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연예계의 현실이었다.그녀는 탄식한 뒤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윤구주를 바라볼 때마다 그가 사람이 아니라 신처럼 느껴졌다.그리고 윤구주의 곁에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은설아가 여전히 망설이고 있자 뚱뚱한 매니저가 말했다.“설아야, 왜 아직도 넋 놓고 있어? 오늘 정말 탁시현 사장님께 밉보이기라도 하려고? 설마 저 남자 말을 들으려는 거야?”뚱뚱한 매니저가 말을 마치자마자 은설아는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맞아! 난 분명 얘기했어. 저 사람이랑 술 마시기 싫다고. 위층으로 올라가기도 싫어! 그러니까 이만 돌아가.”거절이었다.은설아가 천음 엔터 사장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뚱뚱한 매니저가 곧바로 반박했다.“설아야, 미쳤어? 잊지 마, 널 지금까지 도와준 건 탁시현 사장님이야. 그리고 네가 앞으로 찍을 영화에 투자한 것도 천음 엔터야. 천음 엔터가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라고!”은설아가 말했다.“입 닥쳐! 네가 뭔데 날 협박하는 거야? 나도 내가 일개 연예인인 거 알아. 하지만 나한테도 존엄이라는 게 있어! 그러니까 탁시현 씨, 똑똑히 들어요. 내가 당신이랑 같이 술을 마시거나, 존엄 따위 버리고 당신의 수많은 여자 중 한 명이 될 일은 죽었다 깨나도 없을 거예요! 당신이 날 연예계에서 묻어버리겠다고 해도, 나와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오늘부터 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거예요. 그러니까 다 돌아가요!”은설아는 몇 년간 참아왔던 말을 전부 쏟아냈다.어쩌면 지금 이 순간부터 은설아가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할 일은 없을 것이다.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는 인기 많은 대스타가 아닐 수도 있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존엄과 자유가 더욱 중요했고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도 홀가분했다.은설아가 마음속에 묻어뒀던 얘기를 전부 꺼내자 천음 엔터 사장은 웃었다.그러나 그의 미소는 심하게 일그러진, 아주 섬뜩한 미소였다.“좋아, 좋아. 은설아, 배짱 있네!”그는 손
두 대무사 수준의 고수가 공격해 오는데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가 오른손을 슬쩍 흔들자 귀신 같은 잔영이 나타났고, 퍽퍽 소리와 함께 두 명의 대무사가 멀리 날아갔다.털썩, 털썩.한 명은 기둥에 부딪혔고 다른 한 명은 10m 밖에 있는 테이블에 부딪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너무 빨라서 다들 윤구주가 어떻게 움직였는지조차 보지 못했다.천음 엔터의 탁시현은 자신의 두 부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맞아서 날아가자 당황했다.“그래, 너도 무인이다, 이거지? 그런데 네가 오늘 과연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장윤식 어르신, 이 자식을 죽여버려요!”탁시현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자 키가 작은 노인이 사람들 틈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그 노인은 한눈에 봐도 법사였다.그의 얼굴에는 이상한 검은 점이 있었고 동공은 독사 같았다.노인은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눈앞의 윤구주를 빤히 바라보았다.“이 자식, 실력이 대가 수준인가 봐?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여기서 잘난 척을 한 거야?”노인의 말투를 들어 보니 향문 사람인 듯했다.윤구주는 그들이 내려올 때 이미 그 법사 노인의 존재를 눈치챘다.그 노인은 귀선 최고 경지였다. 그러나 그의 내공은 화진의 각 문파와는 달랐다. 잘 살펴보니 노인에게서 진법 기운이 느껴졌다.노인이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걸어 나오자 윤구주는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쓸데없는 말이 많네. 술법을 시전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러는 건가?”그 말을 들은 키 작은 노인은 몸을 흠칫 떨면서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키 작은 노인은 윤구주를 무대 대가 수준의 강자라고 생각해 순간 불안해졌다. 그는 겉으로는 침착한 척하며 사실은 두 손을 등 뒤에 감춘 채로 빠르게 수인을 맺어서 법력을 동원하여 대형 술법으로 윤구주를 상대하려 했다.법사와 무인의 가장 큰 구별점은, 법사는 법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술법을 시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윤구주처럼 대가 수준의 강자를 상대하게 되면 상
