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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의 차가운 표정이 그 대답을 대신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녀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그리고 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영화 밖 관객이었다.

윤세아를 다시 만나게 되어도 나는 더 이상 가슴이 설레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만 치솟았다.

그녀는 손을 뻗으며 나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공기만 잡혔다.

윤세아는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아무것도 잡지 못한 자기 손을 보았다.

“왜? 대체 왜? 고작 내가 신혼집을 빌려 준우 씨한테 신부 연기를 해줬다고 이러는 거야? 하지만 준우 씨는 성현 씨 먼 친척이라면서! 난 그냥 순수하게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나도 알아. 구준우가 네 대학교 시절 사귄 남자친구였다는 거. 윤세아, 우리 가식적으로 굴지 말자. 네가 그날 어떤 기분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네가 더 잘 알잖아.”

윤세아는 여전히 내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소리를 질렀다.

“내가 돈 낼게. 이번에는 내가 돈 낼게. 그러면 되지? 내가 게임 도구를 살 테니까 화내지 말아줘. 내가 지금 당장 게임 올라서 살게.”

그녀는 다소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눈에선 이미 눈물이 흘러나왔다.

미처 차단하지 못한 SNS 계정으로 윤세아가 200만 원 입금했다는 알림이 떴다.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나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진정한 사랑은 게임으로 하는 게 아니야. 우린 이미 끝났어. 난 더 이상 너랑 놀아줄 시간 없어.”

핸드폰이 울렸다. 집으로 돌아와 얼른 저녁을 먹으라는 부모님의 문자였다.

나는 더는 윤세아를 상대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단호하게 자리를 떠났다.

윤세아는 제자리에 서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

편안한 나날을 보냈다. 나의 어머니는 또다시 내 결혼에 관해 걱정하면서 매일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잔소리를 해댔다.

처음 집으로 돌아왔을 때와 부모님의 태도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출근하기 전, 어머니가 나에게 당부했다.

“저녁에 손님이 있을 거야. 함께 식사해야 하니까 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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