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은 이승하를 바라보며 고귀함이 흘러넘치는 남자를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그게 어딜 가겠어? 당연히 저 인간의 손에 있겠지.”역시, 이승하 앞에 덮여있는 그 카드가 바로 8이었다. K, 3, 8 총 세 장의 카드로 이미 21점이 되었다. 그러니 네 번째 카드는 당연히 거절할 것이다.이승하가 거절하는 것을 보고 케네디와 스티븐 그리고 제프 세 사람은 동시에 깨달았다. 이승하가 손에 쥐고 있는 카드가 충분히 크다는 것을.“젠장, 더는 못해.”“2라운드 만에 다 털렸어.”“우리는 괜찮지? 돈을 좀 잃은 것뿐이잖아. 로버트 사장.”제프는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로버트를 향해 장난스럽게 말했다.“카지노도 다 잃게 생겼는데 계속할 거야?”계속한다면 로버트의 카지노에서 뱅커가 되어 로베트의 재산을 탈탈 털고 싶었다. 모든 사람에게 당한 동네북 로버트는 연신 손사래를 쳤다.그가 갈색 눈을 치켜뜨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를 쳐다보았다.“정말 내 카지노를 빼앗을 생각은 아니지?”와이프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던 이승하가 고개조차 들지 않고 입을 열었다.“2조 원 준비해서 내 계좌로 보내.”그 뜻은 그가 원하는 건 카지노가 아니라 돈이라는 것이었다.“알았어. 지금 당장 보낼게.”조금 전까지 풀이 죽어 있던 로버트는 이내 안색이 밝아졌고 벌떡 일어나서는 칩을 돌렸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다.이승하의 함정에 빠진 것 같지만 어떻게 빠졌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몇 라운드의 게임을 더 했다. 이번에는 판돈을 걸지 않고 지는 사람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술을 마셔도 게임에서 이승하를 이기는 자는 없었다. 일행들은 화가 잔뜩 나서 다시는 그와 내기를 하지 않겠다고 씩씩거렸다. 서유도 다시는 이승하와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쩜 이리도 운이 좋은 건지 그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한편, 서유와 급히 거래하고 싶었던 이승하는 와인을 몇 모금 마신 뒤 이
그의 오만함에 이승하가 발걸음을 멈췄다.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노려보는데 검은 눈동자에 예리한 검처럼 음험하고 차가운 빛이 드러났다.살기가 가득한 이승하를 보며 김선우는 겁도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대표님이 이기시면 제 파트너를 대표님께 바치겠습니다. 어때요?”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건방지게 이승하를 도발하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온 여자는 은근슬쩍 이승하를 훑어보았다.눈앞의 남자는 은회색의 잔 머리를 뒤로 깔끔하게 빗어 넘겼다.머리 색은 전체적으로 고귀한 분위기와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잘생긴 외모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외모가 우세였다. 그러나 가슴을 뛰게 하는 건 그의 얼굴뿐만이 아니었고 탄탄한 그의 몸매도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공격적인 남성미에 보기만 해도 온몸이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이런 남자와의 뜨거운 하룻밤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녀는 손을 뻗어 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손끝에 감은 채 요염한 포즈를 취하며 이승하를 향해 계속 윙크를 보냈다.그러나 남자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싸늘한 눈빛으로 김선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죽고 싶은 거야?”이기든 지든 김선우의 도발은 정말 역겨웠다. 감히 그한테 이리 도발한다는 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겠지. “이 대표님, 진정하세요.”김선우가 피식 웃는데 그 모습이 참 건방져 보였다. “그냥 저랑 게임 한 판 하자고 제안한 것인데 왜 그렇게 긴장하는 겁니까?”차갑게 콧방귀를 뀌던 이승하가 경멸이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내가 왜 너랑 내기를 할 거라고 생각해? 네가 뭔데?”김선우는 새까맣게 반짝이는 눈을 들어 이승하의 옆에 서 있는 서유를 바라보았다.“제가 누나를 구해줬으니까요.”흠칫하던 이승하는 김선우가 서유를 구한 일이 생각났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침묵하는 그를 보고 김선우는 턱을 치켜들고는 키가 큰 이승하를 쳐다보면서 느긋하게 조건을 제시했다.“저랑 내기 한
