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4화

작가: 알라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26 18:00:00
“서유야, 너 이게 뭐야...”

서유는 아직 자기 목에 있는 키스 마크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정가혜의 놀란 눈을 보고서야 반응했다.

그녀는 부랴부랴 손으로 목을 가리고 난감해서 고개를 숙였다.

“나...”

“임 대표라는 사람이 강요했어?”

임 대표가 서유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어제 정가혜는 서유에게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혼식을 신경 쓰고 강은우의 친척들을 돌보느라 바빠서 서유와 이야기할 시간조차 없었다.

서유가 이런 상태로 돌아온 것을 보니 임 대표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욱 의심스러웠다.

“서유야, 사실대로 말해봐. 만약 임 대표에게 강요당한 게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가서 따질 거야!”

정가혜는 서유가 음란한 남자에게 강제로 당했다고 생각하자 너무 화가 나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부엌으로 달려가 식칼을 가져오고 싶었다.

서유는 황급히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

“다혜야, 임 대표님이 한 게 아니야.”

정가혜는 잠시 멈칫하다가 물었다.

“그럼, 누구야?”

서유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정가혜는 우물쭈물하는 서유의 표정을 보고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다.

“너 이승하랑 화해했어?”

전에 서유는 이승하의 집에서 돌아올 때마다 피부가 항상 멍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승하가 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도 아니야.”

서유는 더 이상 정가혜를 속이고 싶지 않아서 사실대로 말했다.

“나... 나 어젯밤에 다른 남자와 같이 있었어.”

정가혜는 서유가 이승하가 아닌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감히 믿지 못했지만 서유의 난감해하는 표정을 보고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서유의 손을 잡고 긴장해하며 물었다.

“누구야?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정가혜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서유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믿, 믿을 수 있는 사람 맞지...”

정가혜는 눈썹을 찌푸렸다.

“서유야, 너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야?”

그녀는 요즘 서유의 행동이 매우 이상하다고 느꼈었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45화

    서유는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생각할 기운이 없어 목욕하고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다음 날 오후 세 시 가까이 잠을 자고 보니 기면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다.말기 환자의 경우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지금 그녀에게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어차피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니 슬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서유는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만들기 위해 부엌으로 갔고, 약간의 야채를 곁들인 죽이면 충분했다.죽을 먹으면서 정가혜가 건 영상 통화를 받았다.이미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두 사람은 해변에서 놀고 있었다.그곳의 하늘은 서울보다 훨씬 더 파랗고 바닷물도 수정처럼 맑았다.정가혜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롱스커트를 입고 해변의 모래사장을 밟으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서유는 정가혜의 얼굴에 광채가 가득한 것을 보고 그녀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저도 모르게 함께 행복해졌다.“서유야, 여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다음에는 꼭 너를 데리고 와서 보여 줘야겠어!”“좋아.”서유는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들이 이어서 말레이시아 음식에 관해 이야기한 후, 정가혜는 강은우의 부름에 배를 타러 갔다.서유는 안전을 조심하라고 당부한 뒤 영상 통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고 죽을 먹고 싶었던 서유는 이때 갑자기 김씨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나이트 레일 로열 스위트룸으로 와.」이 메시지는 내용 그 자체로 이 남자가 그녀와 자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서유는 휴대폰을 움켜쥐고 이를 갈며 타이핑했다.「어떻게 감히 나보고 그런 곳으로 오라고 해요?」김씨는 담담하게 여섯 글자를 보냈다.「너와 자고 싶어.」서유는 그 여섯 글자를 바라보자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당신이 어제 한 짓이 이미 범죄 행위였는데 감히 또 뻔뻔스럽게 이런 문자를 보내요?!」서유는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보낸 후 즉시 해당 문자를 캡처했다.비록 감시 카메라 영