음산한 기운이 휘몰아치는 순간, 레스토랑 전체가 한기에 감싸였다.엄청난 한기를 띤 살기가 나타나자 은설아와 소채은은 냉동실에 들어선 듯 추웠다.두 여자는 너무 추워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심지어 테이블 중앙에 놓여 있던 식물들도 살기가 나타나는 순간 곧바로 시들기 시작했다.“오극음살주!”노인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더니 두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으며 윤구주를 짚었다.다섯 개의 음산한 살기가 무섭게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넌 너무 거만했어. 나한테 이렇게 긴 시간을 주지 말았어야지!”다섯 개의 음산한 살기는 노인의 비장의 무기였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술법을 시전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윤구주는 그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오극음살주를 전부 방출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노인은 득의양양했다.윤구주는 노인이 향문의 법사일 거라고 추측했다.향문은 술법 도시라고 불렸고 그곳의 술법은 이곳과 전혀 달랐다.북파 향문은 주술과 진법 위주였다.그리고 노인이 시전한 것은 향문의 유명한 주술이었다.오극음살주를 시전하자 다섯 개의 음산한 살기가 뱀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주술사인 노인은 자신의 오극음살주에 자신감이 넘쳤다.그는 과거 오극음살주를 이용하여 살아있던 북극곰을 그대로 얼려버렸었다. 그러니 사람을 상대하는 건 더욱 쉬울 거라고 생각되었다.노인이 자신의 주술로 손쉽게 윤구주를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때, 윤구주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겨우 이 정도야? 겨우 이 정도 살기라면 군형 5대 가문의 발톱에도 미치지 못할 텐데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쳐?”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훅!”다섯 개의 독사 같은 살기가 윤구주에게 삼켜졌다.윤구주가 살기를 전부 삼켜버린 것이다.“이... 이... 이럴 수가.”윤구주가 자신이 시전한 오극음살주를 삼켜버리자 노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윤구주의 말대로 노인이 시전한 살기는 너무 약했다.전에 윤구주가 군형 5대 가족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천음 엔터 사장 곁의 술법 고수가 패배했다.그 광경에 탁시현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두려운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심지어 대스타 은설아와 소채은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선망과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말이다.윤구주는 노인을 공격한 뒤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얘기했지. 후회할 거라고. 이제 믿겠어?”어깨에 구멍이 하나 생긴 노인은 피를 토하면서 말했다.“한 번만 살려주십쇼. 제가 안목이 없어서 고수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살려줄 수는 있어. 대신 질문 하나 할게. 혹시 당신 향문의 법사야?”키 작은 노인이 말했다.“맞습니다. 전 명재경이라고 향문 태현문 사람입니다.”“그래.”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됐어. 이제 꺼져.”윤구주가 그렇게 말하자 노인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서둘러 도망쳤다.향문의 주술사가 도망치자 천음 엔터 사장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젠장, 내가 날 지키라고 무려 20억을 들여서 고용했는데 혼자 도망을 쳐?”노인이 도망친 뒤 윤구주는 탁시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이젠 네 차례야.”탁시현은 그 말을 듣더니 본능적으로 몸서리를 쳤다.“뭘, 뭘 하려는 거야?”그는 두려운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윤구주는 덤덤히 웃었다.“아까 네가 그랬잖아. 내 두 팔과 두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그리고 은설아 씨 생사가 네 손에 달려있다고 했지?”탁시현은 두려워졌다.“난... 난... 난 천음 엔터의 사장이야. 우리 아빠는 천음 엔터의 회장이고. 네가 감히 뭘 어쩔 수 있겠어?”윤구주는 시선을 들었다.“내가 왜 못할 거로 생각해?”그 말과 함께 레스토랑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곧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탁시현을 무겁게 짓눌렀다.천음 엔터 사장인 탁시현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윤구주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응?’탁시현이 갑자기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자 뒤에 있던 서
