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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라오
번외 경기가 시작되었고, 장외에서 이승우 등이 관전했다. 조이현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전했고, 남자들은 뒤에서 앉아 있었다.

부승원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무심코 입을 열었다.

“주 대표님은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사업을 하시는 건가요?”

주지혁은 부승원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줄 알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부승원이 몸을 뒤로 기대고 조이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현이 같은 여자친구를 뒀으니, 앞으로 주 대표님 사업은 승승장구 할수 있겠네요.”

이승우도 두 사람의 대화에 흥미를 느낀 듯 눈썹을 들썩이며 끼어들었다.

“예를 들면 어떻게 승승장구할 것 같다는 거지?”

“당연히 인맥으로겠지...”

이승우가 피식 웃었다.

‘풉, 인맥은 무슨, 뇌물 공세겠지...’

우연히 만난 척하는 것도 모자라, 예쁜 비서까지 데리고 온 건 다른 뜻이 있어서가 틀림없다는 것을 두 사람도 진작에 알아챘다. 기회를 틈타 예쁜 비서를 그들에게 넘기려는 속셈을 말이다.

주지혁의 입꼬리가 약간 굳어졌다. 그는 물론 부승원의 비아냥거리는 어조를 알아들었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속으로 이렇게 우스운 상황을 만든 조이현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밖에...

경기장에서 몇십 번의 라운드가 계속됐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탁!”

라켓에 공이 부딪히는 소리가 굉장하게 들려왔다. 안시연이 위험한 공을 되받아친 소리였다.

장외에서 이승우가 박수갈채를 보냈다.

“나이스 샷!”

연정훈도 그녀를 바라보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다 시선이 안시연의 가슴에 꽂히자, 덤덤한 척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백핸드로 정면 타를 날렸다.

구력이 너무 센 데다가 구속도 너무 빨랐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도 받아치기 어려웠다. 한우빈과 그의 파트너, 두 사람 모두 수비에 실패했다.

첫 라운드는 안시연과 연정훈의 승리로 끝났다.

안시연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했던 안시연은 격렬하게 운동하고 나니 당이 떨어진 듯 무기력해졌다.

다음 라운드가 다시 시작될 줄 알고 숨을 돌리던 찰나에, 연정훈이 타임을 외쳤다.

안시연은 의아한 눈길로 연정훈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연정훈은 라켓을 바꾸겠다며 다녀오더니 무심코 작은 물건을 던져주었다.

안시연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고개를 숙여 건네받은 물건을 확인했더니 넥타이핀이었다. 연정훈이 덤덤하게 주의를 주었다.

“단추가 떨어졌어.”

안시연은 그제야 고개를 숙여 옷 단추를 확인했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며 두 볼이 붉어졌다.

하얀 셔츠의 가슴 부분에 달린 단추가 어느새 하나 떨어져 나갔고, 움직이지 않아도 브래지어와 뽀얀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하물며 방금 경기중에는...

맞은편에서 이미 시작을 재촉하고 있었기에, 안시연은 연정훈이 건넨 넥타이핀으로 벌어진 곳을 집고 재빨리 한마디 했다.

“연 대표님, 감사합니다.”

조금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 앞이라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지금은 곁에 아무도 없었지만 안시연은 연정훈에게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연정훈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연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어딘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양면 모두 보석이 박혀 있던 차가운 넥타이핀은 점프할 때마다 피부에 닿았고, 안시연은 그날 호텔에서 자기 속살에 닿았던 연정훈의 차가운 손가락과 손가락에 낀 반지가 떠올랐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안시연의 체력도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라운드는 첫 라운드에 비해 현저한 실력 차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연정훈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안시연은 억지로 버텼다.

3라운드가 시작되자, 안시연의 컨디션은 더 떨어졌고 얼떨결에 맞은편에서 날아오는 공에 맞을 위기에 놓였다. 그녀는 뛰어오르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렸다.

“퍽!”

이때, 연정훈이 안시연의 앞을 가로막고 공을 되받아쳤다.

