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가문은 언제나 프로페셔널했기에 김시후는 화진 그룹의 실력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히 실력에 달렸죠.”소 이사는 김 대표가 입을 열자 이어서 한마디 했다.“연 이사님, 저희 화진에서 동아 그룹에 프로젝트를 중단한 건 제 부하가 사적으로 벌인 일입니다. 연 이사님께서 신경 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이미 그들을 처벌했으니까요.”당연히 연지유는 비즈니스 전쟁에서 하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화진이 체면을 잃지 않게 소 이사의 말에 따랐다.“그렇다면 저희도 더 걱정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서로 파트너쉽을 이어가 보죠.”말을 마친 그녀는 술잔을 들어 김시후와 소 이사에게 건배한 뒤 술을 원샷했다. 그러고 나서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그럼, 오늘은 다들 일찍 돌아가서 쉬시죠. 입찰 현장에서 뵙겠습니다.”연지유는 이승하가 짜증을 낼까 봐 서둘러 식사 자리를 끝냈다.김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실력은 국내에서는 비슷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씨 가문이 독보적인 기업이었다.김씨 가문도 식사 자리를 끝내자는 연지유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고 오히려 이승하를 바라보았다.얼음처럼 차가운 남자가 가지 않으면 그들 중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이승하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일어나 보죠.”그런 다음 바로 연지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던 이승하가 먼저 연지유의 손을 잡고 나가자 다들 경악했다.두 사람의 사이는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가까웠다.이걸 김씨 가문에서는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온갖 수단을 이용해서 연씨 가문을 괴롭혔을 것이다.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서유는 다급하게 일어났다.이승하가 연지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손깍지를 낀 모습을 보고 서유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시선을 돌리려고 했지만 시선은 계속 연지유의 손을 잡은 이승하의 손으로 향했다.힘 있게 잡은 손의 핏줄이 터질 것 같
이미 멀리 갔던 김시후는 뒤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돌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는 다급하게 달려가서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는 서유를 발견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그는 굳은 얼굴로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안에서 문이 잠겨 열 수가 없었다.그는 창문을 세게 두드렸다.“서유 씨 문 열어 봐요.”서유는 핸들을 잡고 가슴을 움켜쥐고서는 숨을 크게 쉬었다.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김시후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았고 귀에서는 윙윙 울려대는 이명만이 가득했다.김시후는 그녀가 의식을 잃었다고 생각해 더 말하지 않고 바로 뒷좌석 창문을 부쉈다.문을 연 뒤, 차 안에 들어가서 운전석의 문을 연 다음 신속하게 차에서 내려 서유를 빼냈다.서유는 누군가 자기를 구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마치 죽기 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을 들어 그의 손목을 잡으며 겨우 한마디를 뱉어냈다.“산소 좀...”심부전으로 인한 혈액 공급 부족으로 쉽게 저산소증을 유발했다. 그녀는 현재 심한 저산소증 상태였기에 반드시 산소를 흡입해야 했다.김시후는 그 한마디에 하얗게 된 머릿속에 한 장면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고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그는 머리를 흔들며 서유를 안아 올렸다. 그러고서는 소 이사에게 말했다.“호텔 직원한테 산소통 좀 가져오라고 하세요.”지금 병원에 가기에는 너무 늦었다.다행히 이 호텔은 김씨 가문이 운영하는 호텔이었고 고객들을 위해 언제나 응급구조키트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호텔 지배인은 본사의 이사님이 온 걸 보고서는 다급하게 부하 직원에게 산소통을 가져가라고 했다.김시후는 서유를 품에 안고 그녀가 예약해 준 프레지던트 룸으로 향했다. 핏기 하나도 없이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서는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 그는 다급하게 서울에서 학회에 참가하고 있는 자기의 친구 소진섭을 불렀다.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소준섭은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김시후는 주소를 말하고서는 빨리 사람을 구하러 오
