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렇게 날 믿는다면, 이제 그룹은 나한테 맡겨. 이 짧은 시간 동안, 그룹 꼴이 말이 아니야......”그녀는 온 얼굴이 눈물로 범벅된 채, 울음을 참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준 씨, 미안해!”염구준은 부드러운 얼굴로 가을을 바라봤다.아내 얼굴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고, 옅게 웃으며 말했다. “내 말 들어, 다 내려놓고, 누가 사직서를 내든 전부 다 승인해줘!”“진, 진짜 전부 다 승인해?”사무실 안, 몇몇 고위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돼, 안된단 말이야! 만약 직원들을 놓아주면, 회사는 안 돌아갈 거고, 우리 그룹은 완전 엉망진창이 될 거야!”염구준은 고위 관계자들을 둘러보고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세요!”기다려?뭘 기다리지? 그룹이 파산하는 걸 기다리라는 건가?몇몇 고위 관계자들은 의심스러운 얼굴이었고, 인사팀 매니저가 더더욱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 “어찌 됐든, 최소한 직원들은 지켜야죠, 만약......”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사무실 밖, 손가을의 수행비서가 가쁜 숨을 내쉬며 달려와 큰 소리로 외쳤다. “손 대표님, 가요, 빨리 가요! 청해 시 메인 은행의 허한 은행장님께서 아래층에 사람을 데리고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허, 허한?!손가을의 얼굴색이 갑자기 돌변했다.청해 시 메인 은행의 은행장과는 전화를 여러 번 해봤다. 관련 담당자는 그녀를 바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애초에 연락이 불가능했고, 이제는 허한이 직접 온 것이다.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 걸까?!“무슨 얘기한 거 없어? 설마...... 금융 제재?”손가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속으로 굳게 붙잡고 있던 것들이 거의 끊어지기 직전이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밤새 비가 내리고, 배에 구멍이 난 데에 태풍까지 만난 격이었다.만약 정말 금융 제재가 맞다면, 신규 손영 그룹도 더 이상 회생시킬 힘이 없어서 반드시 파산하고 말 거야!“제, 제재만은 안 돼!”여비서는 아직도 가쁜 숨을 몰
아니, 이건 정중한 게 아니다. 경외한다고 말하는 게 맞다!허한은 수많은 억만장자 재벌의 우두머리인 몸으로, 갖가지 방법으로 환심을 사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그런 그가 염구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고?!손가을은 빨간 입술을 삐죽거리며, 원망하는 눈빛으로 염구준을 흘겨보았다. 이 자식, 아까는 본인이랑은 상관이 없다고 했으면서!마침 휴대폰을 뒤적이던 염구준이 허한을 흘끗 쳐다보았다.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손을 흔들어 그더러 앉게 했다.허한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쓱 닦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그럼 앉겠습니다.”염구준은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허한을 한 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업무 얘기는 가을 씨가 전부 담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계시겠죠.”“네, 네!”허한은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며 황급히 손가을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가슴에 올리고 말했다. “가을 아가씨, 염 선생님께서 의중을 밝히셨으니, 그럼...... 저는, 신규 손영 그룹에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3년 이내 조건 없이 원하는 것이 있으시면 전부 들어드리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전부 다요!”“흡!”그룹의 관계자들은 너무 놀라 숨을 들이켜고, 눈알도 거의 튀어나올 듯했다.허한의 뒤에 서 있던 은행 직원들도 모두 눈만 크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귀를 못 믿는 눈치였다.무이자라…이게 어떻게 대출인가?이건 그냥 돈을 주는 것이 아닌가!“허 행장, 당, 당신......”손가을의 빨간 입술이 떨리고, 연약한 체구도 버티지 못하고 덜덜 떨리고 있었다.은행은 자선 기구가 아닌데, 이렇게 터무니없이 이런 큰 혜택을 줄 수는 없다. 허한...... 염구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구준의 능력은 정말 놀랍다.“가을 아가씨, 절대로 사양하지 마세요!”허한은 손가을의 입에서 나온 “당신”이라는 말에 놀라 고개를 여러 번 휘휘 저으며 말했다. “그냥 제 이름으로 부르시면 됩니다. 아