    최신 업데이트 : 2024-02-26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46화

    「30분만 기다릴 거야.」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더 이상 소식이 없었다.결정권을 서유에게 넘기려는 것 같았다.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꽉 주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경찰에 문자 내용을 넘긴 뒤 임태진을 언급했다. 호텔 룸에 임태진이 드나드는 것이 CCTV에 찍혔을 것이다.경찰은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임태진을 찾아 조사할 예정이었다.만약 이 시점에서 그 남자가 경찰에 그녀가 임태진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말하면 그녀는 분명 살인미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다.그리고 임태진도 그녀의 의도가 그에게 계약서를 전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죽이려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기가 겪은 모든 고통을 그녀 탓으로 생각할 것이다.임씨 가문이 아직 범인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가 임태진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모두 그녀가 범인이라고 의심할 것이 뻔했다.임태진은 지금 스캔들이 터졌지만 임 회장님처럼 바로 잡혀들어가진 않았다. 그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절대로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여전히 임태진이 무서웠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임태진이 아무리 추락했다고 한들 그녀와 정가혜의 숨통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서유는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정가혜는 그녀의 유일한 약점이었다.고민 끝에 얌전히 그 남자의 프레지던트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임태진에게 보복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를 엿먹이는 편이 나았다.나가기 전 그녀는 전기 충격기를 챙겼다.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안쪽에서 문이 바로 열렸다.자동문이라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었기에 문을 연 사람은 창문 앞에 서 있었다.그는 여전히 같은 스타일이었다. 얼굴은 금빛 가면 아래 숨겨져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에 캐쥬얼 룩을 입고 있었다.그는 창문 앞에 서서 한 손을 바지 주머니 안에 넣고서는 다른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문 앞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보더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47화

    남자는 그녀의 옷을 벗겨낸 뒤 그녀를 안아 벽에 밀치고 키스했다.그의 움직임은 너무 위압적이었고 서유는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그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렸다.그는 그녀을 품에 안고 한동안 키스를 퍼부은 뒤 조금 지루했는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꼬집었다.“아파요...”그의 여전히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그의 키스 실력이 너무 좋아서 서유는 강요당하는 느낌이 아니라 즐기는 느낌을 받았다.이런 생각을 하자 그녀는 자기 자신을 때리고 싶었다. 이 상황에 어떻게 즐길 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남자가 만족하면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그녀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그녀를 깨끗이 씻겨주고서는 안아 올려 침대에 함께 누운 뒤 품속에 그녀를 안아 한 손으로 등을 토닥이며 잠들도록 달래 주었다.서유는 그의 품에 안겨 충격을 받았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그쪽...”그녀는 왜 이러는지 물으려고 했지만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그냥 자자.”사랑스럽다는 듯한 키스가 꼭 여자 친구를 달래주는 것 같은 건 왜일까?그와 그녀는 강요된 관계였다. 이렇게 커플처럼 서로 안고 잠드는 것이 가능한 걸까?서유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누군지 똑똑히 보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혹시 너무 못생겨서 다른 사람에게 진짜 얼굴을 보여줄 수 없는 거예요?”만약 정말 그녀를 좋아한다면 당당하게 그녀를 쫓아다니면 될 텐데 왜 이렇게 신비롭게 행동 하는 걸까?“얼굴에 아주 큰 흉터라도 있는 건 아니죠?”서유는 그가 아무 말도 없자 계속해서 물었다.조명을 켠다면 가면에 가려진 그를 볼 수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 자기 얼굴에 올려 만지게 했다.서유는 재빨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상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부도 부드러웠다.게다가 날카롭게 각진 턱선이 칼날 같은 느낌이었다.주변에 이런 얼굴형을 가진 남자는 이승하뿐이었다.그녀는 정말로 그가 아닐지 의심했다. 그녀를 만지는 손길도 목소리도 모두 이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48화

