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 남자 정체가 대체 뭐야?염구준은 온통 수수께끼였다. 매번마다 그의 신비한 면모를 알아냈다 하면 또 다른 비밀이 숨겨 있었다. 어쨌든 내 남편인 이상 따지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구준.”손가을이 검정색 카드를 받아 쥐고 딸을 꼭 껴안았다.문득 뭔가 떠올랐다.“아, 희주가 납치당해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걱정하고 계셔. 우리 얼른 집에 가자!”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염희주를 받아 안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집에 가자!포르쉐 한 대가 청해호텔에서 나와 시내 도로를 번개처럼 질주했다.조수석에 앉은 손가을은 쌕쌕 잠든 꼬맹이를 안고 오늘 저녁에 겪었던 소름 돋는 장면을 회상했다. 매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지이잉.갑자기 염구준 호주머니 안에서 휴대폰 진동소리가 울렸다.진동소리가 그치지 않고 계속 울렸다.“용준영?”휴대폰 액정을 확인하던 염구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전화를 받지 않고 계속 달려 주택 단지 입구에 멈춰 섰다.“가을, 금방 갔다 올게.”손가을은 따지지 않고 꼬맹이를 안은 채 차에서 내렸다.“알았어. 난 먼저 들어가서 부모님한테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안심하라고 전할게. 구준, 오늘 저녁 올 때까지 기다릴게.”손가을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돌아섰다.그 모습에 염구준의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졌다. 손가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다 포르쉐를 몰고 용씨 저택으로 항했다.…대략 20분만에 도착했다.“보스!”용씨 별장 거실에서 용준영이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초조하게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보스가 분부한대로 몇몇 형님들에게 지하 산업을 헐값에 매각했는데 청산한 이후로 그 형님들이 큰 타격을 입었어요. 저는 무탈하지만 형님들이 아마 내가 덫을 놓았다고 생각할 거예요.”염구준이 담담하게 웃었다.지하 세계에서 서로 물어 뜯는 건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특이하니 불쌍한 개미들만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되었다.“보스. 그자들이 이미 움직였어요. 오
지하 절반 세력은커녕 염 보스가 뒤를 봐준다면 전체 지하 세력을 손에 넣는 건 일도 아니다.그러니 전혀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염구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그도 나름 자신만의 계획이 있었다.청해는 아주 중요했다!지리적 위치로 볼 때 청해는 용국 해안선 핵심지대에 위치하여 국제 교류의 중요한 연결 고리 작용을 할 수 있다.비록 지리적 우세로 거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그동안 역겨운 파리들이 해외에서 날아오는 바람에 숨겨진 위협을 전부 제거해야 청해의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고 용국의 GJ 전신으로서 은퇴해도 백전백승의 국지동량이 될 수 있었다.이번에야말로 오랫동안 잠잠했던 청해를 발칵 뒤집을 계획이다.…청해 외곽 동산클럽.유구한 역사를 가진 이 클럽은 시중심에 위치한 일반 나이트클럽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왜냐면 명·청 시대의 고대 건축물로서 나중에 한 보스가 경매로 사들여 새롭게 보수했기 때문이다. 낮엔 관광객들을 받고 밤엔 청해시 지하 보스들이 만나는 비밀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이 순간, 최고급 VIP룸에 몇몇 보스들이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한 스님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이 스님은 머리에 6개 계파가 있었지만 자상한 부처님 상이 아닌 포악한 기운을 뿜었다.관자놀이가 툭 튀어나온 걸 봐도 내공이 강한 고수임이 틀림없다.“황호 시주님. 이번에 2억을 원합니다.”스님이 술 한 잔을 마시더니 옆에 앉은 한 보스를 보며 싱긋 웃었다.“돈만 있다면 다른 건 문제없습니다.”‘황호’라 부르는 보스가 손가락을 탁 튕기자 뒤에 선 부하가 검정색 상자를 들고 나왔다.“이 상자에 1억 계약금이 있습니다. 일이 성사되면 나머지를 보충해 드리지요.”황호는 상자를 스님 앞으로 내밀며 사악한 표정으로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다.“일호 대사님, 용준영이 곧 도착합니다. 이번엔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자가 부하들을 얼마나 데리고 오든 전부 쓰러트려야 합니다.”스님 ‘일호’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용준영? 오늘 넌 죽었다