서유는 그가 자기와 거리를 두는 것을 보고 더 거부하지 않았다. 얌전히 누워 어지럼증이 조금 줄어들기를 기다렸다.의사가 전에 그녀에게 과로하지 말라고 당부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요즘 금색 가면 남자에게 이틀 동안 시달렸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출근했다.공항, 레스토랑, 그리고 호텔을 돌아다니는 것은 그녀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피곤함을 느낄 것이다.그녀는 너무 피곤했기에 이렇게 병이 발작하는 것이었다.서유는 내일 연지유가 자기의 사직서를 처리해 주면 남은 날들은 편하게 집에 누워 죽기를 기다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오늘처럼 갑자기 병이 발작해 아무도 그녀를 구해주지 않는다면 분명 이대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그녀의 시신을 수습해 줄까?그녀는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깔끔하고 예의 바르게 생긴 남자는 온몸에서 우아한 아우라를 물씬 풍겼다.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서유를 발견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웃을 때면 양 볼에 보조개가 깊게 파였다.“여자였네.”소준섭은 약상자를 가지고 다가오며 김시후의 눈치를 살폈다.“드디어 철벽 나무에도 꽃이 피는 건가?”“장난치지 마. 빨리 무슨 일인지 알아봐 줘.”그는 오늘 그녀가 쓰러지려는 걸 두 번이나 발견했다. 이는 분명 저혈당의 증상이 아닌 것 같았다.소준섭은 그제야 장난스러운 태도를 거두고서는 응급 상자에서 청진기를 꺼내 서유의 심장에 댔다.서유는 바로 그 손을 제지했다.“저 선천성 심장병 있어요. 갑자기 발작한 것뿐이에요. 큰일 아닙니다.”그녀는 의사를 속일 수 없을 것 같아 솔직하게 말했다.하지만 그의 진찰은 거부했다. 김시후에게 자기가 심부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김시후가 알게 되면 또 그녀에게 발길질할까 봐 무서웠다.그녀는 아직 정가혜와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소준섭은 의사였기에 환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한눈에 보아냈
이연석은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서유라는 것을 확인하고 놀랐다.임태진이 무너지자 바로 김시후에게 달려와 빌붙다니. 태도 전환이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전에는 서유가 우산을 거절하는 것을 보고 그녀에 대한 편견이 조금 사라졌는데 지금은 서유가 더욱 악독하고 교활하게 느껴졌다.고민하던 그는 결국 사진을 이승하에게 보냈다.김시후는 그의 여동생의 결혼 상대다. 서유 같은 사람이 빌붙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하지만 직접 나서서 이승하의 여자였던 서유를 혼낼 수는 없기에 이승하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금방 별장으로 돌아온 이승하는 그 사진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리고 얼른 답장을 보냈다. 「언제 찍은 거야.」이연석이 답장했다. 「방금 찍은 거예요. 이미 소문도 나고 있어요.」이승하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쥔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서유는 상류층 자제들이 그녀와 김시후의 스캔들에 대해 떠들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그저 머리가 아프지 않을 때까지 휴식하다가 떠나려고 했지만 저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언제 잠에 든 것인지도 전혀 몰랐다.김시후는 서유가 기절한 줄 알고 그녀를 흔들어 보았다. 그리고 그저 잠든 것임을 확인한 후에야 한숨을 돌렸다.김시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유를 보다가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끈 후 나가버렸다.로열 스위트룸에서 나온 김시후는 차가운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비서에게 물었다. “정말 나랑 아무 사이 아닌 여자야?”“네. 회장님께서 몇 년 전에 같이 보육원에 가서 확인해 보지 않았습니까.”김시후가 병원에서 김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 서유가 찾아왔었다. 그때의 김시후는 기억을 잃었을 때라 모든 사람이 낯설었다. 과거를 떠올리는 것도 두려웠다.하지만 서유는 그런 김시후의 마음도 모르고 매일 찾아왔다. 쫓아내려야 낼 수가 없었다.서유는 항상 와서 똑같은 얘기만 했다. 자기가 왜 몸을 팔았는지에 대한 이유였다.진솔한 눈동자는 그 모든 게 김시후를 위해서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김시후