    서유는 겁이 나서 바로 입을 다물고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그가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이승하가 아니라는 것을 뜻했다.그녀는 조금 기분이 나빠서 대담하게 그의 품에서 몸을 돌려 그를 등진 뒤 눈을 감았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남자가 이승하가 아니더라도 그녀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마음 놓고 깊은 잠이 들었다.그녀가 잠든 뒤 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다시 품에 안고서는 계속해서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서유는 너무 피곤해서 아주 깊은 잠에 빠졌다. 꿈속에서 또다시 소년의 꿈을 꾸었다.꿈에서 그 소년은 그녀의 심장을 발로 세게 찼다.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부러트린 뒤 그녀의 뺨도 때렸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고통에 몸을 웅크렸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기대감을 품고 그 소년에게 손을 내밀었다.“송사월, 나 아파. 너무 아파...”그녀의 중얼거림이 미약하게 그의 귀에 들렸고 그 순간 토닥이던 손이 얼어붙었다.그는 품속에 안겨있는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녀를 밀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은 뒤 룸을 떠났다.남자가 문을 닫는 순간 서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이승하...”그녀는 이승하가 잠든 그녀를 안고 아이처럼 달래주는 꿈도 꾸었는데 꿈속에서도 아주 행복했다.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렇게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프레지던트 룸은 아직도 어두웠다. 서유는 옆자리를 만져보니 차가웠다.그 남자는 이미 떠난 것 같아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일어나서 커튼을 열었다.커튼을 여는 순간 햇빛이 들어왔다.서유는 그제야 이 프레지던트 룸이 얼마나 큰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거의 호텔 한 층을 다 차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수백 평은 넘을 것 같았다. 그 규모가 놀라울 정도로 컸다.침대도 흰색에 퀄리티가 뛰어난 거대한 원형 침대였다.욕실에 욕조도 엄청나게 컸고 그 외에는 주방과 서재도 있었다.모든 물건이 갖춰져 있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고급스럽고 화려했다.서유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49화

    그녀는 집에 돌아와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보름 연차휴가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그녀는 이온 인터내셔널의 업무들을 인수인계해야 했기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아침을 먹은 뒤 약을 챙겨 먹고서는 정신을 차렸지만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그녀는 아파 보이는 안색을 가리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한 뒤 가방을 들고 이온 인터내셔널로 향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원영과 최민지가 다가왔다.“서유 씨, 그만두는 거예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만두려고요.”원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아쉬워했다.“서유 씨, 잘 다니던 회사를 왜 갑자기 그만두는 거예요?”최민지도 이해되지 않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맞아요. 이온에서 월급도 다른 회사보다 많이 주잖아요. 연봉이 거의 몇억은 되잖아요. 이렇게 그만두면 너무 아쉬워요.”서유는 웃으며 말했다.“이온의 월급이 높은 건 맞는데 전 다른 계획이 있어서요.”최민지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설마 JS그룹으로 스카우트된 건 아니죠?”“맙소사.”원영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랐다.“서유 씨, JS라면 연봉이 이온보다 몇 배는 높을 거야. 정말 거기로 가는 거야?”서유는 원영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아니요. 제 계획은 인생에 관한 거지 일과는 아무 관련도 없어요.”최민지는 서유가 JS에 스카우트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그제야 질투가 담겼던 눈빛이 흥미롭게 바뀌었다.“그럼 일은 이제 안 하려고요?”서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일은 안 하려고요.”최민지는 아무리 물어도 서유의 계획을 알아낼 수 없자 코웃음을 쳤다.“진짜 부잣집에라도 들어가는 거 같네요.”어떤 늙은 남자에게 스폰 받게 되었길래 일도 그만두는 걸까?서유는 최민지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부잣집에 들어가든 말든 민지 씨하고는 상관없지 않아요?”원영은 서유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최민지가 뒤에서 서유가 늙은 남자의 스폰을 받고 있다며 말하고 다녔기 때문이다.서유는 이 회사에서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50화

    “대표님 사무실로 가는 건가요?”정장을 입은 아름다운 연지유가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는 서유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서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 깜빡하고 두고 온 게 있어서요. 먼저 올라가십쇼.”그녀는 말을 마친 뒤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뒤돌아서 떠났다.연지유는 도망가는 서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이승하에게 말했다.“저 비서 정말 이상하네. 우리가 뭐 잡아먹기라도 하나. 무서워서 엘리베이터도 안 타네.”이승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이 없는 듯 무심한 눈빛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 같았다.이를 본 연지유는 가느다란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승하야, 고마워. 그날 나 응급실에 데려다줘서. 몇 년 동안 해외에 있었더니 이쪽 음식에 아직 적응이 안 됐나 봐. 위염 때문에 요즘 자주 그러네. 고생했어.”그날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이씨 집안에 인사하러 갔었다. 약혼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기분이 좋아 술을 좀 많이 마셨다. 그런데 위를 자극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행히 이승하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거절하지 않고 응급실에 데려다줬다.그녀는 항상 감사하다고 말할 타이밍을 찾고 있었지만 매번 이승하를 만나러 가면 비서에게서 그가 자리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오늘 아버지가 일 때문에 이승하를 부르지 않았다면 그에게 고맙다고 말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이승하는 자기 팔을 잡은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옷 구겨져.”연지유는 다급하게 손을 떼어내더니 조금 실망하며 고개를 숙였다.“너 결벽증 있었지. 아직 치료 안 했어?”이승하는 손수건으로 옷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치료가 안 돼.”연지유는 말문이 막혔다.이승하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는 연지유의 손을 잡았었다. 사무실에서 조심하지 않아 그의 다리에 앉았을 때도 아무 말도 없었다.그날 밤 급성 위장염 때문에 응급실에 갔을 때도 이승하가 그녀를 안아 차에서 내렸다.그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51화

