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핸드폰의 식별 코드는 인류가 사용하는 신분증과 같았다. 전신전의 위성 감시 시스템과 염구준의 권한으로 충분히 핸드폰 내부에 배치된 보안 칩을 통해 주호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 “구매기록, 핸드폰 식별 코드…….” 우씨 가문의 별장 감시실에서 우경은 긴장한 얼굴로 옆에 있던 경호원 대장을 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주호연이 사용하는 핸드폰 네가 산 거 아니야? 어서 구매 기록 찾아봐. 빨리!” 경호원 대장은 감히 소홀히 아지 못하고 얼른 별장 창고로 달려가 핸드폰을 구매한 영수증을 찾아서 신속하게 감시실로 돌아가 땀을 뻘뻘 흘리며 우경에게 건네주었다. “도련님, 찾았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염 보스님, 식별 코드를 찾았습니다.” 유경은 영수증과 핸드폰을 꽉 쥐고 연신 보고했다. “주호연이 사용하던 핸드폰의 식별 코드는 총 17자리인데 읽어드릴 테니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확인? 그게 필요해?” “됐어.” 염구준은 담담하게 한마디 한 뒤 전화를 끊고 한 손으로 운전하며 오른손으로 문자를 입력해서 현무전존에게 보냈다. [핸드폰 식별 코드를 추적해서 주호연의 은신처를 찾아내!]그러자 3분도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진동하더니 현무전존의 답장이 왔다. [추적결과 주호연은 현재 주군과 약 60킬로 미터 떨어져 있고, 청원시 서교 외에 위치한 폐기 주유소에 있습니다.”]‘좋았어!’ 염구준이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가속페달을 밟자 방탄벤츠는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반드시 주호연을 멸살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각 청원시 교회. “주 사자.” 폐기 주유소 입구에서 검은 옷을 입은 마른 두 남자가 주호연의 양쪽에 서서 입을 열었다. “존주는 당신이 염구준에게 이용당해서 대서북을 토벌한 것일 뿐, 조직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공로는 없지만, 그래도 잘못은 아니니 앞으론 여기저기 피해 다니지 말고 계속 존주를 위해 힘써 주기를 바라!” 주호연은 땅에 주저앉아 품에 핸드폰을 안고 외국
“이번에 널 구하는 것 외에도 존주께서 특별히 흑풍위를 배치해서 잠복해서 언제든지 염구준을 저격할 준비를 하고 있어.” “염구준이 오지 않으면 그만인데, 만약 그가 감히 온다면 반드시 돌아가지 못할 거야.” ‘흑풍위?’ 주호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눈 밑에 놀라운 빛이 스쳤다. 흑풍위는 흑풍 조직의 절대적인 핵심이고 흑풍 존주의 가장 강력한 카드였는데 무려 30년의 시간을 통해 겨우 20명을 키웠다. 소문에 의하면 흑풍위를 훈련하는 조건이 매우 가혹했는데 어릴 때부터 특별한 수술을 받아 인체의 통각 신경을 절단하고 매일 각종 독물로 신체를 담그고 무도 공법을 수련해서 신체를 통증을 모를 정도로 단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진정한 인간형 대살기였다. “존주가 다치지만 않았어도 아까워서 흑풍위를 파견하진 못했을 거야.”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는 주호연 얼굴의 놀라운 표정을 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심지어 모든 흑풍위의 몸에 최고 2킬로그램의 강력 폭약이 정착되어 있어 소형 군가기지를 파괴하기에는 충분해.” “염구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사람인데 흑풍위의 저격에 무사히 물러날 수 있을 리가 없어.” 흑풍위에게 강력한 폭약을 배치한 건 흑풍존주가 대서북에 대한 가장 강한 일격이었다. “그리고 흑풍위 뿐만 아니라 우리도 있어.”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는 폐기 주유소에서 나와 앞의 광활한 길을 바라보며 독기가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주사자, 존주의 임무는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염구준의 머리를 따는 거야.” “우리가 염구준의 머리를 따서 당신에게 흑풍 조직에 가입한 게 평생 내린 결정 중에서 제일 정확한 결정이라는 걸 알게 해 줄게.” 주호연은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먼 교외도로를 한번 보더니 머릿속에 불가사의한 생각이 급속히 커져갔다. ‘이 두 흑풍호법자와 20명의 흑풍위는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어. 그들은 자신의 목숨으로 염구준과 함께 죽으려는 것이야.’ 청원시 교외도로에서 염구준은 현무전
이런 파괴력, 이 정도의 폭발범위는 염구준이 날아오른 높이에 달할 수 었었다. 심지어 폭발로 인한 기류충격도 염구준의 발 밑을 가볍게 스쳤을 뿐, 그의 머리카락도 움직이지 못했다. 두 번의 기습은 끝났지만……. “염구준, 죽어라!” 염구준의 제운종이 끝난 찰나, 검은 그림자 두 개가 날아오더니 이번엔 수뢰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호체의 기력을 깨뜨리는 ‘폭염파소’였다. 기문암기 폭염파소는 고대의 최고급 암기문파가 알심 들여 연구제작한 것으로 특수 금속재료와 열성화약을 배합하여 단조한 것이었다. 반보무성의 암기수법과 배합하여 가용하면 전신강자의 호체기력을 충분히 투과할 수 있었다. 지금 사회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무도계에서는 아직도 파소의 전설이 돌고 있었다! 