“감히 탁시현 사장에게 결례를 범한다면 당장 네 수배령을 내릴 줄 알아!”앞으로 나선 사람은 서남 시장 원재혁이었다.서남 시장인 원재혁은 서남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싶어서 천음 엔터 사장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그런데 윤구주가 오늘 이 식사 자리를 망칠 줄은 몰랐다.윤구주는 상대가 서남 시장이라는 말을 듣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이 바로 서남 시장이었어?”“그렇다면 어쩔 건데?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탁시현 사장을 놔줘. 그러면 용서해 줄게. 하지만 놓아주지 않는다면 감옥 갈 준비해!”원재혁이 사납게 말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날 감옥에 보내겠다고? 그런 말을 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원재혁이 말했다.“내가 못 할 것 같아? 유 비서, 지금 당장 경찰에 연락해. 난 오늘 이 건방진 자식을 감옥에 보내고야 말겠어!”서남 시장이 그렇게 말하자 그의 뒤에 서 있던 금 테두리 안경을 쓴 비서가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시장이 정말로 윤구주를 감옥에 보내려고 하자 대스타 은설아와 소채은은 조금 두려워졌다.아무래도 상대는 서남 시장이기 때문이다.“그... 저 때문에 미안해요. 그냥 넘어가는 게 어때요?”은설아가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구주야, 우리 가자...”옆에 있던 소채은도 걱정스레 말했다.윤구주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서워할 필요 없어. 저 사람들 오늘 나랑 놀아볼 생각인 것 같은데 한 번 놀아주지 뭐. 그래봤자 겨우 시장일 뿐이잖아? 날 어떻게 잡아서 감옥에 보낼 생각인지 궁금하네!”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휴대전화로 정태웅에게 연락했다.윤구주가 메시지를 보내자 서남 시장은 화를 냈다.“이 자식, 네 배후에 얼마나 대단한 세력이 있든 난 반드시 널 감옥에 보낼 거야!”윤구주는 그의 말에 대꾸하기 귀찮았다. 그는 그저 시선을 들어 밖을 바라보며 덤덤히 말했다.“잠시 뒤에 후회나 하지 마.”...백화궁.여자들에게 장난을 치고 있던 정태웅은 메시지를 받았다.메시지를 확인한
화진 암부.화진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문인 암부는 국방부도 아니고 정권의 제약도 받지 않으며 오로지 화진의 군주와 구주왕에게만 충성했다.게다가 그들은 일단 일을 마친 뒤 보고할 권력이 있었다.시장 정도라고 해도 암부 사람들을 보면 깍듯이 대해야 했다.남경에 있을 때 한 시장이 뇌물을 받고 시민들을 억압하다가 암부 천현수에게 걸려서 목이 잘렸고, 천현수는 그의 머리통을 들고 순검사를 찾아갔다.그런데 서남의 시장은 윤구주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했다.그러니 정태웅이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꼬맹아, 날 따라 와! 사람 죽이러 가자!”암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 정태웅은 남궁 가문의 귀재를 찾았다.흰옷에 검은색 검집을 등에 멘 남궁서준은 정태웅의 말을 듣더니 시선 한 번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안 가요.”“안 가긴 왜 안가?”정태웅은 버럭 화를 냈다.“제기랄, 어떤 놈이 우리 저하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했어. 그런데도 안 갈 거야?”정태웅의 말을 들은 남궁서준은 눈을 감고 있다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차갑게 물었다.“누군데요? 누가 감히 우리 형님에게 그딴 소리를 한 거예요?”남궁서준의 살기등등한 눈빛을 본 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묻지 말고 날 따라와서 사람을 죽이면 돼.”두 사람은 곧바로 암부 구성원들을 데리고 미향각으로 향했다....미향각 쪽.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던 탁시현은 아직도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두 다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괴로운 건지 표정도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그의 앞에 있는 윤구주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의 곁에는 대스타 은설아와 소채은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묵묵히 옆에 있었다.“이 자식,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잠시 뒤에 경찰 쪽 사람들이 오면 도망치지 못할 테니까!”탁시현은 비록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그의 말을 들은 윤