    그녀는 비록 조금 당황했지만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서유 씨, 잠깐 사무실로 오세요.”핸드폰에서 대표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말을 마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고 서유가 거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이승하가 대표실에 있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대표님이 먼저 그녀를 부른 거라면 중요한 지시 사항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녀가 이온에 있는 동안 대표님은 그녀에게 늘 친절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이를 악물고 대표실로 향했다.예상대로 이승하가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대표인 연중서와 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은 서부 개발 입찰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전에 태안 그룹에 사건이 있었던 이후, JS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입찰을 며칠 연기했다.아직 입찰은 시작되지 않았고 태안 그룹에서도 가짜 계약에 대한 일을 더 의심하지 않았다.게다가 임태진이 다쳐 혼수상태였기에 가짜 계약서를 건네받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조금 걱정되는 것은 임태진이 깨어난 뒤 가짜 계약서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따지러 오는 것이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나중 일이다. 임태진이 깨어난다고 해도 태안 그룹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이다.태안 그룹을 어떻게 일으킬 것인지, 임 회장님을 어떻게 보석으로 풀려나게 할 것인지, 그리고 파트너 회사에 대한 위약금까지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었다.이 일련의 일을 끝낼 때쯤이면 그녀는 아마도 그 전에 이미 죽었을 것이고 아무리 임태진이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고 해도 그녀를 찾을 수조차 없을 것이다.그녀는 이런 고민을 접고 노크를 하려고 할 때 안에서 부산 화진 그룹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화진이라는 두 글자에 서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소년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녀는 최선을 다해 침착함을 유지한 뒤 노크하며 정중하게 물었다.“대표님, 저 찾으셨습니까?”연중서는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서는 고개를 들어 서유를 바라보았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52화

    연지유는 돌려서 말했다.서유에게 사직서를 아직 승인하지 않았으니 아직 이온의 직원으로서 대표님이 시키는 업무를 처리하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또 하나 서유에게 알려주는 것은 이 자리에서 대표님을 명령을 거절하는 것은 대표님의 체면을 잃게 만드는 일이기에 불가능하더라도 해내라는 것이다.서유는 연지유의 뜻을 알아듣고 마음속으로 긴 한숨을 쉬었다.방금 그녀는 조금 충동적으로 생각도 하지 않고 입 밖으로 말을 뱉었다.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녀도 다시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배은망덕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서유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업무라고 생각하며 화진의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돌아서서 나가자 연중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불만스러운 시선을 거두고서는 이승하에게 물었다.“승하야,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 너도 함께 가는 건 어떠니?”이승하와 대화할 때 연중서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고 눈빛마저 다정했다.이승하는 소파에 기대어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서는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내내 고개를 들지 않고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연중서는 아무 말도 없는 이승하의 모습에 가고 싶지 않아 한다고 생각해 다급하게 말했다.“내 정신 좀 봐. 화진과 우리 이온은 이제 서부 프로젝트 때문에 갈등이 있을 거야. 당연히 화진 대표가 조율하자고 찾아온 걸 텐데 입찰 주최자인 네가 그 자리에 오는 건 불편하지.”화진의 사람은 그의 딸과 이승하의 관계 때문에 이승하가 이온의 편의를 봐줄까 봐 은밀히 이온에 문제를 만들어 스스로 입찰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했었다.연중서가 이렇게 좋은 땅을 포기할 리가 없었다. 이승하 앞에서 특별히 오늘 식사 자리를 잡으며 이승하에게 함께 갈 것인지 물은 것도 사실 그가 연지유를 도와 양측의 관계를 조절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승하가 주최자였기에 화진 사람들이 얌전히 순종할 것 같았다. 오직 그의 딸 연지유에게 이 일의 조율을 맡기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물론 이승하가 내켜 하지

