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정해 줄 사람 있어? 이젠 없지?"그때 여휘조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염구준을 보며 냉소했다."염구준 씨, 방금 잘난 척 허풍떨지 않았나요? 지금은요?! 5대 명문가 도련님은 왜 한 분도 보이지 않는 거죠? 잘난 척 잘하니까 어디 더 잘난 척 해봐요!""방금 그 곽 아주머니의 말씀이 아주 일리가 있어요. 우리 장모님과 진 아주머니는 그래도 동창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당신이 진 아주머니의 사위인 이상 장모를 대신하여 큰절을 올리는 게 낫겠네요! 우리 장모님에게 꿇을 필요도 없이 나한테 큰절을 올리면 됩니다. 내가 또 너그럽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라 큰절만 받으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겁니다. 진 아주머니한테 잘 보일 기회에요. 쓸모없던 데릴사위일 뿐인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죠, 하하!"말을 마치고 그의 눈빛은 갑자기 매서워졌다. 그는 옆에 있던 20여 명의 경호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큰 소리로 명을 내렸다."멍해서 뭐 해? 저 자식을 눌러서 무릎을 꿇게 만들어!"여휘조가 말을 마치자 20여 명의 경호원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면팔방에서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바닥에 누르려 자세를 취했다.바로 그 순간..."그만해!"약 20미터 떨어진 꼭대기 층 연회장 입구에서 갑자기 나지막한 함성이 울렸다."누가 감히 건방지게 이곳에서 행패야?"아니?!여휘조는 미간을 찌푸리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힐긋 보았고 순간 멈칫했다.다섯 명의 젊은 남자들이다!한 명은 경마복을 입었고, 한 명은 골프웨어, 그리고 두 명은 캐주얼 양복을 입었고 마지막 한 명은 슬리퍼를 신고 왔다...이게 대체 무슨 옷차림이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여휘조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오늘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어디서 굴러온 사람들이길래 감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경멸로 가득 찬 표정으로 연회장에 들어온 다섯 명의 도련님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목소리에 비꼬는
스프링 호텔 집행 이사 겸 총지배인, 곽기에게 보낸 문자다.문자를 보낸 지 2분도 되지 않아..."도, 도련님!"연회장 입구에서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 그는 멀리서 한진을 보고 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도련님께서 오신 줄도 모르고, 정말 죄송합니다!"한진은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다시 여휘조의 얼굴에 옮겼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 알아요? 꼭대기 층 연회장 전체 예약을 당신이 받았어요? 계약과 예약을 취소하고 바로 꺼지게 하세요!"중년 남자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뒤덮였다.그는 스프링 호텔의 당직 매니저 이장하이다. 그는 평소 여가 쥬얼리샵 사장인 여휘조의 아버지 여승지와 가깝게 지냈다.왕연이 이번에 동창회를 열어 친구들 앞에서 체면을 세우려 하자 여휘조는 특별히 이장하에게 연락을 해 꼭대기 층 연회장을 하루 빌렸다.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여휘조는 이장하를 공손히 ‘장하 아저씨’라고 부를 만했다!"장하 아저씨?"바로 그때, 여휘조는 이미 이장하 옆으로 걸어갔고 손을 뻗어 한진을 가리키며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방금 도련님이라고 부른 거예요? 대체 어느 집안 도련님인데 이렇게까지 무서워하는 거예요?"그는 말을 마치고 가슴팍을 내리치며 거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장하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용두에서 저희 여 씨 집안이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어요! 도련님이든 뭐든, 내가..."찰싹!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따귀가 여휘조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고 그가 다 하지 못한 말을 끊어버렸다!"네가 감히!"따귀를 때린 이장하의 오른손은 허공에서 격하게 떨고 있었다. 그는 경악스러움에 휩싸인 여휘조의 얼굴을 빤히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감히 도련님을 불쾌하게 만드시다니. 너 같은 건 열 번 죽어도 모자라! 네 앞에 있는 이분이 바로 우리 스프링 호텔의 한씨 가문 도련님, 한 도련님이야!"뭐, 뭐라고?!여휘조는 손을 들어 부어오른 얼굴을 움켜쥐고 무의식적으로
