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 기다릴 거야.」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더 이상 소식이 없었다.결정권을 서유에게 넘기려는 것 같았다.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꽉 주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경찰에 문자 내용을 넘긴 뒤 임태진을 언급했다. 호텔 룸에 임태진이 드나드는 것이 CCTV에 찍혔을 것이다.경찰은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임태진을 찾아 조사할 예정이었다.만약 이 시점에서 그 남자가 경찰에 그녀가 임태진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말하면 그녀는 분명 살인미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다.그리고 임태진도 그녀의 의도가 그에게 계약서를 전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죽이려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기가 겪은 모든 고통을 그녀 탓으로 생각할 것이다.임씨 가문이 아직 범인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가 임태진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모두 그녀가 범인이라고 의심할 것이 뻔했다.임태진은 지금 스캔들이 터졌지만 임 회장님처럼 바로 잡혀들어가진 않았다. 그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절대로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여전히 임태진이 무서웠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임태진이 아무리 추락했다고 한들 그녀와 정가혜의 숨통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서유는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정가혜는 그녀의 유일한 약점이었다.고민 끝에 얌전히 그 남자의 프레지던트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임태진에게 보복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를 엿먹이는 편이 나았다.나가기 전 그녀는 전기 충격기를 챙겼다.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안쪽에서 문이 바로 열렸다.자동문이라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었기에 문을 연 사람은 창문 앞에 서 있었다.그는 여전히 같은 스타일이었다. 얼굴은 금빛 가면 아래 숨겨져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에 캐쥬얼 룩을 입고 있었다.그는 창문 앞에 서서 한 손을 바지 주머니 안에 넣고서는 다른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문 앞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보더니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남자는 그녀의 옷을 벗겨낸 뒤 그녀를 안아 벽에 밀치고 키스했다.그의 움직임은 너무 위압적이었고 서유는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그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렸다.그는 그녀을 품에 안고 한동안 키스를 퍼부은 뒤 조금 지루했는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꼬집었다.“아파요...”그의 여전히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그의 키스 실력이 너무 좋아서 서유는 강요당하는 느낌이 아니라 즐기는 느낌을 받았다.이런 생각을 하자 그녀는 자기 자신을 때리고 싶었다. 이 상황에 어떻게 즐길 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남자가 만족하면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그녀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그녀를 깨끗이 씻겨주고서는 안아 올려 침대에 함께 누운 뒤 품속에 그녀를 안아 한 손으로 등을 토닥이며 잠들도록 달래 주었다.서유는 그의 품에 안겨 충격을 받았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그쪽...”그녀는 왜 이러는지 물으려고 했지만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그냥 자자.”사랑스럽다는 듯한 키스가 꼭 여자 친구를 달래주는 것 같은 건 왜일까?그와 그녀는 강요된 관계였다. 이렇게 커플처럼 서로 안고 잠드는 것이 가능한 걸까?서유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누군지 똑똑히 보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혹시 너무 못생겨서 다른 사람에게 진짜 얼굴을 보여줄 수 없는 거예요?”만약 정말 그녀를 좋아한다면 당당하게 그녀를 쫓아다니면 될 텐데 왜 이렇게 신비롭게 행동 하는 걸까?“얼굴에 아주 큰 흉터라도 있는 건 아니죠?”서유는 그가 아무 말도 없자 계속해서 물었다.조명을 켠다면 가면에 가려진 그를 볼 수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 자기 얼굴에 올려 만지게 했다.서유는 재빨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상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부도 부드러웠다.게다가 날카롭게 각진 턱선이 칼날 같은 느낌이었다.주변에 이런 얼굴형을 가진 남자는 이승하뿐이었다.그녀는 정말로 그가 아닐지 의심했다. 그녀를 만지는 손길도 목소리도 모두 이
서유는 겁이 나서 바로 입을 다물고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그가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이승하가 아니라는 것을 뜻했다.그녀는 조금 기분이 나빠서 대담하게 그의 품에서 몸을 돌려 그를 등진 뒤 눈을 감았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남자가 이승하가 아니더라도 그녀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마음 놓고 깊은 잠이 들었다.그녀가 잠든 뒤 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다시 품에 안고서는 계속해서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서유는 너무 피곤해서 아주 깊은 잠에 빠졌다. 꿈속에서 또다시 소년의 꿈을 꾸었다.꿈에서 그 소년은 그녀의 심장을 발로 세게 찼다.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부러트린 뒤 그녀의 뺨도 때렸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고통에 몸을 웅크렸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기대감을 품고 그 소년에게 손을 내밀었다.“송사월, 나 아파. 너무 아파...”그녀의 중얼거림이 미약하게 그의 귀에 들렸고 그 순간 토닥이던 손이 얼어붙었다.그는 품속에 안겨있는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녀를 밀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은 뒤 룸을 떠났다.남자가 문을 닫는 순간 서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이승하...”그녀는 이승하가 잠든 그녀를 안고 아이처럼 달래주는 꿈도 꾸었는데 꿈속에서도 아주 행복했다.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렇게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프레지던트 룸은 아직도 어두웠다. 서유는 옆자리를 만져보니 차가웠다.그 남자는 이미 떠난 것 같아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일어나서 커튼을 열었다.커튼을 여는 순간 햇빛이 들어왔다.서유는 그제야 이 프레지던트 룸이 얼마나 큰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거의 호텔 한 층을 다 차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수백 평은 넘을 것 같았다. 그 규모가 놀라울 정도로 컸다.침대도 흰색에 퀄리티가 뛰어난 거대한 원형 침대였다.욕실에 욕조도 엄청나게 컸고 그 외에는 주방과 서재도 있었다.모든 물건이 갖춰져 있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고급스럽고 화려했다.서유