허한의 무리를 배웅하고, 손가을과 고위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꿈을 꾼 듯한 기분이었다.대박, 진짜 대박이다!그룹의 곧 파산할 것 같았지만, 갑자기 돌고 돌아 자금 문제가 해결되었다. 비록 그리 큰 숫자는 아니지만, 이건 첫 대출금이다.계약서상에 명백히 기재되어 있었다. 3년 이내 무제한 대출, 신규 손영 그룹은 더 큰 자금난이 생겨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허 행장...... 그는 염구준의 체면을 살리려 한 걸 거야!!“손 대표님, 저희는 우선 일하러 가겠습니다!”자금 문제가 해결되자, 고위 관리자들은 흥분해 시뻘게진 얼굴로 황급히 직원들의 월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특히 인사팀은 곧바로 염구준의 지시대로 진행했고, 사직서를 낸 몇몇 직원들은 바로 승인을 해주었다.사무실 안, 손가을과 염구준만 남겨졌다.“구준 씨, 정말 고마워.”손가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앞에 서 있는 남편을 보고 얼굴이 빨개져 말했다. “이번 일도 당신이 다 해결해 줬는데, 난 어떻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오늘 저녁에......”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얼굴이 더 빨개졌다.염구준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가을아, 너......”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갑자기 “윙윙” 진동 소리를 냈다. 전화가 온 것 같았다.“엄마?”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가 오는 화면을 보고 곧바로 전화를 받아 웃으며 말했다. “장모님, 회사 일 방금 끝났어요. 가을이랑 같이 집에 가려고......”“구준아, 큰일 났어!”은빛 아파트 집 거실은 이미 난장판이었고, 진숙영과 손태석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채로, 휴대폰을 들고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방금 우리 집에 마을의 장씨 집안 도련님 장혁이 쳐들어왔어! 그리고 손호민 그 새끼도 있어. 너랑 가을이를 같이 청해 호텔로 가게 만들라는데...... 희주를 데려갔어!”뭐?!사무실 안, 염구준이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났고 눈빛에 서
지금 이 꼬맹이를 인질로 잡아왔으니 네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희주야!”그때 로얄 스위트룸 밖 복도에서 고함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염구준이다!복도를 지나던 종업원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염구준과 초조하게 뒤 따라오는 손가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보세요, 선생님, 여사님. 이렇게…”“비켜!”염구준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두 손을 뻗어 몇몇 종업원들을 뚫고 스위트룸 앞에 다가와 발을 힘껏 날렸다.쾅!값비싼 합금방범문이 통째로 날아가고 그 충격에 문과 연결된 벽이 흔들리며 시멘트 조각과 모래 자갈들이 떨어지고 휜 철근까지 튀어나왔다.“이제 왔어?”장혁은 꼰 다리를 까닥거리며 문을 부수고 들어온 염구준과 뒤를 따른 손가을을 보며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감히 내 문을 부쉈어? 진짜 대단하다!”“강철! 시작해!”쓰윽!명령이 떨어지자 객실 구석에서 거대한 체구를 가진 경호원이 나타났다.강철은 한 손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염희주의 목덜미를 번쩍 들고 다른 손에 든 금속 비수를 염희주의 목에 겨누었다.조금만 힘을 줘도 바로 염희주의 식도를 벨 것 같았다.“너 엄청 대단하잖아? 더 해 봐!”장혁이 시가를 한 모금 빨고는 울부짖는 염희주를 가리켰다.그러더니 목을 빼 들고 자신의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염구준, 이리 와서 날 때려! 여기 함 빼려 봐! 네 주먹이 빠를지 아님 강철의 비수가 더 빠를지 보자고!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강철이 네 딸내미 목을 베어버릴 거야!”염구준은 초조한 손가을을 애써 뒤에 숨기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거실을 둘러봤다.객실 안이 한눈에 들어왔다.경호원 4명이 1미터 거리로 염희주를 둘러쌌고 자신과 경호원 사이는 5미터 떨어졌다. ‘5미터라…’오늘 전신전 전주의 진정한 실력을 똑똑히 보여줘야 했다.“염구준, 뭘 꾸물거려?”염구준이 객실을 둘러보는 사이 장혁도 입꼬리를 점점 치켜 올리며 그의 행동을 관찰했다.“왜 딸내미 구하고 싶어? 솔직히 말해 줄게. 내 경호원들 실력은 매우 뛰어나고
장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염구준과 눈물범벅이 된 손가을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안 꿇는다 이거지? 그래. 손호민, 밖에 종업원들 다 끌고 와.”다 보는 앞에서 염구준에게 모욕을 주면서 지난번에 당한 것을 되갚을 거다!그리고 종업원들 앞에서 청해 제일 미녀가 자신에게 치욕 당하는 꼴을 보여주면 남편인 염구준은 개처럼 장혁인 내 앞에 순순히 무릎을 꿇겠지!“들어와! 다 들어와!”손호민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복도에서 벌벌 떠는 종업원들을 전부 불러들였다.심지어 호텔 경호원까지 부른 탓에 수십 명 넘는 직원들이 겨우 스위트룸에 비집고 들어왔다.“손호민! 잘했어!”장혁이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봤다.“염구준, 이래도 안 꿇을 거야? 괜찮아, 셋 셀 때까지 꿇지 않으면 네 딸내미는 바로 죽음이야!”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장혁이 손가락 하나를 내리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하나!”“희주야…”손가을은 염구준 뒤에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장혁 빌어먹을 새끼! 