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는 휴게실을 나가면 이승하와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고개를 저었다.김시후는 어이 없어하며 그녀를 보았다.“가서 먹을 것 좀 갖다 줄게요.”말을 마친 김시후는 서유의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일어났다.김시후는 높은 신분이었으니 이씨 가문에서는 그를 수준급으로 대접했다.그가 향한 다이닝룸은 바로 이승하가 있는 곳이었다.각양각색의 음식을 보면서 김시후는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몰랐다.아예 휴대폰을 꺼내 서유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떤 음식 좋아해요?”서유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김시후가 고집했다.“안 돼요. 조금이라도 먹어야 오후에 저를 돌봐주죠.”이에 서유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면 돼요.”김시후는 부드럽게 물었다.“그럼 생선이랑, 야채, 요구르트 조금씩 갖다 줄게요. 주식은 뭐로 가져갈까요?”“필요 없어요. 이미 충분해요.”“그래요, 기다리세요.”김시후는 그녀가 고분고분 말을 듣자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음식을 가지러 가려는데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김 대표님 아주 바쁘네요. 입찰에 참여하랴, 여자친구도 챙기랴.”김시후가 고개를 돌려보니 이승하가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자신과 비슷한 큰 키를 가졌지만 늘 사람에게 압박감을 주는 이승하였다.분명 막상막하인데 자신보다 더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어 김시후는 마음이 불편했다.김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이 대표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제가 어떻게 여자친구를 데리고 입찰에 나오겠어요?”이승하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더니 물었다.“서유 씨가 김 대표님 여자친구 아닌가요?”김시후는 그의 거만한 말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내성 있게 말했다.“저희는 아무 사이 아닙니다. 다만...”“다만 뭐요?”이승하가 다급하게 묻자 김시후는 조금 의아했다.“이 대표님 저희 사이 일에 관심이 많은 신 것 같네요.”이승하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임태진이 놀던 여자를 김
이승하의 눈에서 갑자기 독기가 차오르더니,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은 마치 사람의 심장을 관통하는 것처럼 온몸을 오싹하게 했다.그는 얇은 입술을 움직이며 또 무엇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연지유가 밖에서 걸어들어왔다.“승하야, 역시 여기 있었네!”김시후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더니 또 이승하를 보고 말했다.“이 대표님, 저는 물러갈 테니 여자친구와 식사 맛있게 하세요.”그의 말은 조롱하는 뜻이 다분했다. 방금 이승하가 그에게 여자친구를 데리고 입찰에 참여했다고 비아냥거렸으니 갚아줘야 했다.비록 이 프로젝트의 갑은 이씨 가문이지만, 김시후는 개발권을 따낼 능력이 충분했으니 당연히 이승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김시후는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음식을 담으러 갔다.연지유는 막 이승하에게 다가와 식사를 요청할 생각이었지만 차갑디차가운 그의 얼굴을 보고는 다이닝룸을 나갔다.그녀도 상황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승하 대체 왜 저러지? 나 귀국하고 나서 왜 점점 날 싫어하는 것 같지?’김시후가 점심을 들고 돌아왔을 때 서유는 1인용 소파에 앉아 자고 있었다.그녀는 손에 쿠션을 끌어안고 손바닥만 한 얼굴은 베개 위에 기대었다. 긴 속눈썹으로 깨끗하고 맑은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김시후는 그녀가 깊이 잠든 것을 보고 차마 방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앉아 자는 것이 불편할까 봐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그녀를 안은 순간, 김시후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그녀를 이렇게 안았던 여러 개의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서유가 자신의 것이라고 느껴졌다.다만 서유를 기억하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깊이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마치 무수한 벌레들이 그의 머릿속을 미친 듯이 갉아먹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그는 산산조각이 난 퍼즐들을 맞추려 했지만, 벌레들에게 조금씩 먹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는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상기 되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품에