황호가 용준영 뒤를 몇 번이나 곁눈질했다. 누구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다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용 대표, 내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건가? 혼자 오다니 배짱이 두둑한데? 어리석긴!”“하하하하!”현장에 모인 보스들이 어리석은 놈을 본 것처럼 미친듯이 웃었다.용준영은 태연하게 뢰인의 앞에 서서 방 안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먼저 스님, 그 다음 옆에 앉은 백인 외국 남자가 눈에 띄었다. 속으로 철렁했다. 이름은 모르지만 이 스님의 근육이 탄탄하고 피부가 매끄러운 것이 경희공을 익힌 것 같았다.외국 남자는 키가 적어도 190cm이고 아주 넓은 태권도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체격에 근육들이 불끈 튀어나왔다. 운동으로 몸 전체에 무시무시한 순발력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아니… 저들이 이런 고수들을 불러들였군요.”뢰인도 은근 걱정이 되었다.보스가 이길 수 있을까?이자들은 진정으로 무공을 익힌 최고 고수들이다!걱정스러운 뢰인보다 용준영이 훨씬 침착하게 대처했다. 황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황호,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무술 대회를 열어서 친목을 다진다고 했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덤벼!”“무술 대회로 친목을 다져? 웃기는 소리하네. 하하하!”황호가 싸늘하게 웃더니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일호 대사님! 얼른 저 녀석을 죽여버리세요!”일호의 눈이 날카롭게 뜨더니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 맹렬한 호랑이처럼 용준영을 향해 공격했다. 공격이 닿기 전에 황호는 이미 결과가 정해졌다 여기고 음흉하게 웃었다.일호 대사님이 나서면 용준영은 뼈도 추수리지 못할 거야!“누굴 죽여버린다고 했냐?”그 순간 밖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벌써 싸우는 거야? 좋다! 마침 흥미가 생겨서 몸 좀 써보고 싶었는데 잘 됐군. 한 명씩 덤빌 거냐 아니면 한 번에 공격할 거냐? 너희들이 정해. 내가 끝까지 놀아 줄게.”끝까지 놀아준다고?갑자기 나타난 염구준 때문에 보스뿐만 아니라 일호
황호가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미친듯이 웃더니 용준영을 가리키며 말했다.“용준영, 지원군이 겨우 한 명이야? 어디서 저런 선머슴을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 그만 허세 떨어!”황호의 안색이 어느새 싸늘해졌다.“용준영! 오늘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죽고 싶지 않으면 형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고 우리가 손해본 것을 전부 보상해라!”“만약 거절하면 이 형님이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나무라지 말아라. 뢰인도 좋고 저 선머슴도 좋고 이 자리에서 죽여줄 수도 있다.”용준영이 속으로 비웃었다.“뢰인!”뢰인을 부르며 호탕하게 웃었다.“지금 당장 명주 호텔에 연락해서 시그니처 메뉴를 전부 주문해. 이따가 돌아가서 축하주를 마셔야겠다!”“알겠습니다!”뢰인은 서슴지 않고 휴대폰을 거내 연락했다.“축하주를 마셔?”황호가 어리둥절했다.하지만 이내 배를 끌어안고 껄껄 웃었다.“용준영, 난 그래도 네가 진정한 사내라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멍청이구나!”순간 살기 등등한 표정을 지었다.“용준영! 감히 내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안하무인처럼 행동해? 관에 처박혀서 바다에 들어가야 정신을 차리고 포기하겠냐?”쏴아악!순간 보스들이 분노하며 용준영을 갈기갈기 찢어 씹어 먹을 기세로 노려봤다.“체면을 봐줘도 감사한 줄을 모르는구나! 원래 살 길을 주려고 했었는데 죽음을 자초하니 우리를 탓하지…”“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여태 침묵하던 염구준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늦은 시간이라 얼른 돌아가서 딸이랑 놀고 싶다고. 시간 낭비하지 말자! 누가 먼저 죽고 싶냐? 얼른 나와!”“하하하!”황호가 다시 염구준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죽고 싶어서 안달 난 애송이 새끼가!“일호 대사님 들으셨습니까? 누가 먼저 죽고 싶냐고 묻는데요?”“이제 보니 용 대표의 안목을 무시하면 안 되겠네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머저리를 찾아왔으니 대사님께서 저 녀석의 버릇을 잘 고쳐주십시오.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말입니다.”일호가 손목을 움직이며 준비 동작을 취했다.“시주님