왜? 대체 왜?명성이 자자한 용하국의 다섯 도련님이 염구준을 이렇게 깍듯이 대하다니? 그리고... 방금 염구준이 문자를 보내 다섯 명의 도련님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정말 현실이 되었다!그는 허풍을 떨지 않았고 정말 5대 명문가의 도련님을 청해왔다!"구준 씨..."염구준 옆에서 손가을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녀는 몸을 숙여 경의를 표하는 도련님들을 보다 다시 침착한 표정의 염구준을 보았고 마음속은 말할 수 없이 복잡했다.‘구준 씨가 한 모든 일은 엄마를 돕기 위해서야!’그는 틀림없이 전신전의 관계를 동원했을 것이다. 심지어 전설의 전신전 전주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섯 명의 도련님이 어떻게 염구준을 이토록 공손히 대할까?손씨 그룹을 위해, 손씨 가문을 위해, 그리고 엄마를 위해 염구준은 이번에 틀림없이 적지 않은 신세를 졌을 것이다. 손가는 염구준에게 너무나도 많은 빚을 지었다!"이것은 사적인 연회니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염구준은 무심히 손을 흔들고 그들에게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천천히 여휘조의 얼굴로 옮겼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여휘조 씨, 방금 도련님들을 청해오면 어떻게 하신다고 했죠? 당신의 장모님께서 저의 장모님께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내 기억이 맞죠?"여휘조는 얼굴이 굳어졌고 무의식적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왕연도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마침 고개를 돌린 여휘조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들은 모두 상대의 얼굴에 드러난 착잡한 기색을 알아차렸다.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망연함... 심지어 의심까지!이 다섯 명의 도련님은 정말 염구준이 불러온 걸까?그들은 정말 5대 명문가의 도련님이 맞을까?이장하의 한마디로 인해 그들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을까?"아니, 아니야!"여휘조는 정신을 차린 듯 갑자기 손으로 염구준을 가리키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당신이 청한 배우죠? 맞죠? 도련님들의 신분이 얼마나 귀하신데 당신이 지
"솔직히 말하면 5대 명문가의 한씨 가문에서 평소에 착용하는 최고급 보석과 쥬얼리들은 모두 우리 아버지가 직접 가져다줬어요. 한 도련님과는 여러 번 만난 사이라고요!"말을 마치고 그는 빠르게 손가락으로 액정을 터치했고 아버지 여승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그래, 휘조야."수화기 너머에서 차분하고 엄숙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천천히 전해졌다."사돈을 모시고 동창회에 참가하러 가지 않았냐? 웬일로 나한테 전화했어?""아버지!"꼭대기 층 연회장에 서 있는 여휘조는 건방진 표정으로 손을 뻗어 염구준과 도련님들을 가리키며 매섭게 말했다."여기 지금 병신 데릴사위 한 명 있는데, 돈을 써서 장하 아저씨를 매수하고 사람을 찾아 도련님들을 사칭하고 있어요... 아, 바로 5대 명문가의 도련님들이요! 주제넘게 도련님 행세를 하다니! 아버지, 한 도련님 본 적 있잖아요? 지금 당장 사람 좀 데리고 오세요. 반드시 장모님을 도와 저 사람들의 추악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다섯 명의 도련님을 사칭한다고?"그래, 알겠다!"수화기 너머에서 여승지는 어두워진 안색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늦어도 20분이면 도착할 거다!"‘탁’말을 하자마자 그는 전화를 끊었다."방금 들었죠? 우리 아버지가 곧 오실 겁니다!"여휘조는 핸드폰을 넣고 손을 뻗어 염구준을 가리키며 건방진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사죄해도 늦지 않았어요. 우리 아버지가 사람을 데리고 오고 나면 무릎 꿇고 사과할 기회도 없어요."작은놈을 건드리니 큰 놈이 온다고?염구준은 웃는 듯 마는 듯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한진을 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왕연과 여휘조의 얼굴을 훑어보고 옅게 웃었다."아버지가 온다고요? 잘됐네요. 장모님을 어떻게 도울 건지 여기서 기다려 보죠."...눈깜짝 할 사이에 20분이 지났다.저벅, 저벅, 저벅!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4명을 데리고 성큼성큼 연회장 입구에서 빠르게 걸어 들어왔다.그가 바로 여휘조의 아버지 여