그 생각에 김선우는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벽에 붙어있는 규칙을 가리켰다.“누구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카지노의 규칙에 따라 추첨을 통해 결정할게요. 어때요?”이승하는 총을 거두어 경호원에게 던져준 뒤 김선우를 차갑게 쳐다봤다.“내가 한 말이 바로 규칙이야.”그는 어떤 규칙도 상관하지 않았다. 규칙은 그가 정하는 거니까.이렇게 독불장군인 사람은 또 처음 본다. 그 모습에 김선우는 피식 웃었다. “역시 이씨 가문의 권력자답게 기세가 엄청나네요. 하지만 이곳은 JS 그룹이 아니라 불야성입니다.”“불야성에 온 이상, 모든 건 이 카지노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내기가 무슨 의미 있겠습니까?”김선우 또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내기가 시작도 하기 전에 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이미 시작된 듯하다. 김선우를 쳐다보는 이승하의 눈빛에 핏기가 서리고 살의가 가득 찬 것을 보고 서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김선우가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이승하는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 김선우가 이렇게 날뛰는 걸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사실이었다. 서유를 구해준 이유로 이승하가 자신에게 손을 쓰지 않을 거라는 걸 김선우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감히 이리 이승하의 앞에서 날뛰는 것이었다.“이 대표님, 판돈은 추첨을 통해 결정하시죠. 그래야 이 내기가 공평해질 거 아닙니까? 그러니...”“시작해.”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남자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김선우와 내기를 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신세를 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내키지는 않지만 타협할 수밖에 없는 그의 모습을 보고 김선우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딜러.”카지노의 딜러가 그 소리를 듣고 이내 깍듯이 다가왔다. “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추첨통 가져와요.”“네.”직원이 곧 추첨통을 가지고 왔다. “이 대표님, 알파벳 하나 고르시죠.”김선우
치를 떨고 있는 그녀의 시선을 김선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VIP룸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는 아주 예의 바르게 가늘고 긴 손을 내밀며 이승하를 향해 말을 건넸다.“가시죠. 이 대표님, 내기 한 판 합시다.”“이 대표, 내기하지 마.”바로 이때, VIP룸에서 나온 로버트, 케네디, 스티븐, 제프 네 사람이 앞으로 다가와 이승하를 막았다. “저자는 카지노의 황제라고 불리는 사람이야. 도박에서 저자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로버트가 먼저 이승하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카지노의 사장으로서 김선우를 막아섰다.“김선우 씨는 이곳의 단골손님이잖이. 이 대표는 이곳에 처음 놀러 온 사람이야. 그런 이 대표한테 한판 하자고 하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김선우가 로버트를 향해 차갑게 웃었다.“뭡니까? 카지노 사장으로서 손님들의 도박판에 끼어들 생각인가요?”“그런 뜻이 아니야.”“그럼 무슨 뜻인가요?”로버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좋아. 꼭 해야겠다면 방법을 바꾸는 건 어때?”“그래. 방법을 바꿔.”테이블 위에서는 김선우를 당해낼 자가 없었다. 조금 전, 아무리 그들과 내기해서 이긴 이승하라도 말이다. 일 년 내내 카지노에서 빈둥거리는 김선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김선우가 어떤 사람인지 로버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자연히 이승하가 속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명문 집안의 자제들이 이승하를 두둔하는 것을 보고 김선우는 냉소를 금치 못했다.이승하같이 이렇게 냉혈한 인간에게도 그를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한편, 김선우는 로버트가 좀 꺼렸다. 라스베이거스 쪽은 앞으로도 로버트의 가문에 의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바꿉시다. 어차피 이기는 사람은 나니까.”말을 마치고는 그가 몸을 옆으로 돌려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레이싱 대결은 어떠합니까?”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이승하를 말해 물었다. 서유의 손
