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휙’하는 미묘한 소리가 울리더니 한 갈래의 희미한 그림자가 우씨 별장밖의 개인도로 앞에 나타났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염구준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보기엔 빠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그는 마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무형의 기류를 밟은 것처럼 소리 없이 우씨 가문의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염… 염 보스!” 우원도는 온몸을 떨며 ‘염전주’라고 부를 뻔했는데 바로 말을 바꾸어 우씨 가문의 사람들과 경호원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가 맞이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저쪽에서 폭발한 건…….” “주호연은 이미 처형당했어.” 염구준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부터 서북광업동맹은 우씨 가문에서 계속 책임진다. 항도광산을 포함한 모든 광업회사 역시 우씨 가문이 전적으로 책임져.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런 용기가 있느냐가 문제였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대서북의 광산자원은 엄청 풍부했다. 100여 개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광부 총수량이 200만 명이 넘었는데, 이는 천만명에 달하는 백성들의 생계와 관련되었다. 광업동맹의 총 맹주라는 직위가 보기에는 멋있지만 사실은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직위였다. “할 수 있습니다.” 우원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우경이 선뜻 나서 격분된 얼굴로 말했다. “염 보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우씨 가문의 영광입니다. 걱정 마세요, 저희 우씨 가문에서 반드시 몸과 마음을 다해 광부의 이익을 수호하고 대서북의 안정을 수호할 것입니다.” 염구준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결과였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우경을 깊이 바라보다가 눈을 돌려 먼 곳에 있는 평정시를 바라보며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우씨가문이 북방의 정씨 가문에 의탁을 했고, 정씨 가문은 이미 염구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러니 대서북을 우씨 가문에게 넘겼으니 이쪽의 일은 드디어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평정시에 있는 손가을은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손가을은 얼굴을 붉히더니 수줍은 말투로 말했다. “엄마,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쑥스럽게. 구준 씨가 돌아오면 상의해 볼게요. 아, 구준 씨 돌아왔어요.” 주호연이 죽고 대서북이 안정되었으니 염구준은 당연히 평정시로 돌아갔다. 그는 사무실 입구에 서서 수줍어하는 아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가을아, 통화하고 있어?” “응.” 손가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금 전의 일을 말했다. “엄마가 우리 보고 엄마의 동창회에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어때?” 그녀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모님께서 모처럼 요구를 제기했는데 당연히 만족시켜 드려야지. 게다가 서북의 광산은 이미 우씨 가문에게 권리를 넘겨주었기 때문에 계속 여기에 남아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장모님께 말씀드려.” 그는 앞으로 다가가 손가을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청해로 돌아가서 장모님과 함께 제경으로 가겠다고.” 이틀 후, 용두, 스프링 호텔. 용하국의 핵심도시로서 용두의 번화 정도는 생각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7성급 호텔만 해도 3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스프링 호텔이었다. 그야말로 럭셔리의 대명사였다. 이곳에선 가장 일반적인 방도 500만 이상이었다. 96층 꼭대기층의 고급 연회장의 가격은 더욱 놀라웠다. 게다가 그 고가의 가격은 숙박비일 뿐 음식은 포힘 되지 않았다. 왕연이 모임 장소를 여기로 선택한 목적은 모든 동창들에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자기는 항상 피라미드의 최고봉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왕연뿐만 아니라 다른 동창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동창회를 위해 많은 동창들이 거금을 들여 비싼 차를 임대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대출을 받아 명품을 구매했다. 아무래도 졸업한 지 30년 만에 처음 만나는 모임이라 아무도 학우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기 싫었다. “아이고, 동창. 우리 한 10년 만에 보는 거지? 너 어디에서 근무하고 있어?” “이숙분, 너 이숙분 맞지?
