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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오빠가 자신을 위해 원수에게 양보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더 크게 울었다.

“오빠,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그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한테 여동생은 너 하나뿐이니까.”

여동생이 오빠를 지켜준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이는 그러했다.

어렸을 때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늘 그녀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아버지가 그녀에게 태권도를 배우게 한 것도 그를 더 잘 지켜주라는 의미에서 그랬던 것이다.

그녀도 그 뜻을 잘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후회하기는커녕 오빠를 지키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여동생이 그한테 해준 만큼 그도 당연히 여동생을 끔찍이 아끼고 있었다. 그동안 동생이 훈련하면서 다친 상처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육성아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오빠가 자신에게 잘해주는 만큼 그녀도 오빠의 뜻을 거스를 생각이 없었다.

“난 그 사람이랑 결혼 안 해.”

집안 배경도 다르고 자신을 속인 것도 모자라 그녀에 대해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고 그저 이승하의 명만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 도리를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 만나면 복수할 거야. 완전히 선 그을 거고 아버지 뜻대로 정략결혼 할게. 그럼 오빠가 이승하를 상대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

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빠는 여자한테 도움 같은 거 안 받아.”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그가 휴지를 건넸다.

“얼굴 좀 닦아. 더러워죽겠네.”

휴지를 받아 든 그녀는 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렇게 좋은 가족이 있는데 남자는 무슨 남자냐. 나쁜 놈들...

얼마 후, 육성재의 차가 블루리도를 떠나자 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마이바흐가 천천히 빠져나와 블루리도의 문 앞에 멈춰 섰다.

회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있는 강도윤은 운전자석에서 내려와 조수석의 문을 당겼고 이내 빨간색 타이트한 롱 드레스를 입은 강세은이 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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