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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모르는 서유는 유골함을 꼭 안고 그에게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같이 안 오셨어요?”

이승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불안감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아 보이자 연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연이는 이승하와 시선이 마주치고는 서둘러 눈을 피하며 손에 든 인형을 바라보았다.

이승하는 그저 한번 보기만 할 뿐 곧바로 다시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연이는 이승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고 나서야 다시 몰래 그를 훔쳐보았다.

아이는 지금 이승하의 반대편에 앉아 있기에 고개를 드는 것만으로도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눈앞에 있는 아저씨는 어딘가 야윈 듯했지만 여전히 잘생기고 멋있었다.

다른 사람과 비교도 안될 만큼 마치 천사들의 가호를 받는 사람처럼 그렇게 얼굴에서 빛이 났다.

연이는 이승하를 한참이나 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제일 소중한 인형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사방이 어두운 작은 방에 갇혀 거의 죽을 뻔했던 그때 이승하가 문을 열고 들어왔었다.

그는 햇빛을 등진 채 마치 신의 사자처럼 걸어와 아이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뒤따라온 사람들에게 철창을 열게 만든 다음 총을 허리춤에 넣어두고 단숨에 연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연이는 그의 체온을 느끼자마자 바로 큰 소리로 울어버렸다.

“아저씨, 나 목말라요. 그리고 배고파요...”

그때도 이승하는 아이의 눈물을 눈앞에서 보고는 지금처럼 아무런 말이 없었고 그저 큰 손으로 등을 토닥여줄 뿐이었다.

연이에게 이승하는 차갑고 냉랭한 사람으로 비쳤다. 아이를 앞에 두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날 울고 있던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며 안정감을 주었을 때 아이는 그 어떤 말보다 더 안심되었다.

이승하는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이었고 그건 서유를 향한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 언제 어디서나 그녀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이건 연이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연이는 이 아저씨라면 엄마가 남기고 간 인형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초희는 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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