파소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폭염파소의 구조가 강체와 셔틀로 이루어졌는데, 암기가 손에서 나간 후 강체 내부의 화약이 동시에 폭발하고 셔틀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 천분의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극한의 속도에 도달하기 때문이었다. 이건 오늘날의 모든 총기를 초월하는 무서운 속도를 가지고 있는 무기로서 현대 화약으로 재촉하는 셔틀의 최고 시속이 심지어 15배의 속도를 초과했다! 공세가 3번 이어지더니, 3번째 공격은 폭염파소까지 동원했다. 염구준을 죽이기 위해 흑풍존주가 애를 쓴 것 같았다. 심지어 염구준의 두 차례의 대응책략까지 추측했다. “다른 전신이라면 중상을 입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쉽게도 나를 만났어!” 150여 미터 위의 공중에서 염구준은 힘을 빌릴 곳이 없어 몸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때 그는 정신력이 발산되어 폭염파소가 있는 위치를 조준해서 미간을 찌푸리자 윙하는 소리와 함께 허화가 실물로 변해 충격을 가했다.염구준과 3 미터 떨어진 곳에서 허공을 깨고 온 폭염파소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끈적끈적한 늪에 부딪힌 것 같이 속도가 끊임없이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완전히 정지되어 더 이상 진입할 수 없었다! 이때, 왼쪽과 오른쪽에서 두 개의 셔틀이 염구준의 목과 미간을 향해 날아가 염구
두 명의 반보무성과 20명의 무도패자가 모두 자폭했으니,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 폭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설령 전신의 강자라고 할지라도 예외는 없었다. 하지만……. “내력, 정기, 단력, 모든 건 후천적으로 수련해서 오는 것이야.” 공중에서 염구준은 천천히 내려오면서 조용히 아래쪽의 흑풍사자와 흑풍위를 주시하며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신의 강자는 천인의 경계와 일선의 차이가 있어 진정한 천인만이 선천적인 진기를 발휘할 수 있다.” “전신의 대원만에 도달하면 자신의 수련은 더 이상 향상할 수 없게 되고, 오직 천지의 영기를 흡수해야만 무도의 길이 영원히 멈추지 않고 성공적으로 천인의 경지에 진입할 수 있어.” 여기까지 말한 그는 손바닥을 가볍게 뒤집고, 손바닥의 옅은 청색 기류가 가득 퍼지더니 몸 표면에 투명한 장벽을 형성해서 일반 전신강자의 호체 기력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는데 바로 염풍도에서 찾은 옥패에서 흡수된 천지의 영기였다. “그…… 그건…….” 지상에 있는 두 명의 흑풍 호법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간의 감정이 전혀 없는 20명의 흑풍위도 참지 못하고 안색이 미세하게 변했다. 그건 전신을 초월하는 힘이었다. 눈앞의 전진전주는 분명히 천인의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는데 천인의 강자도 반드시 갖추지 못한 강대한 위압을 드러냈다. 그의 체표의 기류는 볼품없어 보였지만 실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무서운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그들은 절망에 빠졌다. 이 순간, 그들은 마침내 전례 없는 괴로움과 회한을 느꼈고, 더 많은 것은 무기력함이었다. 흑풍존주의 빈틈없이 보이는 습격계획은 전설의 전신전주에게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다. 쾅!1초도 지나지 않아 외경이 수십 메터의 핏빛 버섯구름이 교외 도로에서 폭발했다. 두 명의 흑풍 호법자와 20명의 흑풍위는 분골쇄신해서, 피비처럼 폭발했는데 그 위력은 소형 핵폭탄 못지않았다. 광포한 충격파와 에너지는 염구준
청원시 교외, 폐기 주유소. “자폭했어. 두 명의 호법자와 20명의 흑풍위가 단체로 자폭했으니 염구준이 죽은 게 확실해.” 주호연은 주유소 입구에 서서 하늘을 찌를 듯한 핏빛 버섯구름을 바라보며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염구준이 죽었으니 임무 완성한 거야.’ 흑풍존조의 계획에 따르면 이번 4대 기습은 서로 얽혀 있어 그 어떤 빈틈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최고의 전신이라고 해도 이런 기습에 절대 무사할 수 없었다. 이때! “주호연.” 너무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주호연의 귓가에 들려왔다. “넌 내가 이미 불바다에서 흑풍존주의 기습에 의해 철저히 격살된 줄 알았지? 그런데 어떡하냐? 널 실망시킬 것 같은데.” “염…… 염구준?” 주호연은 온몸이 경직되고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앞에 나타난 남자를 보고 눈동자가 수축되었다. ‘염구준, 정말 염구준이야. 그런데 저 자식 죽지 않았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 존주의 계획에 따르면 염구준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데, 방금 두 명의 흑풍 호법자와 20명의 흑풍위가 자폭해서 계획이 순조롭게 준행되었는데 저 자식은 왜 죽지 않은 거야?’ “이 세상에는 네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아.” 염구준은 천천히 주호연의 앞으로 걸어가 그의 두 눈을 주시하면서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무관심하게 입을 열었다. “대서북은 광산이 풍부해서 용하국 군부의 자원, 그리고 민계민생과 상관이 있지. 그래서 용하국은 안정적인 대서북이 필요하고 이곳에 있는 흑풍 조직의 세력을 반드시 철저히 제거해야 해.” “그래서… 넌 죽을 수밖에 없어.” 말을 마친 염구준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오른손을 들어 주호연을 향해 주먹을 쥐자 쾅하는 소리와 함께 주호연의 체내에는 미세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심맥이 순식간에 끊어지고 생명의 기운이 급속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놀란 표정은 굳어졌고 무릎이 나른해져 힘없이 염구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숨을 졌다. 그렇게 흑풍존주가 대서북에 심은 마지막 조