안시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경기를 이어나기는커녕 힘없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넘어질 듯한 순간, 단단한 물건이 안시연의 허리 뒤를 받쳐주었다. 귓가에선 가쁜 숨소리, 그리고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들어보니 다른 사람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따뜻한 물체에 팔을 갖다 대고 나서야 안시연은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연정훈이 라켓을 잡은 손을 뻗어 라켓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쳐줬던 것이었다.

두 사람은 가깝게 서 있었지만 직접 스킨쉽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안시연은 그의 몸에 전해져오는 후끈후끈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짤막한 2초의 정적이 흐르고 나서, 안시연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극복하고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연정훈의 곁을 떠났다.

“연 대표님, 감사합니다.”

‘또 연 대표님이라고 하네?’

연정훈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만 끄덕했다.

한우빈의 파트너가 네트 쪽으로 달려왔다.

“안시연 씨, 괜찮아요?”

안시연은 조금 진정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체력이 부족해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우리가 어떻게 연 대표님과 체력을 겨룰 수 있겠어요?”

안시연의 안색이 힘들어 보이자, 한우빈도 두 사람을 붙잡지 않았고 연정훈에게 경기를 끝내자고 했다.

연정훈이 경기장을 떠나려고 하자 안시연은 넥타이핀을 빼서 돌려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그녀의 땀이 흥건히 묻어있는 넥타이핀을 그대로 돌려줄 수 없었다.

‘됐어, 넥타이핀 하나 정도는 없어진 티도 나지 않을 거야.’

지난번에는 연정훈이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안시연은 다시는 그와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안시연이 머리를 굴리고 있던 사이, 연정훈은 이미 멀리까지 걸어갔다.

파라솔 아래로 돌아가자, 조이현이 음료수 한 병을 가져다주며 친절하게 그녀를 보살폈다.

목을 축이자마자 이승우가 물었다.

“안시연 씨는 대학교 때부터 전공이 재무회계였어요?”

안시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승우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승우가 한우빈과 눈을 마주치며 농담을 던졌다.

“혹시 전공이 종교신앙에 관련된 쪽은 아닌가 해서요. 그렇지 않고서야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리라 없잖아요.”

이승우가 몸을 뒤로 기대며 연정훈을 가리켰다.

“우리 연 대표님처럼 멋진 골든 싱글이 옆에 서 있는데도 한눈팔지 않고 경기에만 몰입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안시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연정훈이 싱글이라고?’

안시연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한우빈의 파트너가 대뜸 물었다.