눈을 뜬 서유는 낯선 방임을 알아채고 그제야 자기가 김시후의 로열 스위트룸에서 잠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얼른 가슴 쪽을 만져본 그녀는 김시후가 그녀를 차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돌렸다.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갔지만 그녀는 아직도 김시후가 자기를 발로 찰까 봐 두려웠다. 이 트라우마는 아마도 오래갈 것 같았다.김시후는 서유를 차버린 후 숨만 붙어있는 서유를 길가에 그대로 버렸다. 트라우마가 깊에 남을 만도 하지 않은가. 그때 마침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서유를 구해줘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죽었을 것이다.서유는 항상 자기한테 잘해주던 송사월이 왜 갑자기 그녀를 차갑게 대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이미 송사월을 향한 마음은 접었지만 이 일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다만 요즘 서유는 그 기억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놓고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또 김시후를 만나고 나니 마음은 담담해도 사실은 조금 두려웠다.고개를 저은 서유는 김시후의 일을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난 서유는 핸드폰을 확인했다.시간은 벌써 오후 네 시를 넘어 다섯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수많은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는데 그 전화들도 서유의 단잠을 방해하지는 못했다.이러다가 언젠가는 자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유는 핸드폰 잠금을 풀어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했다. 확인한 서유는 깜짝 놀랐다. 거의 백 개가 넘는 부재중 전화는 모두 금색 가면의 남자가 걸어온 것이었다.저녁부터 아침까지. 미친 듯이 전화를 걸고 수백 개의 카톡까지 보냈다. 얼마나 죽은 듯이 잤길래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걸까.서유는 그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카카오톡을 열어 그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처음에는 어디냐고 묻고 위치를 보내라고 하더니 점점 과격한 언어들로 번져갔다.「딴 남자랑 같이 있는 거 아니지?」「다른 남자랑 자면 죽여버린다.」서유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면서 대화 기록을 지워버린 후 신경도 쓰지 않았다.그와의 대화
서유는 그 사진을 쳐다보았다. 그저 김시후가 침대 앞에 서서 서로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서유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괜찮아요. 김 대표님이 처리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서유는 김시후가 사진 한 장 정도는 쉽게 지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미 처리했어요. 더는 퍼지지 않을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김시후가 또 그녀를 잡았다.“서유 씨, 제가 저녁을 살게요. 소준섭 씨의 무례함을 대신 사과드릴게요.”서유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회사에 가봐야 해서요.”김시후가 바로 대답했다.“오늘 깨나지 않는 것을 보고 제가 연 대표님께 얘기해서 휴가를 맡았어요.”서유는 잠시 굳었다. 어쩐지 허민은 그저 오전 일찍 문자를 보낸 후 서유를 재촉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김시후가 대신 휴가를 맡아준 것이었다.서유는 의미심장하게 김시후를 쳐다보았다. 그가 왜 자기를 도와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5년 전에 꺼지라고 하던 김시후가, 지금은 갑자기 그녀를 도와주다니.김시후는 끈질기게 식사를 함께하자고 했다. 예전과 똑같은, 고집스러운 성격이었다. 다만 사람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 뿐.서유는 김시후의 마음이 궁금하기도 해서 거절하지 않고 그와 함께 내려갔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이승하와 마주쳤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이승하는 어두운 공간 속에 숨어있는 것 같았다. 아무 표정 없던 그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서유는 그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고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이승하를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서 고개도 들 수 없었다.여린 몸의 서유는 저도 모르게 김시후 뒤로 몸을 숨겼다.하지만 그 행동에 이승하는 더욱 화가 나서 얼어붙은 시선으로 서유를 쳐다보았다.김시후는 그런 두 사람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손을 내밀어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이 대표님, 안녕하세요.”이승하는 담담하게 김시후의 손을 내려다보더니 얘기했다.“제가
