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장로님, 숨김없이 보고드리자면 노룡산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세가 절정자들이 전부... 전부 윤구주에게 살해당했습니다!”무릎 꿇은 마가의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그 많은 절정자들이 모두 죽었다고?”이 말을 듣고 대전 안에 있던 마가의 강자들은 모두 경악하여 얼어붙었다.“제가 드리는 말씀은 모두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노룡산 산 정상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심지어 채성고루까지 붕괴되었습니다!”“산 아래에 있던 생존자들은 그 전투에서 윤구주가 마치 신마처럼 공중에 서서 전신에서 신선과 같은 기운을 발산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바로 그 악마 같은 자가 모든 세가 절정자들과 세자를 모조리 죽인 것입니다!”마가 노인의 말을 다시 들은 마효순의 몸이 순간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했다.“윤구주! 윤구주! 내 아들의 목숨을 갚아라!”마효순은 미친 듯이 대전 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분노의 절규를 터뜨렸다.그때, 갑자기 옆에서 차분하고도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효순아, 진정해라.”그 목소리와 함께 머리가 백발인 검은 옷의 노인이 대전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이 노인은 오악 절정의 경지에 있는 자였다.그가 나오자마자 대전 전체가 그의 절정 기운으로 휩싸였다.이 인물이 바로 마가의 현임 가주, 마황이었다. 그는 또한 마효순의 부친이었다.“아버지!”마황이 등장하자 대전에 있던 마씨 일가의 모든 구성원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마효순도 예외는 아니었다.“가주님께 문안 인사드립니다!”마황은 차가운 표정으로 대전 중앙의 자리에 앉은 후, 손을 한 번 휘저으며 말했다. “모두 일어나라!”“감사합니다!”곧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아버지, 동한이가 노룡산에서 살해당했습니다! 제발 아버지께서 동한이의 원수를 갚아주십시오!”마효순은 마황이 등장하자 잔뜩 붉어진 눈으로 호소했다.사실 마동한은 단지 마효순의 아들일 뿐 아니라 마황의 친손자이기도 했다.
“지금 이 윤씨 성을 가진 자가 살아 돌아왔으니 틀림없이 우리 세가의 위상을 억누르려 할 것이다!”“너희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지!”마황은 주변의 마가 장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주님! 제 생각에 우리 마가는 계속해서 문씨 세가와 연합해야 합니다! 지금 화진 국방부가 문씨 세가의 손에 완전히 들어가 있고 문아름이 화진의 새로운 왕으로 있는 한 우리에게는 든든한 기반이 있습니다!”매서운 눈매를 지닌 절정 장로가 나섰다.“셋째 장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그 윤씨 성을 가진 자가 비록 천하제일이라 하나 결국 지금은 혼자일 뿐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자의 왕위는 이미 문씨 세가에 의해 빼앗긴 상태입니다!”“가주님, 저도 문씨 세가와 연합한다면 언젠가는 그 윤씨 성을 가진 자를 반드시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또 다른 절정 장로가 나서며 말했다.두 사람의 말을 들은 마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희들 말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나는 그 윤씨 성을 가진 자가 그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마황의 말에 방금 발언했던 매서운 눈매의 장로가 놀라며 말했다.“가주님의 뜻은 그 윤씨 성을 가진 자가 우리 마궁에까지 도전해 올 거라는 겁니까?”순간, 침묵이 흘렀다.모두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 윤구주가 정말 마가의 본거지까지 쳐들어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말이다.그때, 침묵을 깨며 마효순이 날카롭게 외쳤다.“감히 우리 마궁에 오겠다고?”“우리 마가는 조선 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철의 방패처럼 버텨온 곳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 마궁에 온다는 것은 죽으러 오겠다는 거나 다름없습니다!”마효순의 호언장담에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누구나 그가 허세를 부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는 소리였다.노룡산에서 홀로 수십 명의 세가 절정자들을 도륙하고 노룡산 정상 전체를 파괴한 악마와 맞서 싸우기 위해 지금 이들만으로 과연 윤구주를 막을 수 있겠는가?“가주님! 소인의 의견
절벽 끝에 서 있기만 해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기운이 절벽 안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이 시각, 검은 옷을 입은 마가의 가주 마황이 마효순과 함께 그곳에 서 있었다.“아버지! 겨우 그 윤씨 성을 가진 자 하나 때문에 정말로 세 대장로님들을 출동시키려는 겁니까?”마효순이 질문을 던지자 마황은 즉시 냉정하게 말했다.“입 다물어라!”“넌 그 윤씨 성을 가진 자가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른다!”“6년 전, 곤륜에서 왕위에 오를 때 수많은 절정 강자들이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결과는 어땠느냐? 모두 그에게 전멸당했지 않느냐!”“그렇지 않다면 문씨 세가가 그렇게 많은 절정 잔당들을 모아 그자를 상대하려 했겠느냐?”마황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마효순은 아버지의 꾸지람에 고개를 숙이며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기억해라. 결코 우리 화진의 천하제일인 왕을 과소평가하지 마라!”마지막으로 마황은 경고하듯 말하며 깊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너는 여기 남아 있어라. 내가 선조님들을 모시고 오마!”이 말을 끝으로 마황은 몸을 날려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아래는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그 안개 속, 만 길 아래에는 세 개의 거대한 청동 관이 절벽 중앙에 떠 있었다.