“시연 씨, 이렇게 예쁜데 당연히 남자친구 있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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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안시연은 그대로 말하지 못했다. 대신 처음에는 횡설수설했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생각했던 말을 겨우 꺼냈다.“외할머니가 아파서 수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돈이 많이 필요해요. 그런데 제 돈은 주지혁 씨가 공동계좌에 묶어놔서 그 사람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어요.”안시연은 말을 하면서도 연정훈의 눈치를 살폈다.연정훈이 아무 대꾸가 없자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결혼하신 줄 알고 그때... 제가 실례했습니다.”연정훈은 계속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굳이 말하자면 안시연이 무례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저 좀 태도가 차가웠을 뿐이었다.“내가 반지에 대해 설명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연정훈은 계속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말투는 조금 전보다 덜 차가웠다.안시연은 연속 고개를 끄덕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를 속이는 줄 알았어요.”“내가 여학생이나 속이는 그런 쓰레기처럼 보이나?”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안시연은 연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닙니다.”몇 초 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연정훈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안시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습니다.”안시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연정훈의 눈을 바라보았다.“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 오해할 수 있잖아요. 마치... 마치 저보고 착하다고 하셨지만 또 생각도 많다고 하셨던 것처럼요.”하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안시연의 목소리는 점점 더 기어들어 갔고 고개도 점차 아래로 숙여졌다. 연정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콧방귀를 뀌었다.“억지도 유분수지.”말문이 막힌 안시연은 그저 입술만 깨물며 두 주먹을 꼭 쥐었다.그때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잠깐 멈칫한 안시연은 위에서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숨을 참아 보려 했다. 하지만 오후 내내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 위가 주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꼬르륵. 꼬르륵. 조용한 방안에서 그녀의 ‘꼬르륵’ 소리는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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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시연은 침대에서 내려와 밥을 먹으려 했지만 손에 아직 수액 바늘이 꽂혀 있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연정훈은 그녀가 침대에서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을 올려 주었다.“고마워요.”처음부터 끝까지 안시연이 할 수 있는 말은 이 말밖에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국수를 먹고 있는 안시연은 마음이 복잡하기만 했다.사실 연정훈은 그녀의 친척도 친구도 아니었기에 굳이 나서서 그녀를 도울 필요가 없었다.순간 안시연은 며칠 전 호텔에서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날 연정훈이 자기를 도운 게 진작부터 무언가 계획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들었다.밖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그렇게 저녁 식사는 안시연 혼자 침대에서 먹는 것으로 끝났다. 옆에 있던 연정훈은 한 입도 대지 않았다.안시연이 밥을 다 먹었을 쯤 링거도 거의 다 맞았다.“좀 쉬시다가 몸이 괜찮아지시면 내일 아침에 퇴원하세요.”간호사의 말에 안시연이 고개를 끄덕였고 간호사가 나가자 병실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바깥에서는 연정훈이 통화하는 목소리가 이따금 들렸다. 안시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병상 침대 시트의 한쪽을 붙잡고 겨우 몸을 가누며 일어섰다.방문을 열어보니 작지만 탁 트인 거실이 보였다. 마치 호텔 스위트룸 같은 느낌이었다.창가에 서서 전화통화 중인 연정훈은 손에 쥔 사인펜을 창턱에 대고 볼펜의 뒤를 딸깍딸깍 누르고 있었다.순간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연정훈은 종이를 찾으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안시연은 어렸을 때 어른들이 전화하면서 전화번호를 받아 적기 위해 황급히 종이를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해 손바닥에 적었던 기억이 떠올랐다.여기까지 생각한 안시연은 연정훈의 옆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눈앞에 하얀 손바닥이 놓여진 것을 본 연정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순간 정신을 차린 안시연은 자신의 행동이 미련하다는 것을 깨닫고 약간 주춤하며 손을 거두려 했다.하지만 이때 연정훈이 사인펜의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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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20화

    부승희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네가 나설 필요 있어? 나를 돼지 사육사라고 부르다니 당연히 내가 직접 그들을 혼내줘야지.”그녀는 운전기사에게 먼저 이승우의 집으로 가자고 지시했다.이승우는 온몸이 엉망이었고 더러워서 자꾸 의자에 기대는 것도 불편해하며 집까지 몸이 경직되어 갔다.두 사람은 같은 층에 살고 있었고 부승희도 이승우의 집에 함께 들어갔다.이승우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부승희가 전화를 걸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삼촌, 일 처리가 너무 미흡해요. 저 사람들 분명히 범죄 조직과 연관이 있어요. 잡을 생각은 없으신가요?”그는 부승희 앞에 다가가서 수건을 던지고 그녀에게 전화를 넘기라고 신호를 보냈다.부승희는 귀찮아했지만 기꺼이 전화를 넘겨주었고 막 전화를 건네려던 찰나 부승희는 이승우가 잠옷 바지만 입고 상반신을 벗고 돌아다니고 있는 걸 보았다.부승희는 그를 두 번 보고는 소파로 옮겨갔다.이승우는 전화를 한 뒤 몇 마디를 주고받고 전화를 끊고 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그들을 좀 혼내줘요. 너무 과하게 하진 말고.”“과하게 하지 말라니. 그 사람들이 나를 돼지 사육사라고 불렀어.”부승희가 끼어들었다.이승우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한 번 쳐다본 뒤 다시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말했다.“알아서 하세요. 하지만 선을 지켜야 합니다.”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부승희는 소파에 기대면서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정말 어이없어.’부승희는 경인에서 제멋대로 하지는 못했고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은 없었다. 원주에서 사기를 당하고 이제는 전주에서 몇 명의 깡패 같은 택시 기사들까지 쫓아왔다.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저 사람들이 확실히 범죄 조직과 연관된 것 같아. 아니면 어떻게 감히 우리한테 이런 일을 벌였겠어?”그녀는 자신과 이승우를 가리키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들 뒤에는 누군가 있을지도 몰라.”이승우는 부승희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하며 그녀 옆에 앉아서 머리를 닦으며 말했다.“그들도 우리가 누구인지 잘 모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9화