염구준은 아주 쉽게 일호의 앞에 소리 없이 나타났고, 아무렇게나 오른쪽 손바닥을 들더니 일호의 몸을 가볍게 쳤다.그의 움직임은 보기에 느린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마치 움직이는 큰 산처럼, 또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파도처럼, 모든 것을 뒤덮을 정도의 힘을 지닌 채 일호의 앞에 단단히 부딪혔다.펑!!"악!"가슴을 후벼 파는 비명과 함께 일호의 두 팔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고, 몸은 뒤로 날아가 뒤쪽 벽에 세게 부딪히더니 벽에 붙은 채로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더니 눈을 뒤집으며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고요함.현장은 온통 적막감으로 뒤덮였다!두목들은 입을 크게 벌렸고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저분은 일호 스님이잖아!일호 스님은 지하 세계에서 유명한 무승, 블랙마켓 권투계에서 백전백승인 인물이다. 한 주먹으로 손쉽게 한 마리의 난폭한 소를 몰아 죽일 수 있을 정도이고, 특히 철포삼의 횡연 무술은 쇠파이프로 몸을 내려쳐도 솜방망이와 같았다.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일호 스님이 이 놈의 공격 하나도 못 막는다고?보아하니 이 녀석은 손바닥도 하늘하늘해서 전혀 힘이 없어 보이는데!"너무 약해."염구준은 다시 한번 사람들을 훑어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이런 한 주먹 거리도 안되는 사람은 내가 몸을 풀게 할 자격도 없어. 다음 누가 덤빌래? 더 이상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황호는 주먹을 꽉 쥐고 참을 수 없는 듯 치를 떨었다.고수!눈앞의 이 염 씨 청년은 틀림없이 진정한 고수이다!"너…… 나대지 마!"그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홱 돌려 옆에 있는 외국 남자를 쳐다보며 눈밑에 악랄함이 드리웠다."톰슨, 이제 네 능력을 보여줄 때야. 내가 천만 원을 줄게. 최선을 다해서 저 사람을 죽여!""톰슨"이라는 이름의 외국 백인 남자는 한국어에 능통해 보였고, 황호에게 "OK" 손짓을 하고는 어깨를 풀더니 몸을 갑자기 움직였다.타닥타닥!그의 체내 골격이 큰소리를 냈다. 그의 몸에서 기운이 솟구치자 입고 있던 무
"약해, 너무 약해."염구준은 머리를 저으며 룸의 가죽 소파에 앉아 황호 패거리를 향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또 있어? 계속 덤벼!"계, 계속?황호는 가슴이 내려앉으며 간이 콩알만 해졌다.눈앞에 있는 이 염 씨는 그냥 사람이 아니고, 홍황의 맹수이고 악마였다!한 손으로 무승 용호를 날리고, 한 다리로 마왕 톰슨을 폐인으로 만든다고?이게 무슨 실력인가?그야말로 사람이 아니었다!"보아하니, 아무도 덤빌 담이 없는 것 같군."염구준은 소파에 앉아 실망하며 고개를 저었다."원래 좀 서프라이즈가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개미 두 마리뿐이야, 황 사장, 내가 아직 끝까지 즐기지 못했는데, 보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보상?황호는 온몸을 떨며 천천히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돌려 용준영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보며 비참하게 웃었다.펑!그는 고개를 숙이고 두 무릎을 가지런히 땅에 떨구며, 염구준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목이 메어 말했다."황호가 졌습니다, 황호가.... 항복할게요!"툭툭툭툭툭!황호의 뒤로 한 무리의 두목들이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고, 아무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염...... 염 선생님, 우리가 항복할게요, 진심으로 항복합니다!""흥!"염구준은 소파에서 일어나 하찮은 개미 무리를 내려다보는 것 같이 사람들을 내려다봤다."너희들 같은 보잘것없는 놈들이 청해에서 풍파를 일으키려 해? 정말 가소롭군!""오늘 너희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내가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너희들이 자격이 없어서야!"말을 마친 그는 무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돌아서서 나갔다.용준영은 활짝 웃으며, 그 두목들을 한 명 한 명 훑어보고, 차갑게 몇 번 웃더니, 뢰인과 함께 서둘러 쫓아갔다.몇 분 후..."그, 그들이 갔어."바닥에서 황호는 목숨이라도 건진 듯 바르르 떨며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데, 손가락이 여전히 참을 수 없이 떨렸다."허, 허허, 나 황호가 이렇게 비참하게 질 줄
염구준은 돌아보지 않고 미소 지으며 한마디 한 뒤 더는 머물지 않고 몸을 돌려 포르쉐로 들어갔다.뒤에서 뢰인은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정신을 좀 차렸다. 그는 흥분되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염구준의 뒷모습을 향해 허리를 바닥까지 굽혀 인사했다."형님의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형님 멋있습니다!"옆에서 용준영이 뢰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의 일들은 정말 예상외로 순조로웠다…… 아니, 구준 형님의 실력이지, 정말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강했어!보아하니, 이전에 형님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북부 G.J 전신, "어디에도 적이 없다", 과연 아무렇게나 한 말이 아니었다!“준용 형님?”