“데릴사위도 괜찮은데 말을 잘 들어야지. 아줌마가 잘 알아. 아내를 잘 만나면 10년은 적게 분투해도 된다는 거!” 그녀의 말을 들은 진숙영과 손가을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다. 외부인의 눈에는 염구준이 아내에게 빌붙어서 사는 데릴사위로 보일지 몰라도 그가 제대하고 돌아온 후부터 손씨 가문의 위기를 몇 번이나 해결했었다. 그리고 손씨 그룹을 설립해서 시가가 몇십조까지 달하게 한 것도 염구준이었다. 염구준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손씨 그룹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손가을은 왕연이 염구준을 저격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반박했다. “왕연 아주머니, 빌붙어서 산다는 말을 하니까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는데요…….” 그녀는 염구준의 팔짱을 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왕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시 아주머니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우리 엄마가 먹여주고 입혀주고, 아주머니 딸에게 일자리까지 마련해 주었는데. 당신들은 먹기만 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남자에게 의지해서 살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죠.” “지금 동창회를 열어서 이렇게 화려한 연회장에 초대한 건 당신의 딸이 부자에게 빌붙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건가요? 사람은 옷발이라더니 오늘 정말 화려하게 차려입으셨네요.” ‘너…….’ 왕연은 안색이 흐려지더니 곧 욕을 퍼부으려고 했다. 손가을의 말이 맞았다. 왕연은 돈이 좀 있는 중년사장과 재혼을 했지만 작은 도시에서 채소를 파는 사람이라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기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딸은 진정한 명문가로 시집갔다. 용두에서도 어느 정도의 권리를 가지고 있어 왕연 모녀는 사위에게 의지해서 용두에서 꽤 잘 생활하는 편이었다. “가을아, 너 버릇없이 그게 무슨 말투야?” 왕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진숙영은 능청스럽게 한 마디 꾸짖고 왕연의 손을 잡고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왕연아, 우리가 그래도 친구인데 애들은 좀 봐줘.” “하지만 너 방금 잘못 말했어. 우리 구준이는 쓸모없는 병신이 아니라 북방 염씨…….” “장모님.”이때 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왕연은 여휘조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염구준을 가리키며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 “사위야, 너 저 녀석에게 알려줘. 네가 엄마 말을 듣는지. 네가 네 입으로 저 녀석에게 말해. 여씨 가문 앞에선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때려죽여도 아무도 찍소리 못한다고.” ‘장모님이 화난 건가?’ 여휘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진숙영을 훑어보다가 염구준과 손가을을 훑어보더니 눈앞이 밝아졌다. ‘너무 예쁘다.’ 그는 왕연이 학교에 다닐 때 진숙영이 반에서 가장 예뻤다고 들었다. 하지만 진숙영의 딸이 이렇게 예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눈앞의 손가을은 왕연의 딸보다 훨씬 예뻤다. 명품을 입진 않았지만 행동에 고귀함이 드러났다. 가문이나 용모나 손가을은 고연민보다 훨씬 뛰어났다. “내가 당연히 엄마 말을 듣죠.” 여휘조는 가슴을 펴고 계속 말했다. “개뿔도 없는 데릴사위가 어떻게 우리 여씨 가문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용두에서 우리 여씨 가문의 보석을 못 들어본 사람 있어요?” “손씨 가문의 아가씨가 이렇게 예쁜데 저런 벙신에게 시집을 갔다니, 정말 아쉽군요. 손씨 가문이 요즘 잘 나간다고 들었는데 우리 여씨 가문과 합작할 의향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손씨 가문은 건강식품을 만들고, 여씨 가문은 보석을 만드니 합작할 공간은 있지 않나요?” 이건 그의 속셈이었다. 손씨 그룹과 합작관계를 맺으면 손가을과 접촉할 기회가 적지 않을 테니까 그때 기회를 봐서 유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합작은 됐어요.” 손가을은 염구준의 팔짱을 끼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보석과 건강식품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그러니 그쪽 호의는 사양할게요.” “그리고, 방금 제 남편보고 병신이라고 했나요? 당장 사과하세요.” ‘사과?’여휘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하려고 하자 갑자기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아이고, 여긴 웬일이야? 왜 또 싸우는 거야?” 방금 여기에서 발생한 일들은 모든 동창들이 보고 있었다. 그들은 여휘조와 왕연에게 잘 보이려고 온갖 아부
