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시 교외, 폐기 주유소. “자폭했어. 두 명의 호법자와 20명의 흑풍위가 단체로 자폭했으니 염구준이 죽은 게 확실해.” 주호연은 주유소 입구에 서서 하늘을 찌를 듯한 핏빛 버섯구름을 바라보며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염구준이 죽었으니 임무 완성한 거야.’ 흑풍존조의 계획에 따르면 이번 4대 기습은 서로 얽혀 있어 그 어떤 빈틈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최고의 전신이라고 해도 이런 기습에 절대 무사할 수 없었다. 이때! “주호연.” 너무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주호연의 귓가에 들려왔다. “넌 내가 이미 불바다에서 흑풍존주의 기습에 의해 철저히 격살된 줄 알았지? 그런데 어떡하냐? 널 실망시킬 것 같은데.” “염…… 염구준?” 주호연은 온몸이 경직되고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앞에 나타난 남자를 보고 눈동자가 수축되었다. ‘염구준, 정말 염구준이야. 그런데 저 자식 죽지 않았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 존주의 계획에 따르면 염구준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데, 방금 두 명의 흑풍 호법자와 20명의 흑풍위가 자폭해서 계획이 순조롭게 준행되었는데 저 자식은 왜 죽지 않은 거야?’ “이 세상에는 네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아.” 염구준은 천천히 주호연의 앞으로 걸어가 그의 두 눈을 주시하면서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무관심하게 입을 열었다. “대서북은 광산이 풍부해서 용하국 군부의 자원, 그리고 민계민생과 상관이 있지. 그래서 용하국은 안정적인 대서북이 필요하고 이곳에 있는 흑풍 조직의 세력을 반드시 철저히 제거해야 해.” “그래서… 넌 죽을 수밖에 없어.” 말을 마친 염구준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오른손을 들어 주호연을 향해 주먹을 쥐자 쾅하는 소리와 함께 주호연의 체내에는 미세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심맥이 순식간에 끊어지고 생명의 기운이 급속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놀란 표정은 굳어졌고 무릎이 나른해져 힘없이 염구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숨을 졌다. 그렇게 흑풍존주가 대서북에 심은 마지막 조
이때, ‘휙’하는 미묘한 소리가 울리더니 한 갈래의 희미한 그림자가 우씨 별장밖의 개인도로 앞에 나타났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염구준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보기엔 빠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그는 마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무형의 기류를 밟은 것처럼 소리 없이 우씨 가문의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염… 염 보스!” 우원도는 온몸을 떨며 ‘염전주’라고 부를 뻔했는데 바로 말을 바꾸어 우씨 가문의 사람들과 경호원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가 맞이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저쪽에서 폭발한 건…….” “주호연은 이미 처형당했어.” 염구준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부터 서북광업동맹은 우씨 가문에서 계속 책임진다. 항도광산을 포함한 모든 광업회사 역시 우씨 가문이 전적으로 책임져.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런 용기가 있느냐가 문제였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대서북의 광산자원은 엄청 풍부했다. 100여 개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광부 총수량이 200만 명이 넘었는데, 이는 천만명에 달하는 백성들의 생계와 관련되었다. 광업동맹의 총 맹주라는 직위가 보기에는 멋있지만 사실은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직위였다. “할 수 있습니다.” 우원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우경이 선뜻 나서 격분된 얼굴로 말했다. “염 보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우씨 가문의 영광입니다. 걱정 마세요, 저희 우씨 가문에서 반드시 몸과 마음을 다해 광부의 이익을 수호하고 대서북의 안정을 수호할 것입니다.” 염구준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결과였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우경을 깊이 바라보다가 눈을 돌려 먼 곳에 있는 평정시를 바라보며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우씨가문이 북방의 정씨 가문에 의탁을 했고, 정씨 가문은 이미 염구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러니 대서북을 우씨 가문에게 넘겼으니 이쪽의 일은 드디어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평정시에 있는 손가을은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손가을은 얼굴을 붉히더니 수줍은 말투로 말했다. “엄마,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쑥스럽게. 