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Author: 라오
안시연이 얼어붙었다.

잠깐 생각하고서야 그의 뜻을 알아챘다.

어제는 그녀의 첫날밤이었고 연정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의 뜻은 전에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안시연의 얼굴이 점점 빨개졌는데 그녀는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와 잠자리를 가져본 사람은 연정훈밖에 없었다.

주지혁이 바람피우기 전 두 사람의 스킨십은 포옹과 키스에 그쳤고, 잠자리는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경험도 없어 이런 얘기가 꺼내질 때마다 어색한 마음이 들곤 했다.

연정훈이 또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그녀는 겨우 대답했다.

“습관 되지 않아서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어요.”

사실이었다.

연정훈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맑은 눈을 가진 그녀였기 때문이다.

“넌 참 착한 여자야.”

연정훈이 덤덤하게 뱉은 말에 안시연은 입술을 꽉 물었다.

방금까지 단톡방에서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받은 불공평한 대우까지 떠오르니 그의 말에 그녀는 왠지 모르게 억울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분명 그녀는 잘못한 게 없는데 보는 사람마다 그녀를 비난하곤 했다.

연정훈이 무심하게 말을 뱉고는 약을 다 바른 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시연이 서둘러 몸을 뒤로 뺐는데 허벅지 사이로 약간의 고통이 전해졌다.

어젯밤의 부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연정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리를 모을 때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포착했다.

“다리에도 상처가 있어?”

그 얘기를 듣자, 안시연은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그녀의 눈가, 그리고 코끝이 빨개졌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마치 비바람 속에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 같았다.

연정훈이 한 발짝 다가서자, 안시연은 몸을 더 뒤로 뺐다.

“안시연.”

연정훈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긴장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뒤에 있는 침대 시트를 꽉 잡았다.

연정훈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물었다.

“내가 어제 아프게 했지? 그런 거지?”

남사스러운 일을 대놓고 말하니 안시연은 머리칼이 쭈뼛쭈뼛 섰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연정훈은 약상자에서 연고를 꺼내고는 주의 사항을 훑어봤다.

그는 다시 안시연을 바라보더니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다리 벌려봐. 내가 봐줄게.”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왠지 모르게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안시연은 눈을 크게 뜨더니 입술을 꽉 깨물고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만약 방금 연정훈의 선을 넘은 행동이 그녀를 착각하게 만들었다면 지금 연정훈이 뱉은 말은 그녀의 생각이 맞는다는 걸 입증했다.

연정훈은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다. 다른 말로 그는 그녀와 관계를 가지는 걸 배척하지 않는다.

그녀는 혼란스러워 반응도 미처 하지 못했는데 연정훈이 허리 굽혀 침대 가장자리에서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녀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녀는 큰 테이블 위에 놓였다.

눈앞에 꿈쩍하지 않는 우람한 몸집의 남자를 보며 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연정훈이 그녀에게 다가가고는 그녀의 두 다리를 벌렸다.

“교수님...”

안시연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녀는 남자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감히 손에 힘을 줄 수 없었다.

연정훈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예상했는지 침착하게 연고를 열고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동창 도움도 없이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연정훈을 바라보는 안시연의 눈빛은 조금 흔들렸다. 자기가 도와줄 수 있다고 암시하는 건지 안시연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안시연이 연정훈의 권력과 지위로 주지혁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해 더는 발버둥 치지 않았다.

연정훈이 그녀의 가운 자락을 밀어 올리고는 뼈마디가 뚜렷하고 기다란 손으로 차가운 연고를 발랐다.

안시연의 몸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를 밀어내려던 손은 천천히 그의 셔츠를 꼭 쥐더니 넘을 힘을 줘서인지 손톱 끝이 하얗게 변했다.

그녀가 작은 신음을 뱉어내자, 연정훈은 손을 거뒀다.

그는 여전히 안시연의 두 다리 사이에 선 채 물티슈를 뽑아 손가락을 닦았다.

안시연은 눈을 꼭 감고는 그가 물러서길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의문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입술이 어딘가에 닿으면서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쏟아져 그녀의 볼은 다시 사과처럼 빨개졌다.

안시연이 무심결에 남자의 입가에 입을 맞춘 것이었다.

연정훈은 피하지 않았지만 움직이지도 않았다.

안시연은 머릿속으로 치열한 고민을 시작했다.

연정훈에게 부탁하면 이번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주지혁과 평생 엮여야만 했다.

끝내 그녀는 이성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먼저 조심스럽게 연정훈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는 그의 입술을 찾아 그녀의 입술을 포갰다.

연정훈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안시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사랑을 나누기 위해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르는 건 당연했다. 연애도 결혼도 아닌 이상 서로에게 솔직해질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안시연이 스킨십을 어디까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녀는 역시 비경험자답게 기술 없이 그의 입술에 입술만 대고 있었다. 그리고 힘겹게 혀를 내밀고는 그의 입술을 쓸어내렸는데 그것만으로도 안시연은 긴장해서 숨이 턱턱 막혔다.