서유는 김시후가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약간 변한 것을 보며 그의 생각을 알 것만 같았다. 서유는 그저 차갑게 물었다.“그래서, 김 대표님은 그래도 저 같은 여자랑 같이 식사할 건가요?”김시후의 성격에 서유의 출신을 알게 된다면 가차 없이 그녀를 거절할 것이다.하지만 김시후는 고집스레 얘기했다.“당연하죠.”말을 마친 그는 호텔 다이닝룸으로 걸어갔다.서유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잠시 멍해졌다.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뒤따라갔다.다이닝룸의 매니저는 김시후를 보고 직접 마중 나왔다.“김 대표님, 이리로 가시죠.”매니저는 그들을 데리고 조용하고 아늑한 자리로 갔다. 그리고 의자를 빼주면서 공경하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김시후는 메뉴판을 받고 서유에게 물었다.“뭐 먹고 싶어요?”서유는 대수롭지 않아 하며 대답했다.“전 배고프지 않아서, 김 대표님이 드시고 싶은 거로 시키세요.”심장도 좋지 않고 위장에 어혈까지 있어 식욕이 별로 없었기에 많이 먹지도 못했다. 김시후는 차가운 서유의 태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음식을 시킨 후 메뉴판을 매니저한테 돌려주었다. 매니저가 떠난 후, 김시후는 옆의 물을 들어 서유의 잔에 물을 부어주었다.그의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별거 아닌 듯해 보였지만 행동에 예의와 우아함이 깃들어있었다.그건 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보육원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과묵하고 조용하며 예의 있고 공부도 잘하는 천재였다.그때, 서유는 김시후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의 서유는 저도 모르게 가슴께를 만졌다. 그쪽에서 고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김시후는 서유의 눈이 점점 빛을 잃어가는 것을 보고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서유 씨, 무슨 생각 하세요?”“인터넷에서 본 말이 생각나서요.”김시후는 흥미를 가지면서 물었다.“무슨 말이요?”서유는 담담하게 얘기했다.“사람은 성공하면 가까운 사람부터 내친다고요.”김시후는 그 말의 속뜻을 잘 몰랐지만 서유가 자기를 암시하는 것 같다
마침 직원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그 덕분에 김시후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느긋하게 스테이크를 썰었다.스테이크를 다 썬 그는 그 스테이크를 서유 앞에 놓아주었다.“서유 씨, 너무 말랐네요. 많이 드세요.”5년 전과 비교하면 서유는 확실히 많이 살이 빠졌다.전에는 젖살도 있어서 발랄해 보였는데 지금은 너무 말라서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다. 그러니 잠을 그리 오래 자는 거겠지.서유는 입맛이 없어서 그저 채소 몇 개를 먹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김시후가 썰어준 스테이크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김시후는 서유가 자기를 싫어해서 그가 준 스테이크를 먹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조금 쓸쓸했다.밥을 먹은 후, 김시후는 서유를 데려다주겠다고 했으나 서유가 차갑게 거절했다.전에 그에게 빌붙다가 매정하게 차인 후로 서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김시후와 멀리할 수 있으면 멀리하는 게 좋았다.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김시후를 거절한 후, 서유는 호텔 주차장에 와서 가방에서 차 열쇠를 꺼냈다. 어제 몰고 온 차를 몰고 돌아가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가방 안의 핸드폰이 계속 진동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금색 가면 남의 전화였다. 이렇게 미친 듯이 그녀에게 연락하는 것을 보니 또 그녀와 자고 싶은 모양이다.하지만 서유의 몸은 더는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고민하던 서유는 결국 카카오톡으로 답장을 보냈다.「저 너무 힘들어요. 쉬게 내버려 두고 며칠 후에 다시 얘기하면 안 돼요?」그는 서유가 임태진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임태진은 깨나면 태안 그룹의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이기에 서유를 찾아올 사이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금색 가면 남의 심기를 거슬러 임태진의 귀에 서유의 소식이 들어간다면 임태진은 바로 나와서 서유를 해치우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잃는 것이 더욱 많다.아무리 그가 싫다고 해도 임태진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금색 가면 남부터 진정시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