그러나 김선우 또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승하가 판돈을 바꾸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지.“좋아요. 하지만 그 대신 대결하는 동안 누나가 제 뒤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그가 손을 뻗어 모터사이클의 뒷좌석을 두드리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이승하를 쳐다보았다.“김선우, 정도껏 해.”주먹을 불끈 쥔 이승하의 손등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났고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쥐어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 동의 못 합니다.”추첨에서 이긴 사람은 그였으니 그의 제안에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전혀 바꿔 줄 이유가 없었다. 결국 이번 내기는 이승하를 엿먹이려는 김선우의 속셈이었다. 때문에 이승하가 제안한 것처럼 유리하게 판돈을 바꾸는 것이 먼저였다. 판돈을 바꿔야만 이승하가 이기게 되었을 때 김선우한테 뽀뽀를 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승하도 김선우의 파트너와 엮이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남편은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다만 김선우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고 조건을 제시하는 대가를 얻으려 했다. 날라리 같은 김선우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이승하의 손을 놓고는 빠른 걸음으로 김선우를 향해 걸어갔다.“그래요. 내가 뒤에 앉을게요. 시작해요.”그녀의 한마디로 상황이 종료되었고 이승하가 막으려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뭐 하는 거야?”고개를 돌리고 그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여보, 힘내요. 꼭 이겨야 해요.”그녀의 눈빛을 읽은 듯 미간을 찌푸리던 그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승하는 무조건 그녀를 믿기로 했다. 서유는 그를 다독인 후, 주먹을 뻗어 김선우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헬멧 좀 줘요.”그녀에게 한 방 얻어맞은 김선우는 등에서 전해진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서유를 돌아보았다. “뭘 먹고 자랐길래 힘이 이렇게 센 거예요?”“사람이요.”그는 헬멧을 그녀에게 건네주고 올바른 착용법까지 가르쳐 준 뒤, 반대편에 서 있는 이승하를 쳐
펑.총성이 울리는 순간, 모터사이클 두 대가 화살처럼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이승하가 운전하던 그 사이클에서 책 한 권이 날아왔고 로버트가 그걸 주워 확인해 보았다.그걸 펼쳐보던 로버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세상에. 모터사이클 사용 설명서라니.”익숙하게 모터사이클을 운전하는 이승하의 모습을 보고 몰래 배운 줄 알았다. 근데 이 현장에서 운전법을 터득하게 될 줄이야?대단한 배짱이었다. 한편, 김선우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서유는 잘 잡히지 않자 그의 뒷덜미를 꽉 잡았다. 모터사이클의 속도가 빠르고 서유가 뒤에서 옷깃을 꽉 잡자 김선우는 숨이 막혀 미간을 찌푸렸다.“이것 좀 놓아요. 목 졸려 죽겠네.”그러나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그녀는 한사코 손을 놓지 않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줄였다.속도를 내면 서유가 뒤로 넘어지면서 더욱 목을 조였기 때문이다. 그가 속도를 낮추자 옆에 있던 모터사이클이 그를 가뿐히 앞질렀다.속도를 올리는 것과 목이 졸려 죽는 것 두 가지 선택을 놓고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목이 졸려 죽는 걸 선택했다. 어찌 됐든 이승하에게 뺨을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건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코너를 돌던 그때, 그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고 미친 듯이 이승하의 뒤를 쫓았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서유는 한 손을 떼어 김선우의 허리를 잡았다.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은 그녀의 손을 보고 김선우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진작에 그럴 것이지.”말이 마치고 그는 다시 속도를 냈고 엄청난 속도에 서유는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싸안아야 했다. 두 손으로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녀를 보고 그는 미친 듯이 이승하의 뒤를 쫓으며 휘파람을 불었다.“봐요. 누나가 제 허리를 잡았어요.”이승하가 차가운 눈빛으로 오만방자한 김선우를 쳐다보았다.