연정훈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녀의 얼굴이 더 새빨개지면서 난감한 얼굴로 몸을 뒤로 뺐다.

연정훈은 웃음을 터뜨렸다.

귀엽네.

안시연은 너무나도 쪽팔렸다. 연정훈은 사실 그런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닌지, 그녀가 오해한 건 아닌지 싶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뒤로 물러서자마자 남자는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팔로 그녀를 자기 쪽으로 당기고는 씩 웃으며 물었다.

“이것밖에 못 해?”

그 말을 들은 안시연은 잠깐 멈칫했다.

고개를 들자,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쳐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연정훈이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싸안고는 그녀의 몸이 자기에게 바짝 붙게 했다.

신사의 가면을 벗은 그에게서 폭풍우처럼 격렬한 키스가 쏟아졌다.

Related chapters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화

    안시연은 테이블 위에 누워있었는데 마침 주인을 기다리는 정교한 선물 같았다.연정훈이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고는 달콤한 입술을 맛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여자가 입고 있던 가운의 끈을 풀었다.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가는 허리에 달라붙어 이리저리 누비고 있었다.사실 아까 병풍을 사이 두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부터 그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안시연은 전민준에게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연정훈은 목덜미를 물어뜯자, 안시연은 온몸에 전율이 퍼지는 것 같았다.점점 거칠어지는 남자의 숨소리와 손길, 그리고 자연스럽게 버클을 푸는 남자를 보며 안시연은 얼굴이 빨개져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어두운 불빛 아래 뭔가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젖은 눈을 크게 뜨고는 빛이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것의 형체를 똑똑히 보려고 했다.연정훈 손에 낀 반지였다.그것도 약지에 끼어 있었다.순간 뜨겁게 달아오르던 안시연의 몸이 차갑게 식어버렸다.대충 세어보니 연정훈도 거의 서른 되는 나이였다.명문 가문의 후계자라면 이 나이에 진작 결혼했을 텐데 말이다.“집중해.”남자는 여자의 귓불을 깨물며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다리를 꽉 잡아 벌리려고 하자 안시연이 갑자기 몸을 뒤로 빼며 남자를 밀어냈다.“안 돼요!”연정훈의 새까만 눈동자는 욕망으로 타올랐다.그는 안시연이 그에게 도움을 부탁할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이 조건을 내세울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그는 여자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상처 난 부위를 피해 잡았다.그리고 그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는 힘으로 제압했다.안시연이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의 입술을 피했다.연정훈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숨을 헐떡이고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왜 그래?”“결혼하셨잖아요!”안시연이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주지혁이 바람피워서 마음고생한 그녀는 누구보다도 ‘내연녀’라는 존재를 싫어했다. 그래서 절대 다른 사람의 결혼에 끼어들 생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화

    호텔 로비에서.연정훈이 내려왔을 때는 이미 샤워를 마쳤고 다른 양복으로 갈아입은 후였다.김세연이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임유정이 앉아있었는데 그녀는 잡지 속의 주얼리를 가리키며 김세연과 얘기를 나눴다.연정훈이 걸어오자, 임유정은 바로 그를 발견했다.“정훈 씨.”그 말에 김세연도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아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바로 샤워한 사실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아들이 체면도 지켜줘야 했으니, 김세연은 굳이 까발리지 않았다.“왜 이제야 내려와? 나랑 유정이가 너 거의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연정훈이 덤덤한 얼굴로 소파 위에 앉고는 말했다.“데스크에서 약혼녀가 왔다고 하던데요. 약혼녀와의 첫 만남이니까 제대로 꾸미고 내려와야죠.”김세연이 의아한 얼굴을 보이고는 임유정에게 고개를 돌려다.임유정의 얼굴에 홍조가 띠더니 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약혼녀? 데스크가 그래?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김세연은 그녀의 연기를 간파하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연정훈을 보며 말했다.“데스크에서도 너랑 유정이가 선남선녀로 보여서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이런데도 기회 안 잡고 뭐 해?”임유정의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그녀는 김세연의 팔을 끌어안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김세연이 그녀의 팔을 툭툭 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연정훈을 흘겨봤다.연정훈은 기분이 좋았는데도 임유정이 연기하는 꼴을 참을 수 없었다.그는 김세연을 보며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너 집에 안 들어온 지 몇 달이나 됐잖아. 전화해도 계속 건성건성 대답하고. 유정이랑 밥 먹다가 네가 이곳에 묵고 있다는 걸 알았어. 아니면 엄마가 아들 얼굴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즘 바빠서요.”“핑계는.”김세연은 아들 얼굴 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 임유정을 보며 말했다.“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들어가서 쉬어. 대신 네 엄마에게 안부도 물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화