손가을의 아름다운 얼굴이 굳어지더니 화를 참지 못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엄마의 동창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권세에 빌붙어 사람을 모함할 수 있어?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왕연에게 아부를 떨기 위해 도리도 따지지 않다니.’ “그만해!” 이쯤 되니 진숙영의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참지 못하고 왕연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왕연, 내가 동창들 앞에서 옛날 일을 꺼내지 않으니 정말 내가 잊은 줄 알아?” “우리 집이 잘 나갈 때 너 온종일 우리 집에 와서 너와 네 딸에게 일자리를 안배해 달라고 하고, 나한테 빌붙어 살아도 나는 널 원망한 적 없었어. 그때 손씨 어르신에게 쫓겨났을 때 나한테 만원도 빌려주지 않고 비겁하게 손태진과 결탁해서 우리를 해치더니, 이젠 여씨 가문에 빌붙어서 동창들에게 아부를 받으며 내 딸과 사위를 모욕해?” “우리 손씨 가문이 만만한 줄 알아? 지금의 손씨 가문도 총자산이 몇십 조나 되고, 제품이 전 세계 50여 나라에 판매되고 있어, 여씨 가문보다 못한 건 없다고.” 진숙영의 말이 끝나자 연회장이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더니 옛 동창들은 서로 쳐다보며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왕연과 거리를 벌렸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라 기껏해야 자산이 몇십 억 하는 작은 회사를 차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못한 사람들은 아직 중소기업에서 출근하며 2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생활한다. 그러니 용두 여씨 가문이든 청해 손씨 가문이든 그들이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느 누구를 건드려도 그들에겐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었다. “총자산이 몇십 조라고요? 정말 대단하군요.” 여휘조는 순식간에 태도를 변하는 사람들을 보고, 얼굴색이 굳어진 왕연을 보더니 냉소하며 말했다. “진 아주머니, 뭘 잘 모르나 본데, 여긴 청해가 아니라 용두예요.” “몇십 조 자산으로 청해 같은 작은 도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어도, 용두에서는 열 명 중에서 다섯 명은 모두 손씨 가문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실력을
염구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숙영과 그녀의 옛 동창들은 숨이 막혀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5대 명문가의 후계자를 만난다고?이것은 얼마나 영광스럽고 귀한 대우인가!자리에 모인 동창들은 대다수 일반인에 불과했고, 사회의 아래층에 속한 사람들이다. 잘나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연간 수입이 8~10억 원에 불과해 5대 명문가와는 완전히 두 개의 세계이다.얼마나 큰 기회가 있어야 이런 5대 명문가의 도련님을 만날 수 있을까?정말 5대 명문가의 도련님을 만날 수 있다면 평생 자랑하고 다녀도 과언이 아니다!"휘조야!"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왕연의 안색은 그래도 많이 침착했다. 그녀는 차갑게 염구준을 흘겨보고 오만한 눈빛으로 말했다."한 도련님은 너랑 친한 친구잖니. 지금 당장 한 도련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 도련님과 다른 네 명의 도련님들도 다들 한 번 볼 수 있게 오라 그래. 이참에 다들 알아야지, 내 사위는 쓸모없는 다른 집 데릴사위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다른 사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말에는 다른 뜻이 담겨 있다!비록 누구라고 가리키지는 않았지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녀가 말한 ‘쓸모없는 데릴 사위’는 분명 이 건의를 제기한 염구준이다!"..."여휘조는 머뭇거리며 말하지 않았고 안색이 빠르게 변했다. 그는 왕연에게 계속 눈짓을 했다.‘장모님, 지금 이 쓸모없는 녀석이랑 무슨 소란을 피우십니까? 절 난처하게 하려고 작정한건가요?’한 도련님이 어떤 신분인가?용하국 5대 명문가 중 하나인 정상급 지위의 도련님이다. 전 용하국의 최정상에 있으며 전 세계의 탑클래스 명문가들에도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 여 씨 집안이 비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오늘의 동창회를 위해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겨우 관계를 맺고 양춘호텔의 당직 지배인에게 꼭대기 층 연회장을 예약해 달라고 부탁했다.그리고 한 도련님에 대해서는...한 도련님에게 있어 명성이 자자한 여가 쥬얼리 샵은 기껏해야 보석을 파는 작은 가게일 뿐이고 거들떠볼