뢰인은 차 후미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포르쉐를 멀리 배웅하다가 갑자기 어리둥절했다. "어, 구준 형님이 가는 방향이 은빛 아파트 방향이 아닌데, 형님이…… 코너를 돌았어?"용준영은 포르쉐가 떠난 방향을 한 번 쳐다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저 방향은…….청해 양 씨 가문!지금 이 순간.청해 남쪽 교외, 양 씨네 별장은 손님과 친구들이 가득 모여 온통 즐거움이 넘쳤다!"오늘이 지나면 우리 꼬마 도련님은 여섯 살이 되니, 유치원 상급반으로 올라갈 수 있지!""자, 삼촌이 너에게 준 생일 선물 좀 봐, 현금 백만 원이야!""그리고 고모가 주는 거, 순금으로 만든 왕관이야. 꼬마 도련님이 모든 적을 물리치고 유치원을 제패하기를 바라……."손님들의 축하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자 양 할머니는 어린 손자 양소훈을 안고 넓은 구식 의자에 앉아 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기를 폈다!유치원 입구에서 진숙영에게 뺨을 한 대 맞은 이후로, 그녀는 화가 나서 이틀 동안 밥을 먹을 수 없었다.오늘 오후가 되자 장혁이 마침내 전화가 와서 염희주를 납치하여 염구준이 그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하고, 손가을 그 천한 년을 농락하려 했다.더 중요한 것은, 오늘은 보배 손자의 생일이니, 그야말로 겹경사라고 할 수 있다!"그 염
작은 손자를 안은 양 할머니의 늙은 얼굴에는 음흉함이 가득했다."좋아, 좋아, 일이 잘 해결되면, 인당 천만씩 줄게! 이제 나와 은빛 아파트로 가서 손 씨네 부부를 때려죽여 버리자! "슉슉슉!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위세를 부리며, 손에 든 무기를 들고, 줄줄이 별장 입구로 달려갔다.바로 이때.끼익!더할 나위 없이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별장 문밖에서 갑자기 울렸고, 빨간색 포르쉐가 입구 코너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타이어와 바닥이 마찰하여 자욱한 연기를 뿜으며 공공연히 대문 바로 앞을 막았다.“죽고 싶어 환장했어!”"빨리 꺼져, 여기는 양 씨 집안이야!""감히 양 씨 집안 문을 막다니, 이 자식, 너 죽고 싶은 거지!"악담이 쏟아지는 가운데 염구준은 냉랭한 얼굴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그의 눈빛은 경호원 무리를 지나쳐, 바로 거실 입구의 양 할머니의 얼굴로 향했다!"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양 할머니는 작은 손자를 데리고 막 거실을 나와 멀리 있던 염구준을 바라보고는 순간 얼굴에 흉악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신발이 닳도록 찾아도 안 보이더니, 이렇게 우연찮게 찾다니. 원래 은빛 아파트로 가서 너를 혼내려고 했는데, 결국 네가 제 발로 왔구나!"옆에서 몇 명의 귀부인들은 경멸하는 얼굴로 입을 틀어막고 까르르 웃었다."왜, 장 도련님한테서 도망쳐서 나왔어? 장 도련님에게 머리를 조아렸니? 네 마누라는 장 도련님에게 남겨졌어? 바람맞은 기분은 상쾌해? 장 도련님이 호텔에서 어떻게 손가을 그 천한 년을 괴롭혔어? 빨리 우리에게 말해줘!”"모두들 내 말 들어봐. 내 추측으로는 틀림없이 장 도련님의 명령일 것이야. 노부인에게 머리를 조아려 사과하라고 한 거야!"비꼬는 말들에 양 할머니는 얼굴빛이 더욱 광기를 띠며 작은 손자를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어차피 장 도련님이 오라고 한 거라면, 왜 거기서 가만히 있어? 빨리 내게 무릎을 꿇어!”"네가 머리를 백 번 조아리고, 또 뺨을 백 번 때리면, 내가 지나간 일을 탓하
하지만 미녀와 마주친 남자들은 이대로 가만 있지 않고 휴대폰을 꺼냈다.“저기요. SNS 추가하죠. 저는 이성환이라고 해요. 바위성을 잘 알고 있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알려드릴게요.”“그러죠.”붉은 장미는 별 생각 없이 휴대폰을 건넸다.그냥 연락처를 주고받는 시늉만 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주제를 모르고 계속 말을 걸었다.“마술쇼 끝나면 야식 먹으러 갈까요?”참 고리타분한 수법이었다.야식을 먹으면서 술을 잔뜩 먹이고 다음 절차로 가려는 수작이었다.붉은 장미가 바로 거절해버렸다.“시간 없어요. 그리고 궁금한 거 물어봤을 뿐인데 쓸데없는 착각하지 마세요.”그녀는 염구준 쪽을 쳐다보며 일행이 있다는 눈치를 주었다.“괜찮아요. 다들 같이 가면 더 북적거리고 좋잖아요.”이성환은 말하면서 은근슬쩍 두 팔을 벌여 주작과 붉은 장미의 어깨를 감싸려고 했다.염구준을 포함한 남자는 아예 무시하면서 은근 텃세를 부렸다.그냥 몇 마디 물어봤을 뿐인데 이런 뻔뻔한 녀석을 만나다니 참 재수가 없었다.“내가 물어보라고 했으니까 내가 해결할게요.”퍽퍽!말이 끝나기 바쁘게 염구준은 이성환 일행을 기절시키고 밖으로 내쫓았다.옆에 관중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드디어 조용해졌다.“아, 역겨워.”주작이 짜증을 내며 툴툴거렸다.비록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방금 이성환이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렸을 것이다.그러고 보면 염구준이 목숨을 살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드디어 사회자가 간단하게 게스트와 심사위원을 소개하고 마술쇼 대회가 시작되었다.무대 위에서 대부분 대형 마술쇼를 펼쳤다.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 문제없다가 중간에 이르렀을 때 변고가 발생했다.현무가 최신 정보를 받자마자 염구준에게 보고했다.“주상, 저들이 움직였어요. 밖에서 사람을 납치하는 것도 모자라 주변까지 파괴하고 있어요.”할 일이 생기자 모두 염구준을 보며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를 보였다.“대놓고
