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85화

Author: 잔영
‘한씨 아주머니?’

염구준은 순간 알아채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사람은 바로 염진의 현부인이자 염구준의 계모였다.

손가을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당신 아버지잖아. 그리고 그때의 일도 오해라고 밝혀졌고, 난 당신과 아버지 사이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한설 아주머니에게 꼭 당신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날 봐서라도 함께 가자. 응?”

손가을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내의 머리결을 만지며 말했다.

“알았어!”

이튿날 점심, 염씨 가문의 집사 염옥정은 일찍부터 북방 국제공항에서 염구준과 손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염진과 한설도 염씨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염진은 한설 앞에서 염구준의 얘기를 잘 꺼내진 않지만 집사인 염옥정과 한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눈앞의 반백살이 넘은 아버지가 아들을 얼마나 걱정하는지를.

“어르신, 사모님.”

염옥정은 미소를 지으며 염구준과 손가을을 데리고 마당에 들어서며 격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련님과 아가씨께서 도착하셨어요. 도련님?”

염구준은 염씨 저택에 발을 들이자마자 귀를 쫑긋거리더니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이 말했다.

“일단 가을이 먼저 데리고 들어가세요. 그리고 서문과 북궁의 두 할아버지도 오시라고 하세요.”

염옥정은 잠깐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알아챈 듯 더 이상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손가을에게 말했다.

“아가씨, 안으로 들어가시죠!”

‘도련님의 실력으로 뭔가 이상을 느낀 게 분명해. 하지만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라 도련님의 뜻을 따라야 해. 얼른 가서 서문과 북궁 두 호위를 데려와 손가을 아가씨의 안전을 확보해야겠어.’

“구준 씨.”

손가을도 염구준의 이상을 느끼고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조심해!”

말을 마친 그녀는 염옥정의 뒤를 따라 재빨리 염씨 저택으로 들어가자 음식이 아주 풍성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를 영접하려고 염진은 전문적인 북방 셰프를 찾아와 120가지의 반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군신의 귀환   제886화

    한설은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이런 장면을 직면해도 당황하지 않고 열정적인 얼굴로 손가을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널 보면 꼭 젊었을 때 날 보는 것 같아.” 그녀는 말을 하며 서랍에서 진작에 준비해 둔 빨간색 나무상자를 꺼내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손가을의 손에 건네며 자상하게 말했다. “가을아, 이거 받아.” ‘이건…’손가을은 어쩔 줄을 몰라 조심스럽게 받고 물었다. “아주머니, 이건…” “이건 원래 너 주려고 했던 거야.” 한설은 손가을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옛날에 유란 언니가 많이 아파서 내가 정략결혼을 했잖아. 그땐 사모님이 살아계실 때였어. 사모님이 나의 손을 잡고 이걸 곡 구준이의 아내에게 남겨달라고 당부하셨어.” “가을아, 네가 구준이와 찰떡궁합인 것 같으니 넌 앞으로 우리 염씨 가문의 작은 부인이야. 나도 드디어 사모님의 유언을 지킨 셈이지.” ‘염씨 사모님이라면 구준 씨의 할머니?’손가을은 엄숙한 표정으로 손에 든 나무상자에 절을 한 후 망설이며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윤기가 도는 초록색 팔찌가 들어있었다. 투명하고 광택이 나는 걸로 보아 가격이 엄청 비싼 팔찌 같았다. “구준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걸로 봐서는 위험을 느낀 것 같아.” 한설은 팔찌를 꺼내 손가을의 오른쪽 손목에 채워주었다. 그리고 정당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유란 언니의 아들이라 실력이 강하잖니. 그러니 어떤 위험이 닥쳐와도 전화위복 할 수 있을 거야. 유란 언니가 하늘에서 지켜줄 거야.” 손가을은 걱정되는 마음으로 문 밖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위험한 일은 없기를…’ …염씨가문의 장원 입구에서 염구준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주위의 모든 것을 느끼며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주변에 자객이 7명 잠복해 있어. 무성3명에, 무성지상2명, 그리고 반보전신이 2명이야! 실력이 이렇게 강하다니, 이건 절대로 북방 현지의 세력이 아니야!’“염구준, 염 전주!”이때 몇 백미터 밖에서 비웃

