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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눈이 흩날리는 밤, 열몇대의 고급차량이 줄지어 8호 맨션 앞에 멈춰 섰다.

제일 앞쪽 차량의 뒷좌석 문이 천천히 열리고 흰색 양복 차림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차량 옆에 선 남자는 잘 뻗은 기럭지에 인간이 아닌 듯한 외모와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지금 허리를 숙인 채 기다란 손을 차 안의 한 여자에게 뻗고 있다.

차가운 겨울 같던 그의 두 눈은 그의 여인의 두 눈과 마주한 순간 눈 녹듯 따뜻해졌다. 오직 그녀에게만 허락된 따스함인 것처럼 말이다.

서유는 그의 큰 손위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올리고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눈앞의 유럽풍 맨션을 한번 보다가 다시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여기는 왜 온 거예요?”

이승하는 코트를 챙겨 서유에게 덮어준 다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번쩍 안아 들었다.

“들어가 보면 알아.”

서유는 이승하의 목을 감싸고 얌전한 고양이처럼 그의 품에 기댔다.

이승하는 그녀를 안아 든 채 엘리베이터를 타 바로 8호 맨션의 제일 위층으로 향했다. 그곳은 그와 그녀가 가장 많이 사랑을 나눈 곳이었다.

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안고 잔뜩 꾸며진 방 안에 들어서자 얼굴이 핑크색으로 물들었다.

전에 그녀의 몸이 다 나은 뒤에 한꺼번에 보상해준다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혹시 그 보상 일을 오늘로 잡은 건가?

이승하는 이런 쪽에서 늘 절제가 힘든 남자였기에 프러포즈 한 날 저녁이고 하니 더더욱 그녀를 놓아주지 않으려 할 수 있었다.

서유는 혼자 이런저런 엉큼한 생각을 하다가 이승하가 자신을 천천히 침대 위에 올려놓고 옷을 벗기려고 들자 황급히 다시 옷을 여미며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아직 몸 상태 다 나은 거 아니에요...”

이승하는 그 말을 듣더니 웃는 듯 안 웃는듯한 얼굴로 그녀를 한번 훑어보았다.

“알아. 그런데 그게 왜?”

서유는 빨개진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러니까... 오늘 밤은... 안 될 것 같아요...”

이승하는 큰 몸을 서유 쪽으로 기대 코로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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