이때, ‘휙’하는 미묘한 소리가 울리더니 한 갈래의 희미한 그림자가 우씨 별장밖의 개인도로 앞에 나타났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염구준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보기엔 빠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그는 마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무형의 기류를 밟은 것처럼 소리 없이 우씨 가문의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염… 염 보스!” 우원도는 온몸을 떨며 ‘염전주’라고 부를 뻔했는데 바로 말을 바꾸어 우씨 가문의 사람들과 경호원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가 맞이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저쪽에서 폭발한 건…….” “주호연은 이미 처형당했어.” 염구준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부터 서북광업동맹은 우씨 가문에서 계속 책임진다. 항도광산을 포함한 모든 광업회사 역시 우씨 가문이 전적으로 책임져.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런 용기가 있느냐가 문제였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대서북의 광산자원은 엄청 풍부했다. 100여 개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광부 총수량이 200만 명이 넘었는데, 이는 천만명에 달하는 백성들의 생계와 관련되었다. 광업동맹의 총 맹주라는 직위가 보기에는 멋있지만 사실은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직위였다. “할 수 있습니다.” 우원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우경이 선뜻 나서 격분된 얼굴로 말했다. “염 보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우씨 가문의 영광입니다. 걱정 마세요, 저희 우씨 가문에서 반드시 몸과 마음을 다해 광부의 이익을 수호하고 대서북의 안정을 수호할 것입니다.” 염구준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결과였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우경을 깊이 바라보다가 눈을 돌려 먼 곳에 있는 평정시를 바라보며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우씨가문이 북방의 정씨 가문에 의탁을 했고, 정씨 가문은 이미 염구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러니 대서북을 우씨 가문에게 넘겼으니 이쪽의 일은 드디어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평정시에 있는 손가을은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손가을은 얼굴을 붉히더니 수줍은 말투로 말했다. “엄마,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쑥스럽게. 구준 씨가 돌아오면 상의해 볼게요. 아, 구준 씨 돌아왔어요.” 주호연이 죽고 대서북이 안정되었으니 염구준은 당연히 평정시로 돌아갔다. 그는 사무실 입구에 서서 수줍어하는 아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가을아, 통화하고 있어?” “응.” 손가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금 전의 일을 말했다. “엄마가 우리 보고 엄마의 동창회에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어때?” 그녀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모님께서 모처럼 요구를 제기했는데 당연히 만족시켜 드려야지. 게다가 서북의 광산은 이미 우씨 가문에게 권리를 넘겨주었기 때문에 계속 여기에 남아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장모님께 말씀드려.” 그는 앞으로 다가가 손가을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청해로 돌아가서 장모님과 함께 제경으로 가겠다고.” 이틀 후, 용두, 스프링 호텔. 용하국의 핵심도시로서 용두의 번화 정도는 생각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7성급 호텔만 해도 3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스프링 호텔이었다. 그야말로 럭셔리의 대명사였다. 이곳에선 가장 일반적인 방도 500만 이상이었다. 96층 꼭대기층의 고급 연회장의 가격은 더욱 놀라웠다. 게다가 그 고가의 가격은 숙박비일 뿐 음식은 포힘 되지 않았다. 왕연이 모임 장소를 여기로 선택한 목적은 모든 동창들에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자기는 항상 피라미드의 최고봉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왕연뿐만 아니라 다른 동창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동창회를 위해 많은 동창들이 거금을 들여 비싼 차를 임대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대출을 받아 명품을 구매했다. 아무래도 졸업한 지 30년 만에 처음 만나는 모임이라 아무도 학우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기 싫었다. “아이고, 동창. 우리 한 10년 만에 보는 거지? 너 어디에서 근무하고 있어?” “이숙분, 너 이숙분 맞지?
