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Author: 라오
안시연은 테이블 위에 누워있었는데 마침 주인을 기다리는 정교한 선물 같았다.

연정훈이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고는 달콤한 입술을 맛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여자가 입고 있던 가운의 끈을 풀었다.

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가는 허리에 달라붙어 이리저리 누비고 있었다.

사실 아까 병풍을 사이 두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부터 그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안시연은 전민준에게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정훈은 목덜미를 물어뜯자, 안시연은 온몸에 전율이 퍼지는 것 같았다.

점점 거칠어지는 남자의 숨소리와 손길, 그리고 자연스럽게 버클을 푸는 남자를 보며 안시연은 얼굴이 빨개져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불빛 아래 뭔가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젖은 눈을 크게 뜨고는 빛이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것의 형체를 똑똑히 보려고 했다.

연정훈 손에 낀 반지였다.

그것도 약지에 끼어 있었다.

순간 뜨겁게 달아오르던 안시연의 몸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대충 세어보니 연정훈도 거의 서른 되는 나이였다.

명문 가문의 후계자라면 이 나이에 진작 결혼했을 텐데 말이다.

“집중해.”

남자는 여자의 귓불을 깨물며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다리를 꽉 잡아 벌리려고 하자 안시연이 갑자기 몸을 뒤로 빼며 남자를 밀어냈다.

“안 돼요!”

연정훈의 새까만 눈동자는 욕망으로 타올랐다.

그는 안시연이 그에게 도움을 부탁할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이 조건을 내세울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는 여자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상처 난 부위를 피해 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는 힘으로 제압했다.

안시연이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의 입술을 피했다.

연정훈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숨을 헐떡이고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왜 그래?”

“결혼하셨잖아요!”

안시연이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주지혁이 바람피워서 마음고생한 그녀는 누구보다도 ‘내연녀’라는 존재를 싫어했다. 그래서 절대 다른 사람의 결혼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연정훈이 예리하게 그녀의 뜻을 캐치하면서 고개를 숙여 손에 낀 반지를 바라봤다.

그녀의 이별 사유가 떠올랐고, 또 그녀의 눈빛에 스친 증오의 감정을 발견하자 잠자리가 중단되었다는 불쾌감이 사라지게 되었다.

연정훈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는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결혼한 거 아니야. 그냥 심심해서 낀 반지야.”

하지만 안시연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연정훈은 그녀에게 더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그녀를 안아 올린 후 침대로 향했다.

몸이 침대에 던져졌다. 흔들리는 침대 때문에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안시연이 몸을 일으켰지만 남자가 쏟아진 빛을 막아버리면서 그녀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창가에 선 남자는 여유롭게 옷을 벗어 던졌다.

그의 그윽하고도 어두운 눈동자를 보자 안시연은 갑자기 지금 이 상황이 그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연정훈이 원하는 대로 그녀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몸이 덮쳐오며 그녀는 키스를 모두 받아내야 했다. 그를 밀어내려고 손을 뻗었지만 남자 앞에서 그녀의 힘은 한없이 보잘것없었다.

결국 연정훈은 안시연의 몸을 뒤집었고 그녀는 침대 시트를 꼭 쥔 채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연정훈 씨, 그만해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는데 거절하는 그녀의 말은 오히려 그의 욕구를 더 자극했다.

경험이 없지만 사람 홀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안시연이 연정훈은 신기하기만 했다.

이제 막 시작하려던 그때, 갑자기 협탁에서 다급하게 울리는 전화기 소리가 들려왔다.

연정훈은 미간을 구겼다. 그가 있는 한 데스크에서 분명 함부로 그에게 전화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여자의 귀를 어루만지며 소리 없이 달래준 후 그녀에게서 몸을 떼고는 스피커폰을 눌렀다.

“연정훈 씨, 안녕하세요. 데스크인데요.”

데스크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약혼녀이신 임유정 씨가 도착하셨습니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약혼녀?

연정훈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안시연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표정을 숨기지 않고 그를 노려봤다.

그는 고개를 돌려 안시연을 바라보고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데스크에서 또 말했다.

“어머님도 오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연정훈의 얼굴색은 더 어두워졌다.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30분 후에 내려간다고 전해줘요...”

“그게...”

데스크는 무슨 말을 더하려고 했지만 연정훈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안시연을 보고는 말했다.

“이리 와.”

하지만 안시연은 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옷 입고 떠나고 싶었다.

연정훈은 독심술이라도 있는 듯 그녀의 발목을 잡아당겨 그녀가 자기 두 다리 사이에 놓인 카펫 위로 무릎 꿇고 앉게 했다.

안시연은 몸을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잃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게다가 얼굴이 그의 벨트에 부딪히고 말았다.

수치심이 폭발해 그녀는 고개를 든 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남자의 상체는 발가벗은 상태였다. 튼실한 가슴팍은 오히려 옷을 입을 때보다 더 압박감을 주었는데 마치 위장을 벗고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그는 허리 숙여 거친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는데 마치 모종의 암시를 하는 것 같았다.

