대표님, 안 돼요!"고은영이 힘껏 배준우를 뿌리치고 그의 품속에서 뛰쳐 나왔다.취해있던 배준우도 그녀의 행동에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그의 눈을 차지했던 다정함이 사라지고 차가움만이 남았다.고은영은 그런 배준우를 보다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배 대표님."고은영의 목소리에 배준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자자."자자는 말을 들은 고은영은 또다시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서 자라는 말씀이신지…"그녀는 방금 전의 상황에 놀라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했다.배준우는 멍청한 고은영의 질문을 들으니 답답해졌다. 그리고 놀란 듯한 모습의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어디에서 자고 싶은데?""저는 여기 말고 숙소로 돌아가서 자고 싶습니다."고은영이 다급하게 말하자 배준우가 순식간에 웃음을 거두었다.고은영은 긴 시간 동안 배준우의 곁을 지키며 업무상에서의 실수 때문에 늘 그를 무서워했다.하지만 배준우는 그녀가 자신을 이렇게 무서워할 줄은 몰랐다."그럼 어제 잤던 방에서 자."고은영은 그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방금 전, 그녀는 배준우의 몸에서 이성을 잃은 짐승의 모습을 보아냈다.그녀는 그가 무서웠다. 그저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하지만 차가운 배준우의 눈빛을 마주하니 아무 말도 감히 하지 못했다.결국 고은영은 두려움을 참아가며 어젯밤 잠을 청했던 방으로 갔다.하지만 그녀가 금방 몸을 돌렸을 때, 배준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고은영."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흠칫 몸을 떨었다.배준우가 후회하면 어떡하지?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방을 나서려고 했다.배준우는 황급히 도망가려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하지만 결국 그녀를 더 이상 놀리지 않기로 했다."일찍 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고은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방을 나섰다.배준우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고은영의 모습을
"그래도 찾을 수 있어."고은영이 더욱 차가워진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가 보기엔 서정우가 일을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안지영의 말처럼 쓸데없이 눈만 높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이제 막 실습을 시작한 주제에 서정우는 월급이 200만 원이 되는 일만 찾아 다니지만, 그 어느 회사에서도 그만한 돈을 주고 실습생을 찾지 않는다. 서정우는 고은영의 말을 듣고 있자니 조금 짜증이 났다."나도 열심히 찾고 있다고..! 누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만 닦달하더라.""누가 닦달했다고 그래! 네가 아무것도 안 하고 누가 네 입에 밥만 넣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잖아."서정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이 발끈했다. 그녀의 가정은 부유한 가정이 아니었기에 공부만 잘해도 창창한 미래를 펼칠 준비를 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정우는 지금 가장 기본적인 것도 잘 배우지 못한 듯했다.서정우는 단호한 고은영의 태도를 보곤 다시 꼬리를 내렸다."누나, 나 일 찾고 있잖아. 일하기 시작하면, 이제 누나들한테 돈 달라는 소리 안 할게. 내가 지금 밖에서 친구들이랑 밥 먹고 있어서 그래. 내가 사주겠다고 했는데 이따 돈이 없으면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누나가 한 번만 도와줘."어쩐지 다급하게 전화를 했더라니, 돈도 없으면서 체면만 죽어라 세우기는.고은영은 서정우의 이런 면이 가장 싫었다. 무슨 일을 하든 아무 계획도 없는 것. 그랬기에 짜증 난 말투로 그에게 말 한마디를 던졌다."돈 없어!""아니, 누나…"서정우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은영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곤 화가 나서 휴대폰을 옆으로 집어 던졌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조보은을 탓하기 시작했다. 돈도 없으면서 이런 철 없는 아들을 키워냈으니 말이다.서정우는 고은영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고은영은 받지 않았다.그랬기에 다시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정우의 말을 들은 고은지가 다시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전화를 받은 고은영이 한숨을 쉬었다."언니, 자꾸 그렇게 서정우 봐주지 마.""내가 봐주는