어떻게 어린 아이를 인질로 삼아! 게다가 구준에게 무릎을 꿇리고 내게 잠자리까지 원하다니! 손호민, 넌 사촌 오빠란 인간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정말 인간들이 아니야!“둘!”소파에 기댄 장혁은 섬뜩하게 웃으며 두 번째 손가락을 내렸다.“곱게 말할 때 들어! 하하, 손가을! 이따가 나랑 즐기자고, 내가…”슈우웅!번개가 스쳐 지난 듯이 모호한 한 줄기 그림자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장혁이 입을 연 순간 염구준은 카펫과 대리석 바닥이 부서질 정도로 힘껏 내리 밟고 총탄알처럼 빠르게 강철의 앞으로 다가가 용의 기세로 두 주먹을 뻗었다.쿵!굉장한 소리와 함께 강철과 다른 경호원을 무찌른 가슴이 푹 패어 들어갔다. 그리고 맹렬하게 달려오는 기차 머리에 부딪친 것처럼 날아가더니 뒤에 선 경호원들까지 튕겨 나갔다.전광석화!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장혁의 경호원은 꼼짝도 못하고 염구준의 한 방에 기절해버렸다.“너… 너 이 새끼가…”장혁과 손호민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똑똑히 들어! 아이들 소꿉놀이 수준으로 나한테 덤비려 하지 마! 재벌가든 대단한 가문이든 내 앞에는 그저 하찮은 개미나 다름없으니까!”바닥에 엎드린 장혁은 등뼈가 부러질 듯한 고통에 처절하게 울부짖었다.“날 보내줘. 난 장씨 가문 도련님이야. 네가 날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으니 내가…”갑자기 말을 끊었다.염구준이 코웃음을 치며 발로 힘껏 내리 밟았기 때문이다.끄드득! 끄드득! 쿵!장혁의 두 팔과 두 다리, 사타구니 급소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아아악!!!”장혁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돼지 멱을 딴 소리를 지르더니 죽어버렸다.“어떻게 이럴 수가…”스위트룸에 들어온 종업원과 경호원들이 이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 사람이 바로 손 아가씨의 남편이자 손씨 그룹 경호 부장 염구준인가?저, 정말로 지독하고 강력하고 대단하구나!특히 몇몇 호텔 경호원들은 열광과 존경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사내 대장부란 어떤 것이냐?염구준, 염 선생 같은 분이 진짜 사내 대장부이지!“당신들이 있어서 내가 좀 수고를 덜겠군.”염구준은 염희주를 품에 꼭 안고 호텔 직원들에게 분부했다.“이 사람들 전부 쓰레기 통에 처넣으세요. 지금, 당장!”염구준의 말을 누가 감히 거역하겠는가?그 결과는 장혁이 몸소 직접 알려주었다.“서두르세요. 얼른요!”종업원들은 지체하지 않고 우르르 몰려와 장혁과 손호민 그리고 부하들을 죽은 개처럼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스위트룸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희주야.”손가을은 그제야 염구준의 옆에 다가와 염희주를 받아 안았다.“희주야,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이제 괜찮아. 아빠와 엄마가 구하러 왔어. 다시는 누구도 괴롭히지 않을 거야.”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손가을의 품에서 염희주는 목이 쉬도록 헐떡이며 울었다.이제 겨우 5살밖에 안 되는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끔찍한 경험이었다. 작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손가을의 품에서 한참을 울다 지쳐 잠들어버렸다.“구준.”손가을이 겨
이, 이 남자 정체가 대체 뭐야?염구준은 온통 수수께끼였다. 매번마다 그의 신비한 면모를 알아냈다 하면 또 다른 비밀이 숨겨 있었다. 어쨌든 내 남편인 이상 따지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구준.”손가을이 검정색 카드를 받아 쥐고 딸을 꼭 껴안았다.문득 뭔가 떠올랐다.“아, 희주가 납치당해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걱정하고 계셔. 우리 얼른 집에 가자!”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염희주를 받아 안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집에 가자!포르쉐 한 대가 청해호텔에서 나와 시내 도로를 번개처럼 질주했다.조수석에 앉은 손가을은 쌕쌕 잠든 꼬맹이를 안고 오늘 저녁에 겪었던 소름 돋는 장면을 회상했다. 매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지이잉.갑자기 염구준 호주머니 안에서 휴대폰 진동소리가 울렸다.진동소리가 그치지 않고 계속 울렸다.“용준영?”휴대폰 액정을 확인하던 염구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전화를 받지 않고 계속 달려 주택 단지 입구에 멈춰 섰다.“가을, 금방 갔다 올게.”손가을은 따지지 않고 꼬맹이를 안은 채 차에서 내렸다.“알았어. 난 먼저 들어가서 부모님한테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안심하라고 전할게. 구준, 오늘 저녁 올 때까지 기다릴게.”손가을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돌아섰다.그 모습에 염구준의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졌다. 손가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다 포르쉐를 몰고 용씨 저택으로 항했다.…대략 20분만에 도착했다.“보스!”용씨 별장 거실에서 용준영이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초조하게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보스가 분부한대로 몇몇 형님들에게 지하 산업을 헐값에 매각했는데 청산한 이후로 그 형님들이 큰 타격을 입었어요. 저는 무탈하지만 형님들이 아마 내가 덫을 놓았다고 생각할 거예요.”염구준이 담담하게 웃었다.지하 세계에서 서로 물어 뜯는 건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특이하니 불쌍한 개미들만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되었다.“보스. 그자들이 이미 움직였어요. 오
