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나 보군.”구씨 성 노인의 모욕적인 발언에 연규비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하지만 그녀가 직접 나서려던 그때 갑자기 정태웅이 끼어들었다.“저한테 맡기세요. 저 노인네 제가 대신 죽이고 오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친 뒤 앞으로 다가가 구씨 성 노인을 빤히 바라보았다.“노인네가 할 짓이 어지간히도 없나 보지? 대낮부터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야?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죽을 각오는 됐겠지?”정태웅은 금방이라도 공격하려는 듯 몸을 풀었다.구씨 성의 장로 역시 불같은 성격이라 정태웅이 다가오는 걸 보더니 금세 자세를 고치고 서서히 기운을 뿜어냈다.그때 남궁 세가 사람들 쪽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구씨, 이만 물러서게!”그 말에 구씨 성의 장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는 어르신과 눈이 마주쳐버렸다.“어르신, 하지만 이놈을...”“물러서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가!”여기서 더 말을 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기에 구씨 성의 장로는 기를 거두어들이고 뒤로 물러섰다.“남궁 세가의 늙은이 남궁원, 지휘사 님을 뵙습니다. 그간 무탈하셨는지요.”자신을 남궁원이라 소개한 이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정태웅이 지휘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한편 남궁원이라는 이름을 들은 정태웅은 노인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남궁원이라면 그 넷째 대장로?”남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네, 맞습니다.”“하, 당신들 남궁 세가 사람들이었어?”정태웅은 이제야 기억난다는 얼굴로 말했다.그의 옆에 있던 연규비와 백화궁의 여자들은 그들이 4대 세가 중 하나인 남궁 세가 라는 것을 듣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남궁 세가는 고대 무술 세가로 백화궁과는 감히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일가였다.“10개국 간의 전쟁 이후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지휘사 님은 여전히 멋있으십니다.”남궁원은 웃는 얼굴로 정태웅에게 말을 걸
정태웅은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이 눈앞에 있는 노인을 없애버리고 싶었다.그때 그의 마음을 알아챈 듯 남궁원이 서둘러 다시 입을 열었다.“지휘사 님이 저희 도련님과 의형제를 맺은 건 압니다. 하지만 도련님은 저희 가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이세요. 그러니 이 늙은이를 봐서라도 저희 도련님을 만나게 해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설득은 저희가 하겠습니다.”“꼬맹이 지금 여기 없어.”“네? 그러면 어디로 가셨는지요?”“지금 한창 우리 형님한테서 검술을 배우는 중이야.”정태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게 무슨, 누가 감히 우리 남궁 세가 검도 귀재 도련님에게 검술을 가르친답니까? 지휘사 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구씨 성의 장로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정태웅을 바라보았다.남궁원 뒤에 있던 남궁 세가 사람들 역시 기가 막힌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우리 남궁 세가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검도를 보유한 집안입니다. 그런데 그런 집안의 검도 귀재에게 검을 가르친다고요? 허 참, 말도 안 되는 소리를.”단호한 장로의 말에 정태웅이 물었다.“누가 꼬맹이한테 검술을 가르치고 있는지 알고 싶어?”“네, 어디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얼굴 한번 보고 싶네요.”구씨 장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에 정태웅은 재미있는 구경할 생각에 잔뜩 들떠서는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궁금하다면 내가 친히 데려가 주지. 미리 말하지만 이제 후회해도 늦었어.”“후회라뇨. 그럴 일 절대 없으니 안내해주시죠.”정태웅은 앞장서며 그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그가 정말 남궁 세가 사람들을 데리고 윤구주와 남궁 서준을 찾으러 가려 하자 바닥에 쓰러진 인해민이 연규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궁주님, 저들을 정말 이대로 보내주실 생각입니까?”그녀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잔뜩 묻어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분도 안 된 이 짧은 시간 동안 부상자가 너무나도 많이 생겼다.연규비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늘 저들은 무사히 돌아가지는 못할 거니까.”“네?