그녀는 집에 돌아와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보름 연차휴가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그녀는 이온 인터내셔널의 업무들을 인수인계해야 했기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아침을 먹은 뒤 약을 챙겨 먹고서는 정신을 차렸지만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그녀는 아파 보이는 안색을 가리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한 뒤 가방을 들고 이온 인터내셔널로 향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원영과 최민지가 다가왔다.“서유 씨, 그만두는 거예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만두려고요.”원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아쉬워했다.“서유 씨, 잘 다니던 회사를 왜 갑자기 그만두는 거예요?”최민지도 이해되지 않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맞아요. 이온에서 월급도 다른 회사보다 많이 주잖아요. 연봉이 거의 몇억은 되잖아요. 이렇게 그만두면 너무 아쉬워요.”서유는 웃으며 말했다.“이온의 월급이 높은 건 맞는데 전 다른 계획이 있어서요.”최민지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설마 JS그룹으로 스카우트된 건 아니죠?”“맙소사.”원영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랐다.“서유 씨, JS라면 연봉이 이온보다 몇 배는 높을 거야. 정말 거기로 가는 거야?”서유는 원영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아니요. 제 계획은 인생에 관한 거지 일과는 아무 관련도 없어요.”최민지는 서유가 JS에 스카우트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그제야 질투가 담겼던 눈빛이 흥미롭게 바뀌었다.“그럼 일은 이제 안 하려고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일은 안 하려고요.”최민지는 아무리 물어도 서유의 계획을 알아낼 수 없자 코웃음을 쳤다.“진짜 부잣집에라도 들어가는 거 같네요.”어떤 늙은 남자에게 스폰 받게 되었길래 일도 그만두는 걸까?서유는 최민지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부잣집에 들어가든 말든 민지 씨하고는 상관없지 않아요?”원영은 서유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최민지가 뒤에서 서유가 늙은 남자의 스폰을 받고 있다며 말하고 다녔기 때문이다.서유는 이 회사에서
“대표님 사무실로 가는 건가요?”정장을 입은 아름다운 연지유가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는 서유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서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 깜빡하고 두고 온 게 있어서요. 먼저 올라가십쇼.”그녀는 말을 마친 뒤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뒤돌아서 떠났다.연지유는 도망가는 서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이승하에게 말했다.“저 비서 정말 이상하네. 우리가 뭐 잡아먹기라도 하나. 무서워서 엘리베이터도 안 타네.”이승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이 없는 듯 무심한 눈빛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 같았다.이를 본 연지유는 가느다란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승하야, 고마워. 그날 나 응급실에 데려다줘서. 몇 년 동안 해외에 있었더니 이쪽 음식에 아직 적응이 안 됐나 봐. 위염 때문에 요즘 자주 그러네. 고생했어.”그날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이씨 집안에 인사하러 갔었다. 약혼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기분이 좋아 술을 좀 많이 마셨다. 그런데 위를 자극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행히 이승하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거절하지 않고 응급실에 데려다줬다.그녀는 항상 감사하다고 말할 타이밍을 찾고 있었지만 매번 이승하를 만나러 가면 비서에게서 그가 자리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오늘 아버지가 일 때문에 이승하를 부르지 않았다면 그에게 고맙다고 말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이승하는 자기 팔을 잡은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옷 구겨져.”연지유는 다급하게 손을 떼어내더니 조금 실망하며 고개를 숙였다.“너 결벽증 있었지. 아직 치료 안 했어?”이승하는 손수건으로 옷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치료가 안 돼.”연지유는 말문이 막혔다.이승하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는 연지유의 손을 잡았었다. 사무실에서 조심하지 않아 그의 다리에 앉았을 때도 아무 말도 없었다.그날 밤 급성 위장염 때문에 응급실에 갔을 때도 이승하가 그녀를 안아 차에서 내렸다.그