“그래! 잠시 뒤에 경찰 쪽 사람들이 온 뒤에도 저 자식이 저렇게 건방을 떨 수 있을지 지켜보겠어!”시간은 일분일초 흘렀다.5분도 되지 않아 예상대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시장님, 경찰 쪽에서 도착했습니다.”안경을 쓴 비서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흥분해서 원재혁에게 말했다.배 나온 원재혁은 그 말을 듣자 곧바로 음험하게 웃었다.“이 자식, 넌 도망칠 수 없을 거야.”윤구주는 차를 마시면서 대꾸했다.“멍청하긴. 내가 도망칠 것 같아 보여?”“저기... 경찰 쪽에서 도착했는데 이제 어떡해요?”대스타 은설아는 두려웠다.그녀는 윤구주의 실력이 아주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상대는 화진의 경찰이었다.‘화진의 경찰을 적으로 돌리려는 건가?’“맞아, 구주야. 우리 그냥 가면 안 될까?”소채은도 점점 더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에 두려움이 들었다.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두 여자를 위로했다.“내가 말했잖아. 걱정할 필요 없다고. 오늘 누가 오더라도 우리를 어쩔 수는 없어. 믿기지 않는다면 지켜보고 있어.”두 여자는 윤구주의 말을 듣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곳에 앉아 있었다.그들은 윤구주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윤구주가 어떻게 경찰을 상대하려는 건지도 알지 못했다.그들은 그저 걱정될 뿐이었다. 혹시라도 경찰 쪽 사람들이 윤구주를 잡아서 감옥에 넣는다면 어찌한단 말인가?이때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대충 봐도 3, 40명은 될 것 같았고 게다가 다들 진짜 총을 지니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경찰서장 육명진이었다.육명진은 체구가 컸다. 그는 예전에 암부 구성원이었는데 다쳐서 암부에서 나온 뒤 서남의 경찰서장이 되었다.육명진은 수십 명의 경찰들을 데리고 도착했고, 원재혁의 곁에 있던 비서가 바로 그에게 달려갔다.“육 서장님, 드디어 오셨네요. 한 남자가 대낮에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게다가 천음 엔터 사장의 두 다리도 부러뜨렸어요. 그러니 지금 당장 저 범죄자를 잡아주세요!”서남의
윤구주는 앉아 있고 천음 엔터 사장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걸 본 육명진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윤구주와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압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 감각은 과거 암부에 있을 때, 높은 지위에 있는 지휘사를 만났을 때보다도 더 강렬했다.육명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의아해했다.그러나 그래도 그는 서남의 경찰서장이었다.“이 자식,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감히 우리 서남에서 죄 없는 사람을 다치게 해? 서남의 경찰서장인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육명진이 그렇게 말하자 윤구주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저놈들이 맞을 짓을 한 거야.”“건방지네.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뻔뻔하게 그런 얘기를 해? 설마 사람을 다치게 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들어 육명진을 바라보았다.“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법을 어기는 일이지. 그리고 악인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난 알고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서서히 시선을 들어 눈앞의 육명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화진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하라. 악은 징벌하고 선은 베풀어라. 암부 구성원으로서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겠지?”‘뭐라고?’윤구주가 화진 암부의 가장 중요한 구호를 얘기하자 육명진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넌... 넌... 넌 누구야? 어떻게 내가 암부 구성원이었던 걸 안 거야?”윤구주는 손을 들어 그의 굵은 팔뚝을 가리켰다.육명진의 팔뚝에는 검은색 타투가 있었다.그 타투는 원형 도안이었고 그 위에는 또렷하게 ‘암’ 자가 새겨져 있었다.“이건 화진 암부의 독특한 징표야. 그래서 알아본 거지.”육명진은 조금 전 그가 미향각으로 들어왔을 때, 윤구주가 단번에 그의 팔뚝에 새겨진 타투를 본 것을 몰랐다.윤구주는 굳이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다.윤구주