검기들이 빼곡하게 모여 하늘을 가리고 또 윤구주도 가렸다.검기들은 남궁서준의 행동에 맞춰 웅장한 소리를 내며 천지의 힘을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충분히 에너지를 모은 다음 바람을 가르며 그대로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108개의 검기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검이 만들어진 것을 보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역시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답네. 이렇게도 빠르게 천지의 힘까지 끌어당기다니. 신의 경지까지 머지않겠어!”윤구주는 오른손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거대한 소리와 함께 금색 방패막이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방패막이 나타남과 동시에 검기들이 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마치 비가 내리듯 검기들은 하나둘 금색 방패 위에 꽂혔다. 바닥에 꽂혀버린 검기들은 폭발음을 내며 사라져버렸다.연기가 천천히 가시고 중앙을 보니 거기에는 윤구주가 멀쩡한 얼굴로 서 있었다.남궁서준의 108개의 검기가 그의 손에 전부 막혀버린 것이다.자신의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은 것을 본 소년의 눈에는 희열과 흥분 그리고 존경심이 일렁거렸다.윤구주는 아직 하늘에 있는 소년을 향해 말했다.“꼬맹아, 네 공격은 확실히 대단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게 빠졌어.”“그게 뭔데요? 알려주세요, 형님”“너한테는 의가 없어.”“의요?”“그래, 사람을 죽이려는 마음인 살의, 너한테는 이게 없어. 네가 검을 뽑았을 때 사람을 죽이려는 기술은 충분했지만 살의는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어. 너는 나를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던 거야.”윤구주의 말에 남궁서준은 침묵했다.윤구주는 그의 형님이다.그런데 어떻게 형님에게 살의를 내비칠 수 있단 말인가.“꼬맹아, 잘 기억해. 살의는 네 마음에서 나오는 거야. 다음번에 검을 뽑을 때까지 한번 잘 터득해봐.”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으로 검결을 움직이며 소년을 가리켰다.“꼬맹아, 이 형님의 검은 어떤지 한번 봐줄래?”말이 끝나자마자 소년의 손에 있던 유용검이 바람을 가르며 곧바로 윤구주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윤구주는 머리 위에 있는 검을 잡더니
남궁서준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던 그때, 윤구주는 사람들의 기운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그는 그들이 다가오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누군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그 말에 남궁서준은 금세 경계태세를 갖추며 검을 잡았다.“기운으로 볼 때 남궁 세가 사람들이야.”윤구주는 시선을 내리고 소년을 바라보았다.“너 집에서 몰래 나온 거지?”남궁서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네.”“어쩐지. 상황을 보아하니 너 데리러 온 사람들인 것 같네.”그 말에 소년은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형님, 저 안 갈래요. 형님 곁에 계속 있고 싶어요!”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너는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고 화진 제일가는 천재야. 그런 네가 홀로 밖에서 이러고 있는데 너희 집안이 마음 놓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형님, 저는 그런 거 하나도 관심 없어요. 천재라느니 검도 귀재라느니 이런 수식어 저한테는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 저는 형님 옆에만 있으면 돼요!”남궁서준의 다급한 말에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그만 고집부리고 형 말 들어. 남궁 세가 사람들이 너 데리러 온 게 맞으면 알겠다 하고 이만 돌아가.”그 말에 소년의 눈가가 빨갛게 변해버렸다.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라 칭송받는 천재 소년이 윤구주의 옆에서 떨어지기 싫다는 이유로 눈물을 흘릴 줄을.남궁서준은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은 채로 말했다.“제가 가면 형님은 누가 지켜줘요. 그리고 제가 가면 섭섭하지 않으시겠어요?”“꼬맹아, 너 없다고 내가 갑자기 죽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그리고 이대로 다시는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남궁세준이 빨개진 눈으로 뭐라 하려는데 윤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형 말 들어. 네 검도는 남궁 세가의 검옥에서 수련을 해야만 해. 거기에 있는 검기가 너를 최고봉에 다다르게 할 거야. 나는 내 동생이 언젠가 화진의 제일 강한 검객이 되어 나타났으면 좋겠다.”“그럴게요! 딱 1