“데릴사위도 괜찮은데 말을 잘 들어야지. 아줌마가 잘 알아. 아내를 잘 만나면 10년은 적게 분투해도 된다는 거!” 그녀의 말을 들은 진숙영과 손가을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다. 외부인의 눈에는 염구준이 아내에게 빌붙어서 사는 데릴사위로 보일지 몰라도 그가 제대하고 돌아온 후부터 손씨 가문의 위기를 몇 번이나 해결했었다. 그리고 손씨 그룹을 설립해서 시가가 몇십조까지 달하게 한 것도 염구준이었다. 염구준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손씨 그룹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손가을은 왕연이 염구준을 저격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반박했다. “왕연 아주머니, 빌붙어서 산다는 말을 하니까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는데요…….” 그녀는 염구준의 팔짱을 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왕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시 아주머니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우리 엄마가 먹여주고 입혀주고, 아주머니 딸에게 일자리까지 마련해 주었는데. 당신들은 먹기만 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남자에게 의지해서 살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죠.” “지금 동창회를 열어서 이렇게 화려한 연회장에 초대한 건 당신의 딸이 부자에게 빌붙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건가요? 사람은 옷발이라더니 오늘 정말 화려하게 차려입으셨네요.” ‘너…….’ 왕연은 안색이 흐려지더니 곧 욕을 퍼부으려고 했다. 손가을의 말이 맞았다. 왕연은 돈이 좀 있는 중년사장과 재혼을 했지만 작은 도시에서 채소를 파는 사람이라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기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딸은 진정한 명문가로 시집갔다. 용두에서도 어느 정도의 권리를 가지고 있어 왕연 모녀는 사위에게 의지해서 용두에서 꽤 잘 생활하는 편이었다. “가을아, 너 버릇없이 그게 무슨 말투야?” 왕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진숙영은 능청스럽게 한 마디 꾸짖고 왕연의 손을 잡고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왕연아, 우리가 그래도 친구인데 애들은 좀 봐줘.” “하지만 너 방금 잘못 말했어. 우리 구준이는 쓸모없는 병신이 아니라 북방 염씨…….” “장모님.”이때 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쾅!염구준이 손을 들어 책상을 내리치자,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산산조각 났다.“네놈은 내가 돈 때문에 너희와 한패가 되어, 그런 패악질을 저지를 거라 생각했나?”대화를 나누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끝까지 이 길을 갈 생각이며 자신까지 끌어들일 생각이란 걸 알아차렸다.하지만 용하국의 백성들을 해치는 일을 가장 증오하는 그가 상대방과 손을 잡을 리가 없었다. 만옥루는 표정을 굳히며 협박하듯이 물었다.“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손 잡을 겁니까, 잡지 않을 겁니까?”상대방의 크게 변한 태도에 염구준은 그가 더 이상 좋게 말하지 않을 것이며 믿는 구석도 있다는 걸 눈치 챘지만 말을 바꾸진 않았다. “헛된 꿈을 꾸는군. 똑똑히 들어, 나는 만능 전당포 같은 조직을 절대로 남겨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봐주지도 않을 거고.”이 말이 나온 순간, 두 사람 사이의 얇았던 가림막이 완전히 찢겨 나갔다.이제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는 거다.염구준의 대답을 들은 만옥루는 좋게 말해도 듣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에 화가 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당신이 선택한 길이니 죽어도 원망하지 마세요!”‘독이다.’“차 안에 독을 섞을 줄이야. 비열하기는.”염구준은 자신이 중독 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크게 당황해 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는 곧바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아니, 이건 반독이군. 다른 독과 결합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거지?”‘처음부터 날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그럴 생각이 없었으면 독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쓰지도 않았겠지.’‘그럼 방금 전엔 진심으로 날 끌어들이려고 한 것도 있었겠지만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 것도 있겠군.’“하하,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당신이 이곳으로 올 때 지나온 지하 통로에는 무색무취의 반독이 가득했거든요.”“당신을 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40억도 포기하려 했지만 기어코 거부했으니 이젠 어쩔 수 없습니다.”만옥루는 미친듯이 웃으며 이미 이긴듯한 태도로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이 독, 꽤나 강하네.”염