정태웅은 얼른 핸드폰에서 세나미의 사진을 찾아내 공수이에게 넘겨주었다.“어때? 몸매가 S급이고 이쁘지?”대머리 스님은 눈을 똑바로 하고 핸드폰을 바라보며 흥분돼서 말했다.“너무 아름다워요. 소승은 특별히 이국적인 것을 좋아합니다.”“하하하!”정태웅은 큰소리로 웃었다.“태웅 형, 이 이국적인 절세 미녀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공수이는 순간 또 연애하는 기분이 들었다.붉은 머리에 짙은 파란색 요정 눈동자를 매치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세나미는몸매도 비주얼도 일품이라 정말 아름다웠다.“수이 동생, 이 여자는 가질 수가 없어.”정태웅은 핸드폰을 치우고 말했다.“왜요?”공수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현재 설국 국주이기 때문이야.”이 말을 들은 공수이는 슬펐다.그래!나는 비록 세상에 무서운 거 하나 없지만 남의 국주를 빼앗아서 자기의 여자로 삼을수는 없었다.무엇보다도 공수이가 원하는 건 평등한 사랑이었다.예를 들면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똑같이 좋아해 주기를 바랐다.뺏기만 한다면 강도와 다를 게 없었다.대머리를 긁적이며 공수이는 말했다.“제가 이 아름다운 국주랑 결혼 할 수 없지만 설국의 다른 여인을 찾을 수 있어요.”“뭐? 설국에 가겠다고?”정태웅은 의아해하며 공수이를 바라보았다.“네, 지금 구주형이 설국에 있잖아요. 우리가 할 일도 없는데 이 기회에 설국에 가서 이쁜 여인도 찾아보고 우리 구주형도 만나면 얼마나 좋아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했다.불현듯 설국으로 윤구주를 찾으러 간다는 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망설였다.“그런데 왕이 떠날 때 우리보고 여기 남아서 서울을 지키라고 했어.”“지킬 게 뭐가 있어요. 누가 감히 우리를 괴롭히겠어요,태웅 형.”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지금의 서울은 노룡사 전투를 거치면서 문벌들이 자취를 감춘 지 한참이나 되었고 제자백가의 가문들도 모두 몸을 사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게다가
“진짜야?”믿지 못한 정태웅은 말했다.“당연히 진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준 동생은 진짜 보기 힘든 검도 귀재예요. 곤륜지역을 놓고 말해도 그는 양보할 틈도 없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이 몇 년 동안 저는 구주형님 외에 그보다 검을 더 잘 쓰는 변태를 한 명 밖에 못 봤어요.”공수이는 회상 하듯 입으로 중얼거렸다.“그래? 꼬맹이보다 검을 더 잘 쓰는 사람이 있어?”정태웅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세상에서 보기 드문 남궁서준의 검법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던 정태웅은 공수이의 말을 듣고 꼬맹이보다 검을 더 잘 쓰는 자가 있다고 하니 의아하기만 했다.“그럼요. 그 변태는 정말 강해요!”마음속에서 그자가 떠오른 공수이는 참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그게 누구야?”정태웅은 얼른 물었다.“그 변태의 이름은 말하기도 귀찮아요. 저는 단지 그자가 서요산 검종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공수이가 대답했다.서요산 검종?이 몇 글자를 들은 정태웅은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전설이 너무도 많은 서요산은 줄곧 화진무도의 전설이었다.그런데 지금 이 시각 공수이는 남궁서준보다 더 강한 변태가 서요산 검종에서 왔다고 한다.깜짝 놀란 정태웅을 본 공수이는 또다시 중얼거렸다.“됐어요, 그 변태는 그만 말해요. 태웅 형, 저를 왜 찾아오셨어요?”생각을 거둔 정태웅이 말했다.“우리 왕의 소식이 전해졌어.”뭐요?“진짜요? 우리 구주형님이 돌아온다고 하나요?”공수이는 흥분해서 물었다.정태웅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아직은 아니야. 그러나 설국은 국주까지 우리 왕에게 살해당하면서 완전히 무너져 버렸어.”정태웅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쳇! 뭔 일인가 했더니, 고작 설국국주의 머리를 자른 거요? 재미없어요.”공수이는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나 참! 한 나라의 국주야. 너는 놀랍지도 않아?”공수이의 표정을 본 정태웅은 의아해했다.“우리 구주형이 곤륜지역에 있을 때 외부 구역 역주의 친아들도 죽였는데 그까짓