“도련님을 뵙습니다!”남궁서준은 그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정태웅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사람들은 왜 데리고 온 겁니까?”마치 남궁 세가 사람들의 얼굴은 보기도 싫었다는 양 원망과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정태웅은 억울한 얼굴로 대꾸했다.“왜 나한테 그래? 네 가족들이 멋대로 찾아온 거야.”소년은 그 말을 듣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시선을 돌렸다.그때 구씨 장로가 입을 열었다.“도련님, 집까지 모시겠습니다.”“집?”정태웅은 뭔가 생각난 듯 구씨 장로를 가리키며 말했다.“노인네, 잠깐 기다려!”그러고는 남궁서준을 향해 물었다.“꼬맹이, 너 여기서 뭐 했어?”“뭐하긴요. 검술을 배우는 중이었죠.”“하하하, 노인네, 들었지? 그 집 도련님이 여기서 검술을 배운다고 내가 그렇게 말해도 안 믿더니, 이제는 믿겠어?”정태웅은 구씨 장로를 향해 조롱 가득 섞인 얼굴로 말했다.그러자 심기가 언짢아진 장로가 혀를 찼다.“헛소리! 우리 남궁 세가의 검도는 세계 제일이며 도련님은 검도 귀재입니다. 그런 도련님을 가르친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하, 정말 못 들어주겠네. 남궁 세가가 대단한 건 알겠지만 세상은 넓고 당신들보다 대단한 사람은 많아. 정말 진심으로 자기들 검도가 세계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구씨 장로는 여전히 고고한 태도로 일관했다.“흥, 우리 도련님께 검술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남궁서준의 입에서 싸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방금 뭐라고 했지? 자격이 뭐가 어쩌고 어째?”“소인은 사실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남궁 세가의 검도 귀재이신 도련님에게 누가 감히 함부로 검술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장로의 말에 정태웅이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들었지? 저 노인네 아까부터 주제 파악도 못 하고 계속 너한테 검술을 가르쳐 줄 사람은 없다고 떠들어댔어. 아까는 백화궁에 있는 여자들에게 손도 댔고 말이야. 그리고 궁주님한테는 백화궁이 남자들 욕구나 풀어주는 곳이라는
“형님? 형님 누구?”남궁원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그러자 남궁서준이 차갑게 대답했다.“우리 형님 이름은 아무한테나 얘기해줄 수 없습니다.”그 말에 남궁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넷째 대장로인 자신이 아무나 인가?기가 막힌 듯 소년을 바라보니 그 소년은 다시 화제를 돌렸다.“그래서 정말 저를 막으시겠다고요?”그 말과 함께 남궁서준의 몸에서 살의가 흘러나왔다. 이 근방을 다 에워쌀 정도의 살의에 남궁원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민약 이대로 계속 막아섰다가는 이 15살 꼬맹이의 손에 자신이 먼저 죽을 것만 같았다.살의는 점점 더 짙어졌고 남궁 세가 사람들은 다리가 저절로 휘청거렸다.남궁원은 소년과 구씨 장로를 번갈아 보더니 어쩔 수 없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구씨, 미안하네. 나도 더는 안 되겠어.”“어르신!!”남궁원의 말에 구씨 장로는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입을 열어 마지막으로 빌어보고 싶었지만 남궁서준의 검이 더 빨랐다.쉬잉.날카로운 칼끝이 구씨 목에 닿자마자 빠르게 뼈와 살을 뚫고 나왔다. 구씨 장로의 머리는 허공에 잠깐 떠 있더니 이내 바닥으로 데구루루 굴러떨어졌다.남궁 세가의 내문 장로가 남궁서준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피가 흥건히 흘러나오는 머리를 본 정태웅은 신이 나서 달려가 발로 그 머리를 꾹꾹 밟으며 웃었다.“노인네, 이제야 좀 후회해? 하지만 늦었어, 하하하!”남궁원을 포함한 남궁 세가 사람들은 정태웅이 구씨 장로의 시체를 모욕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단칼에 구씨 장소를 베어버린 남궁서준은 그제야 유용검을 거두어들이며 정태웅에게 말했다.“이제 됐어요? 죽일 사람도 죽였으니 저는 이제 가볼게요.”“뭐? 간다고? 야 꼬맹이, 어딜 가?”정태웅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검옥으로 돌아갈 겁니다.”“진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네.”“저하는 어쩌고 이렇게 가겠다는 거야?”정태웅의 질문에 남궁서준은 빨개진 두 눈으로 외쳤다.“나라고 가고 싶어서 가는 줄 아세요? 형님이 나보
남궁 세가 사람들이 떠나간 후 정태웅의 뒤편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기척을 느낀 정태웅이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윤구주가 서 있었다.“저하, 줄곧 여기 계셨군요?”“그래.”윤구주는 짧게 대답한 후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남궁서준이 떠나간 곳을 바라보았다.“꼬맹이가 떠나서 많이 아쉬우신가 봐요?”정태웅은 그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아쉽지 않을 수 있겠어. 내 동생인데. 하지만 꼬맹이의 미래를 위해서 이대로 보내주는 게 맞아.”윤구주의 말에 정태웅은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꼬맹이를 위한 선택이셨군요.”윤구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화궁.윤구주는 정태웅과 함께 백화궁으로 돌아왔다.백화궁 입구에 막 도착해보니 거기에는 차량 여러 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경찰차도 보였다.이에 사람들 쪽을 바라보니 바로 앞에 암부 제36여단 여단장인 원건우와 서남 경찰서장인 육명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은 윤구주와 정태웅을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지휘사 님을 뵙습니다.”