이 거대한 청동 관들은 각각 2m가 넘는 길이였고 오랜 세월의 풍파를 맞아서인지 표면에 먼지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세 관은 튼튼한 강철 사슬로 고정되어 절벽 중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바로 이곳이 마가의 세 선조들이 폐관 수행하는 장소였다.절벽 아래로 내려간 마황의 시야에 부패한 뼈들이 보였다.사람의 뼈도 있고 짐승의 뼈도 있었다.바닥을 밟을 때마다 썩은 뼈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마치 지옥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오악 내공을 지닌 마황조차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한숨을 쉬며 섬뜩함을 느꼈다.그는 다시 한번 경건하게 고개를 들고 지면에서 15m가량 떠 있는 세 개의 청동 관을 바라보았다.“마가 제72대 가주, 세 대장로님께 인사 올립니다!”마황은 장엄
「애도하라! 애도하라!」화진의 모든 서버는 묵념하며 구주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강성시의 한 해변가.비키니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소채은이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으로 묵념하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갑자기 뭐야?”“벌건 대낮부터 무슨 애도람?”“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애도한다고?”“아, 미치겠네. 어떤 사람이 죽었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인 거지?”핸드폰 화면을 5분동안 뚫어져라 지켜보고나서야 소채은은 헤드 메세지를 클릭했다.빨간색으로 적힌 몇글자가 소채은의 눈에 들어왔다. 대형 사이트의 홈페이지마다 헤드라인으로 걸려 있었다.「구주 군신이 어제 10개 나라에서 온 강자의 연합공세로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습니다.」「이 전쟁으로 파란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망망대해에 시체가 떠올랐습니다.」「이 전쟁은 한 사람이 한 군을 이끌고 10개 나라의 백만 군사를 온힘을 다해 격파한 전쟁이었습니다.」각 대형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보며 소채은의 앵두같은 입술이 동그랗게 오무려졌다.‘구주 군신? 할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시던 무패의 전설 아니었나? 그런데 전사했다니.’“그래서 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있구나. 이 무패의 전설이 죽은 거였어?”이 “구주 군신”의 사망 소식을 조금 더 검색해보다가 소채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구주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고 화진의 레전드 히어로가 맞았다.하지만 소채은과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시끄러운 일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다.소채은은 바닷가에 누워 집안 일을 고민했다. 그러자 절세의 미모에 걱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따르릉!”그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소채은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친구였다.“여보세요?”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친애하는 소채은 아가씨, 도대체 요즘 어디를 싸돌아 다니길래 연락이 안되는 거야?”“란이야, 왜? 나 지금 옛 본가에서 휴가 중인데.”소채은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남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파도에 휩쓸리면서 그저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착한 소채은은 이 모습을 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사람을 구하려 했다.다행히 수영을 꽤 잘하는 편이라 소채은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검은 옷 남자를 끌고 바닷가로 힘껏 헤엄쳐 갔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야 소채은은 그 남자를 바닷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소채은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얼른 남자의 생사를 확인했다.맥을 짚어보니 뛰고 있긴 했지만, 너무 미세했다. 그래도 살아있었다.소채은은 다시 고개를 숙여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고 옷은 이미 바닷물에 푹 절여져 있었다.소채은은 남자를 반듯하게 눕히고 나서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뚜렷한 이목구비에 잘생긴 얼굴을 가진 절세 미남이 따로 없었다.하지만 아쉽게도 바닷물에 너무 오래 떠 있어서 얼굴이 창백하고 핏기가 없었다.“너무... 잘생겼잖아!”소채은은 남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심박수가 빨라졌다. 하지만 소채은은 얼빠가 아니었다.심호흡을 하고는 남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전했다. 몇십 번 정도 시전하니 남자의 맥박이 돌아왔다. 남자를 살려낸 것이었다.“와, 드디어 살렸네!”소채은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근데 이 사람 누구지? 왜 바다에 버려진 거지? 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이렇게 사람 하나 없는 외진 곳에 버려뒀다가 밀물이라도 들어오면 죽게 놔두는 거나 다름없잖아.”한바탕 고민한 끝에 소채은은 이 생판 모르는 남자를 잠시 옛 본가에 데려가기로 했다.옛 본가에 도착해 소채은은 남자를 자기의 침대에 눕혔다.온몸에 모래가 묻은 소채은은 쓰러진 남자를 보고 먼저 샤워를 한 뒤에 병원에 데려가려 했다.한편, 굽이진 산길에 3대의 벤츠가 달리고 있었다.“채은이 이 계집애 진짜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혼자 옛 본가에 휴가를 와?”“채은이 친구가 제때 알려주지 않았으면 이 계집애를 어디서 찾아?”