    최신 업데이트 : 2024-02-27

최신 챕터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2화

    그가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입을 열었다.“난 죽는 게 두려운 사람이 아니었어. 그런데 당신을 만난 후부터 죽는 게 그렇게 겁이 나더라.”죽는 게 두려웠기 때문에 전 서계를 돌아다니며 의사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는 끝내 얻지 못하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기만 했다. 겁이 난 서유는 그를 꼭 껴안았다.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당신한테는 내가 있고 우리 하준이가 있어요. 그러니까 절대 죽으면 안 돼요. 당신이 죽으면 우리는 어떡하라고요?”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미 5년을 버텨온 그는 점점 더 통증이 심해졌고 하느님이 조금씩 조금씩 그의 목숨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통이 전해지는 횟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통증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 칩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것 같았다. 다만 떠나기 전에 모든 일을 다 마치고 가야 하는데...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품 안에 있는 여인이 가장 걱정되었다. 소리 없이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깊이 파고들었다.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릴 만큼 뜨겁고 짜릿한 느낌, 슬픈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은 뜨겁게 몸을 섞으며 하나가 되었다. 그녀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때쯤, 두 사람의 아찔한 행위가 끝이 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소중한 물건을 끌어안듯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유람선 안으로 들어온 희미한 달빛을 빌려 그가 세월의 흔적도 없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다음 생에도 당신이 내 여자였으면 좋겠는데. 당신의 다음 생은 송사월한테 주기로 약속했었나?”아직 잠들지 않은 서유가 그의 가슴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번 생에 당신이 나보다 먼저 가면 나 절대 당신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다음 생에 당신 안 만날 거라고요.”그가 슬픈 표정을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1화

    그 당시 풋풋한 어린 소녀였던 연이는 심우주가 자신과 같은 학교에 간다는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교과서는 정말 내가 가져오지 않았어. 아마도 애들이 가져간 것 같은데 내일 학교에 가면 돌려주라고 할게.”연이도 하준이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는 짱이었다. 친구를 괴롭히는 일은 없었지만 너무 인기가 많아서 여자아이들이 그녀를 짱으로 받들고 남자아이들도 하루 종일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꼬리를 흔들었다.반면, 심우주는 착실히 공부만 했고 가끔 연이의 괴롭힘에 그는 반격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였기 때문에 심우주는 그런 그녀가 얄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제멋대로 하는 걸 사랑스럽게 지켜보았았다. 다들 오냐오냐하니까 연이는 학교에서도 늘 제멋대로였다. 그러나 그 당시 자신의 마음을 잘 몰랐던 심우주는 연이의 그런 모습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잠시 후, 어른들에게 차례로 작별 인사를 마친 이하준이 차에 올라탔다. 늘 차갑기만 하던 아이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차에서 내려와 서유를 덥석 끌어안았다.“엄마, 몸 잘 챙겨요.”갑작스러운 아이의 행동에 서유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하준아, 엄마 아빠는 집에서 우리 하준이 기다리고 있을게.”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손을 풀고 옆에 있던 이승하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아빠, 제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아빠도 절 이길 수 없을 거예요.”입꼬리를 살짝 올리던 그가 손을 뻗어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남의 칼에 찔리기 쉬운 법이야. 자세를 낮추는 법을 배우거라.”아빠의 충고를 아이는 가슴 깊이 새겼다.“네, 그렇게 할게요.”이내 그가 허리춤에서 ‘S'라고 새겨진 금빛 칼을 꺼내 아이한테 건네주었다. “돌잡이 때 네가 잡은 칼이야. 이제는 네가 갖고 있어.”전에 소지섭한테서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30화