주작은 말하는 동시에 한 줄기 기운을 던지면서 로브를 물리쳤다.이것은 경고에 불과했다.“맞아, 어제 이런 힘을 썼어. 비열해.”로브는 전혀 두렵지 않는지 끈질기게 들러붙었다.억지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염구준은 두통이 아파왔다.죽이기엔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어서 한 가지 질문만 했다.“그쪽 무술계 친구가 말해주지 않았어? 나 같은 무술인에게 시비를 걸지 말라고.”“그건…”깜짝 놀란 로브의 표정을 보니 아마 처음 듣는 것 같았다.무술계 친구라는 작자가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은 모양이다.윙!염구준이 한 줄기 기운으로 그를 제자리에 고정시키더니 앞으로 다가가며 한마디 했다.“사람이 성격이 난폭하면 안 돼. 다시 귀찮게 굴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진 않겠지만 적어도 다리는 부러트릴 수 있었다.“아아악!”로브는 억울함에 고함을 질렀다.아무리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마지막 남은 의식에서 상대방의 말이 옳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일행은 로브를 뒤로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좌석이 뒤쪽에 위치해 있어 출입하기 편리했다.염구준이 주도면밀하게 안배한 것이 느껴졌다.주작과 붉은 장미도 세심하게 간식까지 챙겨왔다.정말 마술쇼를 보러 온 사람들처럼 말이다.아직 마술쇼가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다.관중들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을 때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그 얘기 들었어? 이번 이벤트 상품이 돌이래. 너무 웃기지 않아?”“돌이라고? 모르는 소리. 그건 혈석이야. 원래 주인이 마술 실력이 대단한 걸 보면 마술사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아.”…두 남자가 주고받는 말에 염구준은 벌써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그가 옆을 보며 눈짓을 보냈다.“저기요. 혈석은 뭐예요? 설명해 줄 수 있어요?”“저도 듣고 싶어요.”주작과 붉은 장미가 뒤돌아 앉더니 미소를 지으며 남자들에게 물었다.예쁜 여자 둘이 질문하자 남자들은 홀린 듯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토로했다.“이 돌은 적혈석이라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염구준에게 쏠렸지만 다음 말은 없었다.“주상, 조금만 말씀해 주시죠.”주작이 궁금해서 물었다.“오늘 저녁 대형 마술쇼 대회가 있어. 우리 같이 보러 가자. 아주 특별한 상품이 있단다.”진지하게 말하는 염구준의 표정은 전혀 장난치는 것 같지 않았다.그 말에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싸우는 게 아니라 놀러가자고?’현무가 잠깐 뜸을 들이다 최신 소식을 말했다.“주상, 오늘 저녁 거록이 움직입니다. 우리가 지정한 목표물에 손을 댈 거 같습니다.”바위성 마술쇼 이벤트 기간에 명성을 듣고 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적합한 후임도 많을 것이다.“급하지 않아. 저들이 움직이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어부지리를 챙기는 거지.”염구준은 가슴을 펴면서 손을 저었다.지금 거록 조직은 분산되어서 상대하긴 조금 까다로웠다.얘기하는 사이에 요리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다들 맛있게 음식을 먹은 후, 일행은 바위성의 거리를 여유롭게 거닐면서 다양한 상품을 구경했다.어제 거록이 손해를 보았기에 오늘은 감시자들을 보내지 않았다.그렇게 걷다가 어느새 공연장에 도착했다.오늘 저녁 마술쇼 대회가 열리는 장소였다.이곳은 원래 축구장이었는데 나중에 축구팀이 해체되면서 극장으로 재건한 것이다.규모가 상당히 커서 수만 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었다.“가자. 검표 시작한다.”염구준이 입구를 가리키며 일행에게 말했다.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마술쇼를 보러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대장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저기요. 거기 서세요!”그때 귀에 거슬리는 고함소리가 들렸다.주작이 홱 돌아서서 노려보더니 입을 가로막고 피식 웃었다.“큭큭, 주상의 아들이 왔네요.”바로 로브였다.어제 참교육을 받았는데 오늘 또 시비 걸러 오다니 참 용감상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시끄러운 소동에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어제보다는 많지 않았다.‘아들?’멀리서 그 말을 들은 로브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는
