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아, 네가 어쩐 일이야?”송예은은 강연을 보고 조금 놀란 눈치였다.강연은 며칠 동안 강씨 가문과 전씨 가문에 일이 생겨 잠시 집을 비운다고 미리 조혜영에게 언질을 해두었다. 그래서 예은은 당분간 강연이 돌아오지 않는 줄만 알았다.오늘 강연을 만나자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큼, 그게 본가에서 지내려고 짐 챙기러 왔어.”강연이 설명했다.“지금 나가려고?”“뭐 좀 사러 가려고 했는데 급한 건 아니야.”예은이 말을 이었다.“무슨 짐을 챙기려는 거야? 내가 도울까?”“그러면 고맙지.”강연이 입꼬리를 올렸고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오빠가 밥을 사주겠다는 사람이 바로 송예은인건가?’‘설마? 오빠랑 예은이는 겨우 한번 만난 사이인데 어떻게 알고?’강연은 생각에 잠긴 채로, 방으로 돌아와 예은과 짐을 정리했다.사실 챙길 게 별로 없었으므로 강연은 필요한 신분증이나 생필품을 대충 챙겼다.본가에 아주 큰 드레스룸이 따로 있었으므로 옷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짐을 정리하고 예은은 강연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제훈의 차는 아주 눈에 띄었다. 강씨 가문의 제일 평범한 차라고 해도 고가 카이엔이었고 주차만 해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강연이 앞으로 걸어가자, 주변 사람들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강씨 가문 공주님을 데리러 온 거였어? 그럼, 뭐 이상한 것도 없지.’“제훈 오빠?”강연과 예은이 차창으로 다가갔고 짙은 선팅 탓에 안이 보이지 않아 차창을 똑똑 두드렸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고 제훈의 차갑지만, 청초한 외모가 드러났다.“모두 챙긴 거야?”덤덤하게 말했지만 목소리가 아주 듣기 좋았다.“네.”강연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예은이 도와줬거든요.”제훈의 시선이 자연스레 예은을 향했다.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해진 예은이었지만 제훈의 주시에 갑자기 긴장해졌다.마치 사냥감에 노려진 먹잇감이 된 기분이었다.예은은 애써 제 기분을 숨기며 속으로 역시 강씨 가문의 카리스마는 남다르구나, 라
강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지 놀랍기도 했지만, 송예은은 제훈이 대체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지 궁금했다.차 문이 열리고 몸에 알맞게 맞춘 슈트를 입은 제훈이 걸어 나왔다. 긴 보폭으로 걸어오는 그의 기럭지에 보는 사람은 마음이 떨렸다.햇빛에 비친 제훈의 외모는 또 어떠한가. 뒤에 후광이 비쳐 들고 한시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예은은 연예계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며 꽤 인지도가 있는 배우로 성장했고 그동안 잘생긴 배우들을 수없이 만났었다.기질, 외모, 기럭지, 서안을 제외하고 제훈과 비교할 수 있는 상대는 존재하지 않았다.예은은 어느새 입이 벌어졌다.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제훈의 그림자가 예은의 앞으로 성큼 다가왔고, 얼굴은 차갑지만, 예상과는 달리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이가 자주 송예은 씨를 언급했었습니다. 예은 씨가 가장 친한 친구이고 자주 송이를 도왔다고 들었는데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밥 한 끼 같이 하시죠. 제가 감사의 마음으로 밥을 사겠습니다.”“네?”예은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예쁜 눈망울에 의문이 가득했다.“아... 그게... 좋아요.”‘셋째 도련님은 쌀쌀맞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 아니던가?’‘왜 갑자기... 이렇게 친절한 거지?’예은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제훈의 뒤로 남겨진 강연은 경악에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네.’‘그렇게 차갑고 무뚝뚝하던 셋째 오빠가 먼저 대시하는 걸 다 보다니.’‘해가 서쪽에서 뜬 건가?’‘밥이라도 잘못 먹은 거야?’강연은 세윤과 제훈이 평생 솔로로 살 것이라고 내기를 했었다.그런데 강철 솔로에게 꽃이 피는 봄이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연은 소름이 돋은 팔을 내리쓸며 뒷좌석에 앉았고, 옆에 앉은 예은과 앞쪽의 제훈을 번갈아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예은 씨는 강연과 어떻게 만난 거예요?”제훈이 먼저 대화를 주도했다.강연은 바로 허리를 세우고 조용히 팝콘 먹을 준비를 했다.‘오빠가 먼저 예
