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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독매가 작은 손을 내밀며 알약 하나를 염구준에게 건넸다. 검은색에 무색무취의 초콜릿 같이 생긴 알약이었다.

염구준은 별 생각 없이 그것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속으로는 독이 퍼지지 않도록 충분히 진기를 풀어 두었다. 겨우 이까짓 걸로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는 독을 없애고 밖으로 배출했다.

이들은 독엔 능했지만, 경지가 낮아 염구준의 은밀한 움직임을 눈치챌 실력이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모두 염구준이 독에 당해 죽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그가 멀쩡한 모습으로 있자, 먼저 정신을 정신차린 심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괘, 괜찮은 겁니까?”

“아, 네. 괜찮은데요.”

염구준이 담담히 답했다. 독을 섭취한 사람 치고 너무나도 멀쩡한 호흡과 안색, 그리고 의식, 심판은 믿기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이 독은 내가 아니면 해독할 수 없는데….”

이 독의 비밀은 오직 그녀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멀쩡하다니, 독매는 믿기지 않았다.

“너무 실망하지 마, 꼬마 아가씨. 너의 실력은 꽤 출중하니까.”

염구준이 격려의 말을 건넸다. 그는 승패에 딱히 관심 없었다. 그저 소란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뿐이었다.

“잠깐만, 난 아직 끝나지 않았어. 더 강한 독이 있으니, 다시 도전해라!”

독매가 그를 붙잡으며 억지부리기 시작했다.

“그럼, 내놔 봐.”

그렇게 염구준은 또 다시 독을 섭취했고, 이번에도 이변 없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젠 됐지?”

염구준이 다시 멀뚱멀뚱한 얼굴로 물었다.

그를 조롱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독 하나를 해독하는 것은 그래도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염구준은 독에 또 독을 복용한 셈이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독매가 울먹이며 소매로 눈가를 비볐다.

마치 어린 아이가 게임에 져서 어리광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더 도전하실 분 계신가요?”

심판이 군중을 향해 물었다.

사람들은 꼿꼿이 서 있는 염구준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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