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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남릉.

한때 번화했던 고씨 집안 대문이 지금은 매우 황량하게 보였다. 중앙에는 거대한 칼자국이 고씨 집안 저택의 절반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그 자국의 길이는 십 장에 달했고, 대문에서부터 고씨 집안 내원까지 이어졌다.

이 칼자국은 당연히 윤구주의 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씨 집안 내원의 절반은 이미 무너지고 파손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것은 바로 윤구주와 고씨 집안의 대결이었다.

지금 이 순간, 고씨 집안 중앙 대전 바깥에 거대한 인물이 서 있었는데 무표정한 얼굴에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바로 윤구주의 옆에서 항상 함께하는 시괴 거인, 동산이었다.

고씨 집안과의 대결에서 윤구주는 동산을 데리고 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고씨 집안을 완전히 장악한 윤구주는 동산을 자신의 문지기로 삼았다. 동산이 지키는 내전 안에서 윤구주는 차를 마시며 손에 든 봉안보리구슬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이 봉안 보리 구슬은 이전에 고시연의 몸에서 떼어낸 것이다.

옆에는 고시연이 하인처럼 서서 윤구주에게 차를 따르고 있었다.

“네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온다고 했지?”

갑자기 윤구주가 물었다.

고시연은 이 질문에 몸을 떨며 두려워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늘이나 내일쯤 돌아오실 겁니다.”

이를 들은 윤구주는 밖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좋아, 빨리 돌아오기를 바래.”

그렇게 말하며 윤구주는 찻잔을 내려놓고 옆에 서 있는 고시연을 바라보았다.

“고씨 집안을 파괴하고 너를 노예로 삼았는데, 내가 밉지 않아?”

윤구주가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던지자, 고시연은 당황하며 입을 떼었다.

“저는...”

“두려워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봐.”

고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미워합니다. 하지만 또 미워하지 않아요.”

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왜냐고 물었다.

고시연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윤구주를 마주 보았다.

“당신이 사람이라기보다는 악마 같았기 때문이에요. 만약 오늘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알았다면, 차라리 죽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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