지하 절반 세력은커녕 염 보스가 뒤를 봐준다면 전체 지하 세력을 손에 넣는 건 일도 아니다.그러니 전혀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염구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그도 나름 자신만의 계획이 있었다.청해는 아주 중요했다!지리적 위치로 볼 때 청해는 용국 해안선 핵심지대에 위치하여 국제 교류의 중요한 연결 고리 작용을 할 수 있다.비록 지리적 우세로 거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그동안 역겨운 파리들이 해외에서 날아오는 바람에 숨겨진 위협을 전부 제거해야 청해의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고 용국의 GJ 전신으로서 은퇴해도 백전백승의 국지동량이 될 수 있었다.이번에야말로 오랫동안 잠잠했던 청해를 발칵 뒤집을 계획이다.…청해 외곽 동산클럽.유구한 역사를 가진 이 클럽은 시중심에 위치한 일반 나이트클럽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왜냐면 명·청 시대의 고대 건축물로서 나중에 한 보스가 경매로 사들여 새롭게 보수했기 때문이다. 낮엔 관광객들을 받고 밤엔 청해시 지하 보스들이 만나는 비밀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이 순간, 최고급 VIP룸에 몇몇 보스들이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한 스님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이 스님은 머리에 6개 계파가 있었지만 자상한 부처님 상이 아닌 포악한 기운을 뿜었다.관자놀이가 툭 튀어나온 걸 봐도 내공이 강한 고수임이 틀림없다.“황호 시주님. 이번에 2억을 원합니다.”스님이 술 한 잔을 마시더니 옆에 앉은 한 보스를 보며 싱긋 웃었다.“돈만 있다면 다른 건 문제없습니다.”‘황호’라 부르는 보스가 손가락을 탁 튕기자 뒤에 선 부하가 검정색 상자를 들고 나왔다.“이 상자에 1억 계약금이 있습니다. 일이 성사되면 나머지를 보충해 드리지요.”황호는 상자를 스님 앞으로 내밀며 사악한 표정으로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다.“일호 대사님, 용준영이 곧 도착합니다. 이번엔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자가 부하들을 얼마나 데리고 오든 전부 쓰러트려야 합니다.”스님 ‘일호’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용준영? 오늘 넌 죽었다
’해도 조각?’가주들은 염구준의 손에 든 두 개의 조각을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상기되었다.아들이 잡힌 데다 상대방이 해도의 비밀 즉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노신기 이 배신자!”주름이 가득한 세라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유동심연의 보물은 오로지 그녀의 주머니 속에 챙기려고 점을 찍어서 다른 사람이 노리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웃기시네요. 해도 조각은 내 몫인데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 아닌가요?”노신기는 오히려 당당하게 받아 쳤다.6대 세력은 원래 동맹 관계였는데 최근 몇몇 가문에서 각 방면으로 천기문을 억압했으니 노신기가 무엇을 하든 세라를 포함한 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어떡합니까.”레온 가주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보며 세라에게 물었다.대어당, 안설홍의 가주 그리고 몇몇 고위층의 자녀도 염구준의 손에 잡혀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뭘 어떡해요. 조각을 내줘야죠!”“저도 내놓겠습니다. 대가 끝어지면 조각을 가져도 소용없어요!”“저도 내놓겠습니다.”짧은 시간에 세라 외에 나머지 세 가문에서 조각을 내놓기로 합의했다.그중에서 캐틀린 가문의 자식만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그 얘기를 들은 노신기가 기뻐하며 염구준에게 말했다.“염 선생, 좋은 계략이네요.”하지만 그가 바란 것은 염구준이 네 가문을 멸망시켜 천기문의 적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염구준에게 요구할 자격이 없었다.“우리는…”스스슥!“감히 내 가문과 내 후손을 죽여? 오늘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레온 등 세 가주가 타협하려 할 때, 세라가 갑자기 장법을 펼치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나이를 먹어도 그녀의 무공 실력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지금 염구준이 세 가문의 자식을 죽인다면 가주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편에 선다고 생각하고 공격한 것이었다.“공격해!”“저놈을 죽여서 우리 아들을 구하자!”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가주는 태도를 바꾸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네 사람이 협공한다
