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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정가혜는 차를 몰고 해변으로 왔다. 조수석에 앉은 서유는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옛 추억에 잠겼다. 이승하는 이곳에 그녀를 데리고 온 적이 있다.

이승하는 그날 김시후와 서유가 잠자리를 같이했다는 오해를 하고 김씨의 신분으로 몇 번이나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고 또 수백 통의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서유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직접 차를 끌고 그녀를 막아서 이 바다로 데려왔다.

차 안에서 그는 그녀를 품에 가두고 김시후와 몇 번이나 잠자리를 했는지 물으며 그녀의 진심을 알아내려 했다. 또한, 김시후를 좋아하지 말라는 말도 몇 번이나 얘기했었다. 하지만 그때 서유가 원했던 건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의 한마디뿐이었다.

예전의 두 사람은 그 어느 날 이승하가 프러포즈하고 서유가 그 프러포즈를 받아줄 줄은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가혜는 어느 한 전시관 앞에 차를 세웠다.

“서유야, 여기야. 이따 저녁에 이곳에서 파티가 열릴 거야. 들어가자.”

서유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전시관을 훑어보았다.

“이 전시관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3년 전, 이승하가 그녀를 데리고 왔을 때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에 도로도 깔려있고 전시관은 마치 수정궁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서유의 질문에 이제 막 차에서 내리려던 정가혜가 잠깐 흠칫하다가 답했다.

“돈 많은 재벌이 투자라도 했나 보지 뭐.”

그러고는 서유에게 서둘러 차에서 내리라며 사람들이 기다린다는 소리도 했다.

서유는 궁금증을 거두어들이고 정가혜의 요구대로 외투를 벗은 다음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보니 전시관 입구에 [승유관]이라는 세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승하의 ‘승’에 서유의 ‘유’를 딴 그들만의 곳이라는 뜻이었다.

어느 돈 많은 재벌이 투자를 위해 세운 것이 아닌 이승하가 오직 프러포즈 목적으로 세운 곳이었다.

그의 의도를 파악한 듯 서유는 서서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달콤하고도 은은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을 더욱더 화사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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