    서유는 어쩔 수 없이 의사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문밖을 지키고 있던 소지섭은 의사가 떠나는 것을 보고 급히 물었다.“방금 연이랑 하준이가 와서 묻더라고요. 대표님한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고...”서유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이승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감기라고 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고개를 끄덕이던 소지섭은 자리를 떴고 그녀 혼자 덩그러니 문밖에 서 있었다. 그가 얼마나 더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을지...어느 순간 갑자기 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가 옆에 있어도 그녀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하준이 유학길에 오른 그날, 이씨 가문과 상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배웅하러 왔다. 마치 하준이의 돌잡이 때처럼 정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어른들의 모습이 이미 많이 변했고 아이들도 훌쩍 자란 상태였다. 서유와 이승하의 우월한 유전자만 이어받은 이하준은 10살밖에 안 된 나이지만 정교한 이목구비에 곧은 몸매를 가지고 있어 보기만 해도 귀티가 철철 흘러넘쳤다. 게다가 180 가까이 되는 아이큐를 가지고 있어 누가 봐도 엄친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특히 이연석은 흰색 스웨터 차림에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에 가방을 든 채로 계단을 내려오는 이하준의 모습을 보고 숨이 턱 막힐 것만 같았다. 그는 옆에서 초등학생 교복을 입은 채 케이크를 뺏어 먹고 있는 오뚝이와 깡순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똑같은 10살인데 이게 뭐냐? 누구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명문 학교에 입학하고 누구는 아직도 초등학교나 다니고 있으니.”그 말에 정가혜가 그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팥 심은 데 팥 나고 콩 심은 데 콩 나는 거죠. 내가 몇 번을 말해요. 자꾸만 애들 다그치지 말라고 했죠.”이를 갈던 그가 두 아이 앞으로 다가가 케이크를 낚아채 입에 쑤셔 넣었다.“너희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로 일찍 진학 못 하면 아빠 진짜 가만 안 둬.”두 아이는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29화

    “승하 씨...”깜짝 놀란 그녀는 미친 듯이 핸드폰을 찾았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일어서지도 못하였다. 어떻게 의사를 찾아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애틋한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긴장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바닥을 짚고 있던 손에도 덩달아 힘이 풀렸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고 입술이 파르르 떨려 말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당신... 왜... 그래요?”지난 10년 동안, 이승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온 그녀는 거의 울어본 적이 없다. 잠깐 정신을 잃은 모습에도 이렇게 펑펑 우는 것을 보니 그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애써 두통을 참으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던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녀를 품에 안고 소파에 쓰러지더니 세월조차 비껴간 잘생긴 얼굴을 살짝 치켜들었다.“깊게 잠이 든 것뿐이야. 왜 이렇게 겁을 먹어?”말을 하면서 손을 뻗어 눈물로 뒤덮인 그녀의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부러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당신 요즘 살이 좀 오른 것 같은데.”화제를 돌리려고 했지만 그녀는 눈물이 글썽한 두 눈을 들어 그의 창백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도 그렇죠. 어떻게 사람이 깨우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요?”맑고 깨끗한 그녀의 눈을 그는 차마 마주칠 수가 없었다.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떼어 그녀의 등을 눌러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얹었다. “바보,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야. 피곤할 때는 꿈을 꾸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거든.”그 말을 그녀는 당연히 믿지 못하였다.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어서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왜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는지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단단한 가슴 위에 얹혀있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미안해요. 당신 머릿속에 있는 칩을 꺼낼 의사를 찾아야 하는데...”겁이 났다. 이승하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 자신을 목숨보다 더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28화