    부승희가 말했다.“결정적인 순간에 잠재력을 좀 발휘할 수는 없겠어?”이승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1대4 싸움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거냐?”‘마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처럼 상대를 한 번에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부승희는 손을 휘휘 저으며 여전히 숨을 몰아쉬었다.“어쨌든 넌 정말 한심하다.”“내가 그런 잠재력이 있어도 쓰지 않아. 상대를 다치게 하면 그 책임은 누가 져?”부승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나한테 책임 떠넘기지 마. 난 절대 도와주지 않을 거야.”“그럴 줄 알았다. 네 양심 없는 걸 알고 있었다고.”“나...”부승희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갑자기 위층 창문에서 소리가 나며 집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뒷마당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부승희와 이승우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둘은 계단 밑으로 몸을 숨겼고 마침 그곳은 위층에서 내려다볼 수 없는 사각지대였다. 집주인은 창문을 열고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중얼거리며 창문을 닫았다.안전하다는 걸 확인한 부승희는 이승우를 툭툭 찔렀다.“이제 나가야 하는데 네가 부른 사람들은 도착했어?”이승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문 쪽으로 다가갔고 천천히 걸쇠를 풀기 시작했다.그런데 이 자물쇠가 녹이 슬어서 문을 닫을 땐 잘 닫히지만 열 때는 오히려 더 힘들었다.부승희는 살금살금 다가가 까치발을 들고 살폈다.“할 수 있어?”“조금만 기다려.”부승희는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으로는 그를 타박하며 본능적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러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이승우는 힘을 주어 걸쇠를 당길 준비를 하며 그녀에게 떨어지라고 손짓했고 부승희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그녀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이승우는 힘을 주어 걸쇠를 당겼다.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난 뒤에야 걸쇠가 풀렸지만 문이 약간 걸려 있었고 이승우는 그제야 이 집 사람들이 왜 마당 문을 닫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이미 소리가 난 이상 그는 아예 힘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8화

    부승희는 이승우에게 이끌려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왜 그래? 가게는 저쪽인데.”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뒤쪽에서 건장한 남자 몇 명이 거칠게 뛰어오더니 그중 한 명이 소리쳤다.“바로 저 두 명이 돼지 사육사예요. 아마 우리를 신고한 게 저들일 겁니다. 빨리 막으세요.”부승희는 순간 얼어붙었다.‘돼지 사육사? 내가? 난 유명한 축산 기업가인데.’그녀는 반사적으로 뒤돌아 그들에게 해명하려 했지만 이승우가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당겼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처음 이 골목에 들어설 때도 길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손에 이끌려 뛰는 사이 뜨거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속에서 술이 요동치며 흔들려 더욱 한마디 하고 싶어졌다.겨우 끝에 다다랐을 때 다행히도 쫓아오는 사람들이 이쪽까지 미리 막지는 않았다.이승우는 방향 감각이 뛰어나 빠르게 판단한 뒤 왼쪽을 선택했다.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져 부승희는 여러 번 그에게 무언가를 물었지만 정신없이 뛰는 사이 그의 대답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달리고 또 달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이대로라면 토할 것만 같았다.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낯선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머릿속에 7~8년 전 북미에서 보냈던 휴가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그때도 그랬다.무료한 하루를 보내다 바람이라도 쐬려고 밖에 나가려 했지만 동행한 사람 중 누구도 선뜻 따라나서지 않았다. 결국 이승우만 그녀에게 끌려 억지로 함께 나왔다.그날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고 그는 케이크를 사러 갔다. 그런데 부승희가 상점에서 나오자마자 거리 한쪽에서 폭동이 일어났다.사람들이 무서운 기세로 몰려왔고 그녀는 남쪽으로 향해야 했다.그녀는 이승우가 있는 앞쪽에는 안전한 것을 떠올렸고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점점 커지는 총소리와 몰려오는 인파에 좁은 거리에서 압사당할 수도 있는 위험도 있었다.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떨리는 손으로 받았지만 이승우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소음 속에서 간신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7화