세라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세 가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약화시킨 것이다.“그렇다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네요.”그 말을 믿은 가주들은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그때 레온 가주가 기회를 잡고 질문했다.“노신기와 아타 영감을 제거하면 조각 여섯 장을 전부 얻게 되는데 부인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해도와 관련된 귀한 보물은 여러 세대가 거쳐도 찾아내지 못했으니 벌써 마음이 급해졌다.“당연히 찾아내서 네 가문에서 평등하게 나눠야죠. 그때면 군대를 모집하여 우리의 패권을 손에 넣을 겁니다.”세라는 나이가 많아도 그녀의 욕망을 채우는 데 거침이 없었다.전에 스텔라성을 굴복시킨 것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우리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건배합시다!”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세 가주는 와인잔을 들며 미리 축하주를 마셨다.패권을 쥐면 모두의 우상이 되는데 누구도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큰일 났습니다. 노신기가 군사들을 이끌고 성 밖에 쳐들어왔습니다.”기쁨에 취해 있던 네 사람의 표정은 1분도 되지 않아서 싸늘하게 굳어져버렸다.“참 빨리도 왔네. 함께 나가서 보시죠.”세라는 와인잔을 놓고 지팡이를 짚으며 밖으로 나갔다.지금 그녀까지 합쳐서 반보천인 무술인이 네 명이나 모였으니 자신감이 넘쳤다.유일한 변수는 부하들이 아직도 염구준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캐틀린성 밖.염구준은 열 명을 거느리고 성 내에서 쓸어 나온 수백 명의 정예병과 대치하고 있었다.숫자로 보면 벌써 결과가 예상되겠지만 정작 싸운다면 반전이 일어날 것이다.“천기문 노신기가 세라 부인에게 알현을 청합니다!”노신기는 큰소리로 외치며 배첩장을 성문에 붙여버렸다.그는 용하 세력의 분파로서 항상 예의를 갖춰 대했다.“…”그런데 한참이나 지나도 누구도 배첩장을 가져가지 않았다.“저들이 예의를 무시하면 그냥 쳐들어가요.”쿵!염구준은 이미 검을 들어 강력한 기운을 끌어올리며 싸울 준비를 했다.오늘
젊은이들은 도시의 이미지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노신기가 염구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염 선생, 저들이 레온 가문과 대어당, 안설홍의 자식들입니다.”솔직히 그들도 노신기와 아는 사이었지만 지금 너무 취한 탓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하, 이런 우연이 있네요.”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외나무 다리에서 원수를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경우를 말한 것 같았다. 그때 한 젊은 남자가 휘청거리면서 발을 들어 염구준을 차려고 했다.“꺼지라고 했잖아!”쿵!그런데 젊은 남자는 발을 차기 전에 누군가에게 차여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감히 염 선생한테 무슨 무례입니까? 죽고 싶어요?”나서서 막은 사람이 그레이었다.“아…”차인 곳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에서 뒹굴던 젊은 남자는 갑자기 술을 깼는지 눈을 번쩍 떴다.반보천인이 가볍게 발차기를 날려도 고작 종사 실력으로 반박도 하지 못했다.방금 그레이에게 차여서 갈비뼈가 몇 대 부러진 것 같았다.나머지 두 젊은 남자도 정신을 차렸는지 건방지게 굴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았다.“노신기, 아타!”그제야 세 가문의 도련님들은 이미 적이 된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챘다.“잡아!”노신기는 무시하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오늘 목표는 아니었지만 일단 잡고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이거 놔. 지금 우리 가문이 캐틀린성에 있어. 우릴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천기문! 너희들 이젠 끝이야!”그런데 도련님들이 얌전히 협조하지 않았다.왜냐면 예전에 천기문은 그들 세력들 중에서 최하급에 속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아타와 노신기를 제외한 남은 가문이 동맹을 맺었으니 천기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시끄러우니까 기절시켜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모든 세력이 한 곳에 모였다면 이 참에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퍽퍽!노신기는 과감하게 나서서 그들을 잠시 기절시켰다.지금 그의 눈빛과 표정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제아무리 도도한 사람이라도 순해지기 마련이었다.“미안해, 널 지키지 못했어.”노대영의 목소리엔 자책이 가득 묻어났다.“흥.”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신기는 팔을 탁 뿌리치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리를 떴다.