염구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뭘 새삼스럽게. 내 현상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잖아.”꿈에서도 염구준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당연히 그를 죽이기 위해 돈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오랜 시간 누적된 그의 현상금은 이미 어마어마한 액수로 불어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많이 올랐습니다. 무려 40억이에요.”만옥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금액을 알렸다.‘40억?’염구준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다.자신의 목숨값이 이렇게까지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일부러 이렇게까지 현상금을 높인 이유는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를 죽이고 싶어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높은 현상금에 눈이 멀 거라는 걸 아는 거지.’“그 말인 즉슨 날 잡아서 돈을 바꾸겠다는 건가?”염구준은 만옥루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만옥루는 겉보기엔 인자하고 온화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장계를 맡고 있는 인물이 착할 리가 없었다.밀실 벽에 걸린 각종 의뢰 목록만 봐도,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하, 염 선생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선생님을 이곳에 초대한 이유는 그저 논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만옥루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책상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대체 무슨 속셈이지?’염구준은 만옥루의 의도가 그가 말한 것처럼 단순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들어볼 생각이었다.“듣고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해.”말 정도를 들어줄 시간은 있으니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눈 앞에서 도망칠 수도 없기도 하고.’이윽고 만옥루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염 선생님께선 만능 전당포의 존재가 합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이 질문은 명백히 염구준의 입장을 떠보려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은 염구준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자신들도 휘말릴 거라는 걸 알아 이 말을 들은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이 말을 들은 진희도 더 이상 요염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 선생님, 웬만한 일은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저 사람을 체포하라는 임무를 누가 내린 거지?”염구준은 제이든을 가리키며 질문했다.이번 방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제이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일단 제쳐 둘 생각이었다.그리고 보아하니, 만옥루의 주인도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굳이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죄송하지만 이건 제 권한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진희는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해서 제이든을 한 눈 보고는 안내하는 손짓을 해보였다.제이든에 관해서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를 잡으라는 임무가 상당히 높은 등급이라는 점이었다.염구준은 곁에 서 있는 사타를 보며 명령했다.“너희들은 여기 남아서 제이든을 잘 보호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상대가 초대한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화해하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것이었다.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위험한 건 같았다.“알겠습니다!”“절대로 허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세 사람은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약속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말이다.이미 염구준과 함께 이곳까지 온 이상, 그와 한 배에 탄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염구준과 진희는 후문을 통해 비밀 통로로 나와 양마을 밖으로 걸어갔다.길을 가는 동안 진희는 별다른 술수를 쓰지 않았다.한편, 같은 시각에 양마을에서 수십 리 밖에 떨어진 별장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녹화된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희 저 아이가 실패하다니. 다들 저 강한 반보천인