“들었어? 나 30분밖에 없어. 무슨 일 있으면 나중에 다시 나에게 말해.”

이건 그녀에게 약속한 거나 다름없었다. 안시연도 충분히 그의 뜻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안시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의 손에 손을 얹고는 그의 양복 벨트 위로 가져갔다.

“이제 나를 만족시켜 줘.”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화

    호텔 로비에서.연정훈이 내려왔을 때는 이미 샤워를 마쳤고 다른 양복으로 갈아입은 후였다.김세연이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임유정이 앉아있었는데 그녀는 잡지 속의 주얼리를 가리키며 김세연과 얘기를 나눴다.연정훈이 걸어오자, 임유정은 바로 그를 발견했다.“정훈 씨.”그 말에 김세연도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아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바로 샤워한 사실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아들이 체면도 지켜줘야 했으니, 김세연은 굳이 까발리지 않았다.“왜 이제야 내려와? 나랑 유정이가 너 거의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연정훈이 덤덤한 얼굴로 소파 위에 앉고는 말했다.“데스크에서 약혼녀가 왔다고 하던데요. 약혼녀와의 첫 만남이니까 제대로 꾸미고 내려와야죠.”김세연이 의아한 얼굴을 보이고는 임유정에게 고개를 돌려다.임유정의 얼굴에 홍조가 띠더니 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약혼녀? 데스크가 그래?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김세연은 그녀의 연기를 간파하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연정훈을 보며 말했다.“데스크에서도 너랑 유정이가 선남선녀로 보여서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이런데도 기회 안 잡고 뭐 해?”임유정의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그녀는 김세연의 팔을 끌어안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김세연이 그녀의 팔을 툭툭 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연정훈을 흘겨봤다.연정훈은 기분이 좋았는데도 임유정이 연기하는 꼴을 참을 수 없었다.그는 김세연을 보며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너 집에 안 들어온 지 몇 달이나 됐잖아. 전화해도 계속 건성건성 대답하고. 유정이랑 밥 먹다가 네가 이곳에 묵고 있다는 걸 알았어. 아니면 엄마가 아들 얼굴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즘 바빠서요.”“핑계는.”김세연은 아들 얼굴 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 임유정을 보며 말했다.“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들어가서 쉬어. 대신 네 엄마에게 안부도 물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화

    안시연은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주지혁에게 준 집 열쇠를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탁’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멀지 않은 곳에 양복과 구두로 번듯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주지혁이었다.남자는 천생 배우라더니 주지혁도 다를 것 없었다.잘생긴 그는 평소 안시연에게 무척 따뜻하게 대해줬다. 하지만 지금 음침한 얼굴빛을 드러내 안시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안시연이 그를 쫓아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물었다.“전민준 만나러 갔어요?”그는 분명 단톡방 내용을 봤을 것이다.안시연이 숨을 길게 내쉬고는 그와 더 얘기하지 않으려 했다.“누굴 만나든 당신과 상관없으니 이제 우리 집에서 나가죠? 열쇠는 여기 두고요.”불같이 화를 내는 안시연을 보더니 주지혁은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자기에게도 이렇게 모질게 구는데 전민준 같은 인간에게 자존심을 굽혔을 리가 있을까?“시연 씨 일이니까 당연히 신경 써야죠.”안시연은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주지혁이 한발 앞서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아 한쪽을 버리고는 여세를 몰아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이거 놔요!”안시연이 소리를 질렀다.주지혁은 강세로 그녀를 밀어붙이며 소파에 눕혔다.“출국하는 거, 고민해 봤어요?”안시연이 발버둥 치더니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꿈도 꾸지 마요!”주지혁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는데 갑자기 이상할 정도로 빨갛게 물든 그녀의 입술을 발견해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다른 사람과 키스했어요?”안시연이 멈칫했다.곧이어 복수했다는 쾌감이 들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네, 키스했을 뿐만 아니라 잠자리도 가졌죠.”주지혁은 이성의 끈을 놓을 뻔했다.하지만 고집스러운 안시연의 얼굴을 보며 그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을 설득했다.‘나의 시연 씨는 절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자신의 추측에 힘을 실으려고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안시연에게 키스를 퍼부었다.안시연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화