한 무리의 동창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다 진숙영을 보고 다시 왕연을 보며 어쩔 줄을 몰랐다. 어느 쪽을 돕기도 애매하니 그저 억지웃음을 지으며 미움을 사지 않으려 했다."구준 씨."지금 상황에 손가을조차도 참지 못하고 조금 불안했다. 그녀는 염구준의 소매를 가볍게 잡아당기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섯 분의 도련님을 청하는 거 자신 있어?"자신 있을까?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기만 하고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왕연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왕 아주머니, 방금 말하신 거 모두가 들었으니 잠시 후 발뺌하지 마세요. 다섯 분의 도련님이 오시면 바로 우리 장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하셔야 합니다! 약속 꼭 지키세요!"말을 마친 후 그는 바로 핸드폰을 꺼냈고 손가락으로 빠르게 스크린을 조작해 문자 하나를 편집해 단체로 전송했다.[스프링 호텔 꼭대기 층 연회장, 바로 도착하시길!] 수신인 - 당봉, 한진, 이생, 진지양, 왕윤!용하국 5대 명문가의 후계자!"어머, 누구한테 문자 보내는 거야?!"왕연은 차갑게 웃으며 염구준이 문자를 보낸 것을 보며 가소로운 듯 조롱했다."조금 이따 또 도련님들이 시간 없다고 다음번에 다시 모이자고 하려는 건 아니지? 내 앞에서 수작 부리지 마, 염구준. 그 정도 수작에 누가 속아 넘어가겠어? 솔직히 말하면 오늘 난 진숙영이랑 끝장을 봐야겠어! 도련님들이 오지 않으면 무슨 핑계가 있든 진숙영은 반드시 나한테 무릎 꿇고 큰절을 올려야 해!"말을 마치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여휘조를 보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여 사위, 오늘 나를 위해 일 처리 좀 해야겠어. 진숙영이 만약 꿇지 않는다면 손씨 그룹을 망하게 만들자고!"여휘조는 헤헤하고 냉소를 지은 뒤 또 게슴츠레하게 손가을을 훑어보았고 음흉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손가을과 비겼을 때 그의 아내 고연민은 기껏해야 볼만한 정도고 손가을의 반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염구준 씨, 우리 장모님이 이미 말씀하셨으니 죄송하게 됐네요!"여휘조는 비꼬는 듯 입을 열었고 바
다섯 명의 젊은 남자는 캐주얼 정장을 입고 있거나 경마복을 입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골프채를 들고 기내 입구에서 빠르게 걸어 나왔다.염구준의 문자를 받은 후 그들은 옷도 갈아입을 겨를 없이 앞다투어 온 것이 분명했다!"다 왔네."다섯 사람 중 당씨 가문 당풍은 방금 착지한 네 명의 친구들을 보며 전례 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염 전주님이 부르셨지만 절대 염 전주의 정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 얼마 전 염 전주와 만나 적 있는데, 밖에서는 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된다고 하셨어."다른 네 명의 도련님은 서로 시선을 마주쳤고 상대의 눈에서 신중함을 보았다.마음이 무겁고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용하의 5대 명문은 지위가 아주 높아 국대 최정상급 지위의 권력을 대표하고 있으며 지존 용주라고 해도 그들의 체면을 신경 써야 한다.그러나 전설의 전신전 전주는 지존 용주와 같은 지위를 갖고 있는 최상의 존재이기에 5대 명문가여도 앞다투어 비위를 맞추어야 한다.보통 사람들은 청해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졌는지 상상조차 못 할 것이다!"가자!"당풍은 손을 들어 흔들었고 네 명의 도련님과 함께 옥상 계단을 따라 꼭대기 층 연회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그와 동시, 꼭대기 층 연회장.한 무리의 동창들은 소곤대며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들은 가끔 고개를 돌려 왕연과 진숙영을 보았고 얼굴의 긴장감이 더욱 짙어졌다.여휘조가 준 마지막 삼십분이 곧 다가왔다!"10, 9, 8, 7..."여휘조는 핸드폰을 들고 액정에 뜬 카운트다운을 보았고 시선은 진숙영과 염구준의 얼굴을 힐긋 스쳐 지났다. 그는 점점 올라가는 입꼬리로 말했다."진 아주머니, 정말 죄송하지만, 병신 사위가 별로 능력이 없나 봅니다! 지금 마침 30분이 되었는데 도련님 중 한 분도 오질 않았어요. 저희가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위분이 능력이 없는 겁니다!"여휘조의 곁에 앉은 왕연은 오만한 표정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