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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신혼집, 우리 셋이
공유 신혼집, 우리 셋이
작가: 유아

제1화

[나랑 내 동생은 참 인연이네. 신혼집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을 뿐 아니라 층수랑 집 호수도 같은 거 있지. 난 내가 집 주소를 잘 못 본 줄 알았잖아.]

나는 몰래 내 여자친구인 윤세아에게 문자를 보내며 신기한 우연에 대해 말했다.

문자를 전송하자마자 내 먼 친척 동생 구준우가 예비 신부를 데리고 안방에서 나왔다.

친척들이 환호하자 예비 신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나는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팔꿈치로 나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아들, 얼굴 좀 펴. 네 준우는 벌써 결혼한다는 데 너는 뭐야. 매일 존재하지도 않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겠다고 말만 하고. 대체 언제 진짜로 집으로 데리고 올 건데?”

‘어머니, 지금 눈앞에 있어요. 제 여자친구가.'

‘지금 친척 동생 옆에 수줍어하며 서 있는 예비 신부가 제 여자친구예요.'

나는 말할 수가 없었다. 심장도 안 좋은 어머니가 충격에 쓰러지게 될까 봐 말이다.

방금 아파트 단지로 들어올 때부터 궁금했다. 먼 친척 동생이 이렇게나 나와 우연히 겹치는 것이 있다니. 게다가 신혼집이 내가 구매한 신혼집과 같은 동에 있었다.

길은 점점 더 익숙했다. 같은 층일 뿐 아니라 호수도 같았다.

신혼집 열쇠도 난 이미 집 안 어딘가에 숨겨두었다.

그랬기에 구준우가 열쇠를 열고 들어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동을 착각한 줄 알았다.

그러나 윤세아가 나온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이런 일은 원래부터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윤세아와 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지라 경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행동으로 방심하고 있던 나는 충격을 받게 되었다.

윤세아와 구준우는 ‘예비부부'로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유난히도 빛나 보였다.

구준우는 다정하게 손을 윤세아의 허리에 올리고 있었고 윤세아는 그런 스킨십에도 부족했는지 이내 자기 손을 올려 더 다정해 보이게 구준우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마치 슬로우 모션 모드를 켜 놓은 것처럼 느릿하고도 자세하게 보였다.

질투와 분노의 감정이 점차 밀물처럼 밀려와 깊이 잠겨버리게 했다. 나는 이곳을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귓가엔 친척들의 두 사람을 향한 축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준우는 참 복도 많아. 이렇게 예쁜 여자를 신부로 맞이하게 된다니 말이야. 예쁘게 잘 살아야 한다. 알겠지?”

“예비 신부랑 준우가 천생연분이네. 대학교 때부터 만났다면서? 내가 전에 두 사람 사진 봤었거든. 서로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나 보네.”

그 말에 나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제야 떠올랐다. 윤세아가 대학교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 성이 구 씨였다는 것을.

윤세아의 동창이 장난스럽게 나에게 말한 적 있었다. 두 사람이 뜨거운 사랑을 했었기에 쉽게 잊지 못할 거라는 말을 말이다.

두 사람은 서로 잊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예 예비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윤세아의 현 남자친구인 나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윤세아와 구준우는 친척들에게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은 어느새 내 앞까지 왔다.

나를 발견한 윤세아는 놀라우면서도 양심이 찔리는 듯한 눈빛을 했다. 하지만 이내 빠르게 눈빛을 감추곤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정말로 예비 신부가 된 것처럼.

그녀는 나를 모르는 척 다른 친척들 대하듯 말을 걸었지만 나의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아주머니. 이따가 식사 맛있게 하고 가세요.”

나의 어머니는 모르고 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여자친구라는 것을.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구준우와 윤세아를 축복해주고 있었다.

“아가씨, 정말 복 받은 거예요. 준우는 어릴 때부터 일찍 철이 든 아이죠. 봐요, 신혼집도 벌써 알아서 준비하지 않았나요.”

윤세아는 나의 어머니를 만난 적 없었던지라 당연히 초면이었다. 그저 구준우의 친척 중 한 명 취급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집도 제 남편이 절 위해 일시불로 산 거예요.”

“아이고, 벌써 남편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어머 벌써 깨가 쏟아지네요.”

나의 어머니는 웃으면서 팔꿈치로 나를 쿡쿡 찔렀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자꾸만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 친척 동생인 구준우는 곧 결혼할 뿐만 아니라 신혼집도 알아서 마련했다고.

‘하지만 어머니, 일시불로 이 신혼집을 마련한 사람도 어머니 아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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