    안시연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얼굴에는 잿빛이 감돌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후, 다음 날 다시 출근했다.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었다. 왜냐하면 외할머니의 수술을 더는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졸업하자마자 주지혁의 회사에 입사했던 안시연은 주지혁이 정한 ‘사내 연애 금지' 규정을 어기지 않기 위해 주지혁의 제안대로 비밀 연애를 승낙했다. 하지만 안시연은 오로지 자기 능력으로 재무팀 주임 자리를 꿰찼다.다시 회사에 돌아왔더니, 주지혁이 일부러 그녀를 재무팀 주임 자리에서 끌어내렸고 재무팀 보조직으로 발령 냈다.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동료들은 모두 그녀가 주지혁에게 미움을 샀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 때문에 주지혁이 대놓고 괴롭히지는 못하고 몰래 트집을 잡아 끌어내렸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사흘이 지나자, 안시연은 이미 피곤함에 찌들대로 찌들었다.업무에 시달리다가 이제 막 한숨 돌리려던 때, 사무실 입구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힐끔 보고는 이내 외면했다. 다름 아닌 조이현이 회사로 방문한 것이었다.안시연은 기회를 노리다가 화장실에 가는 척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이현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저기요, 이리 좀 와보실래요?”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안시연은 밖에 있던 주지혁의 뒷모습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나서 감정을 억누르며 앞으로 나섰다.“네, 조이현 씨.”그러자 조이현이 다짜고짜 물었다.“혹시 그쪽이 안시연 씨인가요?”“네, 그렇습니다.”조이현은 안시연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짐 챙겨서 나오세요. 주 대표님과 저를 따라 외근 좀 다녀오셔야겠어요.”말을 마친 조이현은 안시연이 거절할 틈을 주지 않고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같은 사무실 동료들은 각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안시연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클라이언트와 통화를 마치고 뒤돌아선 주지혁은 안시연이 조이현을 따라 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화

    안시연은 자기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연 대표라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가 떠올랐다.몇 분 지나지 않아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프타임으로 들어왔는데, 맨 앞에 선 남자는 바로 연정훈이었다.테니스복 차림의 연정훈은 이승우의 차림새와 다를 바 없었지만, 정장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더 젊어 보였다.가뜩이나 더운 날씨라 얼굴이 붉어졌던 안시연은 연정훈을 보자,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자꾸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정훈 오빠!”연정훈이 가까이 다가오자, 조이현은 바로 다가가 인사했고 겸사겸사 주지혁을 소개했다.안시연은 뒤에 서서 주지혁이 순간 벙찌더니 온몸이 굳어진 것을 보고 바로 알아차렸다.얼마 전 주지혁과 성진대학교 동문 모임에 참가했을 때, 연정훈도 자리에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주지혁은 연정훈이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것이었다.안시연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연정훈은 안시연을 못 본 듯, 테니스 라켓을 한쪽에 맡기고 물병을 따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연정훈이 경기장에서 돌아오자, 모든 관심이 그에게로 집중됐다.부승원이 물었다.“마지막 공은 어떻게 된 거야?”연정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실수지 뭐.”이승우가 피식 웃으며 짓궂게 말했다.“실수? 에이, 설마 우리 쪽에서 미녀가 온 걸 보고 잠깐 정신 팔린 거 아니겠지?”연정훈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안시연을 한 번 보았다.안시연은 갑자기 연정훈과 눈을 마주치자,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사이, 조이현이 안시연을 대신해서 그녀를 소개하고 있었다.“정훈 오빠, 안시연 씨에요. 지혁 씨 회사 직원이에요.”연정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물병을 내려놓고, 이승우에게 말했다.“내가 졌어, 기량이 남보다 못한 걸 인정해. 경기에서 진 이유가 장외 풍경이 예뻤던 탓이라고 할 순 없지.”장외 풍경이 예뻤던 탓? 안시연이 예쁘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연정훈의 최측근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화

    번외 경기가 시작되었고, 장외에서 이승우 등이 관전했다. 조이현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전했고, 남자들은 뒤에서 앉아 있었다.부승원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무심코 입을 열었다.“주 대표님은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사업을 하시는 건가요?”주지혁은 부승원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줄 알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부승원이 몸을 뒤로 기대고 조이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이현이 같은 여자친구를 뒀으니, 앞으로 주 대표님 사업은 승승장구 할수 있겠네요.”이승우도 두 사람의 대화에 흥미를 느낀 듯 눈썹을 들썩이며 끼어들었다.“예를 들면 어떻게 승승장구할 것 같다는 거지?”“당연히 인맥으로겠지...”이승우가 피식 웃었다.‘풉, 인맥은 무슨, 뇌물 공세겠지...’우연히 만난 척하는 것도 모자라, 예쁜 비서까지 데리고 온 건 다른 뜻이 있어서가 틀림없다는 것을 두 사람도 진작에 알아챘다. 기회를 틈타 예쁜 비서를 그들에게 넘기려는 속셈을 말이다.주지혁의 입꼬리가 약간 굳어졌다. 그는 물론 부승원의 비아냥거리는 어조를 알아들었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속으로 이렇게 우스운 상황을 만든 조이현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밖에...경기장에서 몇십 번의 라운드가 계속됐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탁!”라켓에 공이 부딪히는 소리가 굉장하게 들려왔다. 안시연이 위험한 공을 되받아친 소리였다.장외에서 이승우가 박수갈채를 보냈다.“나이스 샷!”연정훈도 그녀를 바라보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다 시선이 안시연의 가슴에 꽂히자, 덤덤한 척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백핸드로 정면 타를 날렸다.구력이 너무 센 데다가 구속도 너무 빨랐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도 받아치기 어려웠다. 한우빈과 그의 파트너, 두 사람 모두 수비에 실패했다.첫 라운드는 안시연과 연정훈의 승리로 끝났다.안시연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했던 안시연은 격렬하게 운동하고 나니 당이 떨어진 듯 무기력해졌다.다음 라운드가 다시 시작될 줄 알고 숨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화