    지난주, 토론 대회에 나간다고 말하는 연이를 향해 이하준은 엄청 비꼬았다. 그 모습에 화가 난 연이는 씩씩거리며 이하준과 내기를 했고 뜻밖에도 그녀가 이기게 될 줄은 몰랐다.눈꺼풀을 내리깔던 하준이가 손을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평소에 그렇게 재잘재잘하더니 실력 한번 제대로 발휘했네. 축하해.”진심으로 축하하는 것 같지 않고 그가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아무튼 이번에는 네가 졌어. 그러니까 잊지 말고 돈 입금해.”이하준은 천천히 냅킨을 깔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밥 먹고 나서 줄게. 근데 누나...”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기세등등하게 연이를 쳐다보았다.“누나 올해 열일곱이지? 아직까지 고등학교에 다니고. 수시 자격도 따내지 못했으니 수능 봐서 어떤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다.”그 말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너... 명문대에 합격했다고 잘난 척하지 마. 내년에 나도 그 학교에 합격할지 모르니까.”이하준은 칼과 포크를 집어 들고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에 넣었다.“그럼 내 후배가 되는 건가?”화가 난 연이가 반격할 겨를도 없이 그가 또 빈정거렸다.“내년에 학교에서 만나. 만나면 나한테 선배라고 부르는 거 잊지 말고.”“아악. 열받아 죽겠네.”연이가 가슴을 내리치더니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서유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댄 채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이모, 하준이 쟤 정말 얄미워죽겠어요. 빨리 학교에 보내버려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요.”서유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막상 가고 나면 또 보고 싶을걸?”“아니요. 그럴 일은 절대 없어요.”입을 삐죽거리면서 시선은 이하준의 얼굴로 향해 있었다. 솔직히 이 녀석과 10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정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얄미운 동생인 건 사실이다.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웃음을 짓던 서유가 포크로 과일을 집어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연이는 과일을 받아먹으면서 이하준을 향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27화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회사에서 돌아온 서유는 정원에서 칼자루를 쥔 채 아이한테 칼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다가가 말을 건네려고 했지만 아름다운 광경에 발걸음을 멈추고는 문 옆에 살짝 기대어 잔디밭의 크고 작은 그림자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아이한테 관심이 없었던 남자는 아이를 뛰어난 인재로 키우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았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아빠를 존경했고 아빠를 많이 따랐다. 이승하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였다. 그가 있었기 때문에 이 집이 따뜻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남자가 그녀와 아이의 옆에서 평생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잠시 후,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날카롭던 시선도 이젠 나이가 드니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고 세월마저 그의 얼굴을 그냥 스쳐 지나간 듯 그는 처음 봤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검은색 셔츠와 긴 바지 사이에 흰색 허리띠를 두르고 있는 그의 몸이 석양 아래에 우뚝 서 있었고 그가 양쪽 허리춤에 손을 얹고 있었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머리 뒤로 잘 빗겨져 있었고 약간 고개를 돌리니 머리카락이 왼쪽으로 살짝 흔들렸다. 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서유한테 가까이 오라고 했다. 옅은 미소를 짓던 그녀는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소지섭을 지나치다가 손에 있던 손수건을 챙겨 앞으로 다가갔다. “여보, 허리 숙여요.”그가 허리를 약간 숙이자 서유는 발끝은 세우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었다.“저녁에 뭐 먹고 싶어요?”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자 가녀린 그녀가 그의 품에 쏙 들어왔다. “우리 서 대표님이 직접 요리를 하실 건가?”그의 장난에도 그녀는 화를 내지 않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그렇게 좀 부르지 말아요.”지난 5년 동안 서유도 많이 바삐 보냈고 자신의 건축 사무소까지 차렸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많이 맡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남편과 아이를 돌봤다. 하지만 이승하는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26화

    그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칼, 총, 레이싱카, 배, 비행기 이것들 중에서 뭐부터 배우고 싶어?”하준이가 초롱초롱한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아빠, 저한테 가르쳐주시려고요?”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던 남자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론 지식은 이미 거의 다 배웠으니 이제부터는 호신술을 가르쳐 줄 생각이야. 나중에 날 대신해 네가 엄마를 지켜줘야 하니까.”아이는 머리를 살짝 기울인 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아빠가 옆에 있는데 왜 제가 엄마를 지켜줘야 해요?”벌써 두통 증상이 심해진 그는 머릿속에 있는 칩에 대해 아이한테 얘기하지 않았다.“당분간은 로봇 프로젝트 때문에 많이 바쁠 거야. 자주 자리를 비우게 될 테니까 내가 없는 동안에는 네가 엄마를 지켜줘야 해.”요즘 아빠가 로봇 개발 중인 걸 알고 있던 이하준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배워서 엄마를 지켜줄 거예요.”아이의 약속을 듣고 이승하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일단 총 쏘는 법부터 가르쳐줄게.”하준이도 냉큼 그의 뒤를 따라 일어섰다.“세 살 때, 총을 가지고 놀다가 아빠한테 호되게 맞았던 적이 있었는데. 다시는 총을 못 잡게 할 줄 알았어요.”아이가 그 어릴 때의 일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때는 네가 너무 어렸으니까 총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한 거야.”“저 이제 겨우 10살인데요. 지금은 총 가지고 노는 거 안심하세요?”발걸음을 멈추던 그가 뒤돌아서 어느새 허리 높이까지 키가 훌쩍 큰 아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공부하러 해외로 가잖아. 돌아와서 배우면 그땐 이미 늦었어.”천재가 맞는 건지 하준이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학교의 입학 통지서를 받게 되었고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이국땅에서 다른 천재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게 되었다. 서재로 들어간 그는 10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총을 꺼내 하준이를 데리고 정원으로 향했다.한편, 이승하가 아이에게 사격을 가르치려 한다는 걸 진작부터 알고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25화