자고 일어나니 온 몸이 피곤하기만 했다.젠장, 어떻게 그런 꿈을 꿀수 있을까?어쩌면 그날 밤 호텔에 있던 여자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면 역시 달라지네!배준우은 난청에서의 그날 밤을 생각하며 그 여자를 찾아 토막내고 싶었다.주방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고은영은 터무니 없이 몸서리를 쳤다가 ‘에취’하고 재채기를 했다.‘윙윙! ’탁자 위에서 휴대폰이 진동 하고있다.고은지의 전화인것을 보고 나서 고은영은 “언니”라고 받았다.“너 어젯밤에 서정우한테 4만원만 줬어?”“밥 한 끼면 충분해!”고은영은 냉담하게 말했다.그는 능력도 없는데 맏형이 되고 싶어해 혼 좀 나야돼!돌발 사건은 해결 해줬지만 그런 아슬아슬한 느낌은 일생동안 있을수 없게 될것이다.고은지가 또 조보은이 골칫거리를 만들수 있다는 잔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뜻밖에도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해 말했다.“그만이면 충분하긴해. 이제 우리도 그에게 혼을 좀 내줘야겠어.”어젯밤에 자기가 돈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감히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탕 먹고 마시다니.한밤중에 돈을 빌리려고 전화를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고은지의 이 말을 듣고 고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고은지의 무분별한 타협이었다.잠시 생각해보니 고은영은 “그녀는 어떻게 됬어? 심각한가?”라고 물었다.그녀,조보은!지금까지만 해도 고은영은 그 해에 조보은이 매정하게 자신을 할머니 마당에 내동댕이쳤다는 것만 생각하면그 장면, 그녀는 아직도 잊지 못해 그 때부터 그는 다시는 조보은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조보은을 말하지 않으면 괜찮은데 , 말하기 시작하자 고은지는 숨결마저 세지게 되였다.전화 그쪽의 이상함을 느낀 고은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야?”“그녀는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전혀 아프지 않아!”“뭐?”“아픈 사람은 서호준이야!”고은지는 화를 내며 말했다.서정우의 아버지 서호준이 아프다고? 아들이 못되서 전 남편의 딸을 찾아 병원비를 낸다고?아마도 조보은만
자세히 보니 그녀의 발등에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다.배준우은 그것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멍청하네!”고은영은 얇은 입술을 꽉 깨물며 더욱 애처로워졌다.그것은 배준우가 부엌 문 앞에 말없이 서서 그녀를 이렇게 놀라게 했기 때문인데또 그녀가 멍청하다고 욕하니...배준우의 마음 속에서는 고은영은 항상 어리석었고 그가 무엇을 하든 쉽게 문제에 빠지는 편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은 그녀가 하는 일이 항상 걱정 되어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물집이 잡혔어."배준우는 잠시 보고 말했다.펄펄 끓는 국물이 발등에 부었으니 심하게 데였지!고은영은 발등에 잡힌 여러 물집을 바라보며 말없이 입을 삐죽거리며 더욱 억울해졌다.배준우는 구급상자를 가져와서 찾았는데 화상 연고가 없는 것을 발견하자 개인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의사는 그에게 먼저 얼음찜질을 하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품에 안고 소파로 돌아와서 앉았다.눈물이 글썽글썽한 고은영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울고 싶어?”고은영은 코물을 닦더니 눈 밑의 억울함은 더욱 짙어졌다.“우는 결과는 알아?”배준우의 차가운 말투에 고은영이 순간 겁이 났지만 꾹 참았다.배준우는 우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여직원이 울었다는 이유로 부서 전체를 해고하는 일벌백계한 수단은 회사 전체가 다 알고 있는 것이다.고은영은 고개를 숙여서 말했다. “울지 않겠습니다!”울 용기가 없는거지!배준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냉장고로 가서 아이스팩을 꺼내 몸을 굽혀 그녀의 발등에 붙였다.이때야 배준우는 고은영이 키는 크지만 발이 매우 작다는 것을 발견했다.신발은 230mm만 신어야 할 것 같은데?날씬해 보이지만 발가락이 둥글고 균형이 잡히고....고은영은 자신에게 아이스팩을 붙이고 있는 배준우을 바라보며 조금 쑥스러워 피하고 싶었다. “나혼자 할 수 있어요.”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아이스팩을 건넸다.급히 달려온 개인 의사는 고은영의 발등이 이렇게 데인 것을 보고 재빠르게 응급처