애지중지 키운 딸과 사랑하는 제자가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걸 영 달가워하지 않은듯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관심 없어서 위기를 넘긴 걸 보고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그는 더는 참지 못한 상대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앞으로 더 심해지겠지.’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캐틀린성에서.캐틀린 가문이 자리잡은 덕분에 이름을 얻게 된 이 도시는 산업의 절반 이상이 캐틀린 가문의 소유였다.이 몇년동안, 스텔라성의 도움으로 그들은 점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 도시 입구의 병력이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났으며 경비도 매우 삼엄했다.“통행증 내놔!”“오늘은 통행증 없이는 못 들어가!”입구에서 병사들은 엄격하게 사람들의 신원을 전부 하나하나 확인했다.이 도시는 이미 캐틀린 가문의 통제를 받고 있었는데, 이 점으로부터 그들의 권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전날의 작전이 실패한 것 때문에 세라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천기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비하고도 강한 염구준이 조금 경계되어서였다.“멈춰! 통행증을 보여라.”검문소 앞에서, 책임자는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손을 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못 들은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 했다. “여기 검문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는 놈들이 있다. 사살해!”책임자는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리며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탕! 탕!1분 남짓한 싸움 끝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부대가 전멸했다.이런 장면은 도시 곳곳의 검문소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대의 선두에는 염구준이 있
“살려주세요!”염구준이 연자갱을 반쯤 먹었을 무렵, 밖에서 방금 떠났던 노희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슉!이에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검집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식사를 얻어먹고 요청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 안에 아직 연잎의 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도움을 모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습격이다! 다들 일어나!”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 술이 덜 깬 채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천기문의 축하연 직후, 방어가 가장 느슨한 순간에 습격한 걸 보면 정말 시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 그 비명소리, 소문주님 아니야? 저쪽에서 들렸어!”누군가 외치자, 고수들이 일제히 심각한 표정으로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뭐가 어찌됐든, 노희연은 천기문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수백명이 함께 찾으면서 천기문의 대청도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입자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증발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사람들은 다시 한바퀴 찾아본 뒤, 출발점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흔적도 찾지 못해 그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기문 밖으로 나간다면 더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바로 이때,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헛수고 말아요. 그놈은 노희연 방에 숨어 있으니까요.”“염 선생님?”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노희연의 방으로 향했다.침입자가 숨은 곳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슉슉슉!천기문의 고위층들은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노희연을 인질로 잡고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겨룬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와 맞서고 있는 인물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오지 마! 움직이면 바로 죽일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또 수십 명이 모이자, 버럭 소리쳤다.“좋아, 움직이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진정해!”노신기가 대답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제지했다. 혹시나 범인의 심기를 건드릴