    말이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안시연 쪽으로 쏠렸다. 다만 연정훈은 관심 없다는 듯이 생수병 마개를 비틀고 물 한 모금 마셨다.안시연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가 연정훈을 오해했던 것이었다.“안시연 씨?”한우빈의 파트너가 다시 한번 부르자, 안시연은 무의식중에 입을 열었다.“... 아니요.”안시연과 주지혁은 진작에 헤어졌으니, 주지혁은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니었다.안시연의 대답을 듣고 나서 주지혁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정훈의 앞에서 안시연이 자기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자기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주지혁이 원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안시연의 거침없는 말투에 주지혁의 눈빛은 다시 어두워졌다.“남자친구도 없는데 왜 우리 연 대표님을 보는 척도 안 해요?”이승우가 짓궂게 말했다.“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예요?”안시연은 뜸을 들이다가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주지혁의 눈빛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예전엔 주지혁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었다면, 지금의 안시연은 주지혁이라는 사람을 철저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고상하고 도도한 그의 얼굴 뒤에 숨겨진 자격지심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 부인하면 오히려 주지혁의 자격지심을 건드릴 수 있어. 할머니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니...’쩔쩔매며 망설이는 안시연의 모습은 마치 묵인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주지혁의 눈빛도 많이 누그러졌다.이승우는 그제야 곁에 있던 연정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어휴, 이번엔 물 건너갔네...”연정훈은 손에 든 생수를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의 작은 행동에도 안시연은 가슴이 뜨끔했다.이때, 연정훈이 씁쓸하게 말했다.“상대가 일편단심이라면 어쩔 수 없지 뭐.”연정훈은 말을 마치고 나서는 두 번 다시 안시연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이승우와 부승원이 경기하러 경기장으로 나가자, 자리에는 몇 사람만 남게 되었다. 안시연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땀이 많이 나서 잠시 샤워만 하고 오겠다며 조이현에게 양해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화

    주지혁이 돈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자, 안시연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한발 한발 헤쳐 나갈 수밖에 없었다.안시연은 샤워하고 나온 후부터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 샤워장에서 나온 후 생수 한 병을 사서 복도에 앉아 있었다.“안시연 씨?”어디선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승우와 부승원이었다.“이승우 씨, 변호사님!”안시연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보고 이승우가 먼저 물었다.“어디 아프세요? 테니스 경기 때 무리했던 거 아니에요?”안시연은 지금 컨디션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몰랐다.“더위 먹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더위? 더위 먹은 거라고 해도 방심하지 마세요.”이승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건네주었다.“이거 가지고 3층 A1 라운지로 올라가시면 제가 의사를 불러올게요.”“아닙니다.”안시연이 괜찮다고 했음에도 이승우는 카드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우리 사이에 뭘 사양해요. 한번 친구는 평생 친구죠.”“...”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부승원도 입을 열었다.“A1 라운지는 개인 라운지가 아니고 프라이빗한 공간도 아닙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 거기서 푹 쉬고 나오세요. 카드는 프런트에 반납하면 돼요.”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얼굴을 보니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지칠 대로 지쳤던 안시연은 개인 라운지가 아니라면 마음 놓고 쉬다가 내려와도 된다는 생각에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이승우는 손사래 치며 말했다.“어서 가서 쉬세요.”안시연은 한숨을 내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그런데 안시연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자마자 이승우가 부승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우리 부승원 변호사님, 멀쩡한 얼굴로 진지하게 헛소리하면 되나요?”부승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깨에 놓인 이승우의 손을 아래로 내려놨지만, 이승우는 또다시 올려놓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3화

    연정훈이 말을 잇기도 전에 주지혁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연 교수님?”연정훈은 고개를 숙이고 빨갛게 달아오른 안시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인데요?”“아까 너무 바빠서 미처 감사하다고 인사를 못 한 것 같아서요. 지난번 성진대학교 동문회에서 교수님 덕분에 조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안시연은 조금 놀라웠다. 주지혁이 먼저 연정훈에게 동문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대체 뭘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안시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연정훈이 스위치를 누르고 나서 아까보다 더 가까이 밀착했다. 안시연은 고개를 들면 연정훈과 닿을 것 같았다.연정훈은 주지혁에게 대답하지 않았고 기분이 언짢아진 것 같았다.주지혁은 대답을 들으려고 기다리지 않았고 할 말을 이어갔다.“바쁘신 분이라 잊으셨나 봐요. 지난번에 제가 후배와 함께 인사드렸었는데, 혹시 기억하세요?”안시연이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제야 주지혁의 의도가 이해됐다. 주지혁은 연정훈의 태도를 떠보려고 온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연정훈이 그들의 관계를 폭로할까 봐 두려워했다.‘후배? 정말 웃기지도 않네... 이렇게 선을 긋는 건가?’연정훈도 주지혁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시선은 안시연의 빨간 입술 위에 떨어졌다. 연정훈은 다시 한번 반복했다.“후배?”안시연은 그 두 글자를 듣고 조롱받는 기분이 들었다.연정훈이 말을 이었다.“그날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서 기억이 잘 안 나네요.”연정훈이 이렇게 말하자, 주지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기억이 안 나서 그렇게 말한 것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연정훈이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는 건 그들의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이어서 두 사람은 본론으로 들어가 잠깐 대화를 나눴다. 안시연은 두 사람의 대화에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통화가 끝나자, 방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연정훈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지만, 안시연은 그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Latest chapter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6화