  • 군신의 귀환   제887화

    그 사람이 말을 마치자 7명의 자객은 점점 멀어져 갔다. 각자 다른 길로 간 걸 보아 염구준과 정면으로 싸울 용기가 없으니 도망간 것 같았다! “흑풍존주가 버틀리 군사기지에서 나한테 공격당한 상처는 그렇게 빨리 완쾌할 수가 없어.” 1초도 안 되어 염구준은 판단을 내렸고 발로 힘껏 땅을 굴렀다. 그러자 몸이 쏜살같이 나아갔다. ‘흑풍 조직원이라는 걸 안 이상 쉽게 봐줄 수 없어.’그의 첫 번째 목표는 두 반보무성 중 한 명이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바로 정식으로 전신 경계에 도달하려는 자객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건……. 염구준이 염씨 저택의 대문을 떠나는 순간 멀리 떨어진 나무 꼭대기에서 갓을 쓴 그림자가 천천히 내려오더니 가슴에서 금이 간 거친 옥석을 꺼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성공했어!존주께서 직접 주신 천기석 자체는 아무런 위력이 없지만 숨결을 숨길 수 있지. 생명 탐지기로 테스트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행방이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방금 염구준의 정신력 탐시하에 천기석은 금이 갔다. 몇 분만 더 지났다간 산산조각이 날 뻔했다. “존주께서 염씨 가문을 망가뜨리려고 이렇게까지 하다니…” 갓을 쓴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젓더니 금이 간 천기석을 버리고 염씨 장원으로 달려갔다. 한편, 염씨 장원정당. “왔어!” 연회석 옆에서 염진은 단정하게 앉아있었고, 염옥정은 엄숙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으며 서문당과 북궁야는 대적을 만난 듯 온몸에 살기가 풍겼다. 다른 한편, 한설은 손가을의 어깨를 꼭 껴안고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 괜찮아, 염진 오빠가 해결할 거야.” 훅하는 소리와 함께 갓을 쓴 남자가 염씨 가문으로 들어와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순간 정당에 나타났다. “너였어?”수척한 남자를 본 순간 서문당과 북궁야는 동공이 수축되며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흑풍조직의 우호법, 도천연?” 흑풍존주의 우호법이자 30년 전 염씨 가문을 공격했던 주력 중 한 명이었다. 일찍 반보전신에 들어서 전신경지와 한

  • 군신의 귀환   제888화

    북방이 안정되어 사대 가문의 지위도 태산같이 안정적이니, 자원은 날이 갈수록 풍부해졌다.염옥정은 내실을 다지며 쉽게 드러내지 않았고, 염진의 무도는 천부적으로도 약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모두 무성의 경지에 올랐다. 비록 도천연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힘을 갖추었다.적어도 도천연의 실력으로 짧은 시간 내에 염진을 절대 죽일 수 없다!“어이 늙다리, 감히 손이나 쓸 수 있겠어?”염진은 온몸에 화가 가득 차올라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두 눈은 도천연을 매섭게 노려보며 호기로운 얼굴로 말했다.“우리는 애초에 당신한테 목숨을 걸 필요가 없어. 그저 시간만 끌다가 구준이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먼지가 될 거야!”“겨우 당신이 우리 염가를 멸망시키겠다고? 그야말로 헛된 꿈일세!”도천연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힘을 풀었다. 결국 손을 놓고 고개를 내저었다.‘시간을 끌려고? 그렇게는 안 되지!’염구준은 흑풍 조직의 7성 밀사를 쫓았다. 그 밀사는 존주가 내놓을 수 있는 핵심 역량 전부였고, 염구준의 실력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전멸시키고 염가로 돌아갈 것이다.그럼 그때는......여기에서 1초라도 늦어질수록 위험 요소가 하나씩 늘어난다!“오늘은 당신들 명이 긴 셈으로 치지.”짧은 침묵 끝에 도천연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진의 무리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뒤돌아 문밖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존주님의 계산에는 틀림이 없으니, 나중에 반드시 돌아올 것이야. 그때는 우리 예전 몫까지 한 번에 다 치르자고!”말이 끝나자, 두 발로 땅을 쾅쾅 구르더니 곧 담 위로 뛰어올랐다가 금세 사라졌다.“휴!”도천연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자, 염진은 한시름 놓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큰일 날 뻔했어!오늘은 구준이 마을에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도천연 혼자의 힘으로는 쉽지 않았겠지만, 염가를 뿌리째 뽑았을 수도 있었어.’마침 이때......쓱!또 한 번의 날카로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염가 정당