“하아... 원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너희 부자 중 하나를 반보천인으로 키워낼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그랬다면 우리 핏줄도 나락갈 일이 없을 테지.”“근데 이렇게 둘다 폐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니? 운명이 참 가혹해.”세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보다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아 보였다.그녀의 오랜 바람은, 이로써 완전히 끊겨버렸다.“어머니의 체면을 구겨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아무도 없자 한참 침묵하고 있던 포스가 입을 열었다.눈가에 맺힌 눈물은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무리 캐틀린 가문의 가주라고 해도, 그도 세라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자식일 뿐이었다.“할머니, 꼭 복수해줘요. 노희연을 꼭 뺏어오는 거 잊지 마세요. 그 여자랑 결혼할 거니까요.”그는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 노희연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평생 옆에다 잡아두고 괴롭힐 생각이었다.“좋아. 너희 바람은 내가 반드시 이루어주마.”“너희 상태가 나아지면, 다른 곳으로 보내주마. 돈 걱정없이 평생 편히 살 수 있도록 말이야.”세라는 자신의 계획을 말한 뒤, 판을 짜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반은세집안에서 무공을 잃은 사람은 살기 힘들었다.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만, 그녀가 죽는 순간, 포스와 코니는 권력다툼에서 죽게 될 게 분명했다.포스 부자 역시 그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었기에 더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조용히 세라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실력이 모든 걸 대표했다. 이제 아무 능력도 없는 그들은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거다.그렇게 거대한 다툼의 서막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열렸다.한편, 천기문에서.노신기는 정보를 얻자마자 바로 염구준에게 보고했다.“염 선생님, 주위의 세력들이 곧 전부 캐틀린성에 모인다고 합니다. 수장들도 전부 참석한답니다.”“알겠어요.”염구준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밤은 깊었지만 염구준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이번에 옥패에 관한 단서가 너무 적었다.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왜 자꾸 보시는 거예요?”염구준은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보는 걸 이미 한참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무표정하게 물었다.다 큰 성인 남자가 머뭇거리는 게 좀 거슬려서였다.“염 선생님, 왜 포스를 그냥 보내신 겁니까? 그 사람의 손엔 그 물건이 있는 데요.”노신기가 말하는 건 바로 유동심연에 관한 남은 지도였다.“안 급하니까요. 저는 전부 동시에 해결할 생각입니다.”염구준은 남은 지도를 잊은 게 아니라 판을 짜고 있는 것 뿐이었다. 괜히 먼저 놀래키면 좋지 않으니까 말이다.나머지 지도는 총 여섯 장으로, 한 장이라도 빠지면, 아무 쓸모가 없었다.만약 오늘 포스에게 있는 지도를 억지로 빼앗았더라면, 모두가 그가 지도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고, 그럼 스텔라성에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컸다.“오오! 과연 생각이 깊으십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상대방이 아까 포스를 놓아주었던 이유를 깨달은 노신기는 감탄하며, 엄지를 들어올렸다.이제서야 그는 염구준이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염 선생님, 아까 조언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맞아요, 오늘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천기문은 벌써 무너졌을 겁니다.”“이 술은 저희의 마음입니다. 받으시죠!”사람들은 몰려와서 염구준을 향해 감사인사를 하며 존경이 담긴 마음으로 술을 따랐다.“별말씀을요. 캐틀린 가문과의 일은 저 때문에 벌어졌는 걸요.”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한 뒤, 자연스럽게 술을 마셨다.지금 사근사근한 모습을 보면 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어대던 강자였다는 게 전혀 믿겨지지 않았다.강대한 캐틀린 가문의 가주의 무공을 두말없이 없애버리는 건 염구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축제 분위기인 천기문과는 달리, 캐틀린 가문의 사설 병원의 분위기는 매우 숨 막혔다.