    전주에서 돌아온 후 배여진은 조용히 떠났다.이승우의 말에 따르면 아마 이혼하러 돌아간 듯했고 선기현이 직접 와서 그녀를 데려갔다고 했다.“직접 데리러 왔다면 그래도 아직 감정이 남아 있는 거 아니야?”부승희가 말했다.이승우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건 감정이 남아서가 아니라 당장 이혼하고 싶어 안달이 난 거지.”‘쓰레기 같은 남자.’부승희는 거칠게 욕을 퍼붓고는 고개를 홱 돌려 물었다.“야 너랑 선기현 씨 친하잖아. 근데 너한테 밥 안 사줬어?”“사줬지. 며칠 전에 도착해서 저녁에 술 한잔하자고 했어.”“근데 왜 안 갔어?”“나는 흠집 있는 친구 안 사귀어. 깨끗하게 살아야 하니까.”부승희는 어이없었다.“...”‘멍청이.’배여진과 선기현을 보고 있자니 마치 이승우와 부승희의 반면교사 같아서 이승우는 괜히 불안해졌다.그 골칫거리들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놓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두 건물에서 키우던 돼지들이 비정상적으로 집단 폐사했다. 게다가 다른 두 곳에서는 식품회사가 찾아와 협력을 논의하면서 일이 급증했다. 두 사람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한 명은 반바지 차림으로 회의실에서 협상하고 다른 한 명은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돼지 수의사들과 함께 치료에 매달렸다.여름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날씨는 더욱 후덥지근해졌다.부승희는 돼지 전염병 문제를 해결한 후 사무실에서 이승우와 협력 건을 논의했다.그녀는 파초심 두 개를 가져와 하나를 이승우에게 건넸다.이건 열대 지역에서 가져온 거였는데 돼지들에게 먹일 수는 있지만 돼지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승희는 두어 번 먹어보니 수분이 많아서 그런지 꽤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이승우는 한입 베어 물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쓰레기통에 던졌다.“돼지도 안 먹는 걸 왜 먹어?”이승우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부승희는 찌꺼기를 뱉으며 말했다.“나중에 남편을 고를 때 ‘파초심을 좋아할 것'이라는 조건을 꼭 추가해야겠다.”이승우가 움찔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5화

    저녁 10시.부승희는 농장에서 자리를 찾아 뜨끈한 만둣국을 한 입 크게 넣었다.멀지 않은 곳에 운전기사가 차를 버리고 허겁지겁 도망가는 게 보였다. 어두운 가로등 불빛 아래 홀로 도망 다니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이승우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며 전화를 돌렸다.“오빠, 적당히 해. 너무 과하게 하지 말고.”부승희의 말에 이승우는 그 앞으로 걸어와 만둣국을 슬쩍 바라봤다.“더 있어?”“아니. 태오 씨가 마지막 하나 남은 만둣국 사준 거야.”정태오는 농장 경비원이었는데 스무살은 막 넘긴 순수한 청년이었다.부승희는 국물을 들이켜며 뿌듯해했다.이승우는 부승희가 대체 어느 부분에서 뿌듯해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만둣국을 먹게 돼서 뿌듯한 건가?이승우는 부승희의 앞으로 자리를 잡으며 물었다.“나 두 개만 줄래?”“싫어. 나 먹을 것도 부족하단 말이야.”이승우는 말이 없었다. 그저 그 옆에 놓인 숟가락으로 만두 하나를 훔쳐 입에 넣었다.“오빠!”“나 경찰에 신고했어.”이승우는 부승희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부승희는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왜?”“그 사람들이 이 야심한 밤에 무리 지어 다니며 바가지를 씌우는 행위가 합법은 아니잖아.”이승우는 어느새 만두를 두 개째로 입에 넣었다.부승희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자들끼리 하산하다가 저 무리를 만났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지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니 이승우가 세 번째로 만두를 훔치려 했다.부승희는 모기를 때리듯 이승우의 손등을 찰싹 내리쳤다.깜짝 놀란 이승우가 고개를 번쩍 들고 말다툼이라도 하려는데 황규식이 이승우를 향해 걸어왔다.이승우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고 창피한 줄도 몰랐다.“무슨 일이에요?”황규식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견인된 차량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급하게 차량을 구해뒀는데 오늘 밤 떠나실 겁니까? 아니면 하룻밤 묵을 겁니까?”“아니에요. 내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4화