원건우는 윤구주의 정체를 아직 모르기에 정태웅에게만 인사를 올렸다.정태웅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두 사람을 의아하게 여기며 물었다.“여기는 왜 왔어? 특별한 일 없으면 찾아오지 말랬잖아.”원건우가 답했다.“중요한 보고가 들어와 이렇게 찾아왔습니다.”“뭔데, 빨리 얘기해.”정태웅이 귀찮은 얼굴로 물었다.원건우는 윤구주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외부인 앞에서는 얘기하기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 뜻을 눈치챈 정태웅이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뭐해, 말 안 하고. 그리고 옆은 왜 자꾸 힐끔거리는 건데? 얘기하기 싫으면 이만 돌아가. 나 피곤해.”그 말에 원건우는 서둘러 그를 붙잡았다.“아닙니다. 지금 당장 얘기하겠습니다. 크흠, 저희가 입수한 소식에 의하면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수십 명의 킬러가 서남지역에 발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 킬러들은 국제적으로도 악명이 높은 놈들이고요.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미
암부 지휘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국제킬러들을 막지 않고 그냥 들여보내는 걸까?원건우와 육명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정태웅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어 밖으로 나갔다. 서남 여단장과 육명진이 나가고 나서야 정태웅은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저하, 그 겁대가리 없는 놈들이 정말 온 것 같습니다.”윤구주는 백화궁으로 향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전부 다 올 때까지 기다려서 죽일 거야.”윤구주는 열 팀의 국제킬러들이 제 목숨을 노리는지도 모르고 태평하게 내일은 소채은과 쇼핑도 하며 맛있는 것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밤.대스타의 은설아의 방.탁시현의 일을 계기로 은설아는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그 대가가 지금 바로 치르는 건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치러야 할 것이었다.그래서 은설아는 연예계를 떠나고 싶었다.어차피 천음 엔터의 일로 공연과 활동도 전부 정지되어 이미 연예계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었으니 지금 은퇴한다 해도 아무도 저를 잡지 않을 것이다.“됐어!”“나 안 해! 은퇴할 거야! 이런 생활 이젠 지긋지긋해.”은퇴를 결심하자 은설아는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2년 동안 연예인을 한다고 그래도 돈을 꽤 모아놓은 데다 예쁜 미모까지 있으니 연예인을 안 해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마음의 짐을 덜어낸 은설아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욕조에 물을 받고는 그 위에 장미꽃 잎을 떨어트리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그렇게 온몸으로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으니 또 그놈의 윤구주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밤에 잠을 잘 때도 그러더니 젠장.“설마 내가 은인님을 좋아하나?”윤구주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져 은설아가 빨개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야!”“은인님은 이미 그렇게 예쁜 여자친구도 있는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내 맘엔 영웅님 말곤 다른 사람이 들어올 자리도 없어.”...어느 화려하기 그지없는 별
서울 황성.윤구주가 설국을 화진의 속국으로 만든 뒤로 황성은 아주 떠들썩했다.특히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매우 기쁘고 즐거웠다.이렇게 엄청난 공을 세운 사람이 다름 아닌 그녀가 좋아하는 윤구주였기 때문이다.그러나 현재 이홍연은 조금 답답했다.그녀는 윤구주가 얼른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설국 일을 처리하기 위해 화진을 떠난 지 일주일이 거의 다 돼가는데 윤구주는 여전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화진의 여섯째 공주인 이홍연은 그 때문에 흑여산맥에 연락까지 해봤다. 그러나 흑여산맥 쪽에서는 윤구주가 일찌감치 떠났다고 전했다.이러한 상황에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이 자식 대체 또 어디로 간 거야? 설마 또 여자 꼬시러 간 건가?”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결국 이홍연은 아버지를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었다.이내 이홍연은 금란 대전 밖에 도착하게 되었다.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 우상 육도진과 내시 총관 한진모가 금란 대전 밖에 서 있는 게 보였다.예전이었다면 육도진과 한진모는 아버지와 함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밖에 있었고 그 때문에 이홍연은 조금 의문이 들었다.“육도진 우상! 두 분 여기서 뭐 하세요?”