결국 배준우가 간단한 서양식 아침식사를 만들었다.고은영은 이런것을 먹는 데 습관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먹었다.그녀는 아직도 어젯밤에 배준우가 준 셔츠를 입고 있었고, 겁이 나서 어제밤에 입던 옷도 빨지 않았다.그러니까 오늘은 어떻해도 쉬야 되!배준우는 어쩔줄 모르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더 이상 주방에 들어가지마. 어차피 네가 한것도 맛 없잖아.”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완전 암흑 요리야.처음엔 계란과 빵이 다 타버렸고, 두 번째엔 별맛 없는 국수를 끓고, 세 번째엔 자신을 데웠지.생각해보니 그녀는 한번도 잘한 적이 없었다.고은영은 오늘의 사건 때문에 배준우가 불만을 품었다는것을 알고 억울하게 말했다. “고의로 그런 게 아닙니다.”“네가 의도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요리 솜씨가 좋지 않아 식재료를 낭비하는 것이 문제야!”고은영은 할말이 없었다.“......”이 말은 조금 참기 힘들었지만 그녀는 반박할 수 없었다.아침 식사가 끝났다.배준우가 회사로 가는 시간이다.떠나기 전,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부엌에 갈 필요가 없어. 아줌마가 와서 청소할 테니.그리고 점심밥도 차려 줄 거야.”“네.알겠습니다.”부엌을 태워버릴까 봐 두려워 하는거야? 아줌마를 시켜서 밥을 해줘?배준우가 갔다!고은영이 소파에 누워 있을 때 안지영에게서 전화가 왔다.전화에서 안지영의 목소리는 특히 걱정스러웠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 아니야? 왜 아직 출근하지 않았어?”안지영의 소리를 듣고 고은영은 즉시 깨어났다.어제 회사 정문에서 나태웅이 2시간의 영상을 고쳐서 배준우한테 보내주겠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이사실이 생각 난 고은영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발이 데었어!”“뭐? 너 대채 무슨 일이야?”안지영은 말문이 막혔다.발은 또 왜 데었는데!역시 그녀는 배준우 옆에 오래 있으면 안돼. 입사할 때부터 실수를 자주 했어.학교에서도 세심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많은 실수는 없었는데...그녀는 역시 긴
“안녕하세요. 고은영 아가씨에게 옷을 배달하러 왔습니다.”고은영은 자기한테 옷을 배달하는 소식을 듣고 소파에서 일어나 고개를 내밀어 살펴봤다.안지영이 옆으로 비키더니 작은 양복을 입은 직원 4명이 옷걸이를 밀고 들어왔다.안지영도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재벌 2세인 그녀는 이 옷들은 어느 대사의 개인 주문 제작인지 자연히 알고 있었다.두 사람…정말 가짜 결혼 하는거 맞아?안지영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 옷들을 바라보았고, 이어 소파 위에 어리둥절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한편.회사에서는 부서의 모든 직원이 출근했고 회사 전체가 환하게 밝혀졌다.어제 배준우가 고은영의 손을 잡고 떠나는 소식이 온 회사에서 퍼졌다.얼마나 많은 여직원이 가슴이 아팠을까!특히 김연화과 정유비.김연화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는 강력한 작업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고은영이 풋내기라고 배준우의 전임 비서로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정유비도 제 일 비서자리를 꾹 지켜보고 있다.이제 고은영이 오지 않는 것을 보고 둘 다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김연화은 입이 가벼운 사람이여서 냉음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우리 대표님은 그런사람이 아니야.고은영의 그런 수단은 아예 눈에 들어가지가 않아.”이제 그녀가 어느 구석에 버려진 줄 몰라!그녀가 대표님 한테 쫓겨났는지, 아니면 제발로 사임했는지 봅시다.정유비은 그녀를 말없이 차갑게 흘끗 보고 대답 하지 않았다.김연화은 서류를 안고 정유비보다 먼저 사장실로 들어갔다.나태웅이 왔을 때 고은영을 보지 못해 눈살을 찌푸리며 민초희한테 물었다. “고은영은 오지 않았어?”민초희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안 왔습니다.”나태웅의 얼굴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배준우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안에 분위기가 매우 다운된 느낌이 들었다.그가 들어오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그러나 이때 책상 맞은편에 서있는 김연화의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배준우은 차갑게 담배를 피우면서 말했다. “스스로 사임할 거야?아니