    부승희는 어렴풋이 잠에서 깼다.그런데 이승우가 대신 외투를 고쳐 덮어주며 다시 제 어깨에 눕혔다.“좀 더 눈 붙여. 도착하면 깨워줄게.”부승희는 정말 피곤했기에 군소리 없이 다시 머리를 기댔고 제 어깨에 올라온 이승우의 손을 휙 내쳤다.“잠시만 눈 좀 붙일게.”부승희는 다시 눈을 감기 전에 저 사람을 혼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이승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래. 안심해.”“응...”차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창가의 풍경은 빠르게 바뀌었다.고르게 들려오는 부승희의 숨소리에 이승우는 제 어깨를 고정하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부승희가 제 어깨에 기대 잠을 자던 게 언제 적 일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이승우는 여유를 만끽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런데 고개를 드니 기사 남몰래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는 게 보였다.이승우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더 경계심을 높여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다.기사는 껌을 꺼내 이승우에게 권했다.“저는 괜찮습니다.”기사는 덤덤하게 껌을 다시 내려놓았고 이따금 말을 걸었다.부승희는 말소리가 거슬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러자 이승우가 말했다.“기사님, 제 여자 친구가 잠이 들어서요.”‘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이승우는 겨우 표정을 풀었으나 허리에 따끔 하고 고통이 느껴졌다.“쓰읍.”이승우가 아픈 곳을 살살 매만지는데 부승희가 나른해진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지금 또 어디에서 개수작을 부리는 거야.”그러자 이승우는 마른기침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잠든 거 아니었어?”“...”[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번만큼만 넘어가 줘.]마지막 한 마디는 이승우가 타자해서 부승희에게 보여줬다.부승희는 입을 삐죽거리다가 다시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나 다시 잔다.”“그래그래. 푹 자.”차량은 계속 달려 농장으로 향했고 이승우는 직원에게 문자를 보내 여러 사람을 불러 농장 입구에서 대기하라고 했다.바가지 씌우는 것도 모자라 부승희를 힐끔거리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3화

    “두 분 택시 잡으려는 거죠?”가장 앞장선 남자가 물었다. 그러나 평범한 택시 기사 같지 않은 거들먹거리는 말투였다.이승우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따로 부른 차가 있으니 괜찮습니다.”그 말에 기사는 바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여긴 그런 평범한 차량이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우리도 엄연히 택시 운전하는 사람인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우리 차에 타도 다 똑같아요.”그때 부승희의 핸드폰이 울렸고 콜택시 운전기사가 걸어온 전화였다.“손님, 차량이 안으로 진입이 불가능해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막아서고 있는데 차라리 다른 차량 잡는 게 어때요?”부승희는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이젠 하다 하다 택시 운전기사들도 독점이라는 걸 하는 모양이었다.그들은 두 사람이 콜택시를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걸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이승우는 아무나 전화를 걸어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기사의 더러운 시선이 자꾸 부승희에게로 향하는 걸 보며 생각을 바꿨다.이 야심한 시간에 본인 혼자였다면 몰라도 지금은 부승희가 옆에 있었다.저 사람들은 말이 좋아 운전기사였지 독점 운영하는 걸 보아 어쩌면 깡패 일까지 겸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승우는 먼저 상황을 안정시키고 안전하게 이곳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라 생각되었다. “그쪽 차에 타면 바로 떠날 수 있어요?”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두 사람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다.“손님, 우린 미터기로 계산 안 해요. 인수로 계산하지.”“네, 상관없어요. 얼마면 되는데요?”“어디로 가세요?”이승우는 주소를 말했다.“한 사람 오만원.”‘세상에 말도 안 돼.’목적지에서 가백산까지의 거리는 콜택시로 고작 만원이 되지 않는 거리였다.비록 두 사람에게 있어 오만원과 만원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바가지 씌우는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부승희는 몰래 이승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고 이승우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부승희의 손을 꼭 잡아 아무 말도 하지 말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2화