이홍연은 그들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육도진과 한진모는 이홍연이 다가오는 걸 보고 미소 띤 얼굴로 그녀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공주님을 뵙습니다!”“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왜 아버지와 함께 안에 있지 않는 거예요?”이홍연이 물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지금 귀한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그래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육도진이 말했다.귀한 손님?그 말에 이홍연은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그녀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금란 대전 쪽을 바라보았다.“얼마나 귀한 손님이길래 두 분까지 밖으로 내보낸 거예요?”이홍연은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그녀의 앞에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화진의 우상이고 다른 한 명은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였다.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귀한 손님을 대
“태웅 형님, 무슨 상황이에요? 조금 전까지 즐겁게 술을 마시더니 왜 갑자기 가야 한다는 거예요?”공수이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서울에 문제가 생겼어. 이 바보야! 우리는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해!”정태웅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뭐?’그 말을 들은 공수이는 순간 술이 깼다.“서울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예요?”공수이는 잠깐 생각한 뒤 물었다.“아까 우리 형님께서 전화가 왔어. 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형님 일행을 죽이려고 했다고 말이야.”정태웅은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종문이라는 말에 공수이는 입을 비죽였다.“겨우 종문일 뿐이잖아요? 무서워할 것 없어요!”곤륜에서 몰래 빠져나온 공수이는 종문 따위 두렵지 않았다.그러나 정태웅은 달랐다.“수이야, 잊었어? 저하께서는 지금 서울에 계시지 않아. 지금 서울에는 우리 형님 일행만 있다고. 종문이 정말로 그들을 죽이려고 한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어?”정태웅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그 순간 공수이는 조금 깨달았다.정태웅의 말대로 윤구주는 지금 서울에 있지 않았고, 가장 강한 그도 서울에 없었다.서울에는 민규현, 천현수와 다른 몇 명의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만약 종문에서 그들을 공격한다면 큰일이었다.“세상에! 구주 형님께서 서울에 계시지 않다는 걸 깜빡했어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자. 얼른 서울로 돌아가야 해.”공수이는 서둘러 여자들 틈 사이에서 빠져나와 출발 준비를 했다.“스님 오빠, 어디로 가는 거예요?”두 사람이 황급히 떠나려고 하자 그들의 뒤에 있던 룸살롱 아가씨들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공수이는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그들에게로 달려가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난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해요. 일을 다 마치면 다시 돌아올게요. 꼭 날 기억해야 해요!”공수이는 여자에게 입을 맞춘 뒤 서둘러 정태웅과 함께 룸살롱을 떠났다.밖으로 나온 뒤 공수이는
“휴.”윤신우는 깊이 한숨을 쉰 뒤 입을 열었다.“연수야, 날 탓할 거니?”윤신우의 눈가 쪽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순간 윤신우는 눈이 살짝 시큰거렸다....흑여산맥 근처의 한 마을.그 마을의 가장 호화로운 룸살롱 안에서 아주 듣기 싫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그 목소리는 정태웅의 것이었다.화려한 불빛이 번쩍이는 룸 안,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이 그곳에 앉아서 장난을 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여자들 사이에는 얼굴이 빨갛고 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스님 한 명이 있었다. 그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흰 가슴에 안겨서 행복하게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그 스님은 정태웅과 함께 있던 공수이였다.공수이는 몰래 곤륜에서 빠져나온 뒤 완전히 향락에 빠졌다. 그는 술도 실컷 마시고, 고기도 원 없이 먹었으며 이젠 매일 예쁜 여자들을 만나려고 했다.그는 여자가 없는 날은 헛된 하루라고 말하기도 했다.“스님 오빠, 어젯밤 정말 대단하던데요? 제 친구들 모두 스님 오빠 때문에 아직도 침대 위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어요.”스님을 안고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는 비록 나이가 좀 있는 듯했지만 아주 매력적이었다.공수이는 안목이 높은 편이었다.여자는 몸매가 아주 좋았다.