하원 별장 쪽에--고은영과 안지영은 배준우가 보내준 이 옷들을 보며 서로 쳐다보면서 배준우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들은 가짜 결혼이다.하지만 지금 그는......상사직원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부인님, 이건 배준우 도련님이 보내달라고 한 겁니다. 모두 부인님의 사이즈에 맞으니, 입어 볼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고은영과 안지영의 입꼬리가 일제히 실룩거렸다.특히 안지영은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의 다친 발을 쳐다보았다.그래서 배준우는 이것 때문에 입어보지 말라고 특별히 부탁한 거야?싸늘한 대표님이 얼마나 배려심이 많은가!?고은영의 머리도 텅 비어서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몰랐다.직원들은 고은영이 말이 없자 또 다시 한번 불렀다. “부인님,부인님?”“어? 말해봐!”고은영은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머리가 좀 복잡했다.직원들은 이미 펜과 공책을 꺼내 들고 공손히 말했다. “지금 마음에 드는 색갈과 스타일을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나중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편리합니다!” “아, 아니요. 먼저 들어가세요.”고은영은 더듬거리며 말했다.배준우가 갑자기 잘해줘서 그녀는 약간 적응이 안됬다.직원들은 고은영이 습관 하지 못하는 것을 보자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 저희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필요하시면 대표님께서 저희에게 말씀하시라고 하세요.”“네.”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직원들은 떠났다.고은영과 안지영만 남았을때 안지영이 일어나서 옷걸이에 걸고 있는 옷들을 살펴보았다.아웃핏으로 입은 슈과 단품, 잠옷 파자마......속옷까지 다 있어!안지영은 깜짝 놀란 눈으로 고은영을 바라 보면서 말했다. “대단하네.짧은 시간만에 대표님을 이렇게 잘 가르쳤구나!”“너 함부로 말하지 마.”고은영은 비난한 눈빛으로 안지영을 힐끗 보았다.가르치기 무슨...누가 그런 용기가 있겠어! 예전에 출근할 때 배준우가 무섭다고 생각햇다.어제 배준우의 집으로 갔다 오고나서 고은영은 그 염라대왕같은배준우를 함부로 건드리기는 더더욱 두려
나태웅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한 번 바라봤다. “여기 왜 온 거야?” 비록 감정을 억누른 듯한 목소리였지만 옆에 있던 진이훈조차 그의 불만이 섞인 말투를 알아챌 수 있었다. 나태웅의 물음에 하주원은 금세 얼굴에 억울함이 가득 차올랐다. 이내 울먹이며 말했다. “내가 해외에 있는 동안 안지영이 오빠의 감정을 짓밟았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팠고 오빠를 대신해 정의를 되찾으러 온 거야.” 말투와 표정 모두 그럴듯했다. 하지만 옆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진이훈은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마음이 아프다니, 정의를 되찾겠다니? 그게 아니라 안지영을 적대시하고 일부러 괴롭히려고 온 거겠지. 정의를 운운하며 나태웅을 돕는다니 말도 안 돼.' 나태웅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앞으로는 여기 오지 마.” “응, 오빠 말 들을게.” 하주원은 나태웅 앞에서 완전히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며 착한 아이로 변했다. 그녀의 이런 모습에 나태웅도 마음 한구석에 쌓였던 울분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그는 다시 진이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여자한테 전해. 사흘 안에 사과하지 않으면 하늘 그룹은 강성에서 사라질 거라고.” ‘뭐라고? 안 대표님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방금 전 구이준에게 두들겨 맞은 것을 떠올리며 진이훈은 온몸이 다시 풀리는 것 같았다. ‘이 타이밍에 가서 안지영 씨를 찾으라고? 그럼 이번엔 구이준뿐 아니라 장선명 씨한테도 맞는 거 아냐?’ 진이훈은 속으로 울고 싶었다. “근데 왜 꼭 안 대표님이 사과를 해야 하는 거죠?” ‘지금까지 저질렀던 일들은 다 안지영 씨와 화해하려고 한 거 아니었어? 그런데 이건 화해를 포기하겠다는 건가?’ 그의 의문에 나태웅은 바보를 보듯 그를 흘겨보더니 하주원을 향해 말했다. “가자. 병원에 데려다줄게.” “좋아.” 병원에 데려다준다는 말을 들은 하주원의 얼굴은 금세 환해졌다. 그녀의 손목은 진짜 너무 아팠다. ‘그 못된 안지영, 그리고 안열 때문에 지금 내
원래는 기고만장했던 하주원이었지만 지금 안열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겁에 질려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목을 빼내려고 했지만 안열의 손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너 당장 놔!” 고통에 찬 하주원은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방금까지 안열을 비서라고 무시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두려운 눈빛을 본 안열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집에 돌아가서 네 아버지에게 말해. 오늘 네 딸은 안열이라는 여자에게 맞아서 이렇게 됐다고.” “너!” “그리고 네가 안지영에 대해 한 마디라도 입에 올린다면 네 이 손목은 완전히 잘려 나갈 줄 알아.” 하주원은 경악하며 더듬거렸다. “너, 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안열은 차분히 대답했다. “협박이 아니라 경고야. 이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말해주는 것뿐이지.” 