공수이의 앞에 금빛 큰 종에 일곱 개의 검이 떨어졌다.대지가 진동하고 거대한 종이 요란하게 울렸다.진동에 흔들려 뒤에 있는 산봉우리에서 하나하나의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졌다.칠 검에 잘린 부적을 달고 빙글빙글 돌던 금색 큰종은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꼬맹이의 북두칠성 오의는 막아냈다.“나쁘지 않네! 꼬맹이야. 지난번보다 칠성오의가 또 돌파한 것 같으니 다시 해봐.”공수이는 가부좌를 틀고 금빛 종 안에 앉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꼬맹이 남궁서준을 향해 말했다.금지술 북두칠성 오의를 시전해도 금강종을 깰 수 없자 오직 15살밖에 안 된 꼬맹이는 눈을 부릅뜨고 꼬마 스님을 노려보며 말했다.“오늘 반드시 당신의 쓰레기 같은 종을 깨고 말 거야!”“하하! 얼른 덤벼봐!”“솔직히 말하면 본이 세상에 나의 금감종을 깰 수 있는 사람은 구주형밖에 없었어. 만약 네가 나의 금강종을 깰 수 있다면 앞으로 곤륜지역에서 그 교만한 자들과 허풍을 떨 수 있어!”공수이의 말을 들은 꼬맹이 남궁서준은 검의 기운를 모아 다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갑자기 이때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자식들아, 그만 싸워!”공처럼 뚱뚱한 정태웅이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정태웅이 온 것을 본 공수이는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말했다.“태웅 형, 이곳에는 어떤 일로 오셨나요?”두 사람에 의해 사방이 모두 부서지고 뒷산에 굴러떨어져 뒹구는 거대 바위를 바라보며 정태웅은 말했다.“이 자식들아, 내가 만약 오지 않았다면 너희들이 여기를 아주 파괴해 버릴 생각이었던 거야?”“태웅 형, 염려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동생이랑 겨루고 있었을 뿐이에요. 맞지, 동생?””남궁서준을 향하여 곁눈질하며 공수이는 대답했다.남궁서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헛소리 그만하고 계속 싸울래요? 싸우지 않을래요?”공수이는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됐어, 동생. 겨루고 싶다면 내일 계속하고 오늘은 그만해.”말을 마친 공수이가 두 손을 벌리자, 그의 앞에 드리워졌던 금강종이 흔적도 없이 사
“이 자식들이 또 무슨 소동을 일으킬지 모르니 제가 얼른 가봐야겠어요.”허물어진 작은 장원을 지나면 곧 교외 뒷산으로 이어졌다.이때 한줄기의 검기가 구름을 가르고 날아갔다!맑은 하늘에 하얀 빛줄기가 나타났다.찬란하고 아름다운 검기가 나타나자 허공에는 갑자기 일곱 갈래의 북두성망이 나타났다.그 성망들은 검기가 나타남에 따라 전부 반짝반짝 빛났다.“금지술, 북두칠성 오의!”음산한 소리가 뒷산에서 들려오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칠성이 반짝이더니 푸른 하늘이 갑자기 어둡게 변했다.이 어둠은 주변 수백 장내 공간을 모두 암흑으로 뒤덮었다.그 뒤로 그림자 하나가 날아 올랐다.그는 나이도 많지 않고 키도 크지 않았으나 온몸을 거스르는듯한 검의 기운이 하늘을 찔렀다.그는 두 손에 금빛 찬란한 대검을 안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순간 사람과 검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그가 바로 남궁 가문 천년에 한 번 있을법한 무도 귀재, 꼬맹이, 소년후 남궁서준이었다!그 꼬맹이가 검과 하나로 되어 금지술 북두칠성 오의를 사용했다.아래쪽 바위 중앙에서는 대머리 꼬마 스님이 닭 다리를 뜯으며 꼬맹이를 힐끗 보며 말했다.“와! 훌륭한 검법이네. 곤륜지역밖에서 너 같은 무도 귀재를 만나다니 이 검 하나로 곤륜지역 몇몇 고대 종문과 실력자들과 겨룰 수 있겠는데!”이 말을 한 사람이 바로 꼬마 스님 공수이였다.그는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가 세자인데 누구도 그의 진정한 실력을 모른다.유일하게 알려진 것은 그는 곤륜지역에 미친스님이라는 스승이 있다는 것뿐이다.곤륜지역, 심지어 몇몇 지역에서도 감히 그를 건드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리고 공수이는 미친 스님의 유일한 제자였다.“헛소리 그만하고 제 검을 받아봐요!”남궁서준은 비록 열다섯 살이지만 공중에서 사람과 검이 하나가 되어 온몸을 거스르는듯한 검기는 이미 탁월했다.(사람과 검이 하나로 된 남궁서준은 겨우 15세 였다. 그러나 그 검기 실력은 매우 막강했다.)이 시각 남궁서준이 북두칠성을 시전하자
서울, 교외.허물어진 장원 내.이 허물어진 장원은 당시 윤구주와 어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곳이다.서울에 돌아온 후 윤구주가 줄곧 살던 곳에서 지금은 형제들이 살고 있다.윤신우의 명령을 받고 줄곧 윤구주를 따르던 용민, 철영, 재이 세 명이 장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우리 왕은 너무 멋있어! 설국 국주의 머리를 또 자르다니!”말하는 모습만 봐도 암부 3대 지휘사,백곰 정태웅이었다.공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 뉴스를 보고 크게 웃었다.“형님, 얼른 보세요. 설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새 국주가 되었다고 하네요.”정태웅은 말하면서 민규현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든 태블릿 PC를 민규현에게 건네주었다.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는 치러야지.”“형님 말씀 맞아요. 감히 우리 화진의 무학 보물을 훔친 작은 오랑캐 나라 설국은 왕이 그들을 참수하여도 죄가 마땅합니다.” 이때 천현수도 말했다.“새로운 설국국주는 런디클럽 명기보다도 기막히게 아름다워. 쯧쯧! 저 몸매, 가슴,엉덩이 봐봐!”