    전주에 양육을 하러 온 부승희와 이승우는 고향을 떠난 지 오래였다. 두 사람은 성격상 여린 타입도 아니었고 가정에서 애교 많은 사람도 아니어서 반년이 넘도록 집에서는 전화 외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남녀 관계를 떠나 같은 지역 출신들이 만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인 일이지만 더구나 둘은 함께 자라난 사이였고 큰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부승희는 가끔 전주에서 돼지를 키우는 일이 돈을 벌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자 어린 시절처럼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날들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승우가 이곳에 온 이유가 일시적인 취미인지 아니면 평범한 일상을 진지하게 살아갈 결심을 했는지 궁금해졌다.지켜본 결과 부승희보다 이승우가 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돼지를 양육하는 테스트 일이 있을 때마다 그는 항상 감독을 맡았고 판매를 시작한 지 반년 만에 이미 해외와의 거래를 성사했다.부승희는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가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배여진이 보낸 메시지를 꺼내어 다시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평온하게 잠을 청했다.그녀는 조용히 있었고 이승우도 더 조용했다. 더 이상 그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지 않았다.7월 초에 해외 대표가 협상을 위해 찾아왔고 그들의 첫 번째 대형 거래는 그 자리에서 즉시 성사되었다.부승희는 손을 휘둘러 팀 전체를 초대해 저녁을 준비했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일행은 급히 흩어졌다.이승우는 마치 집안일을 하는 사람처럼 술을 적게 마시고 부승희와 함께 길을 걸으며 술이 깰 때까지 대화를 이어갔다.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는 그녀를 지켜보며 뒤따라갔다. 부승희는 앞에서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나의 돼지들 사랑해.”이승우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낮게 웃었다.“정말 그렇게 좋아?”부승희는 돌아서며 이승우를 마주 보며 걸어갔다.“이 거래가 성사되었으니 우리가 예전에 계획했던 3년 계획이 조기에 달성된 거야!”그녀는 눈을 감고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6화

    전주에서 돌아온 후 배여진은 조용히 떠났다.이승우의 말에 따르면 아마 이혼하러 돌아간 듯했고 선기현이 직접 와서 그녀를 데려갔다고 했다.“직접 데리러 왔다면 그래도 아직 감정이 남아 있는 거 아니야?”부승희가 말했다.이승우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건 감정이 남아서가 아니라 당장 이혼하고 싶어 안달이 난 거지.”‘쓰레기 같은 남자.’부승희는 거칠게 욕을 퍼붓고는 고개를 홱 돌려 물었다.“야 너랑 선기현 씨 친하잖아. 근데 너한테 밥 안 사줬어?”“사줬지. 며칠 전에 도착해서 저녁에 술 한잔하자고 했어.”“근데 왜 안 갔어?”“나는 흠집 있는 친구 안 사귀어. 깨끗하게 살아야 하니까.”부승희는 어이없었다.“...”‘멍청이.’배여진과 선기현을 보고 있자니 마치 이승우와 부승희의 반면교사 같아서 이승우는 괜히 불안해졌다.그 골칫거리들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놓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두 건물에서 키우던 돼지들이 비정상적으로 집단 폐사했다. 게다가 다른 두 곳에서는 식품회사가 찾아와 협력을 논의하면서 일이 급증했다. 두 사람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한 명은 반바지 차림으로 회의실에서 협상하고 다른 한 명은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돼지 수의사들과 함께 치료에 매달렸다.여름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날씨는 더욱 후덥지근해졌다.부승희는 돼지 전염병 문제를 해결한 후 사무실에서 이승우와 협력 건을 논의했다.그녀는 파초심 두 개를 가져와 하나를 이승우에게 건넸다.이건 열대 지역에서 가져온 거였는데 돼지들에게 먹일 수는 있지만 돼지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승희는 두어 번 먹어보니 수분이 많아서 그런지 꽤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이승우는 한입 베어 물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쓰레기통에 던졌다.“돼지도 안 먹는 걸 왜 먹어?”이승우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부승희는 찌꺼기를 뱉으며 말했다.“나중에 남편을 고를 때 ‘파초심을 좋아할 것'이라는 조건을 꼭 추가해야겠다.”이승우가 움찔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5화