하주원은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온몸이 떨려왔다. 안열은 그런 하주원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알겠어? 확실히 기억했으면 대답해.” 그 순간, 나태웅이 나섰다. 그는 안열의 손목을 잡아 제지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 이제 충분하지 않아?” 안열은 그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손목을 빼냈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의 눈빛은 엄청 차가워졌다. 하주원은 안열을 노려보고 억울하다는 듯이 나태웅에게 매달렸다. “사촌 오빠, 저 너무 아파요!” 나태웅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며 안열을 향한 적대감이 뚜렷해졌다. “안열, 네가 정말 내가 널 못 건드릴 거라고 생각해?” 안열은 비웃으며 대꾸했다. “물론 건드릴 수야 있겠죠. 하지만 저를 어떻게 할 건데요?” 그녀의 태도는 전혀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당당해 보였다. ‘이 여자가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을 얻은 거야? 감히 사촌 오빠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두 사람이 할 말을 잃자 안열은 비웃으며 말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는 건 두 가지 일입니다. 나 대표님, 제 말이 틀리나요?” “
‘사과?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라고?’ 이제야 그녀는 진이훈이 왜 맞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장선명의 주먹은 나태웅을 겨냥한 것이었다. 진이훈을 때린 것은 분명 그들에게 경고하는 의미였다. 이 일을 더 물고 늘어진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말이다. 하지만 나태웅은 이런 경고를 정말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이해하고도 무시한 것인지 여전히 끈질기게 얽매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하주원은 나태웅이 자신을 위해 정의를 주장하며 나서는 모습을 보고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그녀는 안열을 향해 도발적으로 말했다. “못 들었어? 빨리 너희 안 대표님을 불러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무릎 꿇고 사과하라니?’ 진이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지금 당장이라도 하주원에게 무릎을 꿇고 말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여자가 도대체 안지영이 어떤 사람인지나 알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건가? 확실한 것은 하나였다. 오늘 일을 계기로 안지영과 나태웅 사이의 관계는 영원히 끝났다는 것이다. 진이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태웅이 안지영에게 사과를 요구하다니, 이 사람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들었지?’ 그는 속으로 미칠 지경이었다. 나태웅은 안지영 때문에 심리 상담까지 받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이건 그야말로 안지영을 완전히 떠밀어내는 꼴 아닌가. 진이훈은 숨이 턱 막혔다. 안열은 하주원의 말을 듣고 마치 우스운 소리라도 들은 듯이 되물었다. “당신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물론이지! 당장 불러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낼게.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으려고요?” 하주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열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 하주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안열은 냉소를 지으며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경멸과 혐오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하주원의 얼굴을 내리쳤다. ‘찰싹!’ 날카로운