    안시연은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주지혁에게 준 집 열쇠를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탁’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멀지 않은 곳에 양복과 구두로 번듯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주지혁이었다.남자는 천생 배우라더니 주지혁도 다를 것 없었다.잘생긴 그는 평소 안시연에게 무척 따뜻하게 대해줬다. 하지만 지금 음침한 얼굴빛을 드러내 안시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안시연이 그를 쫓아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물었다.“전민준 만나러 갔어요?”그는 분명 단톡방 내용을 봤을 것이다.안시연이 숨을 길게 내쉬고는 그와 더 얘기하지 않으려 했다.“누굴 만나든 당신과 상관없으니 이제 우리 집에서 나가죠? 열쇠는 여기 두고요.”불같이 화를 내는 안시연을 보더니 주지혁은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자기에게도 이렇게 모질게 구는데 전민준 같은 인간에게 자존심을 굽혔을 리가 있을까?“시연 씨 일이니까 당연히 신경 써야죠.”안시연은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주지혁이 한발 앞서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아 한쪽을 버리고는 여세를 몰아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이거 놔요!”안시연이 소리를 질렀다.주지혁은 강세로 그녀를 밀어붙이며 소파에 눕혔다.“출국하는 거, 고민해 봤어요?”안시연이 발버둥 치더니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꿈도 꾸지 마요!”주지혁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는데 갑자기 이상할 정도로 빨갛게 물든 그녀의 입술을 발견해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다른 사람과 키스했어요?”안시연이 멈칫했다.곧이어 복수했다는 쾌감이 들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네, 키스했을 뿐만 아니라 잠자리도 가졌죠.”주지혁은 이성의 끈을 놓을 뻔했다.하지만 고집스러운 안시연의 얼굴을 보며 그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을 설득했다.‘나의 시연 씨는 절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자신의 추측에 힘을 실으려고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안시연에게 키스를 퍼부었다.안시연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화

    안시연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얼굴에는 잿빛이 감돌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후, 다음 날 다시 출근했다.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었다. 왜냐하면 외할머니의 수술을 더는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졸업하자마자 주지혁의 회사에 입사했던 안시연은 주지혁이 정한 ‘사내 연애 금지' 규정을 어기지 않기 위해 주지혁의 제안대로 비밀 연애를 승낙했다. 하지만 안시연은 오로지 자기 능력으로 재무팀 주임 자리를 꿰찼다.다시 회사에 돌아왔더니, 주지혁이 일부러 그녀를 재무팀 주임 자리에서 끌어내렸고 재무팀 보조직으로 발령 냈다.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동료들은 모두 그녀가 주지혁에게 미움을 샀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 때문에 주지혁이 대놓고 괴롭히지는 못하고 몰래 트집을 잡아 끌어내렸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사흘이 지나자, 안시연은 이미 피곤함에 찌들대로 찌들었다.업무에 시달리다가 이제 막 한숨 돌리려던 때, 사무실 입구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힐끔 보고는 이내 외면했다. 다름 아닌 조이현이 회사로 방문한 것이었다.안시연은 기회를 노리다가 화장실에 가는 척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이현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저기요, 이리 좀 와보실래요?”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안시연은 밖에 있던 주지혁의 뒷모습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나서 감정을 억누르며 앞으로 나섰다.“네, 조이현 씨.”그러자 조이현이 다짜고짜 물었다.“혹시 그쪽이 안시연 씨인가요?”“네, 그렇습니다.”조이현은 안시연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짐 챙겨서 나오세요. 주 대표님과 저를 따라 외근 좀 다녀오셔야겠어요.”말을 마친 조이현은 안시연이 거절할 틈을 주지 않고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같은 사무실 동료들은 각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안시연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클라이언트와 통화를 마치고 뒤돌아선 주지혁은 안시연이 조이현을 따라 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화

    안시연은 자기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연 대표라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가 떠올랐다.몇 분 지나지 않아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프타임으로 들어왔는데, 맨 앞에 선 남자는 바로 연정훈이었다.테니스복 차림의 연정훈은 이승우의 차림새와 다를 바 없었지만, 정장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더 젊어 보였다.가뜩이나 더운 날씨라 얼굴이 붉어졌던 안시연은 연정훈을 보자,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자꾸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정훈 오빠!”연정훈이 가까이 다가오자, 조이현은 바로 다가가 인사했고 겸사겸사 주지혁을 소개했다.안시연은 뒤에 서서 주지혁이 순간 벙찌더니 온몸이 굳어진 것을 보고 바로 알아차렸다.얼마 전 주지혁과 성진대학교 동문 모임에 참가했을 때, 연정훈도 자리에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주지혁은 연정훈이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것이었다.안시연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연정훈은 안시연을 못 본 듯, 테니스 라켓을 한쪽에 맡기고 물병을 따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연정훈이 경기장에서 돌아오자, 모든 관심이 그에게로 집중됐다.부승원이 물었다.“마지막 공은 어떻게 된 거야?”연정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실수지 뭐.”이승우가 피식 웃으며 짓궂게 말했다.“실수? 에이, 설마 우리 쪽에서 미녀가 온 걸 보고 잠깐 정신 팔린 거 아니겠지?”연정훈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안시연을 한 번 보았다.안시연은 갑자기 연정훈과 눈을 마주치자,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사이, 조이현이 안시연을 대신해서 그녀를 소개하고 있었다.“정훈 오빠, 안시연 씨에요. 지혁 씨 회사 직원이에요.”연정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물병을 내려놓고, 이승우에게 말했다.“내가 졌어, 기량이 남보다 못한 걸 인정해. 경기에서 진 이유가 장외 풍경이 예뻤던 탓이라고 할 순 없지.”장외 풍경이 예뻤던 탓? 안시연이 예쁘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연정훈의 최측근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0화