  • 군신의 귀환   제889화

    염구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하국은 역사가 유구하고, 국토 면적이 넓어, 은둔가가 적지 않다.예를 들어 어머니가 계신 ‘고씨 가문’, 대대로 신비로운 곳을 지키고 있는데, 역시 은둔 가문 중 하나이다!“흑풍 존주의 내력은 제가 계속 조사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해요.”염구준은 앞으로 나아가 손가을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고개를 돌려 정당 입구를 보더니, 눈을 점점 가늘게 뜨며 말했다.“당신 생각에 이번 암살의 배후가 누구인 것 같아?”“나한테 죽은 흑풍 조직 7성 밀사가 죽기 직전에 울면서 용서를 빌면서 이름을 말했어.”“오샤나지 그룹, 용하 대국의 대표, 김천성이야!”‘김천성? 김웅신의 아들?!’이 이름을 듣는 순간, 염진의 낯빛이 서서히 변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의 뒤로 다가가 떠보며 물었다.“네가 말한 그 김천성이 블랙호크국 출신이냐?”염구준은 갑자기 뒤를 돌아 아버지의 두 눈을 마주하고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담담히 말했다. “맞아요!”“그랬군.”염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문밖의 하늘을 보며 섬뜩한 눈빛을 번뜩거렸다.“그 당시 염가는 큰 재난이 있었고, 김씨 가문도 흑풍 존주의 지배를 당했었지. 그리고 김씨 가문은 나쁜 짓을 하는 데에 앞잡이 역할을 했었어!”“전쟁이 끝나고, 흑풍 존주의 행방은 알 수 없었고, 김씨 가문의 가주 ‘김웅신’은 김씨 가문 전체를 이끌고 해외로 도망쳤다가,나중에 아들을 낳고 블랙호크국에서 아주 성대한 축하 행사를 하기도 했었어.”“이번 생에는 김씨 집안과 다시는 상종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그 도둑놈 심보가 어디 안 가고 아직도 이렇게 흑풍 조직이랑 손을 잡고 또 우리 염씨 가문을 멸망시키려고 하는 거야!”김씨 가문도 예전에는 북방의 명문 가문이었고, 염가와의 원한이 뼈에 사무칠 정도였다!그때의 묵은 원한이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지금 또 새로운 원한이 생긴 것이다!“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들이 가을이를 놀라게 했다는 거예