“그럼 이런 곳엔 처음 와 본 거야?”염구준이 계속 질문했다.“처음입니다! 두 번밖에 임무를 수행한 적 없는데, 두 번 다 황량한 야외에서 거래했어요.”사타가 급히 설명했다.“저희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이든을 데리고 오는 것도 본래는 저희 임무가 아니었습니다만 플랫폼에서 저희더러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음양쌍살 역시 얼른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보면 이들도 나름 실력있는 무인들이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핵심 사냥꾼엔 속하지 않는듯 했다.오프라인에서 임무를 받으려면 실력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신임을 얻어야만 했다.이미 계획이 어느정도 들켰기 때문에 염구준은 제이든의 몸에 기를 주입해 천천히 정신 차리게 했다.‘다음에 임무에 나설 때는 역용술로 변장부터 해야겠어. 소봉산에서 공무적과 싸운 것 때문에 얼굴이랑 이름이 너무 알려졌으니까. 강호 사람들 중에서도 날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염구준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생각대로 여러 무림인들이 그를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염 선생님, 찾으시는 임무라도 있으세요? 제가 추천해드릴게요.”“염 선생님, 당신이라면 임무를 받겠다는 한마디만 해도 마음껏 고르실 수 있을 겁니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을 자신들과 한통속으로 생각하며 우쭐했다.그러나 그들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전부 손 봐줄만큼 말이다.무공을 익힌 자로서, 의협심을 발휘해서 이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민간에 해를 끼치는, 용하국에 피해를 주는 임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맡는다는 것에, 염구준은 너무 화가 났다.결국 그는 분노를 꾹꾹 눌러담아 크게 포효했다. “난 이런 임무 같은 거 안 하니까 꺼져!”이 말을 들은 후 아부하던 사람들은 감히 불평 하지 못하고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갔다.사실 그들은 이렇게 강한 반보천인에게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염구준은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니까 말이다.“염 선생님.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
“끄윽...”목이 졸린 탓에 우호는 숨이 막혔고 눈앞이 어지러워지며 의식도 점점 흐릿해졌다.이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왔지만, 이토록 가차 없이 공격하는 사람, 특히 이렇게 죽일 기세로 공격하는 사람은 그도 많이 본 적이 없었다.“좋게 좋게 말로 해결합시다. 저희도 결국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이때, 집사가 앞으로 나와 조용히 권유했다.만약 지금 염구준이 손에 힘을 조금이라도 더 준다면 우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즉 우호의 생사는 현재 염구준의 생각에 달려있다는 것이었다.“좋게 좋게 말로 해결이라. 난 분명 이미 한 번 말한 것 같은데?”염구준이 차갑게 웃으며 손을 풀지 않았다.“염 선생님, 멈춰주십시오. 저희가 직접 뵙겠습니다.”이때, 거래소 내부의 스피커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투로 봐서 이미 염구준을 알아본 것 같았다.말하는 사람은 만능 전당포의 사장이 아닐지라도 고위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팍.염구준은 팔을 흔들어 우호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스피커를 향해 말했다.“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만나는 게 좋을 거야.”우호는 이제 그에게 쓸모가 없었다. 그도 그냥 꼭두각시일 뿐이니까 말이다. 이 모든 걸 조종하는 건 그의 뒤에 있는 사람들이었다.염구준은 이토록 치밀하게 움직이는 만능 전당포가 더욱 궁금해졌다.“이쪽으로 오시죠.”집사는 바닥에 널브러진 우호는 신경도 쓰지 않고 길을 안내했다.이상하게 말이다.염구준은 대충 이상한 점을 보아낼 수가 있었다. ‘이 늙은이는 우호의 복종 따위가 아니라 만능 전당포에서 옆에 심어놓은 스파이 같네.’‘하지만 이상하단 말이야.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 왜 만나려고 하는 거지?’그렇게 염구준 일행은 집사를 따라 거래소 내부의 밀폐된 밀실로 들어갔다.이곳에는 단 20여 명 정도가 모여 있었지만, 전부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이었다.밀실의 벽에는 누런 천이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각종 임무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음양쌍살이 임무를 플랫폼에서 받았다고 했는