    번외 경기가 시작되었고, 장외에서 이승우 등이 관전했다. 조이현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전했고, 남자들은 뒤에서 앉아 있었다.부승원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무심코 입을 열었다.“주 대표님은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사업을 하시는 건가요?”주지혁은 부승원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줄 알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부승원이 몸을 뒤로 기대고 조이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이현이 같은 여자친구를 뒀으니, 앞으로 주 대표님 사업은 승승장구 할수 있겠네요.”이승우도 두 사람의 대화에 흥미를 느낀 듯 눈썹을 들썩이며 끼어들었다.“예를 들면 어떻게 승승장구할 것 같다는 거지?”“당연히 인맥으로겠지...”이승우가 피식 웃었다.‘풉, 인맥은 무슨, 뇌물 공세겠지...’우연히 만난 척하는 것도 모자라, 예쁜 비서까지 데리고 온 건 다른 뜻이 있어서가 틀림없다는 것을 두 사람도 진작에 알아챘다. 기회를 틈타 예쁜 비서를 그들에게 넘기려는 속셈을 말이다.주지혁의 입꼬리가 약간 굳어졌다. 그는 물론 부승원의 비아냥거리는 어조를 알아들었다.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속으로 이렇게 우스운 상황을 만든 조이현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밖에...경기장에서 몇십 번의 라운드가 계속됐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탁!”라켓에 공이 부딪히는 소리가 굉장하게 들려왔다. 안시연이 위험한 공을 되받아친 소리였다.장외에서 이승우가 박수갈채를 보냈다.“나이스 샷!”연정훈도 그녀를 바라보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다 시선이 안시연의 가슴에 꽂히자, 덤덤한 척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백핸드로 정면 타를 날렸다.구력이 너무 센 데다가 구속도 너무 빨랐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도 받아치기 어려웠다. 한우빈과 그의 파트너, 두 사람 모두 수비에 실패했다.첫 라운드는 안시연과 연정훈의 승리로 끝났다.안시연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점심 식사를 간단하게 했던 안시연은 격렬하게 운동하고 나니 당이 떨어진 듯 무기력해졌다.다음 라운드가 다시 시작될 줄 알고 숨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화

    말이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안시연 쪽으로 쏠렸다. 다만 연정훈은 관심 없다는 듯이 생수병 마개를 비틀고 물 한 모금 마셨다.안시연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가 연정훈을 오해했던 것이었다.“안시연 씨?”한우빈의 파트너가 다시 한번 부르자, 안시연은 무의식중에 입을 열었다.“... 아니요.”안시연과 주지혁은 진작에 헤어졌으니, 주지혁은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니었다.안시연의 대답을 듣고 나서 주지혁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정훈의 앞에서 안시연이 자기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자기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주지혁이 원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안시연의 거침없는 말투에 주지혁의 눈빛은 다시 어두워졌다.“남자친구도 없는데 왜 우리 연 대표님을 보는 척도 안 해요?”이승우가 짓궂게 말했다.“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예요?”안시연은 뜸을 들이다가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주지혁의 눈빛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예전엔 주지혁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었다면, 지금의 안시연은 주지혁이라는 사람을 철저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고상하고 도도한 그의 얼굴 뒤에 숨겨진 자격지심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 부인하면 오히려 주지혁의 자격지심을 건드릴 수 있어. 할머니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니...’쩔쩔매며 망설이는 안시연의 모습은 마치 묵인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주지혁의 눈빛도 많이 누그러졌다.이승우는 그제야 곁에 있던 연정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어휴, 이번엔 물 건너갔네...”연정훈은 손에 든 생수를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의 작은 행동에도 안시연은 가슴이 뜨끔했다.이때, 연정훈이 씁쓸하게 말했다.“상대가 일편단심이라면 어쩔 수 없지 뭐.”연정훈은 말을 마치고 나서는 두 번 다시 안시연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이승우와 부승원이 경기하러 경기장으로 나가자, 자리에는 몇 사람만 남게 되었다. 안시연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땀이 많이 나서 잠시 샤워만 하고 오겠다며 조이현에게 양해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화