    저녁 10시.부승희는 농장에서 자리를 찾아 뜨끈한 만둣국을 한 입 크게 넣었다.멀지 않은 곳에 운전기사가 차를 버리고 허겁지겁 도망가는 게 보였다. 어두운 가로등 불빛 아래 홀로 도망 다니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이승우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며 전화를 돌렸다.“오빠, 적당히 해. 너무 과하게 하지 말고.”부승희의 말에 이승우는 그 앞으로 걸어와 만둣국을 슬쩍 바라봤다.“더 있어?”“아니. 태오 씨가 마지막 하나 남은 만둣국 사준 거야.”정태오는 농장 경비원이었는데 스무살은 막 넘긴 순수한 청년이었다.부승희는 국물을 들이켜며 뿌듯해했다.이승우는 부승희가 대체 어느 부분에서 뿌듯해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만둣국을 먹게 돼서 뿌듯한 건가?이승우는 부승희의 앞으로 자리를 잡으며 물었다.“나 두 개만 줄래?”“싫어. 나 먹을 것도 부족하단 말이야.”이승우는 말이 없었다. 그저 그 옆에 놓인 숟가락으로 만두 하나를 훔쳐 입에 넣었다.“오빠!”“나 경찰에 신고했어.”이승우는 부승희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부승희는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왜?”“그 사람들이 이 야심한 밤에 무리 지어 다니며 바가지를 씌우는 행위가 합법은 아니잖아.”이승우는 어느새 만두를 두 개째로 입에 넣었다.부승희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자들끼리 하산하다가 저 무리를 만났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지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니 이승우가 세 번째로 만두를 훔치려 했다.부승희는 모기를 때리듯 이승우의 손등을 찰싹 내리쳤다.깜짝 놀란 이승우가 고개를 번쩍 들고 말다툼이라도 하려는데 황규식이 이승우를 향해 걸어왔다.이승우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고 창피한 줄도 몰랐다.“무슨 일이에요?”황규식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견인된 차량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급하게 차량을 구해뒀는데 오늘 밤 떠나실 겁니까? 아니면 하룻밤 묵을 겁니까?”“아니에요. 내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4화

    부승희는 어렴풋이 잠에서 깼다.그런데 이승우가 대신 외투를 고쳐 덮어주며 다시 제 어깨에 눕혔다.“좀 더 눈 붙여. 도착하면 깨워줄게.”부승희는 정말 피곤했기에 군소리 없이 다시 머리를 기댔고 제 어깨에 올라온 이승우의 손을 휙 내쳤다.“잠시만 눈 좀 붙일게.”부승희는 다시 눈을 감기 전에 저 사람을 혼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이승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래. 안심해.”“응...”차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창가의 풍경은 빠르게 바뀌었다.고르게 들려오는 부승희의 숨소리에 이승우는 제 어깨를 고정하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부승희가 제 어깨에 기대 잠을 자던 게 언제 적 일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이승우는 여유를 만끽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런데 고개를 드니 기사 남몰래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는 게 보였다.이승우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더 경계심을 높여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다.기사는 껌을 꺼내 이승우에게 권했다.“저는 괜찮습니다.”기사는 덤덤하게 껌을 다시 내려놓았고 이따금 말을 걸었다.부승희는 말소리가 거슬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러자 이승우가 말했다.“기사님, 제 여자 친구가 잠이 들어서요.”‘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이승우는 겨우 표정을 풀었으나 허리에 따끔 하고 고통이 느껴졌다.“쓰읍.”이승우가 아픈 곳을 살살 매만지는데 부승희가 나른해진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지금 또 어디에서 개수작을 부리는 거야.”그러자 이승우는 마른기침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잠든 거 아니었어?”“...”[지금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번만큼만 넘어가 줘.]마지막 한 마디는 이승우가 타자해서 부승희에게 보여줬다.부승희는 입을 삐죽거리다가 다시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나 다시 잔다.”“그래그래. 푹 자.”차량은 계속 달려 농장으로 향했고 이승우는 직원에게 문자를 보내 여러 사람을 불러 농장 입구에서 대기하라고 했다.바가지 씌우는 것도 모자라 부승희를 힐끔거리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3화