말을 하고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돌려 염구준과 진숙영을 보며 교만한 표정을 지었다."염구준, 봤어? 이분이 바로 내 사돈이자 여가 쥬얼리의 사장님이셔!""사돈, 저 염 씨 녀석이 글쎄 사람을 시켜 여기서 연기를 하게 했지 뭡니까? 도련님들을 사칭하고... 아, 그리고 저 사람은 염구준의 장모이자 제 오랜 동창인 진숙영이에요! 오늘 반드시 저를 도우셔야 합니다. 저 친구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야 해요!"여승지는 온몸이 얼어붙었고 이가 심하게 떨려왔다.이해했다!그는 모두 알아차렸다!눈앞의 저 염구준이라는 사람은 틀림없이 숨어 있는 귀한 명문가의 도련님일 것이다. 심지어 다섯 도련님을 제압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이 빌어먹을 왕연이 염 도련님에게 미움을 산 것도 모자라 다섯 명의 도련님들까지 끌어들였다!심지어 이제 와서 여 씨 집안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여 씨 집안은 그녀로 인해 큰 화를 입을 것이다!"한 도련님!"순간 여승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한진에게 다가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제 아들이 무식해 어리석은 제 장모에게 현혹되어 한 도련님의 친구를 불쾌하게 했나 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뭐, 뭐라고?!여승지가 무릎을 꿇자, 연회장 전체가 바로 떠들썩해졌다.여휘조, 왕연, 고연민, 그리고 옆에 있는 20여 명의 경호원, 한 무리의 동창들까지... 모두 넋을 놓고 눈앞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뇌리에는 한가지 생각이 저도 몰래 떠올랐다.저 용모가 뛰어나지 않은 청년이 정말 한씨 집안 도련님인 건가?그리고 답은 분명했다. 여승지는 한진을 잘못 알아볼 리가 없으며 이유 없이 일반인에게 인사를 하고 무릎까지 꿇으며 공손히 대할 리가 없다!그럼...이분이 한 도련님인 이상 다른 네 분의 신분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분명 한 도련님과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는 용하국의 5대 명문가 도련님일 것이다!"아버지... 아버지!"여휘조는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깜짝 놀란 얼굴로 반
여승지는 벼락을 맞은 듯 머릿속에서 ‘쿵’하는 소리가 울렸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몸도 참다못해 살짝 휘청거렸고 속으로 조금의 요행도 바라지 않았다!염 선생님...‘방금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어. 한 도련님마저 염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니, 여휘조 저 녀석과 왕연이 오늘 얼마나 무서운 사람에게 미움을 샀는지 뻔하지!’"사, 사돈?"한진과 다른 도련님의 신분은 더 이상 의심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왕연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일그러진 웃음을 띠고 말했다."다, 다시 한번 잘 보세요. 정말 한 도련님 맞아요? 잘못 본 거 아닙니까? 염구준이 어떻게 한 도련님 같은 분을 알겠어요? 게다가 도련님들을 모두 불러오다니 분명 말도 안 돼요! 쓸데없는 사람인 데다 데릴사위라..."‘찰싹!’또다시 맑은 소리를 내는 따귀다!"미쳤네!"여승지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게 왕연의 뺨을 내리쳤다. 그리고 연거푸 그녀를 걷어차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도련님들 앞에서 감히 행패를 부려? 당신이 아니었다면 우리 아들이 오늘 도련님들께 미움 살 일이 있겠어? 그것도 모자라 우리 여 씨 집안까지 끌어들여서 당신을 돕게 하려고? 꿈도 꾸지 마!"말을 마치고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붉게 물든 눈동자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여휘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쓸데없는 녀석! 지금 바로 두 가지 선택 기회를 줄게. 당장 고연민이랑 이혼한 뒤 왕연과 사이를 철저히 잘라내고 염 선생님과 도련님들께 큰절을 올려서 사죄드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널 때려죽이고 여 씨 집안 족보에서 없앨 거다!"‘때려죽이고 족보에서 없애다니...’여휘조는 몸을 벌벌 떨었고 두려움으로 인해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여 씨 집안은 여승지를 제외하고 또 여러 사촌 형제가 있다. 아무나 선택해도 여가의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기에 그가 있든 없든 중요치 않다!게다가 그가 오늘 건드린 것은 일반인이 아니라 다섯 명의 거물급 인물들이다... 아니, 다섯 명이 아니라 여섯 명이