‘아버지를 찾는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우길은 바로 멍해졌다.‘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면 좋은 목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데리고 갔다가 괜히 귀찮은 일만 생기는 거 아니야?’“왜, 싫어?”염구준은 상대방이 망설이는 걸 보자 한 발자국 걸어가 다시 때리려고 했다.우길 같은 쫄보들은 몇 대 맞기만 하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으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는 지금 거래소에 있어요. 이쪽으로 따라오시죠.”우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자신의 목숨을 위해 아버지를 팔아넘기는 그는 정말 ‘효자’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앞으로의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라고 신호를 주었다.이제는 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와 정식으로 붙게될 테니까 말이다.한편, 양마을의 가축 거래소에는 정수리에 탈모가 온 기름진 얼굴의 뚱뚱한 남자가 커다란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두꺼운 목에 걸려있는 황금 목걸이가 특히 눈에 띄었다.어울려서가 아니라 개목걸이를 한 것처럼 보여서였다. 이때, 늙은 집사가 우호의 앞에 다가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또 사고를 치셨습니다.”그러나 우호는 상대방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태연하게 손을 휘저으며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길이가 장난꾸러기인 걸 어쩌겠어. 그냥 놔둬.”사실, 우길의 망나니 같은 성격은 전적으로 그가 우쭈쭈하면서 길러낸 결과물이었다.그러나 이렇게 오냐오냐하면서 기른 아이일 수록 제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걸 그는 몰랐다. 그러니 제 아들에게 당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인과응보가 아닐 수 없었다.집사는 물러나지 않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번에 도련님이 건드린 외부인들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직접 가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흥, 됐어. 양마을에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놈이 어디있겠어?”그러나 우호는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피우면서 여유롭게 와인도 홀짝였다.그는 겉으로는 가축
“괜찮아.”염구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 잠시만요!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어요.”이에 청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아섰다.“하하, 다치지 않았으니까 보상금은 필요 없어.”사타는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아량 넓게 말했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염구준의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길까 봐서였다.그러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청년은 오히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헤헤, 안 다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제 소를 죽인 건 배상해줘야죠?”이런 인간이야말로 진짜 뻔뻔한 족속이었다. 소가 날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정작 죽으니까 보상을 요구하는 게 어디있나?더 황당한 건, 방금 전에 미친 소 때문에 다친 사람들 모두 지금 감히 불평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젊은 청년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걸 보아 그의 신분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면 되는데? 금액을 말해.”염구준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2천만원이요! 그렇게 비싸진 않죠?”청년은 교활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보면서 금액을 불렀다. 모양을 보아하니 자신의 간계가 먹힌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그의 악행에 이미 불만이 쌓인 시장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양반 또 돈 뜯어내려고 하네. 돈 다 썼나 봐.”“그러니까. 그냥 돈 뜯어내는 거면 모르겠는데, 일부러 미친 소를 풀어놓고 돈 뜯는 건 너무하잖아.”“목소리 낮춰. 우길이 저 녀석, 순하게만 생겼지, 하나도 안 착하니까.”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지만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바로 옆 사람에게 분부했다.“돈 주고 가자.”이에 사타가 돈을 건넸으나 청년은 돈을 받지 않고 되려 태연하게 값을 올렸다.