“아빠, 큰아버지,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소채은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채은아, 지금 뭐 하는 거야?”“이 남자는 또 누구야?”소청하가 호통을 쳤다.특히 소채은이 샤워 가운을 두른 채 벌거벗은 남자와 침대에 있는 걸 보니 뇌출혈이라도 올 것만 같았다.소채은은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해명하기 시작했다.“아빠, 오해하지 마요. 이 남자 모르는 사람이에요.”“뭐? 모르는 사이라고?”“이 계집애야! 미쳤어? 모르는 사이에 잠자리를 가져?”소청하가 포효하다시피 했다.“아빠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요. 진짜 모르는 사람이예요. 그냥...”소채은이 해명하려는데 큰아버지 소천홍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둘째야, 진짜 대단하다.”“딸을 참 훌륭하게 키웠어. 모르는 남자와 잠자리까지 다 들고.”“곧 중해 그룹과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이 계집애 어떻게 처리할지 좀 말해봐.”소청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눈동자마저 빨개졌다.“망할 계집애, 우리 소씨 가문이 뭘 잘못해서 너 같은 불효녀를 낳은 거야?”“차라리 때려죽이고 말지.”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청하는 손을 들어 소채은의 뺨을 때리려 했다.소청하의 손이 소채은의 어여쁜 얼굴에 거의 닿으려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차가운 손이 소청하의 팔목을 움켜잡았고 소채은을 자기 뒤로 숨기기까지 했다.소채은은 순간 멍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건장하기 그지없는 뒷모습과 등 뒤에 새겨진 용의 머리가 보였다.‘이 남자 깨어난 거야?’소청하는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에 의해 단번에 손목을 잡혔고 팔이 부러질 것처럼 아파 언성을 높였다.“너... 너... 뭐하자는 거야?”남자는 거기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군주처럼 소청하를 내려다봤다.“놔, 이거 놓으라고!”소청하가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남자의 손은 마치 무쇠처럼 전혀 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봐라, 이 새끼 처리해.”소청하의 분노가 끝내는 터지고
소채은은 옷을 갈아입고 멍해서 쓰러진 남자 곁을 지켰다.이 남자는 진짜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게다가 온몸으로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지만 않으면 남신이 분명했다.“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지?”“그리고 왜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소씨 가문 보디가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무수히 많은 의문이 소채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소채은은 이 남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소채은은 침대맡에 누워 잠이 들었다.그때 소채은은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다가 이내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느새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 있었다.그리고 아주 올곧은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이 광경을 보고 소채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경계 태세로 물었다.“당... 당신... 뭐하자는 거예요?”남자는 막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멍한 눈빛으로 다시 소채은을 쳐다봤다.“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매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의문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소채은이 얼른 대답했다.“저는 소채은이라고 해요. 제가 바다에서 당신을 구한 거예요.”“바다요?”남자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바다에 떠 있었던 거 기억 안 나요?”소채은이 귀띔했다.남자는 바다라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죽음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셀 수도 없는 시체들이 핏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보였다.매캐한 연기와 군함이 불바다 속에서 망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그는 사방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강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던 걸 떠올렸다.최후의 최후에 그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구주왕... 구주왕...”이라고 외쳐대는 걸 들었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칼로 가르고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하...”소채은은 한숨을 내쉬고는 윤구주를 힐끔 올려다봤다.“됐어요. 너무 잘생겨서 제가 끝까지 선심 쓸게요.”“어찌 됐든 간에 시내로 돌아가면 병원에는 데려가 줄게요. 치료받을 수 있게 노력해 볼게요.”“그래서 회복되면 내 가족에게 잘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요.”소채은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지금부터 시내로 돌아갈 짐을 쌀 거예요. 먼저 여기서 티비 좀 보고 있어요. 아무 데도 가면 안 돼요. 알겠죠? 내 물건에도 손대지 말고요.”소채은은 낯선 남자에게 이렇게 당부하고는 윤구주에게 티비를 켜주었다.윤구주는 멍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티브이로 돌렸다.마침 티브이에서 죽음의 바다에서 일어난 10개국 간의 전쟁을 방송하고 있었다. 화면속을 가득 채운 전함에서는 까만 연기가 솟아올랐고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전투기가 날고 있었다.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화진의 군사들이 10개국의 침략자들과 싸우는 장면이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이 화면이 윤구주의 머릿속에 박히면서 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러면서 수많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구주왕, 그는 윤구주였다. 화진에서 종횡무진하는 9주 군신 윤구주.10개국 간의 전쟁은 서른 살도 안 되는 그가 최강의 경지에 접어들면서 다른 나라들이 벌인 침략 전쟁이었다.10개국에서 무서워하는 저승사자, 그들에게 난 벗어날 수 없는 악몽 같은 존재다.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10개국에서 100여 명의 최강 고수를 파견했고 10개국을 지키는 열세 명의 신급 강자들이 오로지 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그는 혼자서 한 개 군을 이끌고 10개국의 백만 대군을 맞섰고 결국 일곱 명의 신급 강자를 무찔렀다.허나 결국 여자 하나 때문에 패전하고 말았다. 그 여자는 바로 선우아름, 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였다.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는 대전이 끝날 무렵 윤구주에게 세상에서 제일 독하다는 기린 화독을 내렸고 그 화독이 심장을 공략한 바람에 윤구주는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