그녀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스타킹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어른스럽고 관능적이었다.“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에요. 난 오늘도 즐길 거예요.”스님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밤에는 내가 어울려줄게요. 난 작은 야수 같은 당신을 정복할 거예요!”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가슴을 내밀어 보였다.공수이는 술을 잠깐 마시더니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정태웅을 향해 말했다.“태웅 형님, 구주 형님은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는 건가요?”“바보야! 흑여산맥 접경지대의 병사들이 그랬잖아. 저하께서는 이미 강성으로 돌아갔다고!”정태웅이 대답했다.“그렇군요!”공수이는 그제야 이마를 탁 치며 그 사실을 떠올렸다.사실 두 사람은 이미 흑여산맥으로
“하지만 저 자식들은 구주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습니까?”윤창현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다.“둘째 형님, 큰 형님 말대로 하세요. 정말로 종문과 싸우게 된다면 우리 화진의 무도는 크게 혼란스러워질 겁니다.”이때 윤정석이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흥, 내가 그런 걸 신경이나 쓸 것 같아? 뭐가 됐든 난 내 조카 구주가 괴롭힘당하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어. 구주를 괴롭히는 놈들은 내가 모조리 죽일 거야!”윤창현은 거칠게 말했다.윤창현이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에 윤정석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윤신우가 도착한 뒤 한차례 대전이 종식되었다.이때 재이, 용민, 철영이 빠르게 윤신우의 앞으로 걸어가서 정중하게 그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주인님을 뵙습니다! 저희는 작은 주인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벌을 내려주십시오!”윤신우는 세 사람을 힐끗 보고 말했다.“이 일은 너희 탓이 아니야. 그러니 다들 일어나.”세 사람은 반성하듯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꼼짝하지 않았다.“일어나라고 했으니 그냥 일어나.”윤정석은 세 사람이 일어나려고 하지 않자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감사합니다, 주인님!”세 사람은 그제야 서둘러 일어났다.세 사람이 일어난 뒤 윤신우는 걸음을 옮겨 남궁서준, 민규현, 천현수, 그리고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해진 은설아를 향해 다가갔다.그들은 윤신우가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자세를 바로 하면서 존경 어린 눈빛을 해 보였다.그들 모두 윤신우가 윤구주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너희들은 구주의 형제들이냐?”윤신우는 웃으며 말했다.“그렇습니다!”민규현의 대답에 윤신우는 흡족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좋아, 좋아. 구주에게 너희 같은 형제들이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일단 너희는 날 따라 윤씨 일가로 돌아가자꾸나.”윤신우가 말했다.‘뭐라고? 윤씨 일가로 돌아가자고?’그 말에 다들 흠칫했다.결국 민규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가주님의 은혜는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하께
“도자인지 뭔지 하는 넌? 왜? 안 꿇을 거야?”윤신우의 시선이 별안간 현문의 도자 손형재에게로 향했다.남궁서준의 검에 뺨을 베인 손형재는 피가 흐르는 뺨을 부여잡은 채로 얼어붙었다.결국 그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구진철처럼 내키지 않는 얼굴로 윤신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감히 굴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 창현진인이 아니었다면 난 오늘 널 반드시 죽였을 거야. 퉤, 도자는 무슨. 창현진인의 눈에 문제가 생겼나 봐. 치료를 좀 받으라고 해야겠어.”윤신우는 욕지거리를 하면서 고개를 돌려 자운각 쪽을 바라보았다.“당신들은?”자운각은 이미 절정 강자 여러 명을 잃었다. 현문까지 순순히 무릎을 꿇었으니 자운각도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그들은 생각할 틈도 없이 다들 윤신우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남궁서준의 공격 때문에 중상을 입은 자운각의 현지욱도 마찬가지였다.현지욱이 조금 전보다 훨씬 얌전해지자 윤신우는 웃으며 말했다.“현문의 그 같잖은 도자보다는 낫네.”현지욱은 칭찬을 받게 되자 웃어 보였다. 그러나 감히 섣불리 입을 열 수는 없었다.“좋아. 오늘은 종문 조사들의 체면을 봐서 당신들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어. 대신 똑똑히 들어. 만약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 도자든, 현지욱이든, 영재든 상관없어. 한 명도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 만약 불만이 있다면 당신들 조사들에게 날 찾아오라고 해.”윤신우는 패기 넘치게 말한 뒤 손을 흔들었다.“다들 꺼져.”윤신우가 그렇게 말하자 현문과 자운각 사람들은 곧바로 도망쳤다.다들 그곳에 더는 있고 싶지 않았다.마왕 윤신우의 심기를 거스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이 도망치려고 할 때 갑자기 윤창현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세가의 개자식들, 감히 도망치려고 해? 다들 거기 서!”윤창현은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더니 한 마리 매가 되어 현문을 따라왔던 6명의 세가 잔당에게로 날아갔다.그 6명은 문씨 일가의 편이 된 뒤로