“그립죠. 방금 꿈에서도 아들을 봐서 더욱 그립네요.”마거봉의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아들은 그의 보배이자 삶의 전부였다.거록은 상대방의 아픈 곳을 건드린 뒤 조건을 내세웠다.“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차마 그럴 수 없었어. 이렇게 하자. 바위성에 비밀 통로가 어디 있는지 말하면 사람을 풀어주겠다.”‘사람을 풀어줘?’마거봉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사색에 잠겼다.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지만 변고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다.그것도 마린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아마도 죽거나 누구에게 구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왜, 알려주기 싫어?”“그럴 리가요. 약속대로 존주님이 필요하시다면 비밀 통로 안내하겠습니다.”마거봉은 약점을 건드렸다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했다.비밀 통로는 마거봉과 마씨 가문의 유일한 카드이니 쉽게 꺼내면 안 되었다.“지금 당장 필요해. 말해 봐.”거록 존주가 기운을 폭발시키는 것을 보니 이 자리에서 손을 쓸 것 같았다.마거봉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존주님, 약속대로 내일 저녁에 안내할게요.”“죽고 싶으냐?”거록 존주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마거봉에게 돌진하더니 무릎을 꿇렸다.조금만 힘을 줘도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었다.“내… 내일 저녁에 반드시 말할게요. 바위성에서 저만 비밀 통로를 알고 있어요.”마거봉은 겨우 소리를 내어 말했다.지금 말하면 바로 죽고 시간을 끌면 살아남을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휴.”한참을 사색하던 거록 존주가 한숨을 내쉬더니 기운을 거둬들였다.“단독으로 가둬라. 내일 저녁 일을 마치면 비밀 통로를 안내해줄 것이다.”“네.”옆에 있던 두 부하가 마거봉을 양쪽으로 끌며 밖으로 나갔다.그때 뒤에서 거록 존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마거봉! 개수작을 부린다면 너의 가족을 전부 몰살할 거다.”“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 제발 가족들은 건드리지 말아 주십시오.”마거봉은 대꾸하지 않고 비굴하게 행동했다.본채 별장에 거록 존
계획대로 주작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염구준이 나타나자 그녀가 앞으로 다가갔다.“주상, 일이 잘 풀렸나 보네요.”“그래, 녀석을 청룡에게 맡겨서 잘 돌보라고 해.”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린을 내려놓고 얼굴에 물을 뿌렸다.차가운 기운에 화들짝 놀란 마린은 낯선 사람을 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서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우아아앙~! 집에 갈래요. 아빠 찾으러 갈래요.”“울지 마. 나야.”염구준은 인피가면을 벗고 원래 얼굴을 보여줬다.몇 년 전에 마씨 일가를 구해줬을 때 본 적이 있었다.“천신 아저씨!”그제야 마린은 활짝 웃으면서 와락 안겼다.아저씨라는 말에 조금은 억울해도 녀석에게 따지지 않았다.나이 차이가 얼마되지 않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대로 부르게 내버려두었다.“마린, 네 아빠가 잠시 할 일이 생겨서 나랑 같이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며칠 뒤에 돌아오자.”염구준이 타일렀다.“알았어요. 아저씨 말 들을게요.”마린은 어린 아이처럼 얌전하게 말을 잘 들었다.“그럼 이 누나랑 같이 가. 너를 보살펴줄 거야.”염구준이 앞을 가리켰다.“같이 가죠. 이모.”마린은 말하자마자 주작의 기분을 망쳐놓았다.“누나라고 불러!”주작은 이마를 찌푸리며 예민하게 굴었다.그녀의 모습에 마린은 몸을 움츠리고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주작은 마린을 데리고 떠났다.그렇게 오늘 저녁 작전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휴.”염구준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마린이 그의 말을 잘 따라주어서 다행이었다.하지만 마린의 성격으로 상황을 자세히 말하지 않으면 청룡이 꽤 애를 먹을 것 같았다.일을 마쳤으니 염구준은 호텔에 돌아가 쉬었다.나머지는 거록 존주가 알아서 지지든 볶든 내버려두었다.그의 추측이 맞다면 거록 존주는 바로 소식을 차단하고 마거봉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이다.마거봉이 어떻게 할지는 가기 전에 했던 말이 있으니 정확한 선택을 했으리라 믿는다.소식은 예상대로 빨리 퍼졌다