    주지혁이 돈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자, 안시연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한발 한발 헤쳐 나갈 수밖에 없었다.안시연은 샤워하고 나온 후부터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 샤워장에서 나온 후 생수 한 병을 사서 복도에 앉아 있었다.“안시연 씨?”어디선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승우와 부승원이었다.“이승우 씨, 변호사님!”안시연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보고 이승우가 먼저 물었다.“어디 아프세요? 테니스 경기 때 무리했던 거 아니에요?”안시연은 지금 컨디션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몰랐다.“더위 먹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더위? 더위 먹은 거라고 해도 방심하지 마세요.”이승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건네주었다.“이거 가지고 3층 A1 라운지로 올라가시면 제가 의사를 불러올게요.”“아닙니다.”안시연이 괜찮다고 했음에도 이승우는 카드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우리 사이에 뭘 사양해요. 한번 친구는 평생 친구죠.”“...”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부승원도 입을 열었다.“A1 라운지는 개인 라운지가 아니고 프라이빗한 공간도 아닙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 거기서 푹 쉬고 나오세요. 카드는 프런트에 반납하면 돼요.”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얼굴을 보니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지칠 대로 지쳤던 안시연은 개인 라운지가 아니라면 마음 놓고 쉬다가 내려와도 된다는 생각에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이승우는 손사래 치며 말했다.“어서 가서 쉬세요.”안시연은 한숨을 내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그런데 안시연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자마자 이승우가 부승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우리 부승원 변호사님, 멀쩡한 얼굴로 진지하게 헛소리하면 되나요?”부승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깨에 놓인 이승우의 손을 아래로 내려놨지만, 이승우는 또다시 올려놓으

Latest chapter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80화

    “만약 그분들이 둘째를 낳으면 네가 사랑을 덜 받게 되면 어떡해?”양시연은 어이없어서 순간 할 말을 잃었다....???양시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연정훈의 느슨해진 표정과 눈가에 번지는 웃음을 보고서야 그의 속뜻을 깨달았다.‘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참지 못하고 연정훈의 팔을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정훈 씨 정신 나간 거 아니에요?”양시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연정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곁눈질로 그녀를 흘끗 바라보았다.“너무 예민하구나?”양시연은 살짝 부끄러워하며 그에게 몸을 기울여 말했다.“당신 연기가 너무 좋아서 그렇죠. 당신이 반대한다고 생각해서 깜짝 놀랐어요. 우리 아빠의 행동이 정훈 씨에게 방해가 될까 봐 걱정했어요.”연정훈은 웃으며 말했다.“너 정말 속 좁네.”양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정훈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한 뒤 말했다.“알겠어요. 내가 오해했네요. 사과할게요.”연정훈은 콧방귀를 뀌면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됐어. 이제 얘기하지 마. 기분이 안 좋으니까.’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운전석으로 가서 연정훈의 품에 파고들었다.“삐지지 말고 둘째 얘기를 해볼까요?”연정훈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둘째 얘기를 왜 해? 첫째도 없잖아.”“아이고.”양시연은 그의 얼굴을 손끝으로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전부 저의 책임은 아니지 않나요?”연정훈은 의자를 조금 눕히며 한 손을 머리 뒤에 놓고 말했다.“내가 책임까지 져야 하는 거야?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도 빠짐없이 했어.”“힘쓴다고 다 잘한 거는 아니죠. 밭에서 곡식이 자라지 않으면 씨앗이 잘못된 걸 수도 있잖아요.”양시연은 그를 응수하며 말하자 연정훈은 눈썹을 살짝 들어 양시연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말투가 점점 더 거침없어졌다.양시연은 연정훈의 시선에 살짝 민망해지며 방금 자신이 한 말이 꽤 세게 들렸다는 것을 깨달았다.양시연은 목을 가다듬고 연정훈의 품에 엎드리며 말했다.“어쨌든 밭에는 문제가 없어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79화

    양시연이 양홍두의 서재에서 나올 때 가지고 들어갔던 그릇은 이미 모두 비어 있었고 양지원의 방 앞을 지나자 양지원은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음식 뚜껑을 열어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정말로 음식을 안 먹는 줄 알았는데.’양시연은 양지원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어진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양시연은 음식을 가정부에게 맡기고는 양지원과 같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때 웨딩드레스를 남겨둔 게 다행이에요.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그들은 문을 닫고 이야기하며 분위기가 한층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졌다.양지원은 숄을 걸치고 소파 옆에 앉아 차를 마시며 우아하고 고귀한 모습이었고 양시연은 다가가서 물었다.“아빠가 어떻게 프러포즈 했어요?”양지원은 잠시 말없이 웃고 손을 들어 양시연의 이마를 가볍게 밀어냈다.“프러포즈? 우리가 너희들처럼 어린애들인 줄 알아?”양시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결혼해 달라는 말이 없었어요?”양지원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없었어. 석진 씨가 결혼할 거냐고 물었을 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괜찮겠다고 했어.”양시연은 놀라며 대답했다.“정말요? 나는 엄마가 결혼식 같은 걸 중요하게 생각할 줄 알았어요.”양지원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아름다운 얼굴에 시간이 쌓아온 평화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너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어떤 말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양지원은 다소 충동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양석진의 흰머리 한 올이 그녀의 모든 망설임을 씻어버렸고 반생을 자제해온 양지원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양시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전 당연히 이해할 수 없죠.”그녀는 소파에 기대며 턱을 괴고 말했다.“저는 그런 엄청난 남자에게 몇십 년 동안 사랑받아 본 적이 없으니까요.”양지원은 양시연을 한 번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연정훈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양시연은 대답했다.“그건 다르죠. 정훈 씨는 아빠처럼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설령 그 자리에 오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78화