“송예은! 너 오해한 거야!”강연이 예은의 손을 잡고 입을 삐죽였다.“셋째 오빠는 절대 악의로 말한 게 아니야. 넌 내 친구인데 오빠가 왜 널 조사하겠어? 그냥... 우리 과거에 대해 궁금해서 물어본 걸 거야.”그 말을 들은 예은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고 고개를 돌려 제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정말 강연이 과거가 궁금해서 그러신 거예요?”예은의 질문에도 제훈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백미러를 통해 겨우 화를 참고 있는 예은을 확인한 제훈이 조금 날카로운 시선으로 말했다.“평소 경계심이 많은 편인가요?”제훈의 물음에 예은은 조금 당황한 듯싶었다.“뭐라고요?”“저는 동생과 동생 친구한테 관심을 가지면 안 되나요? 저는 뭐 동생을 다른 사람과 만나게 하지 못하고 주변 인물에 악의를 가져야만 하나요?”“...”‘나는 드라마에서는 다 그러니까 혹시나 해서 그런 거지.’제훈은 시선을 거두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송예은 씨 혹시 피해망상이라도 있는 거예요? 왜 이렇게 경계하는 겁니까? 말도 안 되는 드라마 너무 많이 보신 거 아니예요?”“...”예은은 독설을 퍼붓는 제훈을 흘깃 노려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제훈은 백미러를 통해 귀끝이 조금 붉어진 예은을 발견했다. 그리고 몰래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화기애애하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든 제훈을 보며 강연은 속으로 생각했다.‘제훈 오빠처럼 완벽한 사람도 여자 앞에서 바른 소리만 해대는 무드 없는 남자였어.’그리고 다른 한편 걱정이 되기도 했다.‘예은이 제훈 오빠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면 어떡하지?’겨우 이성에 눈을 뜬 제훈이 이대로 포기할까 강연은 마음을 졸였다.“예은아.”강연이 예은의 옆으로 붙으며 손을 잡았다.“우리 오빠가 한 말 신경 쓰지 마. 무드가 없는 남자라 좀 직설적인 편이야.”강연의 말에 예은은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사과를 하기에는 조금 내키지 않았다.그래서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이에 강연은 분위기를 띄워보려 계속해서 쫑알거렸다.“우리
제훈이 정말 화를 내는 게 아닌 걸 알아차린 강연은 안심하며 가슴을 두드렸고 송예은과 눈을 마주하며 웃음을 터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재잘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제훈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곧 세 사람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제훈은 키를 발렛한테 넘기고 뒷좌석 문을 열어 젠틀하게 두 소녀를 부축했다.예은은 조금 당황했으나 예의 바르게 말했다.“감사합니다.”“별걸 다.”제훈은 덤덤하게 말 한마디를 보탰다.“앞으로 날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요.”제훈은 말하며 방금 차에서 내린 예은을 단단한 두 팔로 가뒀다.키가 꽤 큰 제훈은 상대에게 압박감을 가져다줬다.제훈의 차가운 시선이 한 사람만을 향한다면 그 상대는 바로 소름이 돋을 것이다.그리고 이건 예은도 마찬가지였다.예은은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고 어느새 두 볼도 점점 붉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지 않아도 제훈이 무슨 표정인지 예측이 갔다.차가운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은 얼굴, 예은은 감히 고개를 들어 제훈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안... 안 그럴게요.”그리고 예은은 마치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강연을 향했고 제훈에게서 떨어졌다.뒤에 남은 제훈은 낮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자신감이 붙은 얼굴로 둘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레스토랑에서 강연은 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주문했다.제훈은 예은의 앞에 놓인 접시를 보며 물었다.“디저트 좋아하나 봐요?”딸기 케이크를 막 입에 넣은 예은은 조금 당황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렸을 때 집이 가난했는데 먹을 게 없어 설탕을 푼 물을 먹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커서도 단 음식이 좋더라고요.”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마친 예은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디저트를 입에 넣었다.그 모습에 조금의 열등감이나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제훈은 이런 예은을 눈에 담으며 더 깊은 생각에 빠졌다.예은의 가정사를 조사해 본 적이 있었다. 가정사가 아주 복잡해 어렸을 때부터 많은 고생을 한 것 같았다. 어른이 되고 강제로 연예계에 진