마왕의 분노를 목격한 자운각의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오악 수준의 초극 절정 강자는 윤신우의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윤신우의 용맹한 모습을 본 천현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저하의 아버님은 저하와 참 비슷하신 것 같아요.”민규현은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있잖아.”“그렇네요.”윤신우는 자운각의 초극 절정 강자를 단번에 쓰러뜨린 뒤 기세등등하게 자운각 쪽으로 걸어갔다.“젠장, 지난 30년간 조용히 지냈더니 내가 아주 만만한 줄 아나 봐? 자, 이번에는 또 누가 설치려고 할지 궁금하네!”윤신우가 실력을 보여 주자 자운각의 제자들은 전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그중 절정 강자인 노인 한 명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것 같자 참지 못하고 말했다.“윤신우 씨, 우리 종문을 향해 선전 포고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그러시는 건가요?”그 노인은 기운이 엄청 강했다.그녀가 고함을 지르자 무지막지하게 사악한 살기가 느껴졌다.그러나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윤신우가 손을 들어 그 노인의 뺨을 가격했다.퍽!안타깝게도 그 노인은 윤신우의 일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윤신우의 따귀 한 번에 노인은 머리가 박살 나서 즉사했다.“감히 날 협박하는 거야? 난 30년 전 정산의 조사를 1대1로 상대했었어. 그런데 그냥 나이만 많은 당신이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치는 거야?”그 말 한마디에 자운각의 사람들은 전부 얼이 빠졌다.윤신우는 30년 전 정산의 조사를 1대1로 상대했다고 말했다.솔직히 믿기 어려웠다.윤신우는 과연 인간이 맞을까?종문의 조사들은 다들 괴물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윤신우는 30년 전 정산의 조사를 1대1로 상대했다고 말했다.윤신우가 패기 넘치게 등장한 후 자운각과 현문의 사람들은 모두 덜컥 겁이 났다.다들 감히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오악 수준의 강자들도 윤신우를 상대하지 못하는데 과연 누가 그의 상대가 될까?“다들 겁을 먹어서 주눅이 든 거야? 왜 나서서 말하는 사람이 없지?”윤신우는 기가 죽
조금 전 튕겨 나갔던 자운각의 검은 머리 초극 절정이 화내며 말했다.“원한이 없다고? 너희들이 내 아들을 죽이려는데 원한이 없을 수 없지.”윤신우는 차갑게 웃었다.“뭐? 네 아들이라고?”이 말을 듣는 순간, 자운각의 검은 머리 초극 절정은 깜짝 놀랐다.“윤구주가 네 아들이란 말이냐? 구주왕이?”이 말이 나왔을 때 자운각뿐만 아니라 현문의 사람들조차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놈아, 이제 알겠니?”불같은 성질의 윤창현이 내뱉은 말이었다.천하제일의 구주왕이 윤씨 일가 윤신우의 아들이란 사실을 몰랐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6년 전, 곤륜에서 왕으로 봉해졌을 때 윤구주는 윤씨 일가와 관계를 끊기 위해 자신이 윤씨 일가 출신이란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그가 윤씨 일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함구한 탓에 사람들은 윤구주가 고아라고 생각했다.이 때문에 이윤구주가 화진 최고의 일가인 윤씨 일가 핏줄이란 사실을 사람들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신우야, 내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구주왕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무도 3대 서열에 대한 정의를 되찾고 싶어서야. 네 아들이 문벌과 세가를 학살했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자운각 검은 머리 절정이 서둘러 말했다.윤신우가 지난 30년 동안 너무 유명해져 있어서 자운각의 사람들은 감히 그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자운각 정산의 대장로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윤신우와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다.“정의라.”윤신우가 웃으며 말했다.“너희 두 종문이 내 아들을 죽이려 한 것도 모자라 이제 겨우 열몇 살에 불과한 아이까지도 죽이려 하는데 무슨 얼어 죽을 정의란 말이냐?”윤신우의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에 자운각의 초극 절정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말 그대로 자운각 사람들은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꼬맹이를 죽이려고 초극 절정을 한꺼번에 4명이나 동원했으니, 내로남불이나 다름없었다.“윤 주인님, 조금 전에는 저희가 실례를 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 자빠질 뻔했다.“누구라고? 누가 왔다고?”