“시끄러워 죽겠네. 위에서 명령하지 않았다면 지금 널 죽였어.”남자는 악독하게 말하며 옆에 있는 그릇을 들어 바닥에 냅다 던졌다.언행을 보면 평소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등 나쁜 짓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그런데 이런 놈을 조식 코너에 안배하다니 호텔에서 직원을 뽑는 기준이 상당히 의심스러웠다.깜짝 놀란 마린은 숨을 죽여 흐느꼈다.타닥타닥!문 밖에서 일행의 걸음소리가 들렸다.바로 미행하던 사람들이었다.그들은 주방으로 들어오더니 바로 문을 잠갔다.“빨리 저놈을 납치하고 철수한다.”매니저가 재촉했다.거록 존주의 태도를 보면 혹시나 죽게 될까 봐 1초도 지체할 수 없었다.쿵!그때 염구준이 갑자기 나타나 한 줄기 기운으로 일행을 물리쳤다.목표를 확정했으니 더는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넌 뭐야? 왜 너를 본 기억이 없지?”그제야 매니저가 눈치를 채고 나지막하게 물었다.“어차피 죽을 놈들이 내가 누군지 알 필요 없어.”염구준은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어떤 정보는 숨길수록 상대방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이봐,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 그냥 가. 내가 못 본 걸로 할게.”매니저는 시간이 촉박하여 사람만 데려가고 싶었다.“그런 농담은 하나도 재미없어. 재주껏 덤벼 봐.”어렵게 녀석을 찾았는데 저들에게 타협할 가치도 없었다.“좋아. 괜히 끼어들다가 죽어도 날 탓하지 마.”매니저는 더는 설득하지 않고 몸에서 기운을 폭발시켰다.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였다.“내가 저놈을 잡고 있을 테니까 너희들은 저 녀석을 데려가.”“조심하세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쿵!위험을 감지한 매니저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주먹을 맞고 미끄러져 떨어졌다.주먹 한 방에 기절한 것이었다.“싸움하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콜록콜록! 개 자식, 습격했어? 비열한 새끼.”매니저는 연신 기침을 하더니 겨우 일어서서 염구준을 노려봤다.“이제부터 공격할 테니까 조심해.”염구준은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일합권법으로 상대
한편, 같은 시각에 호텔 밖에 있는 거록 조직의 감시원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포커를 치고 있었다. 염구준이 호텔에 들어간 뒤로 다시 나오지 않는 걸 본 그들은 오늘내로는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폭탄 카드 낼래?”“젠장, 한 게임에 폭탄 카드가 네 개나 나와? 너 꼼수 부렸지?”“재수 없네. 난 안 놀래!”바로 이때, 갑자기 이어폰에서 긴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모든 팀 주의! 몇 사람이 엄청난 속도로 호텔에서 뛰어나왔다. 추적해.”감시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급히 일어났지만, 이미 타겟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염구준의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은 최소 전신 위 경지의 강자들이었기에, 감시원들은 그들을 쫓아갈 재간이 없었다.“1팀, 타겟 놓침.”“2팀, 타겟 같은 인물 발견.”...각 팀에서 들려오는 보고는 하나같이 상황이 좋지 않았다.“쫓아!”현장의 총책임자는 화를 내며 소리 질렀으나 그도 사실 누구를 뒤쫓아야하는지는 몰랐다. 다만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에 감시원들은 인파 속으로 뛰어들어 무작정 타겟들을 찾아다녔지만,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그러나 호텔에서 뛰어나온 이들은 ‘친절하게’ 도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내 감시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그 다음 곧장 성 한 바퀴를 달린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30분 후, 거록 조직의 감시원들이 완전히 지쳐버린 뒤에야 염구준은 호텔에서 느긋하게 걸어나왔다. 주변에는 이제 감시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이는 그의 계획이 정식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했다. 이미 다른 모습으로 변장한 염구준은 재빠르게 호텔 입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젠장, 또 사라졌네!”“그러니까. 어떻게 사람이 귀신처럼 나타났다 사라질 수가 있어?”조용한 골목 한쪽에서는 감시팀 한 무리가 앉아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담배를 피우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슥.검은 그림자가 지나가며 한 명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피곤에 찌든 감시원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