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아내한테 이런 바보 동생이 있다는 게 정말 창피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바보 동생 김선우는 신나서 다시 속도를 내어 앞으로 돌진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김선우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차를 돌려 산길로 접어들었다.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뒤에 앉아 있던 서유는 하마터면 튕겨 나갈 뻔했다. 그녀는 그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나서야 비로소 몸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김선우 씨, 패배를 인정할 용기가 없어요?”분노에 찬 그녀의 목소리가 쌩쌩 부는 바람과 함께 귓가를 스쳐 갔다. “그러길래 누가 경기를 방해하래요?”그녀보다 더 화가 난 그가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목 조르고 간지럽히지 않았으면 내가 이겼을 거라고요.”흠칫하던 그녀가 이를 악물고 다시 반박했다.“그러길래 왜 날 뒤에 앉혀요?”화가 난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의 말처럼 그녀를 뒤에 태우지 말았어야 했다.하지만 아내의 방해로 대결에서 이긴 것이니 이승하도 떳떳한 것은 아니었다. 이 대결의 결과를 김선우는 승복할 수 없었다. 백미러를 통해 다시 모터사이클을 운전해서 뒤를 쫓아오고 있는 이승하의 모습이 보였다.그가 따라잡을 수 있다면 기꺼이 뺨 두 대를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원래의 코스대로 속도를 내어 앞으로 질주했고 다시 이승하와 대결이라도 하듯 안간힘을 썼다. 서유는 고개를 돌리고 뒤따라오는 이승하를 쳐다보았다.거리가 멀어서 남자의 안색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가 미친 듯이 두 사람을 쫓아오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김선우가 자신을 납치할까 봐 걱정되어 이렇게 미친 듯이 쫓아오고 있는 것이었다.이러다가는 그한테 큰일이라도 날까 봐 두려웠던 그녀는 손을 뻗어 김선우의 뒷덜미를 꽉 잡았다.“당장 내려줘요. 그렇지 않으면 목 졸라 죽일 거예요.”“그러든지 말든지. 난 죽어도 멈출 생각 없어요.”원수한테 지고 뺨 맞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훨씬 더 나았다. 김선우는 필사적으로 속도를 냈고 끊임없이 질주했다. 자신이 방해받지 않고 진정한 능력을 발휘한다면 이승하가 따라잡을
온 힘을 다해 내려친 이승하의 뺨에 의해 김선우의 희고 부드러운 얼굴에 이내 빨간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바닥에 쓰러진 김선우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고는 우뚝 솟은 이승하를 쳐다보았다.이런 젠장. 처음으로 누구한테 맞았다. 근데 그 사람이 원수 가문의 이승하라니. 싸움을 한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이승하한테 뺨을 맞았다. 뭐랄까... 형이나 아버지한테 교육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 창피하기 짝이 없었던 그가 슬그머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대로 보기도 전에 이승하가 또다시 엄청난 힘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뺨을 연달아 두 대 맞으니 눈에서 불꽃이 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런데 왜 오른쪽 얼굴만 때리는 건지. 같은 곳을 맞으니 아파 죽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승하가 다시 손을 뻗어 그의 왼쪽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한 대 때린 것도 모자라 또다시 한 대 내리쳤다. 마치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이기면 뺨 두 대만 때린다고 했던 사람이 무턱대고 두 대를 더 때르니 김선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주먹을 불끈 쥐고는 바닥에서 일어나 이승하와 싸우려고 했다.근데 일어나기도 전에 상대방의 발길에 세게 걷어차여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한번 발버둥을 쳤지만 늘씬한 다리에 꼼짝없이 짓눌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이승하는 그의 가슴을 힘껏 밟은 후 팔꿈치를 무릎 위에 괴고 몸을 약간 숙이며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첫 번째 뺨은 누나를 대신한 혼내준 거야.”“두 번째 뺨은 매형인 내가... 네가 마음에 안 들어서고.”그 뜻을 김선우는 알아듣지 못했다. 자신을 매형이라고 하는 그의 말에 김선우는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앞에 맞은 두 대의 뺨은 제가 졌으니까 인정할게요. 근데 그 후의 뺨은 무슨 자격으로 때리는 겁니까?”옅은 미소를 짓던 이승하의 얼굴에 갑자기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내 허락 없이 내 아내를 데려갔으니 당연히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