모두가 안지영이 흉터라는 한마디를 듣고 자리를 떠나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 얼마나 심각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걸까? 그녀가 이렇게 떠나는 게 정말 적절한가? 하지만 적절하든 말든 안지영은 결국 떠났다. 그녀는 나태웅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을 안고 떠난 것이었다. 몇 년을 알고 지냈던 사람인데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나태웅이 이렇게까지 판단력이 흐린 사람일 줄이야. 방금 그는 상황을 묻지도 않고 그녀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다. 다행히도 지금 결혼을 논의 중인 사람이 나태웅이 아니었다. 만약 나태웅이였다면 그녀는 그야말로 울분이 터졌을 것이다. 이번 일을 겪고 안지영은 나태웅이란 사람을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이훈은 구이준에게 한 대 얻어맞고 결국 입을 다물었다. 나태웅은 진지한 눈빛으로 장선명을 보며 말했다. “이게 장씨 넷째 도련님이 일 처리하는 방식입니까?” 장선명은 차가운 미소를 날리며 답했다. “제 방식은 이거예요. 마음에 안 들면 당신 방식대로 해 봐요. 근데 별로 좋지도 않은 것 같던데. 안지영 씨가 이 정체불명의 여자한테 사과해야 한다고요? 저 여자가 그럴 자격이라도 있나요?” 방금 나태웅이 벌인 일 때문에 안지영이 참을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장선명조차도 참을 수 없었다. 남자라면 자기 여자가 억울한 일을 겪게 놔두면 안 된다. 그제야 장선명은 안지영이 왜 그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 이해했다. 그녀 주변에는 자기를 물어뜯는 개 같은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나태웅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럼 장씨 넷째 도련님은 아직 내 방식이 뭔지 모르는 것 같군요.” 이때 안열이 장선명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나태웅을 한 번 보더니 경고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은 이 상황에서 한마디라도 더 하면 오늘 이 싸움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크
안지영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하주원을 때리는 것뿐만 아니라 나태웅에게 달려가서 바로 그의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장선명은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지영 씨!” 안지영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저 자식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지 봐요!” “일단 지영 씨 먼저 사무실로 가요.” 장선명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분명 위협이 묻어 있었다. 이 순간, 장선명은 나태웅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태웅이 여기서 안지영 씨에게 사과하라고 한다고?’ 오늘 이 일은 절대로 안지영의 잘못이 아니었다. 설령 안지영에게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녀가 사과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저 자식을 찢어버릴 거예요!” 지금 그녀는 이성을 잃었고 진짜로 나태웅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온 걸 보면 이 순간의 안지영은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는 마음이 확고해졌다. 장선명은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그의 손이 닿자 안지영은 느껴지는 통증에 소리쳤다. “아, 아파요!” “약 안 바르면 진짜 흉터 남을 거예요.” 장선명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안지영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나씨 가문 사람들은 진짜 미쳤어! 확실히 다들 미쳤어!’ 그녀는 아직도 나태웅을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얼굴이 흉지게 될 걸 생각하니 결국 약을 바르러 가기로 했다. “그럼 여기 처리 좀 해줘요.” 안지영은 장선명에게 말했다. 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요. 지영 씨가 만족하게끔 처리할게요!” 그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진이훈은 몸을 움츠렸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안지영은 장선명이 어떤 방법을 쓸지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화가 난 그녀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문 앞까지 이르렀을 때 갑자기 진이훈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안지영 씨!” “구이준.” 진이훈이 말을 꺼