    연정훈은 양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가끔은 양시연을 든든히 지원하며 그녀가 정인 관리에 빠르게 익숙해지도록 도왔다. 부부는 바쁘지만 충실한 나날을 보냈다.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겨울이 들어선 뒤 양시연은 바쁜 일정을 보내며 반 달 동안이나 양씨 가문에 들르지 못했다.어느 날 저녁 그녀는 평소처럼 강남시티로 돌아와 남편 연정훈과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여 아주머니에게서 양홍두가 집에서 화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현재 양씨 가문에는 양홍두와 양지원만 함께 살고 있었고 양시연이 기억하기로 양홍두는 양지원에게 심하게 말한 적은 거의 없었다.양시연은 급히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갔고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진 것을 느꼈다.집사가 조용히 다가와 몇 마디를 속삭였고 그 말을 듣고 양시연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혼인 신고요?”집사는 손가락을 입가에 대며 '쉿'하는 제스처를 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서 너무 화가 나셔서 아예 저녁도 안 드셨어요.”양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그럼 우리 엄마는요?”집사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보이다가 말했다.“짐작이 가시죠?”“분명 저녁은 드셨겠죠.”집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회장님께서 화를 내셔서 안 드시니까 큰아가씨가 음식을 자기 방으로 몽땅 가져가서 영화 보면서 다 드셨답니다.”양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정말 양지원다운 행동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집사에게 음식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 후 양홍두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집사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양시연이 돌아온 목적은 화해를 시키기 위함이었다.양시연은 음식을 들고 양홍두의 서재 문을 두드렸다.양홍두는 대나무 의자에 반쯤 기대어 누워 있었고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발소리를 들은 양홍두는 눈을 뜨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왔구나.”양시연은 음식을 내려놓으며 서둘러 양홍두를 부축했다.“여 아주머니가 말하자마자 바로 달려왔어요.”양홍두는 그 말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77화

    부승원은 바로 확답하지 않았고 승주와 희주는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어색한 기운조차 느끼지 않는 듯했다. 결국 부승원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길이 많이 안 겹쳐.”희주가 재빠르게 물었다.“부 삼촌은 어디에 사세요?”부승원이 간략히 주소를 말하자 희주는 곧바로 대꾸했다.“결국 경인에 사시는 거잖아요.”“응.”“그럼 같은 경인인데 같은 방향 맞잖아요!”승주가 손뼉을 치며 맞장구쳤고 부승원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들에게는 ‘같은 방향’이라는 개념이 참 신선한 해석이었다.그때 짐 정리를 끝낸 반우희가 셋이서 몰래 뭐라고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고 다가왔고 그녀는 두 꼬마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그만해. 이미 늦었으니 부 변호사님 보내드려야지.”승주는 반우희를 보지도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누나는 옆에서 놀고 있어요. 우리는 부 삼촌과 이야기 좀 더 나눌 거니까.”부승원은 침묵했다.“...”‘이 집에서 누가 진짜 어른인지 모르겠군.’반우희는 부승원의 난처한 얼굴을 알아차렸고 시간도 너무 늦었기에 직접 승주와 희주를 방으로 돌려보내려 했다.“가서 자. 내일 토요일에 모임 있지 않아?”승주는 매우 초조해하며 반우희가 자신의 계획을 망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하려고 했다. 부승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입꼬리만 살짝 움직이며 그저 이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반우희는 그들을 쫓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끝내는 그들의 고집에 부딪혀 결국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먼저 부승원을 보내기로 결심했다.부승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어두운 복도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차는 멀리 주차되어 있었고 만약 반우희가 배웅한다면 그녀는 다시 이 어두운 길을 혼자 걸어와야 했다. 그것을 생각하자 부승원은 뒤돌아 반우희를 한 번 보며 말했다.“여기 있어. 난 혼자 갈게.”하지만 반우희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따라나설 기세였다. 부승원이 걸음을 멈추자 그녀도 급히 멈춰 서며 그의 등에 거의 부딪힐 뻔했다.“문 닫고 얼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76화