    이연석은 급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닙니다. 그냥 기부하려던 거예요.”하지만 전문가는 그런 돈을 받을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그의 고지식한 태도에 이연석은 화가 나서 책상을 치며 일어섰다.“그러니까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다 빠졌지! 다 선생님 고지식함이 다 빨아먹은 거예요!”전문가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같은 책상을 치며 맞섰다.“도련님, 제 지능을 모욕하는 건 참겠는데, 머리카락을 모욕하는 건 안 됩니다!”“그래요? 그럼 선생님 머리카락을 모욕하죠!”두 사람이 거의 싸울 뻔한 순간, 이하율 남매가 배를 움켜쥐며 말했다.“아빠, 우리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너무 배고파요...”이연석은 남매에게 화살을 돌리며 소리쳤다.“하루 종일 먹을 것만 찾고! 하준이처럼 간식 줄이고 책 좀 보란 말이야!”이하율 남매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아빠, 우린 아직 글도 다 못 읽어요. 책 보는 것도 재미없어요. 우리에겐 간식이 제일 재미있어요.”옆에 있던 전문가는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보세요. 이 두 아이가 어디 130과 148의 IQ를 가진 것처럼 보이시나요?”이연석은 할 말을 잃었다. 화가 난 그는 두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이 고집불통 대머리야! 이런 허접한 기관은 확 망해버려!”전문가는 속으로 생각했다.‘지금까지 수많은 IQ 테스트를 해봤지만, 이런 사람은 처음이야. 이럴 수가!’A시로 돌아가기 전, 이연석은 테스트 결과를 컴퓨터로 수정하고 새로 출력한 뒤 두 아이를 데리고 이승하를 찾아갔다.“형, 봐봐. 우리 애들도 IQ가 엄청 높아! 특히 내 아들, 148이야! 나중에 mensa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그 말을 듣던 이승하는 고개도 들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이하율에게 물었다.“오뚝아, 68 곱하기 42는 얼마야?”감자칩을 먹으며 손에 기름이 잔뜩 묻은 이하율은 손가락을 세며 계산하기 시작했다.3분 뒤, 그는 대답했다.“110!”순간 이연석은 참지 못하고 이하율을 향해 발길질을 하

  •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제1524화

    흐트러진 커튼 너머로 달빛이 스며드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서유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크게 외쳤다.“여보, 성재 씨의 보디가드가 그러던데 그 사람이 망원경으로 우리 집을 자주 훔쳐본대요. 제발 여기선 그러지 마요.”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이승하는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맞은편 별장을 한 번 흘겨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 리모컨을 집어 들고 불을 꺼버렸다.“걱정 마, 안 보여.”“하지만...”서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자 팔걸이에 손을 짚은 이승하가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 늑대처럼 그녀의 혀끝을 휘감아 그녀가 하려던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처음에는 저항하던 서유도 이승하가 한쪽 무릎을 꿇는 순간, 온몸이 떨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두 손톱으로 의자 등받이를 필사적으로 긁을 뿐이었다.예전에는 체력에만 의지하던 이승하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가 꺼낸 물건들은 서유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제발 그런 거 쓰지 마요!”서유가 간절히 부탁했지만,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여보, 참지 말고 소리 내봐.”서유는 도저히 소리를 낼 수가 없어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런 그녀를 본 이승하는 도구와 체력을 총동원해 강도를 높였다.“난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만약 방음이 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커튼이 창문을 가리지 않았다면, 서유는 지금 부끄러움에 혀를 깨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더욱 끔찍한 것은 그녀가 꼼짝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이승하에게 온전히 ‘당하기’만 했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기진맥진한 서유는 뒤돌아 닫혀 있는 방문을 바라보며 간절히 바랐다.‘제발, 하준이가 문을 두드리며 배가 아프다고, 병원에 같이 가달라고 했으면...’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이하준은 수많은 문제 속에 갇혀 있었다. 서재

DMCA.com Protection Status