옹졸한 표정을 지은 정태웅은 국제 뉴스에 나온 세나미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멸하듯 그를 노려보며 천현수가 말했다.“설국의 여자 군신이자 미래의 설국 황후였던 세나미가 설국의 국주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이 여자 따위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고요?”정태웅은 승인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승인해, 세나미는 진짜 설국에서 유명해.”천현수가 말했다.“여자 군신 같은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말고 이쁜 여자는 붙잡아서 왕의 첩으로 만들어야 해.”정태웅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수이는 어디 있어? 이 자식이 또 클럽에 여자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정태웅이 말한 이는 바로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수이었다.윤구주가 설국으로 떠난 후 완전히 자아를 놓아버린 그는 매일 저녁 정태웅을 붙잡고 클럽에 방문하여
“6년 전 구주의 재능은 너무 뛰어났지.”한마디로 국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말하였다.“어떤 재능이 뛰어났단 거예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곤륜지역에서 온 스님이 구주가 태어난 해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천생 황도의 운명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과인은 구주를 견제하기 시작했었지.”국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말했다.당시 윤씨 일가와 윤구주를 벌하여 죽이려고 한 것과 문아름이랑 혼인을 맺게 한 것 또한 모두 지금의 국주였다.이 모든 것을 생각한 이홍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6년 전 구주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를 문아름과 혼인시키기로 한 과인의 잘못이야.”끝으로 국주는 6년 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진실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이 방울방울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을 주도한 사람이 자신의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홍연아, 아바마마를 탓하지 마. 과인도 나라의 운영과 우리 화진의 평화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눈물을 흘리는 딸을 본 국주는 달래려고 손을 내밀자, 홍연은 그 손길을 피해버렸다.“저는 왜 망할X이 아바마마를 뵙기 싫어하고 저랑 궁에 오려고 하지 않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아바마마가 미워요!”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친 이홍연은 울면서 금란전을 뛰쳐나갔다.슬퍼하며 떠나는 이홍연의 모습을 본 국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과인이 잘못한 건가?”그는 고개를 들고 중얼중얼 말했다.한쪽에 있던 우상은 못 들은 척 얌전히 서 있었다.“우상, 문씨 가문은 지금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국주는 불쑥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현재 문씨 가문은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첩보에 의하면 무도 3대 서열 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육도진이 대답했다.“말해.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거야?”국주가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지난번 인왕이 노룡산 전쟁에서 가문 절정의 수십 명 잔당을 죽인 후 현재 종문에서 복귀의 조짐을 보입니다.”종문?이 두 글자를
태산봉선!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한다!진국왕이란 무엇인가?바로 예전의 구주왕보다도 더 센 화진의 국주 외에 두 번째로 하늘을 찌를듯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바로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망할X이 만약 아바마마께서 책봉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기뻐할 거예요.”이홍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과인이 구주에게 빚진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해.”국주는 조용히 말했다.국가와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천하를 평정한 윤구주와 같은 인재를 국주가 책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공적이 어찌 떳떳할 수 있단 말인가?