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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이승하의 눈에서 갑자기 독기가 차오르더니,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은 마치 사람의 심장을 관통하는 것처럼 온몸을 오싹하게 했다.

그는 얇은 입술을 움직이며 또 무엇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연지유가 밖에서 걸어들어왔다.

“승하야, 역시 여기 있었네!”

김시후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더니 또 이승하를 보고 말했다.

“이 대표님, 저는 물러갈 테니 여자친구와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의 말은 조롱하는 뜻이 다분했다. 방금 이승하가 그에게 여자친구를 데리고 입찰에 참여했다고 비아냥거렸으니 갚아줘야 했다.

비록 이 프로젝트의 갑은 이씨 가문이지만, 김시후는 개발권을 따낼 능력이 충분했으니 당연히 이승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김시후는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음식을 담으러 갔다.

연지유는 막 이승하에게 다가와 식사를 요청할 생각이었지만 차갑디차가운 그의 얼굴을 보고는 다이닝룸을 나갔다.

그녀도 상황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승하 대체 왜 저러지? 나 귀국하고 나서 왜 점점 날 싫어하는 것 같지?’

김시후가 점심을 들고 돌아왔을 때 서유는 1인용 소파에 앉아 자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쿠션을 끌어안고 손바닥만 한 얼굴은 베개 위에 기대었다. 긴 속눈썹으로 깨끗하고 맑은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김시후는 그녀가 깊이 잠든 것을 보고 차마 방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앉아 자는 것이 불편할까 봐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녀를 안은 순간, 김시후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그녀를 이렇게 안았던 여러 개의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서유가 자신의 것이라고 느껴졌다.

다만 서유를 기억하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깊이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

마치 무수한 벌레들이 그의 머릿속을 미친 듯이 갉아먹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는 산산조각이 난 퍼즐들을 맞추려 했지만, 벌레들에게 조금씩 먹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는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상기 되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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