구준 씨가 돌아오면 상의해 볼게요. 아, 구준 씨 돌아왔어요.” 주호연이 죽고 대서북이 안정되었으니 염구준은 당연히 평정시로 돌아갔다. 그는 사무실 입구에 서서 수줍어하는 아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가을아, 통화하고 있어?” “응.” 손가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금 전의 일을 말했다. “엄마가 우리 보고 엄마의 동창회에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어때?” 그녀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모님께서 모처럼 요구를 제기했는데 당연히 만족시켜 드려야지. 게다가 서북의 광산은 이미 우씨 가문에게 권리를 넘겨주었기 때문에 계속 여기에 남아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장모님께 말씀드려.” 그는 앞으로 다가가 손가을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청해로 돌아가서 장모님과 함께 제경으로 가겠다고.” 이틀 후, 용두, 스프링 호텔. 용하국의 핵심도시로서 용두의 번화 정도는 생각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7성급 호텔만 해도 3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스프링 호텔이었다. 그야말로 럭셔리의 대명사였다. 이곳에선 가장 일반적인 방도 500만 이상이었다. 96층 꼭대기층의 고급 연회장의 가격은 더욱 놀라웠다. 게다가 그 고가의 가격은 숙박비일 뿐 음식은 포힘 되지 않았다. 왕연이 모임 장소를 여기로 선택한 목적은 모든 동창들에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자기는 항상 피라미드의 최고봉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왕연뿐만 아니라 다른 동창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동창회를 위해 많은 동창들이 거금을 들여 비싼 차를 임대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대출을 받아 명품을 구매했다. 아무래도 졸업한 지 30년 만에 처음 만나는 모임이라 아무도 학우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기 싫었다. “아이고, 동창. 우리 한 10년 만에 보는 거지? 너 어디에서 근무하고 있어?” “이숙분, 너 이숙분 맞지?
“데릴사위도 괜찮은데 말을 잘 들어야지. 아줌마가 잘 알아. 아내를 잘 만나면 10년은 적게 분투해도 된다는 거!” 그녀의 말을 들은 진숙영과 손가을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다. 외부인의 눈에는 염구준이 아내에게 빌붙어서 사는 데릴사위로 보일지 몰라도 그가 제대하고 돌아온 후부터 손씨 가문의 위기를 몇 번이나 해결했었다. 그리고 손씨 그룹을 설립해서 시가가 몇십조까지 달하게 한 것도 염구준이었다. 염구준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손씨 그룹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손가을은 왕연이 염구준을 저격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반박했다. “왕연 아주머니, 빌붙어서 산다는 말을 하니까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는데요…….” 그녀는 염구준의 팔짱을 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왕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시 아주머니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우리 엄마가 먹여주고 입혀주고, 아주머니 딸에게 일자리까지 마련해 주었는데. 당신들은 먹기만 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남자에게 의지해서 살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죠.” “지금 동창회를 열어서 이렇게 화려한 연회장에 초대한 건 당신의 딸이 부자에게 빌붙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건가요? 사람은 옷발이라더니 오늘 정말 화려하게 차려입으셨네요.” ‘너…….’ 왕연은 안색이 흐려지더니 곧 욕을 퍼부으려고 했다. 손가을의 말이 맞았다. 왕연은 돈이 좀 있는 중년사장과 재혼을 했지만 작은 도시에서 채소를 파는 사람이라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기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딸은 진정한 명문가로 시집갔다. 용두에서도 어느 정도의 권리를 가지고 있어 왕연 모녀는 사위에게 의지해서 용두에서 꽤 잘 생활하는 편이었다. “가을아, 너 버릇없이 그게 무슨 말투야?” 