하지만 송예은은 늘 준비를 하고 있었다.혈혈단신인 예은은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제훈은 예은이 열정이 넘치고 명석하고 결단력이 있으며 과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예은은 선과 악을 정확히 가르고 원한 앞에서는 한치의 용서도 없었다.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은 아무리 피가 섞인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절대 자신의 피를 뽑아먹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또한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아무리 낯선 사람이라고 해도 은혜를 갚으려 했다.외모는 화려하고 차가운 점이 있었지만, 강연과 같은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가시가 돋친 가면을 벗어던지고 가장 연약한 면을 스스럼없이 보였다.늘 차갑고 당당해 보이던 예은이 친구들과 함께일 때에는 수다쟁이가 되어 스캔들에 대해 말하고 핫한 연예인을 좋아하고 응원했다는 것을 그녀의 팬들은 알지 못했다.예은의 연기는 일상에서도 이어졌다.제훈은 이런 예은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고 보기만 해도 설렜다.어쩌면 처음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예감했다.제훈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자기 디저트도 예은의 앞으로 당겼다.“좋아하면 마음껏 먹어요. 얼마든지 먹어도 돼요.”몸이 살짝 굳은 예은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제훈을 쳐다보았다.덤덤한 얼굴의 제훈이 말을 이었다.“여기 레스토랑 디저트는 조금 밋밋하네요. 다음에 강씨 저택에 놀러 오시면 대접할게요. 입맛에 맞을 거예요.”예은은 하마터면 손에 쥔 포크를 떨어뜨릴 뻔했다.‘제훈 오빠가... 날 집에 초대를?’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면서 예은은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순한 양이 아니었다. 그 말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설마 강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나랑 자고 싶은 거야?”생각만 하려다가 예은은 얼떨결에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았다.“자고 싶다”라는 말을 들을 강연은 바로 입안의 주스를 뿜어내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제훈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캑캑!”옆에 앉은 강연이 요란스레 기침하고 주변의 직원들은 몰래 조마조마해했다.그리
그러나 이어지는 남자의 덤덤한 목소리.“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큰일이야, 더 바닥을 파고들고 싶어졌어.’‘이 대낮에 환청이라니.’강연이 깜짝 놀라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제훈을 가리켰다.“셋째 오빠...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예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이게 꿈속이라고 해도 그렇지 강씨 가문 사람, 심지어 그 유명한 강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왜 나를 좋아하겠어?’‘배경도 없고 신분도 없는 2군 배우를 왜?’제훈이 손가락을 까딱하면, 아니 눈빛만 보내도 연예계 잘 나가는 여자 연예인들이 알아서 줄을 설 것이다.‘내가 정말 미친 거야? 왜 이런 환청이?’“어떻게 그냥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요?”강연은 원망스러운 마음에 소리를 조금 높였다.“고백이라는 건 시간과 공을 들여 천천히 해야 하는 거라고요. 이렇게 성급하게 했다가 도망가면 어쩌려고요!”“...”‘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강연아!’“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안택처럼 십수 년을 옆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전서안처럼 네 앞에 설 자신도 없어 몰래 오랫동안 지켜보기만 해야 해?”제훈은 강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다 겁쟁이들이야.”“...”“아니! 왜 멀쩡한 사람들을 디스하고 그래요?”제훈이 예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말할 거예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줄 생각도 하지 못하게.”강연은 입을 떡 벌렸다.‘세상에, 우리 셋째 오빠 맞아?’‘20년 동안 사랑에 눈먼 장님 같더니 눈을 뜨자마자 이렇게 화끈할 수 있는 거야? 지금 완전 드라마 속 대표님 같잖아? 아니 조금 더 느끼한가?’강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예은을 살폈다. 그러나 예은은 살짝 시선을 내리깔았고 귀 끝이 빨갛게 물들었다.‘설마, 예은이가 벌써?’식사를 마치고 제훈은 예은을 오피스텔로 바래다주고 강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예은이 차에서 내릴 때 제훈도 차에서 내렸고 강연은 홀로 차에 남