  • 군신의 귀환   제890화

    염구준은 아내 앞에서 당연히 ‘전신전주’라는 놀라운 신분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전에 북방 명문 김씨 가문의 유일한 직계 자제 김천성이 지금 북방에 있어.”“그 사람 좀 찾아서 완전히 못살게 만들어서 블랙호크국으로 보내줘!”“김웅신한테 전해, 예전의 묵은 빚이랑 오늘 새로운 빚은 내가 완전히 청산하겠다고!”‘주군이 화나셨군.’전신전 본부, 주작전존은 순식간에 염구준의 뜻을 깨닫고 피가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염 선생님 걱정 마세요. 반드시 전력을 다해서 염 선생님의 부탁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반드시 김천성을 잡아 잘 처리하고, 이번 생에 병상을 떠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김천성 하나를 다루는 것은 이렇게 간단한 일이다!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김천성은 심지어 북방을 벗어날 틈도 없이, 전신전의 특전대원에게 손쉽게 잡혔고, 그대로 사지가 부러지고 다양한 고문을 당하고 블랙호크국 바닷가에 버려졌다.입에는 걸레가 물려져 있었고, 주머니에는 방수 쪽지가 있었는데, 쪽지에는 짧은 글이 적혀있었다.[새로운 원한 묵은 빚, 반드시 청산한다!]......3일 뒤, 블랙호크국, 김씨 가문이 있던 인공 섬.“의사 선생님.”김씨 가문이 수백억 원의 거금을 들여 만든 유럽식 옛 성곽에서 김웅신은 전통 자수 의복을 입고 손에는 염주를 쥔 채, 눈앞의 20여 명의 외과 전문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희망이 있습니까?”의사들은 의기소침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도련님 부상이 심해, 약과 침으로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하늘의 명을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의료진의 인솔자는 김웅신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였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가주님, 도련님의 온몸의 뼈가 잘게 부서져, 신경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게다가 급소에 큰 타격을 입어, 현재의 의료 수준으로는 생명만 겨우 유지할 뿐입니다. 앞으로...... 사람을 시켜 살뜰히 보살피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김웅신은 말없이 염주알을 깨뜨렸다!그의

  • 군신의 귀환   제891화

    “내가 기억하기로는 김씨 가문이 해외로 도망갈 때 안무정을 구했지? 이번에 북방으로 돌아와서 대체 뭘 하려는 거야?!”“북방으로 돌아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5년 전에 조용히 돌아와서 그 여자 묘에 찾아갔다고 들었는데, 머리카락이 하룻밤 사이에 하얗게 변한 것도 그 여자 때문이래. 소문난 냉혈한 살인마가 의외로 다정한 사람이었네...”온 거리와 골목 곳곳에서 안무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그건 20여 년 전의 일이었다!당시, 북방의 4대 최상위 재벌 외에 무인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무도 종사는 더욱 드물었다. 안무정은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그는 한 여자를 위해, 맨몸에 검 하나로 북방을 도륙했고, 사흘 안에 연이어 7개의 이류 가문을 잇달아 멸망시키고, 3개의 일류 가문을 다시 일구며, 도전이라는 명목으로, 총 20여 명의 종사를 죽이고, 등급을 건너뛰어 6명의 무도 왕자를 죽였다!결국 북방의 재벌들이 그에게 원한을 품고 함께 그에 대항했다. 많은 돈을 들여 무도 고수를 초청했고, 마찬가지로 도전의 명목으로 여러 자기 함정을 설치하여 결국 안무정을 다치게 했고, 이후 도망쳐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2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크게 변했지만, 아무도 안무정이 어느 정도로 강해졌는지 모른다!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당시 그를 함정에 빠지게 했던 자들이 반드시 큰 재앙을 당할 것이라는 것이다!......“견아, 견아!”하루 뒤, 북방의 새롭게 부상한 일류 가문, 공씨 가문가주 공조는 아들의 시신을 꼭 끌어안고 있었고, 자신의 몸에도 두 군데 피 구멍이 나 있었다. 가문 정원 곳곳에 널린 사람들의 머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공씨 가문이 멸망했다!10분 동안, 무정 검이 공씨 가문 장원의 뜰에서 끊임없이 반짝였고, 매번 반짝 거릴때 마다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공씨 가문의 6명의 호위, 20여 명의 조카들, 그리고 하인들까지...위아래로 76명의 사람들이 전부 안무정에게 살해당했다!“다음은 양씨 가문