    “두 분 택시 잡으려는 거죠?”가장 앞장선 남자가 물었다. 그러나 평범한 택시 기사 같지 않은 거들먹거리는 말투였다.이승우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따로 부른 차가 있으니 괜찮습니다.”그 말에 기사는 바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여긴 그런 평범한 차량이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말했다.“우리도 엄연히 택시 운전하는 사람인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우리 차에 타도 다 똑같아요.”그때 부승희의 핸드폰이 울렸고 콜택시 운전기사가 걸어온 전화였다.“손님, 차량이 안으로 진입이 불가능해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막아서고 있는데 차라리 다른 차량 잡는 게 어때요?”부승희는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이젠 하다 하다 택시 운전기사들도 독점이라는 걸 하는 모양이었다.그들은 두 사람이 콜택시를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걸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이승우는 아무나 전화를 걸어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기사의 더러운 시선이 자꾸 부승희에게로 향하는 걸 보며 생각을 바꿨다.이 야심한 시간에 본인 혼자였다면 몰라도 지금은 부승희가 옆에 있었다.저 사람들은 말이 좋아 운전기사였지 독점 운영하는 걸 보아 어쩌면 깡패 일까지 겸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승우는 먼저 상황을 안정시키고 안전하게 이곳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라 생각되었다. “그쪽 차에 타면 바로 떠날 수 있어요?”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두 사람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다.“손님, 우린 미터기로 계산 안 해요. 인수로 계산하지.”“네, 상관없어요. 얼마면 되는데요?”“어디로 가세요?”이승우는 주소를 말했다.“한 사람 오만원.”‘세상에 말도 안 돼.’목적지에서 가백산까지의 거리는 콜택시로 고작 만원이 되지 않는 거리였다.비록 두 사람에게 있어 오만원과 만원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바가지 씌우는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부승희는 몰래 이승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고 이승우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부승희의 손을 꼭 잡아 아무 말도 하지 말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12화

    가백산은 낮다면 낮고, 높다면 높은 해발이었다.이승우도 평소 등산을 자주 하는 편이었으나 부승희와의 등산은 학창 시절 수학여행 뒤로는 처음이었다.그해 여름은 아주 더웠고 부승희는 등산하기 싫어 차량에서 버티고 있었다.이승우는 차 안으로 들어가 부승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승희야.”그러나 부승희는 못 들은 척 외면했다.“산에서 보는 일출이 그렇게 예쁘다는데?”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이승우는 주변을 뒤적이다가 얇은 잡지를 돌돌 말아 부승희의 귓가에 대고 살살 바람을 불기 시작했다.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부승희는 결국 고개를 들어 이승우와 시선을 마주했다.부승희는 이승우를 빤히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히고 잡지를 휙 던졌다.“그때의 넌 작은 산도 등산하기 싫어했잖아.”이승우의 말에 부승희도 자연스레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차 안에서 귓가에 바람을 불던 이승우와 따듯하던 바람이 온몸을 간질거리게 했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부승희는 이승우가 정말 자신의 귓가로 다가온 줄 알고 심장이 쿵쾅거렸으나 눈을 뜨니 돌돌 만 잡지가 보였고 순식간에 실망이 찾아왔었다.부승희는 이런 이승우가 참 미웠다.하지만 결국 부승희는 이승우와 함께 등산하게 되었다. 등산하는 내내 수많은 친구가 이승우와 사진을 찍고 싶어 해 부승희는 또 한 번 화를 내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승우는 어쩔 수 없이 또 부승희를 달래주었고 부승희를 달래주기 힘든 여왕 같다며 별명까지 지어주었다. 부승희는 서운했다. 하고 싶지 않은 등산도 이승우랑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따라 나왔는데 또 많은 사람이 달라붙었으니. 그러나 이승우는 귀찮은 내색도 없이 친구들의 요청에 응했다.하지만 이제 이승우의 옆엔 오직 부승희 뿐이었다.산을 타고 올라가니 작은 절이 보였고 이승우는 밖에서 짧게 기도를 할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부승희는 이승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뭐해? 안으로 들어와서 향 피워야지.”‘여기까지 와서 안하고 가는 게 어디 있어.’이승우는 사실 무신론자였으나 부처님 앞에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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