제훈은 손을 들어 예은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옅게 지은 미소와 반짝이는 검은색 눈동자, 등 뒤로 비치는 햇빛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올라가요. 또 연락할게요.”예은이 고개를 끄덕이고 뚝딱거리며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예은은 층수를 누르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안에 한참을 갇혀있다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지 않자 그제야 알아차렸다.거울에 비친 붉은 얼굴을 보며 예은은 크게 심호흡하고 손을 들어 얼굴을 비볐다.‘이게 무슨 일이래. 정말 사람 마음 심란하게.’머릿속에 울리는 또 연락하겠다는 제훈의 목소리에 예은의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그러나 예은은 제훈에게 연락처를 주지 않았고 본인도 제훈의 연락처가 없었으므로 어떻게 연락할지 의문이 생겼다.그리고 이 생각에 예은은 저도 모르게 자기 머리를 치며 후회했다.예은이 심란해서 하는 한편 차 안에서는.차로 돌아온 제훈의 옷깃을 강연이 냉큼 잡아당겼다.“빨리 바른대로 말해요! 언제부터 우리 예은이를 마음에 뒀던 거에요?”강연의 표정이 조금 날카로웠는데 마치 발톱을 드러낸 새끼 사자의 흉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깊은 눈동자에는 흥분과 설렘이 드러났다.제훈이 몸을 느슨하게 풀며 입꼬리를 올렸다.“맞춰봐.”강연은 급해 발만 동동 굴렀고 어쩔 줄 모르는 새끼 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그럼, 오늘 나를 데리러 온건 다 계획대로 움직인 거죠?”“계획이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야.”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예은을 알게 된 지 얼마되지도 않았으니까.”“설마? 혹시 설마?”강연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을 이었다.“설마 처음 만난 이후로 그다음 번에는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제훈이 몸을 돌려 강연의 이마에 땅콩을 먹였다.“정답.”강연이 제 이마를 감싸며 앓는 소리를 냈고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배어났다.“우리 불쌍한 예은이 저 무시무시한 악마한테 노려지다니. 너무 불쌍해 엉엉.”제훈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고민도 없이 또 이마에 땅콩을 먹였다.강연이 “와-”하는 소리와 함께 눈
예를 들어 본다면 첫째 언니 송청아, 둘째 언니 나이란, 형부 안택... 그리고 나만의 귀염둥이 서안 오빠까지.서안의 문제가 곧 해결될 거라는 생각에 강연은 또 바보 같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서안 오빠가 부모님이 계신 틈을 타서 인사를 하러 오지는 않을까?’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졌다.“쯧.”제훈이 강연을 바라보더니 바로 그 마음을 읽어냈다. 동생 잘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그제야 알 것 같기도 했다.강연은 몰래 얼굴을 붉힌 채로, 안으로 들어갔다.“왔어?”화실에서 돌아온 도예나가 두 사람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버지가 오늘 저녁에는 같이 밥도 먹고 최근 일상에 관해서 얘기도 하자고 그랬어.”“알겠어요, 어머니.”제훈이 미소를 지은 채로 답했다.강연은 바로 도예나의 품에 덥석 안기며 칭얼거렸다.“엄마!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오늘 저녁에는 같이 자도 되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아요!”막내딸이 흥분에 겨워 퐁퐁 뛰어다니는 모습에 도예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딸과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세 날은 삐져버리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그게... 아버지한테 먼저 물어봐봐.”그 말에 강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축 처져버렸다. 검은 포도송이 같은 두 눈을 축 내려뜨리고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아빠가 허락할 리가 없잖아요. 엄마밖에 모르는 아빠인데 진짜 너무해!”“뭐가 너무하다는 거야?”낮지만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석이었다.강현석과 세훈은 일 얘기를 한창 주고받고 있었다. 강씨 그룹 산업의 미래 발전과 계획에 대해 세훈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나 서재에서 나오자마자 막내딸의 불만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딸 바보인 강현석이 모른 척할 리가 없었다.그러자 강연은 바로 도예나의 품속에서 쏙 빠져나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렇게 좋은 날씨에 나가지 않는 게 너무하다고 그랬어요.”“나가 놀고 싶어? 집사한테 준비하라고 할게.”강현석이 바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