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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서유는 손을 들어 그의 수중에 있는 케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말도 준비했잖아요.”

모든 걸 다 알아챈 듯한 그녀의 말에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이연석과 이씨 가문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그 웃음소리에 서유가 흠칫하며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이승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입을 달싹이며 아까 줄곧 연습했던 말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결국 몇 초 뒤 그는 다급한 얼굴로 이 한마디만 내뱉었다.

“결혼 안 해 줄 거야?”

이대로 계속 대답을 미뤘다가는 그가 답답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서유는 예쁘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였다.

“결혼할래요.”

이승하 말고 또 누구와 결혼할 수 있을까. 그에게 몸을 팔게 된 그 순간부터 그녀는 그와 운명으로 맺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대답에 이승하의 얼굴에 보이던 초조함이 차차 가시고 그 대신 예쁜 미소가 걸렸다.

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반지를 그녀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약지 손가락은 심장과 가장 가까운 손가락으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뜻하기도 했다.

이승하는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준 후 몸을 일으키지 않고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만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유야,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 네 곁에 있을게. 평생 너를 아껴주고 또 사랑해줄게.”

그의 고백은 길지도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진실한 마음은 고스란히 서유에게 전해져 그녀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서유는 서서히 허리를 숙여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도 나는 승하 씨 곁에 있고 싶어요.”

이승하는 그녀의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생으로는 부족해. 다시 태어날 때마다 나는 너랑 사랑할 거야.”

그는 말을 마치고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그녀의 얼굴을 잡고 천천히 입을 맞춰왔다.

두 사람이 진득하게 키스를 나누고 있던 그때 벽 뒤편에 줄곧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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