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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왜?”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깔끔하고 단정한 얼굴이 순식간에 사악함과 증오로 뒤바뀌었다.

“지금 왜냐고 물었어? 내가 병원에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동안 넌 다른 남자하고 바람을 피우고 있었어.”

“그렇게 더러워졌으면서 감히 나하고 계속 만나겠다는 생각을 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네.”

‘이것 봐. 기억을 잃지 않았어.’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가 기억을 잃은 척한 것이 자기를 버리기 위해서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런데도 바보 같은 그녀는 눈앞에 쓰레기보다 못한 남자를 예전에 자기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소년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김씨 저택 앞에서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무릎 꿇고서 소년을 붙잡으려고 했던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김시후라고 이름과 성을 바꾼 남자는 그녀에게 후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서유는 그가 당시 열 걸음 정도 물러나더니 갑자기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돌진하던 모습을 기억했다.

그는 달려오며 추진력까지 이용해 두꺼운 가죽 부츠로 다시 한번 그녀의 심장을 걷어찼다.

그도 그녀에게 선천적인 심장병이 있어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단숨에 치명타를 날렸다.

그녀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자기가 알고 있던 소년이 그녀가 죽기를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추위에 덜덜 떨었다. 그런 그녀를 소년은 내려다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서유야, 난 이제 널 사랑하지 않아. 너하고 계속 만나고 싶지도 않으니까 다시는 찾아오지 마. 그리고 너 똑똑히 알아둬. 난 지금 화진 그룹의 후계자야. 더 이상 고아원의 송사월이 아니라고. 너하고 정가혜 내 옛날 신분 폭로하기만 해. 그리고 그걸로 김씨 가문을 협박하면 내가 너희들 삶을 지옥보다 더 힘들게 만들어줄 거니까.”

서유는 이승하의 차가운 면을 보았지만 송사월에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승하가 그녀를 대용품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그녀는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이승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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