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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그녀의 눈은 티 한 점 없이 맑았다. 마치 호수 안의 물처럼 차마 해를 끼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이연석은 안색이 약간 굳어져서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더니 ‘문 닫고 가라’는 한마디를 던지고 나갔다.

서유는 그가 떠나는 것을 보고 그제야 커피를 들고 회의장으로 걸어갔다.

입찰은 이미 시작되었고, 대형 스크린만 켜진 상태로 회의장 불은 꺼져 있었다.

회의장은 작은 스튜디오처럼 후문 쪽에서 앞으로 가려면 백여 개의 계단을 거쳐야 했다.

지금 불이 꺼진 상태로 캄캄해서 더듬거리며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서유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의자를 잡으며 천천히 내려갔다.

오랫동안 대표 비서를 해온 그녀에게 이정도 작은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녀는 곧 김시후의 옆에 도착했고 허리를 굽혀 커피를 건네며 나지막이 말했다.

“대표님, 여기 커피요.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가 건넨 커피를 받고 웃으며 말했다.

“수고했어요.”

서유는 고개를 젓고 막 자리에 앉으려는데 앞에 앉아 있던 이승하가 갑자기 고개를 젖혔다.

서유가 그의 좌석을 잡으면서 부주의로 그 숱이 많은 검은 머리를 건드렸던 것이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 손을 움츠렸지만, 남자는 오히려 고개를 돌려 차갑게 힐끗 쳐다보았다.

어두운 빛 아래에서 깊고 진한 그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마치 맹수와 눈이 마주친 듯 두렵기 그지없었다.

그런 이승하를 바라보며 그녀는 송구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이승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더니 시선을 스크린에 옮겼다.

서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나른해진 몸으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가슴이 여전히 쿵쾅쿵쾅 뛰고 있을 때 김시후가 갑자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유유, 겁먹지 마.”

서유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김시후를 바라보았다.

“방금... 뭐라고요?”

말을 마친 김시후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방금 서유가 이승하와 눈이 마주치고 놀라서 온몸을 떠는 모습을 보고 무의식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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