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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방금 전엔 꽤 멀리 떨어져있어서 제대로 실감이 안 났다면 바로 눈앞에서 귀티가 좔좔 흐르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태산 같은 부담이 가슴을 턱 막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어머, 쟤 지금 그 사람들 옆에 앉은 거야?”

“학교 다닐 때부터 숙영이랑 친했잖아. 룸메이트였을걸.”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아까 상황에서 곽민 쟤만 숙영이 편 들어서 저런 대접받는 거 아니야. 솔직히 나도 나서려고 했는데 휴... 타이밍을 놓쳤네.”

같은 공간, 다른 동창들은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며 부러운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냥 옆자리에 앉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평생 자랑할 만한 얘기거리였으니까.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희보다 훨씬 더 어른이시잖아요. 모르는 사람들이야 저희더러 대표네, 도련님이네 하지만 어차피 아무 의미 없어요.”

염구준의 부탁이니 한진 역시 곽민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모님, 무슨 부탁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말씀하세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돕겠습니다.”

“그... 그게...”

살아생전 한진 대표에게서 사모님 소리를 들을 줄이야.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에 살짝 휘청이던 곽민은 진숙영과 손가을의 부축을 동시에 받고 나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고 용기를 내 말했다.

“별 건 아니고... 내가 사실은 일자리를 못 찾는 게 아니라 안 찾는 거예요. 나이도 많고 손주도 봐줘야 하는데 출근까지 하면 체력이 못 따라갈 것 같아서요. 사실 문제가 있는 쪽은 우리 남편이에요. 이제 겨우 51살에 의사로서 능력도 나쁘지 않은데 동네 진료소에서 일하는 모습만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안 좋아서요. 그래도 왕년에는 용두 의대까지 나온 수재였어요. 솔직히 용두 대학병원에서 일하려고 했었는데 그땐 용두에서 방 한 칸 얻기 힘들 정도로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결국 현실 앞에서 꿈을 접은 거죠.”

곽민의 설명에 한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용하국의 중심 도시로서 용두는 땅 한 평이 곧 금싸라기 같은 곳, 게다가 대학병원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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