그럼...손가을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고개를 돌려 염구준의 옆모습을 보며 착잡한 눈빛을 드러냈다.옆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자기 남편이지만 마치 베일에 싸인 사람처럼 가까이에 있어도 멀리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큰 문제라도 그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문자 하나로 다섯 명의 도련님을 불러와 동창회에서 엄마의 체면을 세워주었다!‘구준 씨보다 더 훌륭한 사위가 또 있을까?’정답은 없을 것이다."한진 씨."외부인이 자리에 있으니, 한진에 대한 염구준의 호칭도 자연히 조금 달랐다. 그는 여가 부자와 왕연 모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장모님의 동창회에요. 상황을 너무 보기 좋지 않게 하고 싶지 않네요. 상관없는 사람들은 모두 물러보내고 동창회를 계속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서로 의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진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이것은 상의가 아니라 전신전 전주의 명령이다!"이리 와!"한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세게 흔들었다."여가 부자와 왕연 모녀를 전부 쫓아내고 지금부터 용두에 여가 쥬얼리는 더 이상 없을 거야! 바로 실행해!"연회장 밖에는 스프링 호텔에서 근무하는 50여 명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 여가 부자와 수행경호원을 모두 때려눕혀 발목을 잡아 연회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그리고 왕연 모녀!이 악랄한 여인에게 경호원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방망이로 정면을 내리쳤다. 왕연은 울며불며 난리가 났고 결국 몽둥이에 맞아 기절해 발목을 잡힌 채 밖으로 끌려 나갔다.연회장이 조용해졌다!바깥 복도에서 여승지의 울부짖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한 도련님, 용서해 주세요... 이 녀석아, 진작 이혼하라고 했잖냐. 여가에는 이젠 너 같은 자식이 없다... 왕연, 우리 여가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도 잘 지낼 생각 하지 마! 여가를 위해 당신과 당신 딸을 죽일 거야..."소리가 점점 멀어지다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위 잘 둔 덕에 이제 재벌들과 한자리에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민아!”함께 학교를 다닐 때도 곽민과 친하게 지냈고 방금 전 왕연이 못 되게 굴 때도 진숙영의 편을 들어준 건 곽민뿐이었기에 진숙영은 다른 사람들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 곽민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어보였다.“이리 와. 우리 사위는 저쪽에 앉았어. 내가 소개해 줄게. 다른 도련님들한테 얼굴 도장도 찍을겸.”한편, 그녀의 말에 곽민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고 진숙영의 팔을 잡은 손에도 힘이 꽉 들어갔다.다른 도련님들?‘동창들 중에서 나름 잘 나간다는 애들도 도련님들에 비할 바야 못 되지.’곽민을 제외한 다른 동창들 역시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도 젓가락질 한 번 못한 채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초특급 재벌들의 자제들, 그 수치를 헤아릴 수조차 없는 막대한 자산, 용하국 권력과 재력의 상징을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워낙 강력한 포스에 다들 인사는커녕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한편, 손가을의 손을 꼭 잡은 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에겐 눈빛도 주지 않은 채 바로 곽민의 앞으로 다가갔다.“방금 전, 상황에서 장모님의 편을 들어주신 건 사모님뿐이셨습니다. 저희 장모님과 아주 돈독한 사이신가 보네요. 그리고 아까 애기를 들어보니 사모님 남편분은 의대 출신이고 지금 사모님은 가정주부시라죠?”한진을 힐끗 돌아본 염구준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건 한진 씨한테 맡기시죠.”‘한진한테 맡긴다고? 그... 그게 무슨 소리인지...’“아, 아니 그게...”한진을 힐끗 바라보던 곽민이 다시 잔뜩 겁 먹은 얼굴로 염구준을 돌아보았다. 정말 기가 많이 죽었는지 목소리마저 살짝 떨리고 있었다.“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포부 같은 것도 별로 없고. 한진 대표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내가 뭐라고 내 일자리까지 알아봐 주겠어.”이에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살짝 웃었다.‘장모님 친구라는 것만으로도 그런 대접받으실 자격 충분한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