그 차갑고 거리감 느껴지는 눈과 마주치자 서유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남자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꼬집고 있는 것이 보였다.방금 이승하는 그녀의 허리를 꼬집어 소파에서 그녀를 들어 올렸을 것이다.지금 그녀는 소파에 반쯤 누워 있고 남자는 그녀의 몸에 닿지는 않았지만 자세가 약간 이상야릇했다.서유는 부드러운 작은 손을 내밀어 남자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손이 그의 셔츠 소매에 닿자마자 남자는 크게 호통을 쳤다.“만지지 마!”서유는 놀라서 손이 굳어졌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는 순순히 손을 움츠렸다. 또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 눈으로 자신의 허리에 손을 얹고 놓지 않는 남자의 손을 보았다.서유에게 만지지 말라고 하면서, 그는 계속 그녀를 만지고 있었으니. 이 남자는 정말 억지를 부리고 있다!서유는 감히 그를 쳐다볼 수 없어서 고개를 떨구고 나지막이 물었다.“이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무서워서인지 몸이 허약해서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이승하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몸을 덮고 있는 남자의 정장 코트를 보았다.너무 눈에 거슬려 그 코트를 집어 쓰레기통 쪽으로 던졌다.서유는 코트가 쓰레기통에 정확하게 버려지는 것을 보고 안색이 약간 변했다.“이 대표님, 김 대표님 코트를 버리려고 저를 찾아오셨나요?”비록 언제 김시후가 그녀에게 코트를 덮어줬는지 모르지만, 이승하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동은 도를 넘었다!‘내가 싫으면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으면 될 것을 왜 나를 괴롭히냐고?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화가 났던 서유는 갑자기 어디에서 나온 용기인지 남자를 세게 밀었다.그녀는 억지로 몸을 지탱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휴게실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승하가 그녀를 확 잡아끌었다.서유는 그대로 남자의 품에 와락 안기게 되었다. 마치 벽에 부딪힌 것처럼 아파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품에 가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이 대표님, 대체 왜 이러세요?”
“말해!”이승하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얇은 입술이 그녀의 뺨에 닿기까지 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이승하는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설명할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야!”그의 듣기 좋은 목소리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뒤섞여 서유는 진퇴양난에 빠졌다.앞에는 이승하, 뒤에는 김시후, 그녀는 중간에 끼어 죽기보다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설명할 것도 없어요. 언제부터 알았든 이 대표님과 상관없잖아요.”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이승하가 인내심을 잃어갈 무렵에야 비로소 이 한 마디를 꺼냈다.“나랑 상관이 없다...”이승하는 차가운 목소리로 이 한 마디를 반복하더니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칼로 깎은 듯한 정교한 얼굴이 다가오자 서유는 순간 심장이 반 박자 빠지는 것 같았다.그의 입술은 당장이라도 키스할 것처럼 그녀의 붉은 입술에 바짝 다가왔다.서유는 이승하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조금 두렵기도 하고 조금 찔리기도 했다.그녀가 손을 꽉 쥐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이승하가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김시후가 바로 송사월이니까 날 속인 거지? 내가 두 사람의 과거를 아는 게 싫어 거짓말을 했지. 맞지?”그의 말은 마치 폭탄처럼 서유의 마음속에서 폭발했다.‘김시후가 송사월이라는 것을 벌써 알아챘다고? 역시 이 사람 앞에서 잔꾀를 부리면 안 되겠네.’그의 두뇌와 능력은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입을 꾹 다문 그녀의 모습은 이승하의 추측을 인정하는 셈이었다.이승하는 원래 떠본 말이었지만, 김시후가 진짜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송사월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승하가 알고 있는 김씨 가문과 관련된 명문가의 비화는 몇 년 전 잃어버린 둘째 도련님을 5년 전에 찾아낸 것뿐이었다.서유는 5년 전에 몸을 팔기 시작했고 김시후는 5년 전에 되찾았으니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두 사람이 오래 알고 지냈다고 했다.이 모든 것은