중환자실의 두 침대에는 각각 코니와 포스가 누워있었다.무공을 못 쓰게 된 두 부자는 전부 눈에 빛이 사라진 채로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지금 포스는 반보천인 두 명을 상대해야 했다. 승산 따위는 1도 없다는 거다.“쿨럭, 그만해...!”포스는 더 이상 염구준을 시험할 배짱이 없어 피를 토한 뒤 명령을 내렸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천기문이 큰 타격을 받고, 캐틀린 가문이 합당한 명분을 가진 이 타이밍이 바로 천기문을 삼길 절호의 기회였으나 갑자기 나타난 염구준이 모든 걸 다 망쳐서 다시 계획을 짜야만 했다.“가주를 보호하라!”정예들은 재빨리 뒤로 이동해 포스를 지키면서 주위를 경계했다.겉으로 보면 충성심이 넘쳐보이나, 그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그저 살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포스가 죽으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할 게 뻔하니까 말이다.“죽고 싶으면 계속 덤벼.”염구준은 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기운은 그의 감정처럼 요동쳤다.만약 포스가 정도를 모른다면 그도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X발, 가자!”포스는 염구준을 원망과 증오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그러나 욕을 하자마자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죽고 싶어?”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고는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포스를 향해 돌진했다.방금 전에 많이 봐줬는데도, 제게 욕을 내뱉은 상대방을 그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얼른 막아!”포스는 허겁지겁 명령을 내리며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주위의 사람들더러 염구준을 에워싸라고 했다.그는 거의 스무 명이 되는 전신과 전신위 경지의 강자들이라면 잠깐이나마 반보천인을 막는데는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포스는 명령을 내리고는 차마 더 머무르지 못하고 바로 밖으로 도망쳤다.어마어마한 살기에 심장이 떨려와서였다.쿵!!그러나 염구준의 일격에 거의 스무 명의 강자들이 합심하여 만든 방어선이 단숨에 깨졌으며, 여럿이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검결을 만들며 포스를 향해 공격했다.살기를 느낀 포스는 급히 몸을 돌려 막으면서 쇠망치를 날렸다.실력 차이가 너무 큰 지금으로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쾅!그러나 염구준
“그건...”노신기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아무리 그래도 모든 책임을 염구준에게 떠넘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표면적으로 보면 캐틀린 가문은 그들을 도와주러 온 셈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정당한 명분이 있었다.“그 사람은 제가 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불만 있어요?”염구준은 천기문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나서서 말했다. 이미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동심연에 관한 항해 지도 때문에 캐틀린 가문과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는 포스와 사이가 틀어져도 상관이 없었다.염구준이 불쑥 나서자 상대방이 이렇게 쿨하게 나설 줄은 몰랐던 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체 저희 아들이 뭘 잘못했길래 그렇게까지 한 거죠?”전에 집사에게 염구준이 매우 강하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그는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었다.솔직히 말하자면, 그도 누가 그랬는지는 알지만, 염구준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이걸 핑계 삼아 천기문을 삼키려고 했다.“그쪽 아들이 손버릇이 안 좋더군요. 그리고 제 물건을 훔친 것도 모자라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제가 당신을 대신해 교육까지 해줬는데, 싫습니까?”염구준은 간단하게 설명하며 상대방에게 다시 되물었다. 이건 포스의 체면을 깎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렇게 오만하다고?’천기문의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포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였다.‘남의 자식을 폐인으로 만들어 놓고, 불만있냐고 묻다니. 대단해.’그들이 생각했다.“너, 너무 오만하게 굴지마! 여긴 스텔라성의 영향권이니까!”완전히 화가 나버린 포스는 그동안의 가식은 전부 벗어던지고, 등 뒤의 거대한 권력을 앞세워 염구준을 압박하려 했다.이 지역에서, 스텔라성은 절대적인 왕이었다. 아무도 그곳을 거스를 수가 없다는 거다.그는 그의 협박이 통해서 상대방이 더 이상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는 염구준이 스텔라성 따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