  • 군신의 귀환   제892화

    이건... 염 전주님의 신분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그들은 문득 뭔가 깨닫고 재빨리 호칭을 바꾸었다.“염 가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는 염 선생님만 알지, 염 전주님은 모릅니다. 염 가주님, 청해 염구준 선생님을 모셔 오실 수 있습니까?”“안무정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염 선생님뿐일 것입니다!”염진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대대로 내려온 팔찌를 가을이한테 줬고, 구준이도 허락한 눈치긴 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라고 부르기를 거부하고 있어… 근데 그 자식에게 도움을 청하라고?’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큰일났어요!”염씨 가문 장원 멀리서, 겁에 질린 비명 소리가 이쪽의 적막을 깨버렸다.“안, 안무정이 쳐들어왔어요!”"염씨 가문까지 3킬로미터도 남지 않았는데, 속도가 엄청 빨라요...”“그가 왔어요!”안무정이 왔다!염씨 가문 장원안의 가주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고, 수십 명의 호위들은 마치 강적을 마주한 것처럼 가주들을 자신들 뒤에 숨기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탁, 탁, 탁...걸음 소리가 들렸다!염씨 가문 대문 밖, 안무정은 철검을 등에 지고, 흰 머리카락을 뒤로 휘날렸다. 그의 눈에는 깊고 알 수 없는 추억이 담겨 있었다. 그는 북방에서 언급만으로도 두려운 살신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일편단심인 사람이라는 것이다!“과연 안무정이구나!”멀리 안무정을 바라보는 염옥정, 서문당, 북궁야... 현재 북방에서 가장 인정받는 재벌 가주인 염진조차도 표정이 약간 흔들렸다.전설 속의 인물!몇 세대의 무서운 기억!20년 전의 안무정은 잘생기고 호탕하며 매력이 넘쳤다. 모든 면에서 탁월한 사람이었다. 여러 해가 지나 많은 사람들이 다 늙었지만, 그의 외모는 거의 변함이 없었고, 다만 눈썹 사이의 주름이 더해졌을 뿐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는 예전과 거의 똑같았다.“사람이 많네.”염씨 가문 정원의 광경을 본 안무정은

  • 군신의 귀환   제893화

    “나를 찾아온 겁니다!”아무런 예고 없이 젊은 목소리가 염씨 가문 장원에 울려 퍼졌다.염구준이다!그는 마치 한가로이 정원을 걷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왔다. 세가 가주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안무정의 얼굴을 한번 훑어본 다음 곧바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 염씨 가문 대문으로 들어갔다.안무정은 몸을 굽혀 인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염구준의 뒤를 따라 염씨 가문 장원으로 함께 들어갔다.“이건...”세가 가주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다시 염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염진은 무언가 생각이 있는 듯 염구준과 안무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차분히 말했다.“여러분, 잠시 물러가 주시기 바랍니다. 염씨 가문은 손님을 접대하지 않습니다."그가 말을 마치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염옥정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서문당과 북궁야를 데리고 나서서 이들을 내보냈다.“염 가주님... 에이!”가주들은 감히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염옥정과 다른 이들은 그들에게 밀려 머리를 숙이고 잔뜩 기가 죽은 채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떠나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염씨 가문 장원 안의 상황을 몰래 살폈다.‘안무정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잘 통했을까? 이번에는 어째서 그들을 죽이지 않은 걸까?그리고 이번에 염씨 가문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염씨 가문의 장원, 뒤뜰의 정자.“염 전주님!”안무정은 정자 돌 벤치에 앉아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굽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시 제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를 갚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에 북방에서 죄를 지은 것은 염 전주님의 처분에 맡기겠습니다!"이것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만약 방금 그 세가 가주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안무정이 비록 젊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60이 넘었고, 염구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안무정이 명성이 자자할 때, 염구준은 태어나지도 않았다!안무정이 해외로 도망친 지 수십 년도 넘는데, 염구준이 어떻게 그를

Latest chapter

  • 군신의 귀환   제2014화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 군신의 귀환   제2013화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 군신의 귀환   제2012화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 군신의 귀환   제2011화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 군신의 귀환   제2010화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 군신의 귀환   제2009화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 군신의 귀환   제2008화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 군신의 귀환   제2007화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 군신의 귀환   제2006화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