서유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답답하고 억울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의 침묵에 이승하는 눈 밑의 분노가 점차 실망으로 바뀌었다.이 여자는 확실히 능력이 있었다. 매번 이승하가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고 찾아오게 만드니 말이다.근래에 자신이 했던 일을 생각하니 이승하는 황당무계하고 또 어리석다고 생각했다.그는 갑자기 정신이 든 듯 서유를 확 팽개쳤다. 그 실망한 눈동자는 금세 차가운 모습으로 변했다.“앞으로 다시 널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야.”말을 남긴 그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서유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다.이 문이 열리면 이승하가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그녀는 갑자기 달려들어 이승하를 막았다.그녀는 어눌한 말투로 설명했다.“미, 미안해요. 전에 일부러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요. 저랑 사월이, 아니, 김시후 씨는...”“나랑 상관없어!”이승하는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내가 너를 찾아온 이유는 그저 속은 게 불쾌해서야. 지금 그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 네 설명은 중요하지 않아.”이승하의 말은 마치 차가운 물처럼 서유의 몸에 끼얹었고, 그녀는 온몸이 차가워졌다.그에게 하고 싶던 말들이 전부 목구멍에 막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서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살펴 가세요.”그녀는 말을 마치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승하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재빨리 몸을 돌렸다.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났고 남자는 1초도 더 머물지 않고 휴게실을 떠났다.서유는 고개를 돌려 굳게 닫힌 문을 보면서 마치 심장에 구멍이 뚫린 듯 텅 빈 느낌이었다.몸까지 나른해지자 서유는 버티지 못하고 벽을 짚고는 다시 소파에 누웠다.그녀는 눈물을 글썽인 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물은 마치 줄 끊어진 구슬처럼 멈추지 않았다.‘이번에는 아마 진짜 끝이겠네...’휴게실을 나온 이승하는 문 앞을
“그리고 서유 씨는 어릴 때부터 송사월 씨와 함께 자란 죽마고우로 성인이 되면서 연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5년 전, 송사월 씨가 교통사고가 났고 당시 막 졸업해서 돈이 없었던 서유 씨는 몸을 팔아서 남자친구를 구해야 했죠. 목숨은 구했지만 송사월 씨는 기억을 잃었고 서유 씨를 까먹은 후로 두 사람은 더 이상 왕래하지 않았어요.”소수빈은 조사한 내용을 대략 설명했고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그는 두 사람이 계속 왕래하지 않은 이유를 잘 몰라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이승하는 이 자료들을 보더니 정교하고 입체적인 얼굴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는 김시후가 송사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서유가 송사월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팔았다고 추측했다.다만 직접 듣고 직접 보고 나니 마음이 더욱 불편했다.그가 원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 깨끗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여자는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몸조차도 깨끗하지 않았다.“그날 서유를 내 방으로 들여보내기 전에 몸을 검사했었나?”소수빈은 이승하가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라 어리둥절해 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당시 서유 씨를 사고 나서 맨션으로 바로 데려갔어요. 그저 깨끗하게 씻기라고만 분부하셔서 신체는...”이승하는 그날 클럽 앞을 지나가다가 어찌 된 일인지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비에 흠뻑 젖어 있는 서유를 마음에 들어 했다.급하게 그녀를 원했기에 몸을 검사하는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그저 사람을 보내 서유를 깨끗하게 씻긴 후 바로 이승하의 방으로 보냈다.그런 서유에게 첫사랑이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이승하는 소수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간파한 듯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스캔했다.눈에 가득 찬 한기가 소수빈의 몸에 스치자, 그는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대... 대표님, 혹시 서유 씨가 수술했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만약 처음이 아니라면 이승하는 절대 서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오랫동안 스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지금 이승하가 몸을 검사했는지를 묻는