    반우희는 부승원이 거절할 줄 알았지만 그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그녀는 멍해졌다.‘뭐지. 이 상황은?’승주는 반우희가 품에 든 가방을 받아 들고 앞장서며 물었다.“누나가 말했던 케이크는 다 가져왔어요?”반우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했다.“아까는 ‘그냥 받은 음식은 안 먹는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더라?”승주는 당당하게 대답했다.“그건 질투 나서 그런 것을 못 알아들었어요? 지식인은 원래 질투가 많거든요. 질투할수록 더 교양 있어 보이는 거라고요.”반우희는 어이가 없었다.“...”부승원은 뒤에서 걸으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희주와 동준은 양옆에 붙어 얌전히 말을 걸었고 승주뿐만 아니라 이 두 아이도 수다스러운 타입이라 대화의 주제가 끊기지 않았다.내내 조용할 틈이 없었고 위층에서 갑자기 누군가 창문을 열며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승주, 지금 몇 시인데! 좀 조용히 해라!”승주는 고개를 들고 즉시 외쳤다.“알았어요. 귀가 정말 밝으시네요.”부승원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는데 말한 사람은 한 노인인 것을 보고 부승원은 침묵했다.“...”노인은 승주의 태도에 익숙한 듯 창문을 덜컥 닫아버렸다.승주는 부승원에게 약간 미안한 듯 웃으며 자기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면서 노인의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걸 암시하듯 눈짓을 보냈고 부승원은 별말 없이 끄덕이며 그의 행동에 동조했다.앞쪽에서 반우희는 이상하게 생각했다.‘부승원 씨가 왜 이렇게 승주에게 친절하지? 승주가 사랑스러운가?’그들은 우르르 집 안으로 들어갔고 반우희는 부승원을 대체 어떤 걸로 대접해야 할지 고민했다.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테이블 위에는 천 원짜리 레몬 토닉워터가 한 잔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깨달았다....“부 삼촌, 편하게 앉으세요.”승주는 부승원을 맞이하며 레몬워터를 들고 탁자 근처로 갔고 승주는 전혀 거리낌 없이 레몬워터를 즉석에서 뜯어 주전자에 전부 부어버렸다.부승원은 침묵했다.“...”그 주전자는 아마 차를 끓이는 주전자였던 것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75화

    반우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둔한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다른 여자였다면 예의상 ‘괜찮아요’라고 할 법도 한데 반우희는 눈을 반짝이며 바로 차에 올랐다.‘공짜 차! 완전 땡큐지!’“감사합니다! 변호사님!”반우희는 가방을 뒷좌석에 두고 빠르게 좌수석에 올라탔다.이건 송민재 변호사가 가르쳐준 것이었다. 상사의 차를 탈 때에는 뒷좌석에 앉는 게 실례라는 것 말이다.반우희는 차에 올라 조심스레 문을 닫고 또 부승원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부승원은 그저 아무렇지 않게 손을 휘휘 저었다.그렇게 차량은 정인 그룹을 빠져나갔다.부승원은 자꾸 백미러를 통해 반우희를 힐끔거렸는데 반우희는 아주 태연하게 각도를 뒤로 젖히고 편하게 등을 기대앉았다.평소 반우희에게 깐깐하게 대하지 않고 편하게 대했다면 아주 차 안을 샅샅이 훑어봤을지도 몰랐다.부승원은 이미 반우희네 집을 여러 번 다녀왔었고 내비게이션도 돌리지 않았다. 게다가 반우희도 차에 올라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았다.‘정말 다시 봐도 멍청해.’차 안은 아주 조용했다. 반우희는 여러 번 입을 열어 분위기를 풀려 했으나 부승원의 얼굴이 너무 차가워 보여 하려던 농담을 몇 번이고 삼켰다.그래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반우희가 피식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부승원은 더 어이가 없어졌다.이제 차 안의 분위기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반우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마른기침했다.“아, 죄송해요. 갑자기 웃긴 얘기가 떠올라서 못 참았어요.”그리고 고개를 돌려 부승원에게 물었다.“변호사님한테 들려드릴까요?”“그럴 필요 없어.”“넵.”‘쳇. 차갑긴.’반우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몸을 좌석에 말아 넣고 잠이 들었다.얼마나 지났는지 몰라도 차가 멈춰서자 반우희가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도, 도착한 거예요?”“그래.”반우희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부승원은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저도 모르게 입구에 어린아이들이 있지는 않을까 찾았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74화

    연정훈이 추파를 던지자 양시연은 연정훈의 두 볼을 꾹꾹 찔렀다.“앞으로 이렇게 많이 마시면 안 돼요.”양시연이 명령하듯 말하자 연정훈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가끔은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어.”“마실 수는 있지만 너무 정직하게 주는 대로 받아먹지 말고 가끔은 힘든 척 쉬기도 하란 말이에요.”연정훈은 자세를 바로 세우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해봤다.“그럼, 무슨 핑계로 마시지 말까?”양시연이 고개를 들어 연정훈을 바라봤다.그런데 그때 연정훈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임신 준비 중이라고 할까?”“...”양시연은 당황하다가 바로 얼굴을 붉히고 연정훈의 등을 내리쳤다.“장난하지 말고요!”연정훈은 양시연을 꼭 껴안았다. 술을 마셔 불그스름하진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나 장난 아니고 진심이야. 다른 직원이 나한테 이런 이유를 대면 나도 술을 권하기는 어렵거든.”양시연이 허리를 꼬집으며 말했다.“그걸 말이라고 해요! 내가 언제 동의했어요?”연정훈은 바로 양시연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두 사람은 침대에 풀썩 누웠고 양시연은 숨을 몰아쉬다가 연정훈의 턱을 치켰다.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연정훈의 마음이 읽혔다. 그래서 먼저 연정훈에게 키스했다.입술이 맞닿고 연정훈은 양시연의 머리를 잡고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양시연과 함께 샤워실로 향했다.정인 그룹.부승원은 가장 마지막으로 회사를 나섰다.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를 넘기고 있었다.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려는데 회의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그곳으로 걸어가서 보니 다름 아닌 반우희였다.반우희는 큰 박스에 양시연이 저녁에 사준 야식과 간식을 담고 있었다. 허겁지겁 박스에 담으며 또 어디론가 전화하고 있었다.“내일 친구들이랑 소풍 간다며? 누나가 간식 가지고 갈게. 사람들이 거의 먹지도 않았어.”“먹다 남긴 거 아니야. 그리고 너 2만 원짜리 케이크 먹어본 적 있어? 먹어보고나 말해.”“...”통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73화