    가백산은 낮다면 낮고, 높다면 높은 해발이었다.이승우도 평소 등산을 자주 하는 편이었으나 부승희와의 등산은 학창 시절 수학여행 뒤로는 처음이었다.그해 여름은 아주 더웠고 부승희는 등산하기 싫어 차량에서 버티고 있었다.이승우는 차 안으로 들어가 부승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승희야.”그러나 부승희는 못 들은 척 외면했다.“산에서 보는 일출이 그렇게 예쁘다는데?”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이승우는 주변을 뒤적이다가 얇은 잡지를 돌돌 말아 부승희의 귓가에 대고 살살 바람을 불기 시작했다.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부승희는 결국 고개를 들어 이승우와 시선을 마주했다.부승희는 이승우를 빤히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히고 잡지를 휙 던졌다.“그때의 넌 작은 산도 등산하기 싫어했잖아.”이승우의 말에 부승희도 자연스레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차 안에서 귓가에 바람을 불던 이승우와 따듯하던 바람이 온몸을 간질거리게 했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부승희는 이승우가 정말 자신의 귓가로 다가온 줄 알고 심장이 쿵쾅거렸으나 눈을 뜨니 돌돌 만 잡지가 보였고 순식간에 실망이 찾아왔었다.부승희는 이런 이승우가 참 미웠다.하지만 결국 부승희는 이승우와 함께 등산하게 되었다. 등산하는 내내 수많은 친구가 이승우와 사진을 찍고 싶어 해 부승희는 또 한 번 화를 내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승우는 어쩔 수 없이 또 부승희를 달래주었고 부승희를 달래주기 힘든 여왕 같다며 별명까지 지어주었다. 부승희는 서운했다. 하고 싶지 않은 등산도 이승우랑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따라 나왔는데 또 많은 사람이 달라붙었으니. 그러나 이승우는 귀찮은 내색도 없이 친구들의 요청에 응했다.하지만 이제 이승우의 옆엔 오직 부승희 뿐이었다.산을 타고 올라가니 작은 절이 보였고 이승우는 밖에서 짧게 기도를 할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부승희는 이승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뭐해? 안으로 들어와서 향 피워야지.”‘여기까지 와서 안하고 가는 게 어디 있어.’이승우는 사실 무신론자였으나 부처님 앞에서 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1화

    이승우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확인했고 따라 내린 부승희는 이러한 상황에도 아주 덤덤해 보였다. 부승희는 트렁크에 비상 타이어가 없다는 말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정범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하라고 지시했다.“오빠, 견인 부르고 오 사장한테 차량 새로 부탁해.”이승우는 오정범이 액운을 불러온 거라 투덜거렸다.그러나 사건은 꽤 빨리 해결되었다.이승우가 전화를 걸고 있는데 부승희가 핸드폰을 뒤적이며 이렇게 말했다.“오빠, 여기 콜택시 잡혀.”그러자 이승우는 오정범에게 걸고 있던 통화를 바로 종료하고 부승희의 핸드폰을 바라봤다.“너 콜택시 별로 안 좋아하잖아.”“돼지 농장도 운영하는 내가 그런 걸 따질 것 같아?”‘내가 언제 그렇게 까다로웠다고.’부승희는 고개를 숙이며 핸드폰을 조작했다.“일단 이 차량 길가에 가져다 대고 견인 차량이 오면 맡기고 택시 타자. 더 질질 끌다가는 해가 떨어지겠어.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 타서 여기 근처 왔다가 차량 구해서 다시 전주로 돌아가는 거야.”“그래.”두 사람은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5억이 넘는 차량을 아무렇게나 길가에 세워두고 콜택시를 부르기 시작했다.가백산은 해발이 높지는 않았지만 풍경이 좋았고 등반하고 하산까지 소요 시간은 6시간 정도였다.초여름이고 산이다 보니 온도는 아주 낮았다. 게다가 이름 모를 벌레들도 많았다.등산 전, 이승우는 가방에서 스프레이를 찾아 부승희의 팔과 다리에 분사했다.부승희는 큼지막한 돌멩이에 앉아 얌전히 그 손길을 받았고 이승우가 이렇게 세심한 건 미처 몰랐다고 생각했다.그때,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가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며 이승우를 불렀다.“저기, 혹시 스프레이 좀 빌릴 수 있을까요?”이승우가 물었다.“몇 명인데요?”여자는 더 쑥스러워하며 멀지 않은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웬걸, 척 보아도 여덟명이나 되어 보였고 모두 반소매 반바지 차림이었다.이승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며 말했다.“그쪽 한 명에게 빌려주는 건 몰라도 저렇게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0화

    아침 아홉 시.부승희는 창가에 앉아 주먹밥을 우걱우걱 씹었다. 그리고 옆에서 무서운 속도로 비빔밥을 해치우는 이승우를 향해 눈을 흘겼다.정말 멍청하기도 하지. 또 이승우의 말에 홀랑 넘어가 버렸으니.저녁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긴 개뿔, 이승우는 다크써클 하나 없었고 비빔밥을 바닥까지 싹싹 비웠다.부승희는 너무 졸려 차에 올라 주먹밥을 몇 입 먹다가 바로 잠에 들었다.눈을 뜨니 차량은 어느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백미러로 뒤를 살펴보니 다섯 대 트럭이 뒤를 따르고 있었는데 트럭에는 모두 건강한 돼지들이 타고 있었다.돼지들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큰 귀를 펄럭이는 모습이 꽤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부승희는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이승우에게 말을 걸었다.“오정범 사장네 양계장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이승우가 바로 대답했다.“초기에만 140억 투자가 필요한데 별로 내키지는 않아.”부승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돼지 농사도 제대로 손에 익지 않았는데 닭까지 넓힐 생각은 없었다.“그럼 투자는 조금만 하자. 오 사장이 그동안 우리 많이 도와줬잖아.”이승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먼저 돼지들을 2번 농장으로 보냈고 직원에게 사인을 받은 뒤 새로운 기지를 둘러봤다. 그리고 풍경 좋은 길을 따라 오정범이 산속에 만든 양계장으로 향했다.오정범도 경인 출신이었고 이승우와는 중학교 동창이었다. 오정범은 가정 환경은 평범했지만 성격이 좋아 여전히 이승우 무리와 잘 어울려 지냈다.부승희는 양계장에 큰 관심이 없었으나 오정범네 농장을 둘러보다가 신선한 닭으로 튀긴 닭 다리를 건네받고 드디어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또한 오정범은 말을 참 재밌게 하는 편이었고 오정범이 입만 열면 부승희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그날 오후, 오정범이 떠나려는 두 사람에게 며칠 더 지내다가 가도 된다며 잡았다.부승희가 말했다.“저희 등산가기로 해서 이만 가볼게요.”“등산이요?”오정범이 바로 말을 붙였다.“설마 가백산 말하는 거예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09화