“아, 제가 잘못 말했어요. 1억 주셔야 할 것 같은데.”염구준이 돈을 쉽게 주는 걸 보고는 그가 돈이 많은 호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저 둘은 뭐야?”검문하러 온 사람들은 빠르게 확인을 마치고는, 염구준과 기절해 있는 제이든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물었다.“이들은 사냥감입니다. 저희가 압송해서 넘기려던 중이었어요.”이 말에 사타가 웃으며 다가가서 담배를 건넸다.팍.하지만 평범한 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그의 담배를 단숨에 쳐내며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렸다.“이런 짓 하지마. 규칙은 규칙이니까. 안으로 들어가는 사냥감은 반드시 기절 상태여야 해.”그들이 이토록 거만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뒤에 있는 게 만능 전당포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강한 세력을 믿고 설치는 자들이었다.만약 여기가 바깥세상이었다면, 사타는 벌써 그를 없애버렸을 것이다.“이거...”사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그의 의견을 구했다.“좀 편의를 봐주시죠. 기절시키나 안 시키나 같으니까요. 전 도망칠 생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며 넉넉한 돈뭉치를 건넸다.상대방은 받은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갑자기 표정이 변해버렸다.“대단한데? 넌 내가 본 사냥감들 중에서 제일 건방진 놈이야. 숨만 붙여놔.”그는 인정은 없고 돈만 보는 자였다. 태도가 바로 바뀌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그들이 정말 손을 대려고 하자, 사타 일행은 염구준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가만히 옆으로 물러났다. 그들은 물러나면서 속으로 이 무례한 자들의 명복을 빌었다.쾅!아니나 다를까, 염구준의 한 방에 상대방은 전부 뒤로 날아간 다음 그대로 기절했다.“좋게 말하면 들을 것이지, 꼭 움직이게 만든다니까. 바보 아니야?”이럴 땐 역시 무력만이 가장 확실한 답이었다.그 후, 그는 사타 등에게 사람들을 전부 묶어놓은 후, 입을 막아놓으라고 명령한 다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양마을 안으로 진입했다.가축 시장을 지나갈 때, 주위에서 썩은 냄새가 풍겼는데, 그 이유는 시장에서 정말로 소와 양 같은 가축들이 거래되고 있어서였다. 거래를 하러 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목민으로, 전부 일
이미 상대방을 속이기로 결심한 이상, 끝까지 완벽하게 연기해야 했기에 제이든은 여전히 포획된 만능 전당포의 타겟 역할을 맡아야 했다.한편, 다른 이들은 조용히 서서 염구준의 지시를 기다렸다.지금 현재 자신의 목숨이 염구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전부 멋대로 행동할 담이 없었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안내해.”염구준은 음양쌍살을 바라보며 말했다.“아, 예! 그곳은 길이 험해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남자는 즉시 길을 안내하며 말을 덧붙였다.결국, 음양쌍살, 사타, 사타의 부하들과 함께 염구준은 양마을의 가축 시장으로 향했다.‘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가 가축 시장에 숨어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조심스럽긴.’염구준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가축 시장으로 가는 동안, 분위기는 무겁고 조용했다.염구준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침묵했고, 다른 이들은 괜히 입을 놀렸다가 목숨을 잃을까 봐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비록 그들도 남들 앞에서는 큰 소리 칠 수 있는 존재들이었지만 염구준 앞에서는 용이든 호랑이든 모두 굽히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시간 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넌 끝에 그들은 마침내 산 위에서 아래쪽에 있는 시장을 볼 수 있었다.드디어 양마을에 도착한 것이다.멀리서 보기엔 평범한 장터처럼 보였는데, 이건 그만큼 완벽하게 존재를 잘 숨겼다는 걸 설명했다.이때, 음양쌍살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염 선생님, 저희는 여기까지만 모시겠습니다. 더 이상 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그들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이든, 만능 전당포든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도저히 이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다.반면 눈치가 빠른 사타는 말을 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행동할지 관찰했다.남자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눈이 가늘어지더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럼 걸어서 양마을까지 갈지, 아니면 뒹굴어서 이 산을 내려갈지 선택해.”그의 말뜻은 명확했다. 양마을까지 함께 하지 않으면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