    양시연이 시선을 돌리자 주지혁은 바로 헤드 라이터를 꺼버렸다.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주지혁은 운전석에 앉아 가만히 양시연을 바라보았는데 양시연은 차갑게 시선을 거두고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두 차량은 다른 방향에 세워졌고 현재는 각도가 비스듬히 붙어 있었다.양시연은 시선 한번 돌리지 않고 빠르게 차를 빼내 검은색 벤츠와 스치듯 지나쳤다.이제 레스토랑 골목을 벗어나자 뒷자리에서 연정훈이 부스럭거리며 일어났다.양시연은 그 소리에 웃음이 터졌다.“뭐해요?”“양 대표님 운전 실력이 깔끔하네요.”연정훈의 말에 양시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운전을 이어갔다.“영광인 줄 알아요. 정훈 씨도 예전처럼 굴었으면 주지혁 씨랑 똑같은 결말이었을 거예요. 언감생심 나랑 결혼할 수 있었겠어요?”연정훈은 두 눈을 감고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솔직하게 말하지 마. 나 술 마셔서 지금 예민하단 말이야.”“예민하면 눈 감고 잠이나 자요.”굳이 말을 걸다니 연정훈도 참 웃겼다.연정훈은 잠이 오지 않았고 계속 꾸역꾸역 양시연에게 주지혁을 만난 기분이 어떤지 인터뷰했다.양시연은 신호등에 걸려 멈춰 있는 동안 대답을 이었다.“기분이요? 보면 짜증 나긴 한데 원망까지는 아니에요.”몇 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어 과거의 사소한 일은 이제 기억할 가치가 없었다.하지만...양시연이 다시 운전대를 잡고 백미러로 연정훈과 시선을 마주했다.“그 사람들 한 패거리죠?”“똑똑하네.”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 해도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이동하면 한 패거리라는 건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양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정호덕 회장님은 부이사장님이고, 이 회장님은 함께 자리하지 않은 걸 보아 다른 패거리인가 보죠?”“이 회장님은 우리 아버지 대학교 시절 룸메이트야.”‘아, 그렇군.’양시연은 드디어 안심되었다.열심히 분석하는 양시연을 보며 연정훈은 다시 주지혁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제 양시연에게 주지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강남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72화

    양시연의 말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정호덕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우리가 연 대표 잡아먹을까 봐 걱정 한 거예요? 아니면 연 대표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날 까 걱정 한 거예요?”양시연은 표정 한번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방금 회장님께서 우리 남편 인기가 많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그건 방금 양시연 씨를 만나기 전 제 생각이지요. 양시연 씨가 이렇게 미모의 여성인 줄 알았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연 대표가 아무리 능력이 좋고 인기가 많다고 해도 집에 미모의 아내가 있는데 다른 여자한테 시선이 가겠습니까?”정호덕의 말에 양시연은 살풋 미소를 터뜨렸다.‘참.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네.’정호덕 회장님은 연정훈의 상사로 연정훈과 호형호제를 한다고 해도 연정훈에게 깎듯이 예의를 차리지는 않았다.그러나 양시연에게는 극존칭을 쓰고 있었다.그리고 양시연은 그 이유가 양씨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시간이 많이 늦어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제 기회가 되면 우리 집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고 싶은데 꼭 오시길 바랍니다.”양시연의 말에 정호덕이 바로 대답했다.“시간만 된다면 얼마든지요.”연정훈은 그제야 입을 열고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양시연의 손을 잡고 떠났다.차에 오른 뒤 양시연은 연정훈의 기분이 꽤 좋은 걸 눈치챘다.‘쯧. 유치하긴.’‘어쩐지 아까 차에 오르지 않고 꾸물거리더니. 시간 맞춰 주지혁한테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구나.’두 사람의 뒤로 정호덕 무리는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미소를 지운 정호덕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시작했다.“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타고난 팔자는 다 다르지요. 예전에는 여자들이 시집을 잘 가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편히 산다던데 우리 남자들도 다 똑같아요. 연 대표 능력도 좋지만 좋은 처가를 만난 것도 능력이에요.”그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조재민이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