    “바람둥이는 언제가 되었든 또 떠날 사람이라고 했어.”부승희가 말을 이었다.“바람둥이가 왜 괜히 바람둥이겠어? 바람처럼 떠나고 사라지니 바람둥이라고 하는 거지.”“사람은 변해.”이승우의 말에 부승희가 대답했다.“그래도 타고난 본성 같은 건 있는 거잖아. 본성은 쉽게 안 바뀌어.”“네가 사람의 본성에 대해 뭘 그렇게 잘 안다고 그래? 인간은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것에 동물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이승우는 당황하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그러자 부승희는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세상에 짐승보다 못한 사람들도 있잖아.”그리고 한 손가락으로 이승우의 턱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오빠는 어떤 사람인데?”“난 좋은 사람이지. 본인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부승희는 헛웃음을 내쉬었다.이게 최근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모습이었다. 연인이라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인이 아니라고 하기엔 모호했다. 두 사람은 의식적으로 그쪽으로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여진이랑 가깝게 지내지 마. 괜히 네가 옆에서 지내다가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내일엔 나랑 원주 다녀오자. 여기에서 키운 돼지도 그쪽에 배송해 주고.”“우리가 직접 돼지 배송도 해?”“할 일도 없는데 원주나 다녀오지 뭐.”“오빠 지금 여진 언니가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여진이가 전주로 온 뒤로 계속 귀가 간지러운데 너라면 안 무섭겠어?”“귀 간지러우면 귀나 파.”“...”이승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부승희를 바라봤다.부승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저었다.“그래. 내일 다녀오지 뭐. 마침 가백산 등산하고 싶었는데.”“볼일 마치면 같이 가자.”부승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식사를 마치고 부승희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그런데 선기현이 오빠한테 연락은 했어? 두 사람 정말 이혼한대? 여진 언니 엄청 힘들어 보이던데.”“그래도 소용없어. 이미 마음 떠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든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이승우는 다 먹은 밥상을 치우기 시작했다.부승희는 소파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08화

    배여진의 충고를 부승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이승우에 대해 자신이 없다기보다는 배여진의 말이 설득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배여진과 선기현이 결혼식에 부승희는 신부 들러리로 참석했고 배여진은 부승희더러 몇 년만 더 기다리면 이승우가 진심으로 다가올 거라며 충고해 줬었다.그런데 배여진은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바탕으로 말을 바꿔 새로운 충고를 하지 않는가?부승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언니 괜한 충고는 하지 말고 좀 더 생산적인 일이나 하세요.’날이 어두워지고 배여진은 자리를 비워 전화를 받았다. 돌아올 때는 눈가가 빨개진 걸 보아 선기현에게 전화를 걸었던 거라 추측이 되었다.부승희는 배여진을 호텔로 바래다주고 본인은 돼지 농장으로 돌아왔다.요즘 농장은 시설이 많이 바뀌어 이제 건물에서도 돼지를 키울 수 있었다. 부승희가 평소 지내는 곳이 바로 돼지 농장의 옆 건물이었다.부승희가 건물 앞으로 다가가자 누군가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을 하는 게 보였다.그 인기척에 고개를 든 이승우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집이 있다는 걸 잊지는 않았나 보네?”부승희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키를 찾으려 가방을 뒤적였다.“왜 왔어?”“왜라니.”이승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에 쥔 물건을 들어 보였다.“농장에 돼지 사료가 떨어졌다고 해서 가지고 온 거잖아.”부승희는 웃음을 터뜨렸다.“오빠나 챙겨 먹어. 난 됐어.”그리고 이승우의 다른 손에 들려 있는 도시락을 보며 질문을 이었다.“그건 뭔데?”이승우는 짐을 집안으로 옮기며 말했다.“흰죽.”부승희는 또 쯧 하고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아침에 막 도착한 간장게장이야. 며칠 전에 먹고 싶다고 했잖아.”이승우는 부승희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섰다.그 말에 부승희는 괜스레 배가 고파지는 것 같았다.피곤해진 부승희는 크게 하품을 하며 고개를 까딱 움직이며 지시를 내렸다.“냉장고에 스팸 있으니 구워줘. 샤워만 하고 올 테니 같이 먹자.”이승우는 곧장 주방으로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