왕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진숙영은 능청스럽게 한 마디 꾸짖고 왕연의 손을 잡고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왕연아, 우리가 그래도 친구인데 애들은 좀 봐줘.” “하지만 너 방금 잘못 말했어. 우리 구준이는 쓸모없는 병신이 아니라 북방 염씨…….” “장모님.”이때 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왕연은 여휘조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염구준을 가리키며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 “사위야, 너 저 녀석에게 알려줘. 네가 엄마 말을 듣는지. 네가 네 입으로 저 녀석에게 말해. 여씨 가문 앞에선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때려죽여도 아무도 찍소리 못한다고.” ‘장모님이 화난 건가?’ 여휘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진숙영을 훑어보다가 염구준과 손가을을 훑어보더니 눈앞이 밝아졌다. ‘너무 예쁘다.’ 그는 왕연이 학교에 다닐 때 진숙영이 반에서 가장 예뻤다고 들었다. 하지만 진숙영의 딸이 이렇게 예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눈앞의 손가을은 왕연의 딸보다 훨씬 예뻤다. 명품을 입진 않았지만 행동에 고귀함이 드러났다. 가문이나 용모나 손가을은 고연민보다 훨씬 뛰어났다. “내가 당연히 엄마 말을 듣죠.” 여휘조는 가슴을 펴고 계속 말했다. “개뿔도 없는 데릴사위가 어떻게 우리 여씨 가문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용두에서 우리 여씨 가문의 보석을 못 들어본 사람 있어요?” “손씨 가문의 아가씨가 이렇게 예쁜데 저런 벙신에게 시집을 갔다니, 정말 아쉽군요. 손씨 가문이 요즘 잘 나간다고 들었는데 우리 여씨 가문과 합작할 의향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손씨 가문은 건강식품을 만들고, 여씨 가문은 보석을 만드니 합작할 공간은 있지 않나요?” 이건 그의 속셈이었다. 손씨 그룹과 합작관계를 맺으면 손가을과 접촉할 기회가 적지 않을 테니까 그때 기회를 봐서 유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합작은 됐어요.” 손가을은 염구준의 팔짱을 끼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보석과 건강식품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그러니 그쪽 호의는 사양할게요.” “그리고, 방금 제 남편보고 병신이라고 했나요? 당장 사과하세요.” ‘사과?’여휘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하려고 하자 갑자기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아이고, 여긴 웬일이야? 왜 또 싸우는 거야?” 방금 여기에서 발생한 일들은 모든 동창들이 보고 있었다. 그들은 여휘조와 왕연에게 잘 보이려고 온갖 아부
손가을의 아름다운 얼굴이 굳어지더니 화를 참지 못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엄마의 동창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권세에 빌붙어 사람을 모함할 수 있어?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왕연에게 아부를 떨기 위해 도리도 따지지 않다니.’ “그만해!” 이쯤 되니 진숙영의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참지 못하고 왕연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왕연, 내가 동창들 앞에서 옛날 일을 꺼내지 않으니 정말 내가 잊은 줄 알아?” “우리 집이 잘 나갈 때 너 온종일 우리 집에 와서 너와 네 딸에게 일자리를 안배해 달라고 하고, 나한테 빌붙어 살아도 나는 널 원망한 적 없었어. 그때 손씨 어르신에게 쫓겨났을 때 나한테 만원도 빌려주지 않고 비겁하게 손태진과 결탁해서 우리를 해치더니, 이젠 여씨 가문에 빌붙어서 동창들에게 아부를 받으며 내 딸과 사위를 모욕해?” “우리 손씨 가문이 만만한 줄 알아? 지금의 손씨 가문도 총자산이 몇십 조나 되고, 제품이 전 세계 50여 나라에 판매되고 있어, 여씨 가문보다 못한 건 없다고.” 진숙영의 말이 끝나자 연회장이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더니 옛 동창들은 서로 쳐다보며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왕연과 거리를 벌렸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라 기껏해야 자산이 몇십 억 하는 작은 회사를 차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못한 사람들은 아직 중소기업에서 출근하며 2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생활한다. 그러니 용두 여씨 가문이든 청해 손씨 가문이든 그들이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느 누구를 건드려도 그들에겐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었다. “총자산이 몇십 조라고요? 정말 대단하군요.” 여휘조는 순식간에 태도를 변하는 사람들을 보고, 얼굴색이 굳어진 왕연을 보더니 냉소하며 말했다. “진 아주머니, 뭘 잘 모르나 본데, 여긴 청해가 아니라 용두예요.” “몇십 조 자산으로 청해 같은 작은 도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어도, 용두에서는 열 명 중에서 다섯 명은 모두 손씨 가문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실력을
