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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서유는 아직도 김시후가 자신에게 정의를 되찾아 주기 위해 나섰다는 사실에 몹시 놀라 있었다. 그러나 온희수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모함하며 뒤집어씌우려고 하자 더 이상 따지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화가 치밀었다.

서유가 막 온희수에게 자신이 뭐라고 욕했는지 물으려 할 때 갑자기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희수 씨는 몇 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옳고 그름을 뒤집는 능력만 배웠나 보군요.”

등 뒤에 있는 남자가 검은색 정장을 입고 불빛 아래에 서있는 모습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서유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가 자신을 위해 나서줬단 사실에 감격했지만, 고개를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승하의 시선이 슬그머니 서유와 김시우가 잡은 손을 흘기며 어둡고 흐릿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계단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와 온희수의 앞에 다가와 멈춰 섰다.

“조금 전 온희수 씨가 사람을 모욕할 때 제가 마침 그곳을 지나갔거든요.”

이승하가 인정사정없이 온희수를 까발리자, 그녀의 얼굴은 삽시에 사색이 되어 계속 변명하려 애썼다. 이승하는 차디찬 요염한 눈으로 담담하게 그녀를 흘겨봤다.

온희수는 이렇게 무서운 눈길은 생전 처음 마주했다. 그의 눈은 정말 예뻤지만, 그 속에 비친 기색은 사람을 얼려 죽일 것만 같았다. 그녀는 겁을 먹고 즉시 입을 다물고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때 온재빈은 그제야 자기 여동생에게 일이 닥친 것을 발견하고 서둘러 인파를 헤치고 뛰어왔다.

온희수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이승하가 싸늘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온씨 가문 가정 교육은 실로 봐줄 만하군요.”

이승하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한 무리의 경호원을 데리고 온씨 저택을 떠났다.

계속 옆에서 쇼를 구경하고 있던 이연석은 사색에 잠겨 둘째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둘째 형의 차갑고 덤덤한 성격상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서서 온씨 가문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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