하지만 나태웅은 떠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주원의 처참한 모습을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낀 하주원은 바로 눈물을 훔쳤다. 방금 안지영과 싸울 때의 사나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주 연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태웅은 그녀를 한번 쓱 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안지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과해.” 차갑게 뱉은 세 글자가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녀의 입가가 떨렸다. ‘사과? 누가 누구한테 사과하라고?’ 안지영은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진이훈은 나태웅의 의도가 무엇인지 금세 눈치챘다. “나 대표님, 설마...” 진이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나태웅을 바라봤다. 그러자 나태웅은 더욱 냉랭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사과하라고.” 안지영이 움직이지 않자 그의 말투는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제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의 말의 뜻을 알아챘다. 그는 안지영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하주원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안지영을 바라보며 승자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안지영의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야, 정말 병 걸렸다고 이러기야? 어?” 그녀는 나태웅이 병을 앓고 있는 걸 알기에 이곳에서 일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라니 나를 더 화나게 만들려고 작정한 걸까?’ 안지영은 참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태웅을 조각조각 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진이훈이 한 걸음 나섰다. “안지영 씨, 대표님께서는 그냥 이번 일은 사과하고 지나가길 바라고 계십니다.” “그럼 내가 사과 안 하면? 나를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안지영은 화가 나서 크게 소리쳤다. 그녀는 마음 한구석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나태웅의 마음을 깨달은 후에도 자신의 결정을 고수할 수 있는 자신이 대견했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녀와 그의
진이훈은 왕 비서가 장선명에게 극진히 대하는 모습을 보며 나태웅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제 안지영의 회사는 분명 장선명을 사위로 인정한 모양이다. 나태웅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도 분명해 보였다. 그 모습에 진이훈은 나태웅이 얼마나 억울할지 마음이 아팠다. 이 기간 동안 나태웅은 무엇을 했던 걸까? 장선명은 비밀스럽게 모두의 인정과 신뢰를 얻었는데 말이다. 두 사람은 한 걸음 한 걸음 접대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안지영과 하주원이 이미 사람들에 의해 떨어져 있었지만 두 사람의 모습만 봐도 그 싸움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주원은 나태웅이 오자 억울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왔네, 사촌 오빠! 이 여자가 나를 죽여버릴 뻔했어!” 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비웃고 싶었다. ‘이 여자가 먼저 고자질이라니!’ 나태웅은 차가운 눈빛으로 안지영을 노려보았다. ‘저 눈빛은 뭐지? 내가 하주원에게 손을 댔다고 저러나? 나태웅은 진짜로 하주원의 말을 믿는 건가?’ 하주원은 여전히 울면서 말했다. 안지영은 장선명을 보자 화가 올라와 자신도 다가가 말했다. “드디어 왔네요. 저 짐승이 갑자기 쳐들어 오더니 날 때리고 할퀴었다니까요.” ‘고자질? 누군 못하는 줄 알고?’ 그녀들은 마치 학교에서 싸운 초등학생 같았다. 싸워서 이기지 못하니 부모님을 불러오는 초등학생 말이다. 나태웅은 안지영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장선명에게 고자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하주원은 계속해서 울며 얘기했다. “정말 너무 잔인했어! 내 머리카락까지 다 뽑아갔어!” 안지영도 대꾸했다. “제 얼굴도 할퀴어서 흉터 생긴 것 같아요!” 진이훈은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선명의 비서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두 명의 아가씨들이 이렇게 서로 고발하는 걸 보니 혹시 두 대표가 직접 손을 쓰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나태웅의 기운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위험해