염구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숙영과 그녀의 옛 동창들은 숨이 막혀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5대 명문가의 후계자를 만난다고?이것은 얼마나 영광스럽고 귀한 대우인가!자리에 모인 동창들은 대다수 일반인에 불과했고, 사회의 아래층에 속한 사람들이다. 잘나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연간 수입이 8~10억 원에 불과해 5대 명문가와는 완전히 두 개의 세계이다.얼마나 큰 기회가 있어야 이런 5대 명문가의 도련님을 만날 수 있을까?정말 5대 명문가의 도련님을 만날 수 있다면 평생 자랑하고 다녀도 과언이 아니다!"휘조야!"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왕연의 안색은 그래도 많이 침착했다. 그녀는 차갑게 염구준을 흘겨보고 오만한 눈빛으로 말했다."한 도련님은 너랑 친한 친구잖니. 지금 당장 한 도련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 도련님과 다른 네 명의 도련님들도 다들 한 번 볼 수 있게 오라 그래. 이참에 다들 알아야지, 내 사위는 쓸모없는 다른 집 데릴사위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다른 사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말에는 다른 뜻이 담겨 있다!비록 누구라고 가리키지는 않았지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녀가 말한 ‘쓸모없는 데릴 사위’는 분명 이 건의를 제기한 염구준이다!"..."여휘조는 머뭇거리며 말하지 않았고 안색이 빠르게 변했다. 그는 왕연에게 계속 눈짓을 했다.‘장모님, 지금 이 쓸모없는 녀석이랑 무슨 소란을 피우십니까? 절 난처하게 하려고 작정한건가요?’한 도련님이 어떤 신분인가?용하국 5대 명문가 중 하나인 정상급 지위의 도련님이다. 전 용하국의 최정상에 있으며 전 세계의 탑클래스 명문가들에도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 여 씨 집안이 비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오늘의 동창회를 위해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겨우 관계를 맺고 양춘호텔의 당직 지배인에게 꼭대기 층 연회장을 예약해 달라고 부탁했다.그리고 한 도련님에 대해서는...한 도련님에게 있어 명성이 자자한 여가 쥬얼리 샵은 기껏해야 보석을 파는 작은 가게일 뿐이고 거들떠볼
한 무리의 동창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다 진숙영을 보고 다시 왕연을 보며 어쩔 줄을 몰랐다. 어느 쪽을 돕기도 애매하니 그저 억지웃음을 지으며 미움을 사지 않으려 했다."구준 씨."지금 상황에 손가을조차도 참지 못하고 조금 불안했다. 그녀는 염구준의 소매를 가볍게 잡아당기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섯 분의 도련님을 청하는 거 자신 있어?"자신 있을까?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기만 하고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왕연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왕 아주머니, 방금 말하신 거 모두가 들었으니 잠시 후 발뺌하지 마세요. 다섯 분의 도련님이 오시면 바로 우리 장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하셔야 합니다! 약속 꼭 지키세요!"말을 마친 후 그는 바로 핸드폰을 꺼냈고 손가락으로 빠르게 스크린을 조작해 문자 하나를 편집해 단체로 전송했다.[스프링 호텔 꼭대기 층 연회장, 바로 도착하시길!] 수신인 - 당봉, 한진, 이생, 진지양, 왕윤!용하국 5대 명문가의 후계자!"어머, 누구한테 문자 보내는 거야?!"왕연은 차갑게 웃으며 염구준이 문자를 보낸 것을 보며 가소로운 듯 조롱했다."조금 이따 또 도련님들이 시간 없다고 다음번에 다시 모이자고 하려는 건 아니지? 내 앞에서 수작 부리지 마, 염구준. 그 정도 수작에 누가 속아 넘어가겠어? 솔직히 말하면 오늘 난 진숙영이랑 끝장을 봐야겠어! 도련님들이 오지 않으면 무슨 핑계가 있든 진숙영은 반드시 나한테 무릎 꿇고 큰절을 올려야 해!"말을 마치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여휘조를 보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여 사위, 오늘 나를 위해 일 처리 좀 해야겠어. 진숙영이 만약 꿇지 않는다면 손씨 그룹을 망하게 만들자고!"여휘조는 헤헤하고 냉소를 지은 뒤 또 게슴츠레하게 손가을을 훑어보았고 음흉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손가을과 비겼을 때 그의 아내 고연민은 기껏해야 볼만한 정도고 손가을의 반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염구준 씨, 우리 장모님이 이미 말씀하셨으니 죄송하게 됐네요!"여휘조는 비꼬는 듯 입을 열었고 바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