이런 이승하의 모습에 소수빈은 갑자기 걱정이 앞섰다.이승하는 항상 감정 조절에 능한 사람이었지만 서유 때문에 이미 여러 번 통제력을 잃은 적이 있었다.“대표님...”소수빈은 이승하가 이미 서유와 헤어졌으니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런 말을 내뱉자니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고 이승하에게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유는 이승하의 첫 번째 여자였다. 침대에서 오랫동안 괴롭혔으니 아마 어느 정도 정이 들었을 테고, 쉽게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이승하는 말을 잇지 못하는 소수빈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다.그는 눈에 가득 찬 한기를 거두고 자료를 다시 소수빈에게 던졌다.“분쇄기로 갈아 버려.”차가운 목소리, 아무런 감정도 깃들지 않은 그의 모습은 마치 무정한 이승하로 돌아간 듯했다.소수빈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상 위의 자료를 들어 분쇄기에 넣었다.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고, 소수빈은 이승하의 동의를 받고서야 돌아서 문을 열었다.“대표님.”심사위원장 여진우가 들어왔다.“입찰 끝났습니다. 심사위원들 만장일치로 화진 그룹에게 투표했습니다.”여진우는 깍듯하게 인사한 후, 입찰 결과를 보고했다.“화진 그룹?”이승하는 차갑게 웃더니 안색이 좀 굳어졌다.여진우는 이승하가 화진 그룹에 대해 의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서둘러 말했다.“투표 결과는 아직 공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표님께 개발권을 어느 그룹에 넘길 것인지 물어보려고 찾아왔습니다.”“다른 그룹의 입찰서는요?”“여기 있습니다.”여진우는 손에 든 입찰서를 재빨리 이승하에게 넘겨주었다.이승하는 오후에 현장에 없었으니 다른 그룹의 입찰 정황을 몰랐다.그가 업무를 보고하러 왔으니, 당연히 오후에 진행된 다른 그룹의 입찰 서류를 챙겨왔다.이승하는 파일을 대충 뒤적거리더니 견적서와 다양한 매개 변수를 확인했다.불과 몇 분 만에 이 회사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너...”연지유는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당장 안으로 뛰쳐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막 실험실에서 나온 이연석이 그녀가 경비원과 다투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갔다.“무슨 일이죠?”이연석을 본 연지유는 얼굴빛이 조금 누그러졌다.그녀는 성질을 거두고 경비원을 가리키며 고자질했다.“연석 오빠, 내가 승하 보러 들어가겠다는데 이 경비가 날 막잖아요!”경비원은 그녀가 이연석을 아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녀가 방금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었다.‘이 여자, 진짜 대표님 약혼녀라고? 그럼 나 이씨 가문의 작은 사모님에게 밉보인 거야?’경비원이 이연석을 쳐다보니, 그는 자신을 유유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경비원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난 끝장이다. 고임금 일자리를 잃게 생겼어!’“천아, 아주 잘했어. 연말에 보너스 두둑이 챙겨줄게!”경비원은 어리둥절했다.갑자기 하늘에서 떡이 떨어질 줄이야!“연석 오빠, 대체 왜...”연지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연석이 차가운 목소리로 끊었다.“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 건 우리 형의 지시를 따랐기 때문이야.”“우리 직원을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고함을 지르다니,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방금 연지유가 성질을 부리는 모습을 본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이연석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태생적으로 거만한 그녀는 말단 직원을 무시하면서, 항상 온화하고 너그러운 척했다.이연석은 진작 그녀에게 불만이 있었다. 이승하가 아니었다면 그는 연지유와 말도 섞지 않았을 것이다.“연석 오빠, 왜 굳이 나랑 맞서려고 그래요?”이연석이 자신을 도우러 올 줄 알았는데 결과는 팔이 밖으로 굽었다.원래 화가 잔뜩 났던 연지유는 이승하에게 경비원 앞에서 무례했다는 소리까지 들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너랑 맞서려고 한 거 아니야. 그저 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뿐이야. 만약 이의가 있다면 승하 형 찾아가서 일러바쳐!”“이연석!”연지유는 고함을 지르며 손에 든 가방을 이연석을 향해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