안열은 안지영과 함께한 시간 동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매우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다. 이전에 안지영의 아버지 안진섭이 의식을 잃었을 때 회사는 안팎으로 위기였다.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었겠는가. 게다가 안진섭의 결혼식 때는 하늘 그룹을 삼키려 했다. 그때도 그녀는 참을성을 가지고 침착하게 상황을 관리했다. ‘그런데 지금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는데 왜 갑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일까?’ 왕 비서가 말했다. “하주원이라는 여자와 싸웠습니다.” “하주원, 그게 누구예요?” 안열은 이마를 찡그리며 물었다. 안지영과 함께한 시간 동안 한 번도 하주원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왕 비서는 조금 급하게 말을 이었다. “나 대표님의 사촌 여동생이에요!” 듣고 보니 그 여자가 바로 나태웅의 사촌 여동생이라니, 안열은 순간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녀는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안 대표님 다치지 않게 해요. 제가 바로 돌아갈게요.” “알겠습니다.” 안열은 전화를 끊었다. 그때, 나태웅이 하주원이라는 이름을 듣고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안열이 돌아보았을 때 나태웅은 얼굴이 굳어 있었다. 원래는 나태웅이 안열에게 해명을 요구하려던 차였는데 상황은 이제 완전히 바뀌었다. 안열이 날카롭게 물었다. “나 대표님, 이제 당신은 제게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셔야겠죠? 왜 당신의 사촌 여동생이 안 대표님에게 손을 댔죠?” 그런데 나태웅은 병상에서 일어나더니 아무 말 없이 병원복을 입은 채로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 안열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그가 자신을 무시하고 떠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사람, 정말 나를 무시하는 건가? 설명을 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이제는 해명을 해줘야 할 차례 아닐까? 그런데 딱 이 시점에 가서 얼굴을 찌푸리며 떠나버리다니. 대체 이 사람 지금 이게 무슨 태도지?’ 그때 진이훈이 뒤따라 나섰다. 안열이
두 여자가 마치 맹수처럼 서로 얽혀 싸우고 있었다.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했다. “내가 네 얼굴을 찢어버려야지! 도대체 누가 너더러 감히 나한테 와서 이러라고 했어!” 그녀가 나태웅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요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그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귀찮게 다가온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하주원은 기가 막힌 듯 대답했다. “너 같은 년, 너는 양심도 없잖아! 나는 경고하는 거야, 내 사촌한테 가까이 가지 마! 그 사람는 네가 손댈 사람이 아니야!” “그럼 네가 사람을 멀리 데려가던지! 그 병을 나한테 옮기지 말고!” “너 같은 년은 정말로!” “너야말로, 너희 가족 전부가 다 미쳤어!” 안지영은 거침없이 맞받아쳤다. 하주원은 하늘 그룹의 계승자가 이렇게 무례하고 난폭한 여자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원래 안지영에게 경고만 하려 했고 안지영이 어떻게든 체면을 차리고 자신에게 이제부터는 나태웅과 연락하지 않겠다며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지영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회사에서 이렇게 자신과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모습에 그녀는 당황했다. “아, 너 그만 놔!” 하주원은 머리가 당겨져서 아팠다. 안지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 방금 나 때리겠다고 하지 않았어? 때려 봐! 나 때려봐!” 하주원은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았고 비서도 말없이 이 광경을 보고는 급히 사람들을 데려와서 둘을 떼어놓으려고 했다. 한편, 그녀는 급히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안열은 여전히 병원에 있었다. 병실 안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이상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이훈은 나태웅을 한번 보고 다시 안열을 바라보았다. 그는 안열이 이곳에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 놀라운 건 그녀가 보스에게 손을 대었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나태웅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안열을 마치 찢어버릴 듯이 차갑고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손을 댄 안열은 점차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