그녀는 비록 조금 당황했지만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서유 씨, 잠깐 사무실로 오세요.”핸드폰에서 대표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말을 마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고 서유가 거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이승하가 대표실에 있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대표님이 먼저 그녀를 부른 거라면 중요한 지시 사항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녀가 이온에 있는 동안 대표님은 그녀에게 늘 친절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이를 악물고 대표실로 향했다.예상대로 이승하가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대표인 연중서와 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은 서부 개발 입찰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전에 태안 그룹에 사건이 있었던 이후, JS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입찰을 며칠 연기했다.아직 입찰은 시작되지 않았고 태안 그룹에서도 가짜 계약에 대한 일을 더 의심하지 않았다.게다가 임태진이 다쳐 혼수상태였기에 가짜 계약서를 건네받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조금 걱정되는 것은 임태진이 깨어난 뒤 가짜 계약서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따지러 오는 것이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중 일이다. 임태진이 깨어난다고 해도 태안 그룹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다.태안 그룹을 어떻게 일으킬 것인지, 임 회장님을 어떻게 보석으로 풀려나게 할 것인지, 그리고 파트너 회사에 대한 위약금까지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었다.이 일련의 일을 끝낼 때쯤이면 그녀는 아마도 그 전에 이미 죽었을 것이고 아무리 임태진이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고 해도 그녀를 찾을 수조차 없을 것이다.그녀는 이런 고민을 접고 노크를 하려고 할 때 안에서 부산 화진 그룹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화진이라는 두 글자에 서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소년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녀는 최선을 다해 침착함을 유지한 뒤 노크하며 정중하게 물었다.“대표님, 저 찾으셨습니까?”연중서는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서는 고개를 들어 서유를 바라보았
연지유는 돌려서 말했다.서유에게 사직서를 아직 승인하지 않았으니 아직 이온의 직원으로서 대표님이 시키는 업무를 처리하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또 하나 서유에게 알려주는 것은 이 자리에서 대표님을 명령을 거절하는 것은 대표님의 체면을 잃게 만드는 일이기에 불가능하더라도 해내라는 것이다.서유는 연지유의 뜻을 알아듣고 마음속으로 긴 한숨을 쉬었다.방금 그녀는 조금 충동적으로 생각도 하지 않고 입 밖으로 말을 뱉었다.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녀도 다시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배은망덕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서유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업무라고 생각하며 화진의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돌아서서 나가자 연중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불만스러운 시선을 거두고서는 이승하에게 물었다.“승하야,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 너도 함께 가는 건 어떠니?”이승하와 대화할 때 연중서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고 눈빛마저 다정했다.이승하는 소파에 기대어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서는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내내 고개를 들지 않고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연중서는 아무 말도 없는 이승하의 모습에 가고 싶지 않아 한다고 생각해 다급하게 말했다.“내 정신 좀 봐. 화진과 우리 이온은 이제 서부 프로젝트 때문에 갈등이 있을 거야. 당연히 화진 대표가 조율하자고 찾아온 걸 텐데 입찰 주최자인 네가 그 자리에 오는 건 불편하지.”화진의 사람은 그의 딸과 이승하의 관계 때문에 이승하가 이온의 편의를 봐줄까 봐 은밀히 이온에 문제를 만들어 스스로 입찰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했었다.연중서가 이렇게 좋은 땅을 포기할 리가 없었다. 이승하 앞에서 특별히 오늘 식사 자리를 잡으며 이승하에게 함께 갈 것인지 물은 것도 사실 그가 연지유를 도와 양측의 관계를 조절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승하가 주최자였기에 화진 사람들이 얌전히 순종할 것 같았다. 오직 그의 딸 연지유에게 이 일의 조율을 맡기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물론 이승하가 내켜 하지
서유가 핸드폰으로 레스토랑 예약을 막 마쳤을 때 연중서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서 비서, 레스토랑 주소를 이 대표에게 보내줘.”그는 지시를 내린 뒤 서유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카톡을 열어 주소를 이승하 스케줄 담당 비서에게 보내주었다.그 결과 상대 비서에게서 답장이 왔다.「서유 씨, 제가 지금 이 대표님과 연락이 되지 않아 직접 카톡을 보내시죠.」서유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며 차단했던 이승하의 전화번호를 풀고 신속하게 주소를 보낸 뒤 다시 차단했다.그런 다음 그녀는 업무용 차량의 차키를 들고 회사 주차장으로 향했다.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옆에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도 열렸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이승하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서유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그녀는 못 본 척 재빠르게 돌아섰다.그녀는 이승하가 그녀를 무시하고 바로 떠날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를 향해 다가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서유는 긴장해서 손을 꽉 움켜쥐었다. 발을 떼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그녀의 뒤에 천천히 멈춰 서는 발걸음 소리가 선명하게 느껴졌다.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서유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이승하가 어떤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을지 전부 상상할 수 있었다.냉담함, 무관심, 경멸, 혐오감, 이런 감정들이 섞여 있을 것이다.그녀가 손을 꽉 쥐며 숨을 참는 순간 앞에서 부가티가 울렸다.이승하는 그녀를 지나쳐 운전석의 문을 열고 앉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차에 시동을 건 뒤, 한 손으로 핸들을 돌려 후진했다.그는 그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서유는 긴장했던 몸이 그가 떠나는 순간 완전히 힘이 풀렸다.그녀는 또 한 번 혼자서 사랑에 빠지는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겨우 감정을 진정하고서는 7인승 업무용 차 쪽으로 걸어갔다.요 며칠 비가 많이 내렸다. 이런 날씨가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