육도 절정에 이제 막 들어선 자운각의 검은 머리 절정은 피를 토하면서도 억지로 고개를 들며 말했다.무홍의 기운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패기가 넘치는 인물이 한 걸음 한 걸음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씨 일가의 윤신우였다.그 순간, 상처 입은 재이, 용민, 그리고 철영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주인님이 오셨다!”“드디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구나!”윤신우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본 민규현을 비롯한 천현수,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 사람이 구주왕의 아버지란 말인가?”그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윤신우의 뒤에는 윤창현과 윤정석도 있었다.윤씨 일가의 세 남자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자, 자운각 검은 머리의 초극 절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너는 누군데?”“윤신우!”윤신우가 내뱉은 말에 이 초극 절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네가 바로 서울 최고의 절정인 윤씨 일가의 왕, 윤신우란 말이냐?”윤신우의 호칭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자운각 사람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리고 구진철의 안색도 어두워졌다.윤신우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30년 전에 그가 이미 서울 제일 절정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당시 윤씨 일가는 비록 문벌에 불과했으나 종문과 상대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이 때문에 윤씨 일가를 세계 최고의 일가라고 국주는 칭송까지 했다.이렇게 영향력 있고 무시무시한 인물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었다.윤신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들고 있던 꼬맹이를 바라보았다.“네가 구주의 동생이냐?”하지만 윤신우를 알아보지 못했던 꼬맹이는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차갑게 물었다.“넌 누구냐?”윤신우가 말하기도 전에 민규현이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꼬맹아, 이분은 구주왕의 아버지시다. 예의를 갖추려무나.”민규현의 말에 꼬맹이는 고개를 들어 윤신우를 자세히 훑어보았다.“형님이
수 미터 크기의 검망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본 현지욱은 패닉에 빠졌다.“이건 대체 무슨 검술이지?”이 검망을 바라보던 현지욱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꼬맹이를 쉽게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작은 녀석이 검술을 바꿀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천주금술은 북두칠성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였다.봉왕팔기가 윤구주의 가장 강력한 검법이라면 천주금술은 기를 검으로 전환하여 99개의 기검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다.비록 꼬맹이의 천주금술이 윤구주의 봉왕팔기에 비빌 정도는 아니지만 자운각의 천재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하늘에서 검망이 떨어지더니 ‘쿵’하는 소리가 나더니 천지가 뒤집히는 듯 대지가 요동쳤다.하늘에서 떨어지던 검망이 현지욱이 들고 있던 검은 파원창에 부딪히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파원창이 검은 현기로 변했다.그리고 그 자리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는데 그곳에 자운각의 현지욱이 피를 토한 채 쓰러져 있었다.“사부님!”자운각 4명의 절정이 쓰러진 현지욱을 바라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구덩이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던 현지욱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각혈하고 있었다.크게 다친 것이 확실했다.“감히 우리 사부님을 다치게 해? 네놈이 죽으려고 환장했구나!”검은 머리를 한 자운각의 절정이 고함을 지른 후, 오악 절정에 도달한 네 사람이 꼬맹이를 죽이려고 눈에 쌍불을 켜고 꼬맹이를 향해 달려들었다.하지만 꼬맹이의 얼굴에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어서 덤벼라!”양손에 검을 든 꼬맹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제 막 절정에 발을 들인 이 작은 녀석이 화진의 6대종문 중 하나인 자운각과 대등한 싸움을 펼칠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자운각 네 명의 초극 절정이 돌진해 오던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6대종문 중 하나인 자운각에서 왔다는 자들이 꼬맹이 한 명과 싸운다고? 부끄러운 줄 알아라!”귀청이 터질듯한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하늘을 뒤덮을 듯한 거대한 손이 허공에 나타났다.반경 천 미터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