“우상, 작성하라고 하던 천자령은 다 한 건가?”그렇게 말한 국주는 고개를 돌려 한쪽의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신은 이미 모두 작성하였습니다.”“그래. 그럼, 시간은 11월 8일로 정하지. 과인은 그날 직접 태산의 정상에 올라 구주를 책봉할 거야.”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국주는 말했다.“국주님, 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이때 갑자기 육도진이 한마디를 하였다.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육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이번에 폐하께서 태산 봉선 하시면 나라 전체가 인왕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씨 가문 그쪽은...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문씨 한마디가 금란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문씨 가문은 화진4대 고대 무술 가문의 수령일뿐만 아니라 조정을 강점하고 있었고 현재 국방부 24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황왕 문아름이다.이 외에도 문씨 가문은 천년 대족으로서 종족의 내력은 종문과 겨룰 만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가문의 깊은 지지를 받는 문씨 가문과 출세하지 않은 종문 거물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았다.문씨 가문은 화진의 무궁무진한 암흑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한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듯한 나무라 할 수 있었다.문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국주도 눈살을 찌푸렸다.“하...
이렇게 설국에는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그가 바로 세나미였고 이 사실은 곧 설국 전 지역에 퍼졌고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도 알려졌다.설국에서 왜 군신의 후손을 설국 국주의 자리에 올렸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세나미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기에 설국 군을 포함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화진!서울, 도성!금란전에 있던 국주는 설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국주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소식을 접했다.“하하하! 구주가 계획대로 아주 절묘하게 진행을 잘했어.”국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나미가 설국의 국주라면 아마 백 년 동안에 설국은 우리 화진과 전쟁을 일으키지않을 거야!”옆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국주의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바로 망할 X이 납치했다던 설국의 제일 미녀인가요?”“맞아, 바로 그녀야!”뭐라고요?“망할X은 어떻게 납치한 여자를 설국국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늑대 같은 자식이 혹시 세나미를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이홍연은 갑자기 질투하기 시작했다.“공주전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인왕은 국주의 말대로 설국이 앞으로 백 년 동안 늑대 같은 야망을 품지 못하도록 밧줄을 묶어두었을 뿐입니다.”이때 참지 못한 화진 우상 육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뜻이야? 왜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 거야?”이홍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공주의 모습을 본 국주가 말했다.“구주가 언제 세나미를 납치하였던지 홍연이는 아직도 기억해?”“네. 그가 설국에 발을 막 들여놓을 때였어요.”이홍연은 국주의 물음에 대답했다.“근데 구주가 왜 세나미를 붙잡아두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국주가 다시 물었다.이홍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과인의 추측이 맞다면 구주가 이미 미래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설태현의 머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설국의 여자 군신인 세나미를 붙잡아 두었던 거야.”국주는 실눈을 뜨고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