예전에 전신전에서 염구준은 굉장히 엄격한 리더였다.부하들이 실수하면 반드시 벌하고, 잘해도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군 했으니까 말이다.‘야수의 군대’ 는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며칠 전에 전주님께서 남기신 옥패의 무학 필사본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어서 돌파한 겁니다.”현무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된지는 염구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잔소리하는 걸 잊지 않았다. “같은 반보천인이라도 그 실력이 천차만별이니까 이 경지에 올랐다고 해서 나태해져서는 안 돼.”특히 고대영이 전에 그에게 알려준 극한 반보천인에 대한 이야기는 그에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천인경은 그가 여러 번 도전했지만, 여전히 넘지 못한 벽이었다.이렇게 되면 현재 네 명의 전존들 중, 오직 주작만이 전신 위의 경지에 머물러 있는 셈이 되었다.그러나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그녀에겐 잡념이 너무 많았다. 오자마자 붉은 장미와 말다툼을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염치도 없지. 말해, 일부러 주상께 접근한 의도가 뭐야?”“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난 이미 약혼자가 있어!”붉은 장미는 지지 않고 손가락의 반지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그 반지는 꽤나 큰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었다.“흥, 나도 있어!”주작은 목걸이를 꺼내 보여주었는데, 그 위에 박힌 다이아몬드는 붉은 장미의 것보다 열 배는 컸다.“그래서? 넌 여전히 솔로잖아.”붉은 장미는 비웃으며 말했다.“나... 나는 내가 솔로인 게 자랑스러워! 그리고 내가 솔로든, 아니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이에 주작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진 채로 반박했다.‘머리 아파.’방 안의 다른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두 사람은 전생에 원수였는지 계속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겨, 매번 만날 때마다 말싸움을 하기 때문이었다. 전신 위의 강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두 사람은 평범한 여자처럼 사사건건
마거봉은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억지로 태연하게 말했다. “존주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했으니, 이제 그만 놓아주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 애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죽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그가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구는 걸 보면 약점이 잡힌 게 틀림없었다. “걱정 마. 네가 내 말만 잘 듣는다면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거니까.” 그러나 거록 존주는 인질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하지만...”이에 마거봉이 다시 말하려고 하자, 거록 존주가 바로 말을 끊었다. “그쯤해. 넌 네 일만 잘 하면 돼. 만약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전체 마씨 가문을 없애버릴 거니까, 명심하고.”보통 사람들은 누군가를 시켜먹을 때, 협박과 회유를 섞어 쓰지만, 거록 존주는 오직 협박하는 것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예.”마거봉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바로 물러났지만 속으로는 염구준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을 돌이켜보았다.한편 염구준은 이미 전에 전세 낸 호텔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호텔 주변에는 그가 배치한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뒤를 밟던 사람들도 더 이상 그를 감시하지 못했다.조용한 호텔방에 들어가자마자, 붉은 장미는 참지 못하고 자신이 추측한 걸 전부 털어놓았다. “마거봉이 이상해요. 그 주변 경호원들도 뭔가 수상하고요. 당신도 눈치챘죠?”그러나 염구준은 느긋하게 차를 우려내고 자리에 앉은 뒤,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은 거록 존주의 부하들입니다. 다만 거록 존주가 직접 왔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바위성에 오자마자 실세부터 잡은 걸 보면, 뭔가 큰일을 벌이려고 하는 게 분명합니다.”정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그도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아...”붉은 장미는 그의 말을 듣고나서 어느정도 깨달았으나 궁금한 점이 더 많아졌다.“그렇다면, 아까 우리가 그 경호원 넷을 처치하고 마거봉을 도와줬으면 됐잖아요?”언뜻 보기엔 그녀의 말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확한 결정처럼 보일 수 있었으나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